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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9-9

80/20 원칙

80/20 원칙은 "원인과 결과, 투입과 산출, 그리고 노력과 보상 사이에는 근본적인 불균형이 있다."는 원칙을 의미합니다. 투입과 노력은 실제 결과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대부분과 결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 소수로 나누어집니다.

 

The 80/20 Principle states that there is an inbuilt imbalance between causes and results, inputs and outputs, and effort and reward. Typically, causes, inputs or effort divide into two categories:
the majority, that have little impact
a small minority, that have a major, dominant impact.

 

IMF 구제 금융 사태 이후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20-80 사회"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사회가 소수의 부유층과 대다수의 빈곤층으로 나뉘면서 중산층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 말 때문에 한 집단이 20%와 80%로 나뉘는 것을 80/20 원칙인 것처럼 오해하기도 했습니다. 80/20 원칙은 한 집단이 어떻게 나뉘는가를 설명하는 원칙이 아닙니다. 두 개의 데이타 집합을 비교할 때 한쪽 데이타의 20%가 다른 한 쪽 데이타의 80%를 차지한다는 의미입니다. 다음과 같은 바챠트(bar chart)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위 그림처럼 제품의 종류를 왼 편에, 이익의 크기를 오른 편에 놓았을 때 제품 중 20%가 이익의 80%를 가져다준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것이 80/20 원칙입니다. 80-20 외에도 90-20, 60-20, 95-1, ... 등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고, 둘을 합쳐서 100이 될 이유는 없습니다. 두 개의 데이타 셋(data set)을 비교할 때 한 쪽 데이타 셋의 소수가 다른 데이타 셋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과 이런 경향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실제 통계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80/20 원칙의 예를 몇 가지 들어볼까요? 구체적인 통계 수치는 약간 다를 수 있습니다.

 

 (1) 제조업의 경우 전체 공정의 특정 20%에서 불량의 80%가 나옵니다.

 (2) 인구의 20%가 교통사고의 80%를 차지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인구 데이타 셋과 교통사고 데이타 셋이 1:1로 대응할 것으로 생각해서, 교통사고율 몇십 퍼센트라는 통계가 곧 인구의 몇십 퍼센트가 사고를 내거나 당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소수가 여러 차례 사고를 내거나 당하면서 사고율을 높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원칙은 직관적 통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실제 통계에서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지프의 법칙, 파레토, 파워-로 글에서 본 것처럼 다양한 사회현상, 언어 사용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 보고 되었습니다.  80/20은 구조적인 특성일 수 있습니다. 이 때, 한쪽 집합의 20%가 다른 한쪽의 80%를 차지하는 것만은 아니고 15%가 70%를 차지할 수도 있고, 0.01%가 99%를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분야에 따라 비율은 다르게 조사될 수 있습니다. 

 

 

 

80/20 원칙이 왜 중요한가

80/20 원칙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직관과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50-50"에 아주 익숙합니다. 시험 공부를 할 때 50 만큼 공부했으면 50 정도의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고객을 50 명 확보했으면 50 만큼의 수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시험 성적의 80%를 좌우하는 부분은 공부할 내용의 20%에 있고, 수입의 80%를 만들어내는 고객은 20%의 핵심 고객입니다. 

 

80/20 원칙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성과의 80%가 투입한 요소의 20%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뒤집으면 노력의 80%는 성과의 20%만을 만들어 낼 뿐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얘기가 되기 때문인데요. 이게 맞다면 대부분의 노력은 별 효과 없이 낭비되는 것입니다.

80/20 원칙이 나타나는 이유

책에서는 80/20 원칙과 "카오스 이론"(Chaos Theory)을 대비하면서 많은 분야에서 80-20 패턴이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카오스 이론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이용해서 여러 현상을 매력적으로 설명합니다.

 

 (1) 비선형성과 불균형 (nonlinearity and imbalance)

 

투입과 산출이 선형적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투입을 x축, 산출을 y축으로 한 그래프를 그리면 직선의 함수가 되지 않고 곡선이 됩니다. 어떤 투입은 결과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며 자기조직화를 통해 스스로 강화해 나갑니다. 그 결과 그 소수의 투입이 결과의 대부분을 좌지우지하게 됩니다.

 

(2) 파지티브 피드백 루프 (positive feedback loop)

 

역시 비선형성과 연관된 것입니다. 초기의 아주 작은 차이가 증폭되면서 시장을 불균형적으로 몰고 갑니다. 최종 균형은 초기 조건에 대단히 민감합니다. 초기에 어떤 이유로든 조금 앞서 나가기만 하면 파지티브 피드백 루프를 타고 강점이  증폭되면서 궁극적으로 시장(결과)의 대부분을 지배합니다.

 

 (3) 티핑 포인트 (tipping point)

 

많은 현상에서 어떤 한계점을 넘어 서면 급속하게 전체를 장악하는 경향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전염병이 일정 수준까지는 조용히 퍼지다가 어느 수준을 넘으면 급속히 사회 전체로 파급되는 것처럼,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도 티핑 포인트 전까지는 큰 변화가 없는 듯 커지다가 티핑 포인트를 넘어 선 순간 화제의 중심이 되며 시장 전체를 장악해 나갑니다.

