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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함과 반복
2001-1-6
인간의 주의(attention)
소비자는 눈 뜨면서부터 잠들 때까지 무수한 마케팅 메시지의 홍수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 메시지들에 하나하나 주의를 기울인다면 소비자는 아무 생각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망각이 사람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듯 인간의 주의 역시 다행히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하거나 의사결정을 하며 정보처리를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과 정신적 자원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큰 시험을 보고 나면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을 들으며 쉬고 싶은 것이 그 때문입니다. 주의 역시 인지적 자원의 한계를 갖습니다.
밀러의 매직 넘버(Miller's magic number)
인간은 한 번에 7 플러스 마이너스 2개의(= 5-9개) 정보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예를 들어 3, 5, 7, 2, 15, 39, 1, 9, 10, 14,... 숫자를 연달아 불러주면 대개 5 개에서 9 개 정도만 떠올리게 됩니다. 이 때 7 개의 정보 각각이 반드시 단일 정보는 아닙니다. 일종의 뭉치(chunks)입니다. 어떤 사람은 3 x 5 = 15, 7 x 2 =14, .. 방식을 이용해서 단 2개의 뭉치로 6개의 숫자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사람이 한 번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정보는 5-9 개이고, 정보를 덩어리짓더라도 7 플러스 마이너스 2개의 한계 속에서 이뤄집니다. 바로 그 7 플러스 마이너스 2를 밀러의 매직 넘버라고 합니다.
그리고 뭉치의 크기는 아는 것이 많을수록 커진다는 것을 Newell,Simon 교수가 1972 년에 발표했습니다. 전문가일수록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해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이유는 chunk의 갯수가 밀러의 매직 넘버의 한계를 갖더라도 그 크기가 일반인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각성(arousal)
주의와 관련된 또 하나의 개념은 각성입니다. 각성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느냐입니다. 각성은 주의의 강도를 결정합니다. 적당히 긴장한 상태일 때는 많은 것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나른한 상태이거나(low arousal) 지나치게 긴장한 상태(high arousal)에서는 주의력이 떨어집니다.
이른바 '골든 타임'을 생각해 봅시다. 왜 그 시간대가 가장 광고비가 비쌀까요? 거의 졸리는 시간대도 아니고 출근 준비 등으로 분주한 시간대도 아닙니다. 가장 적당히 긴장된 시간대입니다. 그래서 주의의 강도가 가장 높습니다. 그 시간대에 방영되는 광고는 소비자의 주의를 더 많이 끌어올 수 있습니다.
자발적주의와 비자발적주의(Voluntary/Involuntary attention)
주의에는 자발적인 것과 비자발적인 것이 있습니다. 빵집을 하나 열어야 겠다고 생각하면서 길거리를 둘러 보면 예전에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많은 빵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렇게 소비자가 특정한 목적을 가진 상태에서 기울이는 주의를 자발적주의라고 합니다.
광고를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비자발적주의입니다. 내 상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의 주의도 끌어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자발적주의는 두 가지 특성에 의해 좌우됩니다.
1. 진기함(Novelty)
진기하면 주의를 끌게 됩니다. 진기하게 느껴지기 위해서는 현저(salient)해야 합니다. 다른 것과 달리 독특하고 현저한 것은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 쳐다보게 만듭니다. 현저성은 상황에 의존합니다. 현저성은 문맥의존적입니다. 미국에서는 우리 말로 얘기하는 사람이 독특한 사람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영어로 떠드는 것이 진기합니다. 현저함은 다음과 같은 것으로부터 비롯됩니다.
(1) 비정상적(unusual)
(2) 계속 변함(changing)
(3) 움직임(moving)
(4) 강렬함(intensive)
(5) 밝음(bright)
(6) 복잡함(complex)
이런 특징들이 현저성을 만듭니다. 티비 광고를 보면 매우 비정상적인 것이 등장합니다. 계속 변하면서 등장인물이 움직입니다. 밝습니다. 강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독특한 장면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들이 무수한 마케팅 메씨지들 중에 우리의 주의를 끕니다.
2. Vivid?
비자발적 주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은 생생함(vividness)입니다. 톡톡 튀는 광고가 아니라도 주의를 끄는 광고가 있습니다. 메시지가 특별히 나에게 생생하게 느껴지는 경우입니다. "vivid"하느냐에는 다음과 같은 점이 영향을 미칩니다.
(1) 개인적 취향, 관심사
특정인의 취향에 따라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주의를 끌 수 있습니다. 흥미를 느끼는 것에 더 주의가 갑니다. 디지털 카메라를 좋아한다면 특별히 현란하지 않은 디지털 카메라 광고일지라도 한 번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됩니다.
(2) 구체적인가?(concrete?)
구체적인 정보일수록 "vivid"합니다. 소비자의 주의를 모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 폐해가 크다'보다는 '자살 싸이트를 통해 정보 교환'이 더 주의를 끕니다. 더 "vivid"합니다.
(3) 얼마나 밀접한가(proximity)
느낌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아니면 공간적으로 소비자에게 더 밀접한 얘기일수록 "vivid"합니다. 최근에 일어난 일이거나 자주 가는 장소에서 일어난 일, 또는 직접 보고 들은 일들이 더 "vivid" 합니다.
정리해 봅시다. 소비자는 마케터가 아무리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더라도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밀러의 매직 넘버의 한계에 갖혀 있습니다. 소비자의 비자발적인 주의를 끌려면 현저해서 진기하게 느껴지거나 소비자에게 밀착된 생생한 메씨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소비자의 이해와 믿음
이해는 어떤 메시지에 담긴 정보를 과거 경험이나 기억 속에 저장된 정보와 관계를 맺어주는 것입니다. 이해는 과거 경험이나 기억이 많을수록 더 유리합니다. 이해는 인간의 믿음과 관계가 있습니다.
심리학자인 Dan Gilbert가 1991 년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재밌게도 이해와 믿음은 뗄래야 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해되면 믿습니다. 믿는 것은 쉬운데 반해, 안 믿는 것은 안 믿어야 할 이유를 생각할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대략 들어 보고 어느 정도 이해가 되면 믿습니다. 특히 많은 정보를 처리해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내려야 하는 상황에 있는 경우에 더욱 그렇습니다. 안 믿어야 할 이유를 찾는 부가적인 노력을 할 시간과 여유가 없기 때문에 진실이 아닌 것도 어느 정도 이해만 되면 그냥 믿습니다.
반복하면 믿는다
믿음은 반복과 큰 관계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엉뚱한 얘기라고 생각해도 계속 반복하면 결국 믿습니다. 반복은 친숙함(familiarity)을 불러오고 친숙함은 믿음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광고의 핵심은 그래서 반복입니다. 자주 노출되어야 합니다. 반복에 의해 만들어진 친숙함과 믿음은 소비자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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