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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4
1990년 6월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가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간의 결탁행위가 있는지 조사하기 시작한 이래 무려 11년여에 걸친 마이크로소프트 독점 시비가 2001년 9월 6일 판결로 일단락 되었다. 유사한 사례로 AT&T가 여러 개의 "baby Bells"로 분할되었던 경우가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선례와 달리,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회사 분할을 피해감은 물론이고 또 다른 벌칙으로 제시되었던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 소스코드(source code) 공개마저 피해감으로써 디지털 경제에서 독점의 문제는 전통적 산업과 다른 측면이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본고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 소송을 둘러싼 여러 가지 정황 중 자연독점과의 관계 및 디지털 산업에서 독점의 문제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등을 고찰해 본다.
1. 개요
1974년, Richard Posner에 의해 제안된 자연독점(natural monopoly)은 시장수요가 독점기업의 최소효율규모(minimum efficient scale)에 의해 충분히 대응될 때, 이러한 시장은 자연적으로 독점이 된다는 개념이다. 특히 초기 고정비가 매우 큰 상수도, 전력, 전화 산업 등에서 자연독점이 종종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후발주자가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기존 독점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누리고 있는 낮은 평균 총생산비에서 비롯된 경쟁 우위를 경쟁사가 견뎌낼 수가 없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독점이 된다. 이러한 자연독점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지원에 나서기도 하는데 크게 두 가지 논리에 근거했다.
(1) 소비자에게 이익이다: 자연독점의 경우 규모의 경제에 의한 평균총비용의 분산효과에 의해 소비자들은 낮은 제품 가격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독점기업은 경쟁에 소요되는 광고비나 제반 영업 활동 관련 비용 지출이 없기 때문에 보다 더 공익적인 기업 활동(예를 들면, 산간벽지의 전기-전화 공급)을 벌일 수 있어서 소비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2) 공급자에게 이익이다: 독점적 이익이 보장되며 경쟁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사실은 공급자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 준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는 일종의 규제된 독점(regulated monopoly)을 허용하여 소비자, 공급자 모두에게 유리한 시장을 형성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초기 투자가 큰 산업인 경우 불필요하게 중복투자가 이뤄지면 사회적 손실이 매우 커질 수 있다는 위험이 제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연독점이 사회후생적으로 유리하다고 인식되었다. 이러한 자연독점의 프레임웍이 디지털 경제에서도 여전히 유효할까? 이 문제는 마이크로소프트 사례를 통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디지털 경제가 전통적 산업과 어떤 면에서 달라질 수 있는지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첫째, 디지털 경제는 브라이언 아써 교수에 의해서 강조된,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이 나타난다. 시장은 선두에 선 기업에 우호적으로 기울어지는 불안정성을 가지며 특히 수확체증(increasing return)을 통한 승자독식(winner-take-all)적 특징이 나타난다.
둘째, 컴퓨터나 정보기술 제품/서비스들은 호환성 네트웍 내에서 활동한다는 점에서 전통적 제품/서비스와 크게 다르다. 이러한 호환성은 수요 측 규모의 경제인 네트웍 효과(network effect, network externalities)를 야기하며 더 많은 사용자가 사용하면 할수록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가 더욱 커진다. 경쟁의 양상은 제품 대 제품의 대결 차원을 떠나 네트웍 대 네트웍의 대결의 형태로 이뤄진다.