 

80/20 원칙의 비지니스적 함의

80/20 원칙의 비즈니스적 의미는 다름 아닌 "어디에 포커스를 맞출 것인가?"입니다. 모든 비즈니스, 경제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자원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우선 투입해야 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의사결정의 핵심입니다. 전통적인 50:50 패러다임은 투입한 만큼 결과가 나올 것을 가정하고 있습니다. 결과의 20%에만 영향을 미치는 투입의 80%를 결과의 80%를 좌우하는 핵심 20%로 옮겨야 합니다. 80/20 원칙은 포커스의 문제입니다.

 

포커스를 갖겠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시장을 세분화(segmentation)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세그멘테이션은 하고 있지만 모든 세그멘트가 비슷한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소수의 세그멘트가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1) 공정의 극히 일부분이 불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 불량의 대부분을 만들어 내는 그 소수의 공정에 자원을 집중해서 개선하면 불량률은 현격하게 떨어진다. 소수의 불량만을 기록하는 나머지 80% 공정에는 품질 관리를 위한 리소스를 덜 투입해도 된다. 이들에게 가는 리소스를 불량의 80%를 만들어 내는 20%의 공정에 집중한다.

 

 (2)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는 20%의 기능이 80%만큼 쓰인다. -> 핵심 20%의 기능을 크게 개선함으로써 경쟁사 제품보다 훨씬 사용자의 생산성을 늘려 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 잘 쓰이지 않는 대부분의 80% 기능을 개선하는 데에 불필요하게 많은 자원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

 

 (3) 이익의 80%를 가져다주는 것은 매출액의 20%를 차지하는 제품이다.[1] -> 매출의 80%를 차지하지만 이익의 20%만을 가져다 주는 제품은 가급적 비용이 덜 들어가는 방식으로 변화를 주면서, 이익의 80%를 가져다 주는 핵심 품목을 경쟁사보다 좋게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80/20 원칙이 확인되고 있고 또 활용될 수 있습니다.

 

[1] Robert G. Hagstrom. The Gillette Company. The Warren Buffett Way, John Wiley & Sons, Inc.,1997. pp.184-185.
"While razor blades account for approximately one-third of the company's sales, it contributes two thirds of its profits."

그렇다면 핵심 20%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위에서 말한 핵심 20%를 어떤 방식으로 찾아낼 수 있을까요?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제품별로, 또는 고객군별로 나누어 분석하는 것입니다.

제품을 기준으로 분석

컨설팅 회사가 체결한 서비스를 분석했더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면,

 

. 매출 이익 이익/매출 비율
대규모 프로젝트 35000 16000 45.7%
소규모 프로젝트 135000 12825 9.5%
총계 170000 28825 17.0%

 

매출액으로는 소규모 프로젝트가 대규모 프로젝트의 4배 가까이 되지만 실제 간접 비용이나 기타 비용등을 제한 다음 이익을 기준으로 평가해 보면 대규모 프로젝트가 훨씬 더 높은 이익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의 경우 대규모 프로젝트는 매출 기준으로는 전체의 21%[=35000/(35000+135000)]이지만 이익의 56%[=16000/(16000+12825)]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56/21 원칙"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 컨설팅 회사의 적절한 전략은 소규모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자원을 가급적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쪽으로 돌리는 것일 수 있습니다.

고객을 기준으로 분석

고객을 기준으로 나누어 볼 수도 있습니다. 위 컨설팅 회사의 경우 고객을 기준으로 매출과 이익을 분석해 보았더니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 매출 이익 이익/매출
오래된 단골 43500 24055 55.3%
약간 오래된 단골 101000 12726 12.6%
새로운 고객 25000 7956 31.2%

 

분석해 보면, 오래된 단골이 매출 규모로는 26%에 불과한데 이익의 84%를 가져다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숫자들이 가상적인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어떤 비즈니스든 제품별로 또는 고객별로 나누어 분석해 보면 비슷한 패턴이 나타납니다. 위 컨설팅 회사의 경우,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는 것보다는 그 비용을 기존 고객이 더욱 많은 지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쪽으로 돌리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익의 80% 이상을 가져다 주는 고객은 바로 이 26%의 오래된 단골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바로 작은 매출 규모 뒤에 숨어 있는 핵심 20%입니다.

경쟁적 세그멘테이션 (competitive segmentation)

제품별로 또는 고객별로 나눠보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입니다만 중요한 세그멘테이션 방법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경쟁적 세그멘테이션"입니다. 경쟁적 세그멘테이션은 다음의 두가지 질문을 던져보아서 그렇다는 대답이 나올 부분을 독립적 부문으로 나누는 것을 의미합니다. 질문은:

 

 (1) 이 부분에서 다른 주된 경쟁자와 맞서게 되는가?

 

예를 들어, A 제품을 40대 이상 연령 층에게 판매하려면 X라는 경쟁사와 경쟁을 해야 하고, 20대 이하 연령 층을 대상으로 판매할 때는 Y라는 경쟁사와 맞서야 한다면 이 둘은 별개의 세그멘트로 다뤄야 합니다. 개별적으로 매출과 비용 그리고 이익을 분석해야 합니다.

