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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경제

파지티브 피드백 경제 (Positive feedbacks in the economy)

이명헌의 경영과 투자 2020. 6. 30. 13:44

Brian Arthur의 "Positive feedbacks in the economy" 논문 번역

2001-8-6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은 수확체감(diminishing returns)의 가정하에 세워져 있다. 경제학적 행동은 항상 네거티브 피드백(negative feedback, 음의 되먹임)을 낳아서 예측가능한 시장 가격과 예측가능한 시장 점유율 균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네거티브 피드백은 그 자체가 경제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커다란 변화는 그 변화에 의해 야기되는 반응에 의해 효과가 상쇄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70년대 유가폭등의 경우, 기름값이 오르자
-> 각국은 에너지 절약/보존 정책을 폈고 보다 많은 유전 탐사를 하게 되었으며,
-> 그 결과 1980년대 초, 유가는 다시 하락했다. 그리고 이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이런 전통적인 이론에 따르자면 시장의 균형(equilibrium)은 주어진 조건하에서 최상의 결과를 나타낸다. 시장의 균형이 가장 효율적인 자원 활용과 그 배분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이런 유쾌한 그림은 종종 현실과 맞지 않았다. 경제의 많은 부문에서 '안정화 시키는 힘'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파지티브 피드백에 의해 작은 경제적 변화가 커다란 효과로 증폭되어 나타나곤 했다. 파지티브 피드백을 이해하게 해주는 경제학적 모델은 기존의 것들과 매우 달랐다. 수확체감의 시각으로 본 경제는 단일 균형점으로의 귀착을 예견하지만, 파지티브 피드백은 -그리고 수확체증은- 여러 개의 가능한 균형점을 상정한다. 그리고 여러 선택지 중 어떤 것이 '최상의' 결과가 될 것인가에 대해 보장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게다가, 임의의 경제적 사건이 일단 특별한 경로(path)에 접어들기만 하면 다른 대안들의 강점에 아랑곳 없이 스스로 잠금효과(lock-in)를 나타낸다. 경쟁적인 시장에서 한 제품이나 한 국가가 어떤 운에 의해 앞서나가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선두자리를 지켜나가는 경향을 나타내며 심지어 더욱 증폭되기까지 한다. 예측 가능한, 분점하는 시장이란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다.

새로운 이론

지난 몇 년간 나를 비롯해서 스탠포드 대학, 산타페 연구소의 여러 경제학자들 그리고 그 외 여러 곳의 경제학자들은 파지티브 피드백을 기반으로 한 경제학적 관점을 정립해 왔다.

 

수확체증적 경제학은 거슬러 올라가 보면 70여 년 이상 전에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지만 경제학 전반에 걸쳐 적용한 것은 사실상 매우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이 이론은 현대적인 비선형 물리학(nonlinear physics)과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기존의 경제학 이론이 20세기 이전의 물리학적 모델에 기반하고 있었던 것처럼.)

이 이론은 새롭고 보다 더 까다로운 수학적 테크닉을 필요로 하고 있고 현대적인 하이-테크 경제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보다 적합한 이론인 것처럼 보여진다.

 

비디오 카세트 레코더의 역사가 파지티브 피드백의 간단한 예가 될 것이다. VCR 시장은 서로 경쟁 상태에 있었던 두 개의 포맷으로 출발했다. 두 포맷은 가격 면에서는 거의 동일했다. 두 포맷은 VHS 방식과 베타(beta) 방식이다.

 

 

 

각 포맷은 각자의 시장 점유율이 늘어감에 따라 수확체증을 나타낼 수 있었다. 만약 VHS 방식의 레코더가 보다 더 많이 팔린다면 더욱 많은 비디오 가게들이 VHS 포맷으로 된 비디오 테잎을 준비하게 될 것이고 이는 곧 VHS 레코더를 구입하는 쪽의 가치를 크게해서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VHS 비디오 레코더를 구입하게 한다. (그리고 이 점, 베타 포맷에 있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런 방식으로 시장점유율을 아주 조금 더 차지하는 것이 한 포맷의 경쟁상의 이점을 더욱 커지게 하고 시장에서 앞서나가는 것을 더욱 심화한다.