2.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 제품군(Windows 95, 98, NT, 2000, XP)은 2001년 현재 데스크탑 컴퓨터 운영체계 시장의 약 96-97%를 점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독점이다. 처음 퍼스널컴퓨터 운영체계가 출현했을 때는 윈도우즈 외에도 여러 경쟁 운영체계가 있었다. 하지만 약 10여년에 걸친 경쟁의 결과 오늘날과 같은 독점의 형태로 시장이 기울어지게 된다. 윈도우즈가 어떻게 오늘날과 같은 지위를 누리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명들이 있고 그런 논의는 본고의 범위를 벗어나므로 생략하겠지만 위에서 얘기한 디지털 경제의 특징, 즉, 호환성과 수확체증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운영체계는 그 자체로는 일상적 컴퓨터 사용과 크게 관련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기본적인 파일 작업이나 관련 하드웨어의 안정적 유지를 담당하는 것이 운영체계이고 실상 문서 업무라든지 일상적인 컴퓨터 작업은 대개 응용 소프트웨어(application software) 수준에서 이뤄진다. 운영체계는 홀로 존재하지 않고 많은 관련 응용 소프트웨어와 함께 네트웍을 이뤄서 존재한다. 그러므로 운영체계의 경쟁은 운영체계간의 경쟁이라기보다는 각 운영체계를 중심으로 한 네트웍 대 네트웍 사이의 경쟁이 된다. 따라서 운영체계 회사는 자사 운영체계용 응용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는 회사를 가급적 많이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윈도우즈는 경쟁 운영체계인 애플 매킨토시의 폐쇄적 네트웍에 비해 훨씬 더 열린 네트웍을 중심으로 많은 프로그램 개발사를 끌어들일 수 있었고, 이는 곧 오늘날과 같은 독점적 시장 점유율을 누리게 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된다. 특정 운영체계의 시장 점유율이 높으므로 더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그 운영체계 쪽으로 모여들고, 이는 곧 그 운영체계용 소프트웨어가 더욱 풍부해지게 만들어서 또 다시 그 운영체계의 경쟁상의 이점을 높여주는 선순환을 타게 된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체계만을 만들지 않고 응용 소프트웨어까지 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응용 소프트웨어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사무용 소프트웨어 패키지(Office Suite; Microsoft Office)를 함께 만들어 내고 있으며, 이익의 상당 부분이 이 오피쓰 소프트웨어 판매로부터 오고 있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경우 운영체계 내부를 들여다보며 작업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경쟁사의 동종 제품에 비해 월등하게 우수하고 안정적인 제품을 내어놓을 수 있고, 이것은 사실상 완벽한 진입장벽이 된다. 운영체계 소스코드는 최고의 기밀로 거의 외부에 누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유컨대, 전화 네트웍을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회사가 전화 네트웍을 활용하는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 진출하는 것과 같다. 이 경우 독점회사는 용이하게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쟁회사가 도저히 무너뜨릴 수 없는 완벽한 진입장벽도 동시에 갖게 된다. (전화망을 다시 깐다는 것은 엄청난 비용이 소요 된다. 사회적으로 중복투자가 된다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컴퓨터 운영체계가 위 예시에서의 전화망 역할을 한다. 운영체계상에서 운용되는 모든 프로그램은 거의 대부분이 운영체계와의 호환성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으며, 이 점은 곧 마이크로소프트가 응용 소프트웨어 시장에 진출할 경우 강력한 경쟁우위가 된다. 게다가 운영체계에 끼워팔기(bundling) 형태로 배포하거나 기본 기능(default function)으로 포함시킨 뒤 운영체계 가격을 올려받는 경우, 아주 손쉽게 여러 응용 소프트웨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위의 비유를 계속 사용해 보자면 '우리 회사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전화를 설치해 드릴 수 없습니다'라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점 때문에 반독점 소송에 휩싸인다. 인터넷 서비스중 하나인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을 활용하게 해 주는 웹 브라우징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넷스케입(Netscape)보다 후발로 미미하게 출발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계와 웹 브라우징 소프트웨어의 끼워 팔기 및 불공정한 기술적 통합(Integration)을 통해 불과 수년 만에 시장의 95%를 차지하게 된다. 결국 독점적 이익을 누리고 있는 전화 회사가 자사의 전화망을 이용해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까지 진출했을 때 이를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이윤추구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다. 전화 네트웍의 경우는 글 서두에서 본 바와 같이 자연독점이 소비자나 공급자 모두에게 여러 이점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그 전화 네트웍을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역시 독점적 지위를 자연스럽게 누려도 될까의 문제다.
운영체계 그 자체의 자연독점적 경향은 여타 자연독점과 마찬가지로 소비자, 공급자 모두에게 이점을 준다. 단일 운영체계가 시장의 대부분을 좌우하고 있는 경우, 이것이 일관된 표준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비용을 낮춰 준다는 점에서 이익이 된다. 전혀 호환이 되지 않는 두 종류의 전화망을 대상으로 전화기를 개발하는 것보다는 단일한 표준적 전화망을 대상으로 전화기를 개발하는 것이 전화기 회사에게 훨씬 유리한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운영체계 개발과 같은 지식 제품(knowledge product) 산업은 전기, 전화, 상수도의 큰 초기 투자 비용처럼 거대한 R&D 비용이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요가 현격하게 늘지 않는 이상 또한 차별화 된 큰 강점이 있지 않는 한 자연독점적 형태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고 그렇게 되어간다.