 

 (2) 이 부분에서 경쟁상의 상대적 위치가 달라지는가?

X라는 경쟁사와 경쟁을 하더라도, A 제품에서는 우리가 시장 점유율 2위인데 B 제품에서는 시장 점유율 1위라면 두 제품은 별개로 취급되어야 합니다.

 

위와 같은 선택과 집중은 단지 '마진율이 높은 쪽에 집중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오는 '소수'를 찾습니다. 특정 제품일 수도 있고, 특정 고객층일 수도 있고, 고객과 제품을 혼합한 특정 세그멘트일 수도 있고, 특정 지역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익의 대부분이 소수의 세그멘트로부터 온다는 것이고 그 세그멘트를 찾아나서는 데 성패가 달려있습니다. 그런 세그멘트를 통계 분석을 통해 정밀하게 규정할 수 있으면 좋습니다. 그리고 그 세그멘트에 맞게  특화해서 증폭시킵니다.

 

통계 분석을 하면서 특이한 사례가 몇 차례 나타나면서 큰 이익을 만들어 내는 것을 관찰하면 이를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며 넘겨 버려서는 안 됩니다. 그 부분이 새로운 핵심 세그멘트의 실마리일 수 있습니다. 특이한 흐름을 발견하면 주저없이 자원을 투여 해 봅니다. 

 

위 컨설팅 회사 예에서는 "오래된 단골"과 "약간 오래된 단골"의 기준을 통계적으로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수인 세그멘트가 몇 년 이상 된 또는 몇 건 이상 거래한 단골인지 조사한 다음 왜 그 기준을 전후로 경계가 지어질까를 고민해 봐야 할 것입니다. 그 "오래된 단골층"만의 특성은 무엇인지 연구하고 리소스를 집중하며 특화해 나갑니다. 

 

핵심 세그멘트를 찾았다면 가급적 다른 부문으로 투입되고 있는 자원을 핵심 20% 쪽으로 돌려야 합니다. 나머지 80%는 비용이 덜 들어가는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심지어 의도적으로 고객이 이탈하도록 합니다. 냉정한 얘기지만 실제 투입하는 리소스 대비 오히려 손해를 입히고 있는 고객층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고객을 이탈하도록 한다는 것은 언뜻 무리한 생각 같기도 하지만 너무 다양한 고객층을 커버할려고 하는 건 도리어 손해가 될 수 있습니다. 자원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귀중한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가치 있는 소수의 세그멘트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Chasing too many customers can escalate marketing and selling costs, lead to higher logistical costs, and very often, most dangerously of all, permanently lower prevailing selling prices, not just for the new customers, for the old ones too.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Simple is beautiful)

이렇게 80/20 원칙을 갖고 모든 데이타를 분석해서 특정 세그멘트를 겨냥하면 조직 구조부터 제품 전략, 비용 구조, 기업 전략 등 많은 것이 단순해집니다. 기업의 비용은 거의 대부분 복잡성(complexity)에서 비롯됩니다. 비즈니스는 필연적으로 복잡해져 갑니다. 일감이 늘면 조직은 팽창하려는 속성을 드러 내고 인력이 늘면 관료화가 시작됩니다. 제품군이 복잡해지면 추가 투자가 필요하고 이를 관리할 더 복잡한 조직 체계와 인력 보강이 필요해집니다. 또 그런 조직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른 조직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은 큰 폭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기업 규모가 거대해질수록 어느 부문이 실제 어느 정도의 비용을 사용하고 있고 실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만들어내는지 분석하는 것마저 어려워집니다. 이런 모든 문제는 단순함을 추구함으로써 줄여나갈 수 있고 핵심 20%를 겨냥하는 쪽으로 기업 전체를 조직하는 것을 통해 단순함을 이룰 수 있습니다.

 

Understanding the cost of complexity allows us to take a major leap forward in the debate about corporate size. It is not that small is beautiful. All other things being equal, big is beautiful. But all other things are not equal. Big is only ugly and expensive because it is complex. Big can be beautiful. But it is simple that always beautiful.

Even management scientists are belatedly realizing the value of simplicity. A recent careful study of 39 middle-sized German companies, led by Gunter Rommel, found that only one characteristic differentiated the winner from the less successful firms: simplicity. The winners sold a narrower range of products to fewer customers and also had fewer suppliers.

 

성공적인 회사는 대부분 특정 고객에게 제한된 범위의 제품을 판매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특정 제품이나 고객층은 80/20 분석을 통해서 정밀하게 세그멘테이션 된 것입니다. 크다는 것 자체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규모가 커지면서 복잡해진다는 것이고, 규모가 커지면서도 단순함을 잃지 않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익의 20%만을 차지하는 80%를 과감히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80%는 아주 큰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핵심 20%로 투입되어야 할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부문입니다. 모든 사람을 위한 모든 것이 되겠다는 것은 아무 것도 되지 않겠다는 것과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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