 

이와 같은 시장은 초기 불안정성을 특징으로 한다. 두 포맷 모두 비슷한 시기에 도입되어 비슷한 시장점유율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초기에 외부적 환경의 변화나 운, 또는 각 회사에서 취한 어떤 조치에 의해 시장점유율이 약간 '출렁'이게 되고, 초기 시장점유율상의 작은 이점에서 비롯된 수확체증은 결국 시장 전체를 VHS 포맷 쪽으로 기울게 한다. 심지어 VCR 시장 전체를 다 취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해 나간다. 하지만 경쟁의 초기에 어떤 시스템 쪽이 승자가 될 지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고 가능한 두 개의 균형 상태 중 어느 쪽이 선택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게다가, 베타 포맷이 기술적으로 더 우수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시장의 선택이 '최상의' 경제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결론마저 나오게 된다.

그렇다면 기존 이론이 놓친 점은

동일한 기능을 하는 두 개의 제품 또는 두 가지의 기술 사이의 경쟁에 대해서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은 위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 발전(發電)에서 수력과 화력 사이의 경쟁을 생각해 보자. 수력 발전소 쪽의 시장점유율이 더 높아지면 기술진은 댐을 지을 수 있는 장소 선택에 있어서 점점 더 비용이 많이 드는 곳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화력 발전 쪽이 비용 면에서 더 유리해진다. 반면 화력 발전쪽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 석탄 가격이 상승한다. (또는 비용이 많이 드는 대기 오염 조절 장치를 도입하라는 규제를 불러온다.) 이번에는 수력 발전쪽으로 균형이 기운다. 이렇게 해서 두 기술은 각각의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한 수준에서 예측 가능한 시장 점유율을 분점한다. 이것은 앞에서 살펴본 비디오 레코더 시스템 사이의 경쟁과 전혀 다르다.

 

 

전통적 경제학 이론의 기초를 세운 사람 중 한 명인 빅토리아 시대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도 앞에서 살펴 본 VCR 시장의 변화 양상에 대해 그다지 놀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1890년대의 저서, "Principles of Economics"에서 이미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

"시장점유율이 늘어남에 따라 생산비가 감소한다면, 어떤 회사가 초기에 단순히 운이 좋아서 시장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더라도 결국 다른 경쟁자들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If firms' production costs fall as their market shares increase, a firm that simply by good fortune gained a high proportion of the market early on would be able to best its rivals.')

시작이 좋은 회사는 시장을 자기 쪽으로 몰아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마샬은 이러한 관찰을 계속해서 발전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경제학자들 역시 -최근까지도- 대부분 이 사실을 무시했다.

 

마샬은 수확 체증이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농업과 광업 -그의 시대 경제의 주된 부분을 이루던 산업- 은 이용가능한 농토의 한계 또는 질이 좋은 광석 매장량의 한계에 의해 야기되는 수확체감적 경제에 속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제조업은 수확체증이 적용되는데, 공장 규모가 크면 클수록 더욱 향상된 조직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 경제학자들은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자체가 수확체증을 일으키는 믿을 만한 원인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때때로 대규모의 공장이 보다 더 경제적일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지식 기반 섹터

나는 자원 의존적인 경제 섹터(농업, 대량 생산 제품, 광업)는 여전히 수확 체감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을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알프레드 마샬의 통찰을 업데이트할까 한다. 지식 기반의 경제 섹터는 자원 의존적 경제 섹터와 달리 대개 수확체증이 적용된다.

 

컴퓨터나 약품, 미사일, 항공기, 자동차, 소프트웨어, 텔리커뮤니케이션 장비, 광섬유 등은 디자인하고 제조하는 과정이 복잡한 제품들이다. 이들은 연구개발을 하는 데 큰 투자가 소요되며 생산 장비를 갖추는 데도 많은 돈이 든다. 반면 일단 제품 판매가 시작된 다음부터는 추가적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새로운 항공기 프레임이나 항공기 엔진을 예로 들어보자. 이들은 디자인-개발-인증을 거쳐 생산에 들어가기까지 통상 20억 달러에서 30억 달러가 소요된다. 그렇지만 그 뒤의 추가 생산은 단위당 대략 5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만 있으면 된다. 생산이 진행될수록 단위 당 생산원가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이익은 급증한다.

 

생산이 늘어남에 따라 얻는 부가적인 소득도 있다. 더 많은 생산은 곧 제조 과정에서의 더 많은 경험 축적을 의미한다. 이는 향후 생산에서 어떤 방식으로 더 생산비를 낮출 수 있는지를 더 깊게 이해함을 의미한다. 게다가 한 제품 또는 한 테크널러지에서 얻어진 경험은 그와 유사하거나 관련된 기술을 이용하는 신제품 생산을 보다 더 용이하게 해준다. 일본의 예를 들어보면, 정밀 기계를 만드는 데 들였던 초기 투자를 지렛대로 이용, 소비자 가전 제품과 그 내부에 들어가는 집적회로 생산으로 계속 재활용해 나갔던 것이다.