수요자에게도 이익이다. 지식 상품은 배워야 쓸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러 운영체계가 분점하고 있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이들 모두를 배워야 하는 곤란함을 겪는다. 운영체계의 독점은 수요자의 중복 학습을 덜어준다. 하지만 응용소프트웨어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약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존 운영체계 시장점유율을 지렛대로 활용하며 계속해서 여타 응용소프트웨어 시장쪽으로 넓혀가면 이에 맞서 버텨낼 수 있는 회사는 사실상 전무하다. 현재에도 많은 응용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자사 제품과 유사한 것이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출시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차세대 운영체계에 기본 기능으로 장착되어 나오지 않을까 두려워 하고 있다. 이는 곧 여러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혁신 동기를 꺾고 결과적으로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운영체계에 끼워파는 것이 문제를 일으킨 가장 최근의 사례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 XP에 포함된 인스턴트 메신져(Instant messenger)가 있다. 온라인 상의 상시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각광받으며 거대한 사용자층을 확보한 인스턴트 메신져 시장은 많은 인터넷 소프트웨어 회사가 진출을 노리고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새 운영체계인 윈도우즈 XP에 인스턴트 메신져를 포함해서 출시하였고, 이에 많은 회사들이 반발하게 된다. 국내에서도 다음 커뮤니케이션이 공정 거래 위원회에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소하는 사건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운영체계와 달리 응용 소프트웨어는 작은 네트웍 호환성만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문서 교환의 경우 자주 문서를 교환하는 측과 같은 포맷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 보편적 호환성(universally compatible)까지 반드시 갖출 필요는 없다. 어떤 회사 내의 모든 워드 프로세서 프로그램을 동일하게 하는 것이나 개별 부서에서 사용하는 응용 소프트웨어를 통일하는 것이 이런 경우다. 하지만 회사 바깥으로 문서 교환을 자주 하지 않는 회사의 경우 굳이 다른 회사에서 어떤 응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가까지 고려할 필요는 없다. 응용 소프트웨어는 일반적인 의미의 네트웍 효과의 영향을 비껴갈 수도 있다. 반면 운영체계의 경우는 전혀 얘기가 다르다. 운영체계 선택은 설치할 하드웨어 선택의 문제는 물론이고 수많은 호환성 문제에 영향을 주는 거대한 선택이다.
응용소프트웨어의 경우에는 표준이 통일되어야 여러 가지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가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응용소프트웨어는 운영체계와 달리 선택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응용소프트웨어의 선택에서마저 독점적 지위를 누리려 하고 있다.
3.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이유
운영체계에 끼워팔기라는 난공불락의 진입장벽이 갈수록 더욱 큰 문제를 야기하는 이유가 몇 가지 더 있다. WWW 혁명 이후에 나타나게 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통합 트랜드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있다. 초고속 통신망의 급속한 보급과 인터넷 하부구조의 눈부신 확충은 많은 응용 소프트웨어들이 인터넷 기반으로 바뀌도록 만들었다. 심지어 소프트웨어를 구독료를 주고 사용하게 한다는 모델까지 등장하고 있다. 많은 응용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을 통해서 주문, 배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 상에서 바로 실행까지 가능해지는 시대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
퍼스널 컴퓨터 역시 점차 연산의 범위를 벗어나 커뮤니케이션 도구화 되어 가고 있으며 이메일 사용의 폭발적 증가, 인스턴트 메신져 시장의 대폭 성장, 인터넷 전화의 보급 등은 그러한 추세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퍼스널 컴퓨터가 커뮤니케이션의 기반이 된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을 두고 볼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인프라스트럭춰 중 상당한 부분을 독점적 이익을 누리고 있는 사기업 하나가 좌지우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전통적 오프라인 서비스들이 속속 온라인화 되어가고 있고, 특히 금융 서비스들이 인터넷에 급속하게 통합되어 가고 있는 지금, 서비스의 하방에 놓이는 구조를 마이크로소프트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은 새로운 차원의 문제점을 야기한다.
