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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지수와 인플레이션율의 관계

2003-6-1

 

같은 10000원이라도 10년 전과 지금의 가치는 전혀 다릅니다. 바꿔 얘기하면, 10년 전에 10000원이 갖고 있던 구매력(purchasing power)과 지금 10000원의 구매력은 다릅니다. 10년 전의 생활 수준과 지금의 생활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액수의 돈이 10년 전에는 어느 정도의 가치를(구매력을) 가졌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화폐 액수를 구매력으로 환산해서 보여주는 데 사용되는 것이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CPI)입니다.

 

물가지수는 표현 그대로 물가 수준을 계량화한 값입니다. 일반 소비자가 구입하는 품목의 물가 수준을 종합하면 소비자물가지수가 되고, 생산자가 구입하는 품목을 대상으로 하면 생산자물가지수가 됩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올라갔다는 얘기는 같은 돈으로 그만큼 더 적은 양의 소비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화폐가치가 떨어진 것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올라 간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심해진 것이고, 수입이 똑같다면 우리 삶의 질 내지는 생활 수준이 더 떨어지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가 물가지수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바로 화폐 가치가 얼마나 변했느냐를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물가상승률은 곧 화폐 가치 하락율이고, 화폐 가치가 얼마나 떨어졌느냐를 다른 말로 인플레이션율이라 합니다.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CPI)

소비자물가지수는 '일반적인'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전반적인 가격 수준을 취합한 측정치입니다. 계산법은 간단합니다. 쉬운 예를 하나 들어서 소비자물가지수가 산출되는 과정을 알아 봅시다. 일반적인 소비자가 오직 사과와 배만을 구입하고, 일 년 동안 사과는 4개, 배는 2개를 소비한다면 소비자물가지수는 다음과 같이 구합니다.

 

1. 첫 단계에는 '일반적인'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에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이들을 얼마나 소비하는지를 결정합니다. 영어로는 "Fix the basket."입니다. 지속적으로 살펴볼 '장바구니'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예에서는 사과와 배라는 두 가지 품목이 바구니에 담깁니다. 그리고 일 년 동안 사과 4개, 배 2개를 소비하므로 장바구니는 다음과 같습니다.조사품목 : 사과 4개, 배 2개

 

2. 두 번째 단계에서는 조사 품목의 가격을 파악합니다. 가격 파악은 통계청에서 직접 방문해서 면접 조사를 합니다.

 

3. 세 번째 단계는 장바구니 전체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두번째 단계에서 조사한 가격과 조사품목의 연간 소비량을 곱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기준연도를 2000년으로 했을 때, 사과와 배의 가격이 다음과 같이 가격이 변했다 합시다.

 

 

따라서,장바구니 전체의 가격은,

 

 

위와 같이 연도 별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4. 이제 네번째 단계에서는, 기준연도에 비해 어떤 해의 바구니의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내렸는지 계산합니다. 2000년을 기준연도라 하면 이렇게 계산이 됩니다.

 

기준연도인 2000년의 바구니 가격을 기준으로 비율을 계산한 것입니다. 이것이 기준연도 소비자물가지수를 100으로 잡았을 때, 해당연도의 소비자물가지수입니다.

 

5. 다섯 번째 단계는, 위에서 구한 소비자물가지수를 이용해서 인플레이션율을 구하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율은 바꿔 얘기하면 물가상승율이므로 다음과 같이 구할 수 있습니다.

 

기준연도에 비해서 얼마나 물가가 올랐는지 비율을 구하는 것입니다. 2001년의 경우는 (175-100)/100 x 100 = 75%가 됩니다. 전년에 비해 물가가 75% 뛴 것이고 75%만큼 화폐가치가 떨어진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율이 75%입니다. 마찬가지로, 2003년은 2002년에 비해서 (250-175)/175 x 100 = 43%만큼 인플레이션율이 증가했습니다. 바꿔 얘기하면, 똑같이 연봉 1억 원을 받았다 하더라도, 2001년에는 2000년에 비해 75%만큼 하락한 3500만원만 받은 것과 똑같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계산하는 방식은 이처럼 아주 간단합니다. 하지만 실제 조사하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일일이 방문 면접을 한다는 것도 그렇고, 어떤 품목을 바구니에 담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현재, 기준시점을 2000년도로 잡고 있고 조사품목으로는 쌀,찹쌀,보리쌀,콩,팥,밀가루,비빔밥,갈비탕,삼계탕,세탁료,의복수선료,문화시설입장료,운동경기관람료,.... 등등등 해서 총 500품목 이상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 때 각 품목을 일정 기간 동안 얼마나 소비하는지를 결정을 해줘야 하는데(위에서 사과 4개, 배 2개처럼), 실제 계산할 때는 품목별 가중치를 주어서 계산합니다. 그 가중치는 도시가계조사 소비지출액을 이용해서 산출합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생산자물가지수도(Producer Price Index; PPI) 계산할 수 있습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일반적인 소비자가 구입하는 품목대신 기업체와 생산자가 구입하는 품목으로 바구니를 설정한다는 점만 다릅니다. 생산자물가가 올라가면 이는 제품의 원가가 올라가는 것이므로 결국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즉, 생산자물가지수는 앞으로의 소비자물가지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소비자물가지수나 생산자물가지수 모두 매월 언론 매체를 통해 공개됩니다. 전달 대비 또는 전년 동월 대비 얼마나 올랐는지 내렸는지 등을 함께 알려 줍니다. 훨씬 자세한 통계치와 그 의미는 한국은행 홈페이지나 재정경제부 홈페이지의 월간 경제 동향 통계 자료등을 참고하세요.