하이 테크널러지

하이 테크널러지 제품은 단순히 생산량이 늘어감에 따라 생산비가 떨어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사용량이 늘어남에 따라서도 이익이 증가한다. 많은 하이 테크널러지 제품들, 예를 들어 컴퓨터나 통신 장비는 호환성이 요구되는 네트웍 내에서 동작한다. 한 브랜드가 의미있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면, 기존 제품과의 정보교환 용이성 때문에 그 제품을 구입하는 것의 이점을 더욱 늘려준다.

 

수확체증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다면 왜 지금까지 무시되어 왔을까?

어떤 사람은 수확체증이 적용되는 하이 테크널러지가 소요되는 복잡한 제품이 근자에 들어서야 나타났다는 것을 이유로 든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정답의 일부분일 뿐이다. Gunnar K. Myrdal과 Nicholas Kaldor 같은 경제학자는 1940년대, 1950년대에 이미, 테크널러지와 관계 없는 부문에서의 파지티브 피드백을 확인해준 바 있다. 전통적 경제학자들이 수확체증을 회피한 데는 보다 깊은 이유가 있다.

특징들

몇몇 경제학자들은 동일한 문제점에 대해서 한 가지 이상의 솔루션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 - 비과학적이라는 것이다. 죠셉 슘페터(Joseph A.Schumpeter)가 1954년에 쓴 글을 보자.

 

복수균형(Multiple equilibria)이 꼭 쓸모없는 것만은 아니지만 그 어떤 엄밀한 과학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고유하게 결정된 하나의 균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대단히 제한적인 여러 가정을 댓가로 치루더라도 그렇다. (하나의) 고유하게 결정된 균형이 존재할 가능성이 없다면, 최소한 소수의 가능한 균형이라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런 현상을 다루는 분야는 아무리 높은 수준으로 추상화를 하더라도 분석의 영향이 미칠 수 없는 카오스에 불과하다." (Multiple equilibria are not necessariliy useless, but from the standpoint of any exact science the existence of a uniquely determined equilibrium is, of course, of the utmost importance, even if proof has to be purchased at the price of very restrictive assumptions; without any possibility of proving the existence of [a] uniquely determined equilibrium -- or at all events, of a small number of possible equilibria -- at however high a level of abstraction, a field of phenomena is really a chaos that is not under analytical control.)

다른 경제학자들은 수확체증을 채택한 이론이 익숙하게 대해 오던 유니크하고 예측 가능한 균형의 세계 그리고 시장의 선택이 항상 최선이라는 개념을 짓밟아 버릴 것으로 생각했다. 게다가, 하나 또는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면 어떤 회사도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는 가정 역시 허물어진다. (그 가정은 여러 경제학적 문제를 분석하기 쉽게 해주었었다.) 죤 힉스(John R. Hicks)는 1939년에 이러한 가능성을 탐지해 보다가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그는 이렇게 썼다.

"경제학의 많은 부분이 위협적인 침몰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을 수확체감의 세계 안에 국한시킨다. 그 어떤 비정상적인 현상도 없고, 완전한 분석이 가능한 세계로만.

 

하지만 여전히 많은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어떤 과정을 거쳐 여러 개의 가능한 솔루션 중 하나를 선택하는지를 궁금하게 생각했다. 마샬의 예를 계속 얘기해 보자면, 출발 당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회사가 가장 낮은 생산비를 나타내어서 필연적으로 시장을 완전히 지배하게 된다면, 왜 그 회사보다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경쟁을 하려 드느냐라는 문제가 생긴다. 또, 어떤 시장이 여러 개의 '동일한' 규모의 기업들로 출발한다면 불안정한 균형 상태 속에서 조심스럽게 균형이 맞춰진 채로 계속 갈 것 아닌가.