그 중에는 신용카드 사용과 이에 따른 개인 정보 보안 문제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즈 XP의 불법복제를 막겠다는 명분 아래 운영체계 하나하나를 인증하려는 시도를 했다가 여론의 압력에 밀려 후퇴한 전력이 있다. 인증은 필연적으로 개인정보 유출과 통제를 가져온다. 문제는 이와 유사한 시도가 단지 잠복하고 있을 뿐 언제든지 불거져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상수도 네트웍이나 전기 네트웍과 달리 퍼스널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은 다른 서비스들을 어렵지 않게 통합할 수 있는 강한 흡인력이 있는 네트웍이다. 그리고 호환성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네트웍이다. 운영체계의 자연독점화는 인접 영역으로의 파급효과와 함께 고려되어야 하며, 호환성 네트웍을 통해 확장하는 지식상품 특유의 성질을 고려해서 평가해야 한다.
4. 최종 판결의 유효성은
이러한 사실들을 생각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 재판 판결을 보면 여러 갈래로 얽힌 문제를 비교적 현실적으로 균형있게 풀어냈다고 볼 수 있다.
판결의 골자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분할하거나 윈도우즈 운영체계의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것을 강제하지 않는 대신 미들웨어(middleware)라는 개념을 끌어 들여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어하고자 하는 데 있다. 가장 하방에 놓여서 기본적인 작업을 하는 운영체계의 독점은 허용하되 여타 서비스들과 운영체계 사이에 놓이게 되는 중간자적인 미들웨어에 대해서 규제를 함으로써 자연독점의 이득과 경쟁에서 비롯되는 이득을 조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판결은 미들웨어를 "browser, e-mail clients, media players, instant messaging software 등을 포함하는 소프트웨어"로 규정하고 있다. 금융서비스를 비롯한 많은 웹기반의 서비스들이 놓이게 될 하부구조인 웹브라우져,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 될 이메일, 인스턴트 메씬져 등을 미들웨어로 규정한다. 그리고 미들웨어 인터페이스를 부분적으로 공개하도록 강제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들 미들웨어상에서 벌어지는 경쟁에서 더이상 예전과 같은 운영체계룰 독점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데서 비롯되는 이점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운영체계는 독점을 허용하되 다른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의 기반이 되는 미들웨어 수준부터는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또한 컴퓨터 제조사들은 미들웨어 중에 어떤 것을 포함시켜서 제품을 구성할것인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소송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웹 브라우져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로 컴퓨터를 판매한 회사들에게 압력을 가해 왔지만 이제는 그런 행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와 같은 규제의 반대급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계의 기능을 넓힐 수 있고, 번들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얻어냈다. 이는 기존의 마이크로소프트 전략을 그대로 허용하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관건은 결국 미들웨어를 어디까지로 규정하느냐와 부분적 공개가 어디까지를 얘기하느냐에 달려있다.
5. 결론
향후 변화가 어떻게 진행이 되든 이번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 소송 판결은 디지털 경제에서의 독점의 문제는 호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특히 전통적 자연독점의 원인과 달리 양의 되먹임에 의한 수확체증 현상이 독점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사실로부터 양의 되먹임이라는 새로운 독점의 원인을 잘 예시하고 있다.
그리고 운영체계는 거대한 초기투자가 필요한 다른 산업처럼 시장 수요에 적절히 대응되는 자연 독점이 수요자 공급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반면 전통적 산업과 달리 기존 제품이 아닌 다른 영역으로 독점적 지위를 이어나가는 것을 규제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도 마이크로소프트 사례를 통해 잘 예시되고 있다. AT&T 분할 때와 달리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의 어디를 끊어서 규제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지식 제품(knowledge product )들은 대부분 네트웍 속에서 존재하며 강한 상호 호환성을 바탕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끊어서 규제한다는 것이 곤란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사업 부문과 응용 소프트웨어 부문을 분리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는 할 것이며,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이 과연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인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디지털 경제에서의 독점 규제는 여러 가지 난점이 있다. 어디까지 자연독점의 이득을 취하고 어디서부터 경쟁을 허용할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 전통적 산업보다 훨씬 더 곤란해서 독점에 대한 해결책 중 하나인 경쟁체제 도입도 매우 힘들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례는 이러한 자연독점 내지는 독점의 문제가 디지털 경제에서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참고 자료:
1. Final judgment. http://www.microsoft.com/presspass/trial/nov01/11-02settlement.asp
2. W.Brian Arthur. Increasing returns and two worlds of business. Harvard Business Review, 7-9, 1996.
3. W.Brian Arthur. Positive feedbacks in the economy. Scientific american, 1990.
4. Nicholas economides. Summary of proposed microsoft settlement of november 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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