소비자물가지수의 문제점

소비자물가지수는 몇 가지 해결하기 까다로운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가격이 오르면 그 품목을 덜 구입하고 다른 대체제를 찾거나 소비를 포기하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지수는 계속해서 동일한 양의 소비를 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위의 예에서 사과의 가격이 2배로 뛰었는 데도 여전히 같은 양의 사과를 구입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바구니'에 담길 품목이 계속 변한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제품이 나타나 필수품처럼 쓰이며 가계 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 새롭게 바구니에 추가해야 합니다. 그 경우 기준연도에는 그 품목이 없었으므로 단순 비교하기가 곤란합니다. 휴대폰이나 인터넷 통신비를 생각해 보세요. 또, 같은 돈으로 구입할 수 있는 품목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화폐의 구매력이 올라가는 것인데 그 부분을 반영하기가 힘듭니다.

 

마지막으로, 동일 품목이라 하더라도 품질의 변화가 계속 일어나는데 품질은 계량화가 곤란합니다.

GDP 디플레이터(GDP Deflator)와 소비자물가지수

소비자물가지수와 유사한 지표로 GDP 디플레이터가 있습니다. GDP 디플레이터를 얘기하기 전에 GDP에 대해 간단히 알아 봅시다. GDP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명목 GDP"(Nominal GDP)이고 다른 하나는 "실질 GDP"(Real GDP)입니다. "실질 GDP"는 기준연도 가격을 그대로 계속 이용해서 계산한 것이고 "명목 GDP"는 당해연도의 가격을 이용해서 계산한 것입니다. 즉, 실질 GDP는 물가상승으로 인해서 GDP가 늘어나는 부분을 보정하기 위해 기준연도 가격으로 계산해서 같은 기준하에 실제로 GDP가 얼마나 늘었는가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GDP 디플레이터는 "명목 GDP"와 "실질 GDP" 사이의 비율을 구한 것입니다. 즉, (명목 GDP / 실질 GDP) x 100으로 계산합니다. 그러므로 GDP 디플레이터가 커졌다는 것은 기준연도에 비해 그만큼 물가가 올랐다는 것이 됩니다. 소비자물가지수와 대단히 유사합니다.

 

GDP 디플레이터와 소비자물가지수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정의대로 일반적인 소비자가 무엇을 구입하는가를 기준으로 산출합니다. 그런데 GDP는 어떤 지역 내에서 일정 기간동안 일어난 모든 경제활동(투자+소비+정부지출+순수출)을 다 합친 것이므로 일반적 소비자의 지출과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중동 지역에 전쟁이 나서 기름 값이 높게 뛰었다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조사 품목에 들어있는 난방, 자동차 관련 기름값이 크게 뛰게 되므로 크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반면 GDP의 경우는, 물론 많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만 소비자물가지수에 비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또 하나, 소비자물가지수는 바구니에 들어갈 품목이 거의 일정한데 반해 GDP 디플레이터는 품목에 크게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특정 품목 한두 개의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한 경우, 소비자물가지수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GDP 디플레이터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습니다.

인플레이션 효과를 감안한 판단

이처럼 소비자물가지수가 변함에 따라 화폐가치 역시 변하므로 임금이나 연금, 금리 등은 인플레이션 효과를 감안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요즘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라는 얘기가 신문에 자주 등장하죠? 실질금리(real interest rate)는 명목금리(은행이 주기로 한 금리)에서 물가상승률(즉,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뺀 값입니다. 연리 5%의 이자를 받기로 하고 예금을 했는데 1년 동안 물가가 10% 올랐다면 실질금리는 -5%입니다.
실질금리 = 명목금리 - 물가상승률(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입니다.

 

임금 역시 실질 임금상승률은 물가상승률만큼 빼야 진정한 의미의 임금상승율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모든 지표는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해서 생각해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 인플레이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지금까지 공부해 본 소비자물가지수입니다.

 

참고로 1973년부터 2002년까지의 소비자물가지수 값을 정리한 표를 싣습니다. 2000년을 100으로 잡은 값입니다.

 

연도 총지수 전기비(%) GDP성장율
1973 9.6 3.2 12.3
1974 12 24.3 7.4
1975 15 25.2 6.5
1976 17.3 15.3 11.2
1977 19 10.1 10.0
1978 21.8 14.5 9.0
1979 25.8 18.3 7.1
1980 33.2 28.7 -2.1
1981 40.3 21.4 6.5
1982 43.2 7.2 7.2
1983 44.7 3.4 10.7
1984 45.7 2.3 8.2
1985 46.8 2.5 6.5
1986 48.1 2.8 11.0
1987 49.6 3.1 11.0
1988 53.1 7.1 10.5
1989 56.1 5.7 6.1
1990 60.9 8.6 9.0
1991 66.6 9.3 9.2
1992 70.8 6.2 5.4
1993 74.2 4.8 5.5
1994 78.8 6.3 8.3
1995 82.3 4.5 8.9
1996 86.4 4.9 6.8
1997 90.2 4.4 5.0
1998 97 7.5 -6.7
1999 97.8 0.8 10.9
2000 100 2.3 9.3
2001 104.1 4.1 3.1
2002 106.9 2.7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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