무작위적 사건들(Random events)

1979년, 나는 그런 문제들을 연구하다가 위와 같은 여러 난점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실제 세계에서는, 만약 여러 개의 유사한 규모의 기업이 동시에 시장에 진입한 경우 몇 가지 작은 우연한 사건들을 계기로(뜻밖의 오더를 받는다든지, 우연히 구매자와 만난다든지, 경영진의 급작스런 심경의 변화 등) 어떤 기업이 초기 판매를 기록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장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

 

경제적 활동은 너무 작아서 관찰하기 힘든 개별 거래들로 양자화(quantized)되고, 이들 작은 '랜덤한' 사건들은 축적되어 파지티브 피드백을 통해 증폭되고 최종 결과를 만들어 낸다. 이는 수확체증이 적용되는 상황을 정적이고 결정론적 문제들로 모델링해서는 안되고 여러 무작위적 사건들과 자연적인 파지티브 피드백(또는 비선형성; nonlinearities)을 기반으로 한 동적인 것으로 모델링해야 함을 뜻한다. 이 전략에 따르자면 수확체증적인 시장도 이론적인 모델로 재차 만들어질 수 있으며 관련 프로세스가 드러남에 따라 반복 관찰되어야 한다. 어떤 때는 이런 솔루션이 떠오르다가, 동일한 조건임에도 다른 때는 다른 솔루션이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시점에서 여러 개의 솔루션 중 어떤 것이 나타나게 될 지를 미리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각각의 솔루션을 나타내는 특정 랜덤 이벤트 그룹을 기록해서, 어떤 초기 조건에서는 어떤 솔루션이 나타나게 될 지 확률적으로 알아보는 것은 가능하다.

 

아이디어 자체는 단순한 것이었고 과거의 많은 경제학자들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비선형적 랜덤 프로세스 이론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 그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비선형성(Nonlinearity)

모든 수확체증 문제가 각각 별개로 다뤄져야할 필요는 없다. 많은 것들이 보다 일반적인 비선형 확률 스키마에 잘 들어맞는 것으로 드러났다.

 

 

테이블 위에 한번에 하나씩 구슬을 첨가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구슬은 흰 색, 붉은 색, 녹색, 파란색 중의 하나다.

다음 번에 추가될 구슬이 어떤 색깔일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이 때, 어떤 색깔의 구슬이 추가될 확률은 현재 테이블에 있는 그 색깔 구슬이 얼마나 많으냐에 좌우된다고 하자. 특정 색깔의 구슬이 늘어남에 따라 그 색깔의 구슬이 추가될 확률 역시 높아진다면, 시스템은 파지티브 피드백을 나타낸다. 이것은 현재의 색깔 비율을 그 색깔이 추가될 확률로 매핑하는 함수가 주어진다고 할 때, 많은 구슬이 추가된 다음에 각 색깔의 비율은 어떻게 될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1931년 수학자 죠지 폴리아(George Polya)는 한 색깔이 추가될 확률이 항상 현재의 색깔 비율과 같은 경우의 문제를 풀어냈다. 1980년, 미시간 대학의 브루스 힐, 미네소타 대학의 데이빗 레인, 윌리엄 수덜쓰 등의 세 명의 미국 확률학자는 보다 일반적인 형태의 비선형 문제를 풀어냈다. 1983년에는 두 명의 소련 확률 학자인 Glushkov Institute of Cybernetics의 유리 데르몰리에브와 유리 카니오프스키와 내가 매우 일반적인 버전을 풀어냈다. 우리는 구슬이 계속해서 첨가됨에 따라 각 색깔의 비율은 확률 함수의 '고정점'으로 반드시 수렴하게 됨을 증명했다. 그 값은 어떤 색깔이 추가될 확률이 테이블 위의 그 색깔 구슬의 비율과 같아지는 점이었다. 수확 체증은 그러한 여러 개의 고정점을 허용한다.

 

 

역자주: A 그래프는 수확체증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즉 새로 추가될 구슬이 어떤 색깔일 지를 결정하는 확률이 기존에 그 색깔 구슬이 얼마나 많으냐에 비례한다면 거의 대부분이 푸른색 구슬이 되거나(처음에 푸른 구슬이 많았던 경우), 또는 푸른색 구슬이 거의 없거나(처음에 푸른 구슬이 거의 없었거나)의 두 가지 최종 '균형' 상태를 갖게 됩니다.(균형상태는 검은 점) 그러나 푸른색 구슬이 추가될 확률이 기존 푸른 구슬의 비율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 확률에 의해 결정되는 하나의 균형 상태로 귀착됩니다. 수확체증과 수확체감이 함께 존재하는 C의 경우는 여러 개의 균형상태가 나타납니다.

 

이 말은 보다 더 쉬운 확률 함수의 고정점들을 찾아내는 방식을 통해 수확체증 문제의 솔루션 또는 가능한 패턴들을 결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툴을 이용해서, 경제학자들은 이제 수확체증 문제를 더 정교하게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가능한 솔루션을 확인해 볼 수도 있고 특정 솔루션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연구해 볼 수도 있게 되었다. 수확체증은 더 이상 "분석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카오스"가 아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각 구슬을 하나의 기업으로 생각해 보면 된다. 그리고 각 색깔을 개별 기업이 자리잡고 있는 지역으로 생각해 보자. 여러 기업들이 어떤 산업으로 하나씩 진입을 하며 개별 기업은 이윤극대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장소를 선택한다고 가정해 보자. 개별 기업의 지리적 선호도는 다양할 것이다. 따라서 다음에 진입하는 회사가 어떤 입지 장소를 선호할 것인가는 확률에 의존한다.

 

그런데 기업의 이윤이 다른 기업의 근처에 있을 때 더욱 증가한다고 가정해 본다면 어떻게 될까?

 

제일 처음 진입한 기업은 순전히 지리적 선호도에 따라서 장소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 기업은 첫 번째 기업 근처에 위치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득에 의해 '변경된' 선호도에 따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세 번째 기업은 앞의 두 기업의 위치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고, 그 다음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어떤 장소가 초기에 단순히 '운이 좋아서'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기업들을 끌어 들이더라도 그 쪽으로 기업이 몰릴 확률이 더욱 더 커진다. 기업의 집중은 자기강화적(self-reinforcing) 경향을 나타낸다.

 

따라서 그 산업에 진입하는 무작위적인 순서가 지역적 분포 패턴을 결정한다. 하지만 모든 패턴이 다 가능한 것은 아니다. 보다 많은 기업이 추가됨으로써 어떤 지역의 매력도가 더 높아진다면 항상 그 지역이 다른 지역을 압도하게 될 것이다. 매력도가 비슷하다면, 다른 솔루션, 즉 여러 지역이 비슷하게 기업들을 나눠갖는 형태가 된다. 우리가 만든 이 새로운 툴을 이용하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유형의 솔루션이 나올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역자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것으로 처음에 옅은 하늘색 지역에는 옅은 하늘색을 선호하는 기업(하늘색 점)들만 모이지만, 그 숫자가 많다는 사실이 옅은 하늘색 지역의 매력도를 증가시켜서 더 많은 기업을 끌어 들이고 (처음에는 짙은 파란색 --> 그 다음엔 회색까지), 최종적으로 옅은 하늘색에는 옅은 하늘색을 선호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을 선호하는 기업까지 모이는 것을 보여줍니다. 반면 다른 지역에는 그 지역을 선호하는 기업들만 소수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처음에 옅은 하늘색에 5 개의 점(기업)이 존재했다는 이유만으로 최종 분포가 위와 같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지역에 몇 개가 더 존재하는 형태로 출발했다면 최종 모습은 전혀 달라집니다. 초기 상태의 아주 작은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이 파지티브 피드백의 효과입니다.

 

과거가 중요하다

정말로 지리적 우수성 때문이 아니라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 났는지에 따라 특정 지역이 더 많은 기업들을 끌어가게 될까? 캘리포니아의 산타 클라라(실리컨벨리)가 좋은 예다. 1940년대에서 1950년대 초에 걸쳐 미국 전자 산업의 핵심 인물들(배리안 형제, 윌리엄 휼렛, 데이빗 팩커드, 윌리엄 샥클리)이 스탠포드 대학 근처에서 가게를 연다. 그리고 이들 '초기 회사'들에 의해 제공된 기술자들, 만들어진 부품들, 제반 물품들 때문에 그 뒤 따라 들어온 900 써비스 회사들을 비롯한 여타 회사들은 산타 클라라를 매우 매력적인 곳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들 초기 기업가들이 다른 곳을 선택했었다면, 미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자 관련 회사들이 집중되어 있는 곳은 산타클라라가 아닌 다른 곳이 되었을 것이다.

 

보다 더 큰 스케일에서 살펴보자. 역사적으로 일어난 작은 사건들이 달라졌다면 여러 도시들의 위치 또한 달라졌을까? 나는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자연적 항구이거나, 강이나 호수 주변의 교차점인 경우는 도시 분포가 운이 아닌, 지리적 영향 때문에 결정되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나머지는 모두 운의 영향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도심의 분포도 초기에 산업이나 사람들이 끌린 장소가 어디냐에 의해 씨가 뿌려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쟈끄 모노의 구절을 인용해 보자면 '운과 필요성'은 상호작용한다. 미국이나 여타 장소에서 도시가 발달하는 데 있어서 이 둘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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