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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대표적 락 밴드인 러쉬(Rush)는 프로그레시브-메틀이라는 쟝르를 개척한 밴드입니다. 하드 락 또는 헤비메틀 싸운드를 바탕에 두고 곡의 구성과 연주, 메씨지에 진보적 색채를 가미한 음악을 본격적으로 도입해 성공한 밴드입니다. Rush는 무척 오래된 밴드여서 활동 시기별로 컬러가 상당히 다릅니다만 대개 다음 세 앨범을 대표작으로 꼽습니다.
1. 2 1 1 2
2. A farewell to kings
3. Moving pictures
그 중에서 최초로 Rush를 세상 사람들의 관심권에 올려준 앨범, "2112"에 대해 소개할까 합니다.
캐나다 출신의 3인조 밴드 러쉬는 데뷔 앨범을 내기 전과 데뷔 앨범을 낸 직후까지는 레드 제플린을 연상시키는 스트레이트한 하드롹 위주의 음악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두 번째 앨범부터 닐 피어트(Neil Peart)라는 드러머가 새로 참여하게 되면서부터 오늘날과 같은 프로그래시브 색채를 갖게 됩니다. 닐 피어트는 일반적인 드러머와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독특한 뮤지션입니다. 닐은 지명도 있는 롹 드러머 중 유일하게 가사를 직접 쓰는 사람이고 그 가사가 또 보통이 아닙니다. 실제 캐나다의 대학에는 여러 개의 러쉬 가사를 연구하는 동아리가 존재한다고도 하고 실제 몇 권을 책을 출판한 작가입니다. 공상과학 소설을 기반으로한 닐 피어트의 신비로우면서 꽉 찬 스토리가 돋보이는 가사는 러쉬가 Space Rock 쪽으로 나아가게 하는 결정적 동인이 됩니다.
러쉬의 사실상 첫 번째 히트 작이랄 수 있는 2112 앨범에서는 Ayn Rand의 공상과학 소설을 기반으로 2112년의 파괴적인 미래상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그려내고 있는데요. 이처럼 싸운드 자체는 하드롹과 헤비메틀에 기반을 두면서도 하나의 주제 하에 앨범 전체를 구성하는 컨셉 앨범을 만들어낸 러쉬는 프로그래시브와 메틀 음악을 두루 듣던 수많은 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탄탄한 연주력과 극적인 코드진행, 거기에 다양한 싸운드 이펙트와 변박을 도입한 프로그레시브한 색채의 곡들은 동시대 하드롹과는 판이하게 달랐고 탁월했습니다.
컨셉 앨범이므로 어떤 스토리를 담고 있는지가 감상의 포인트일 것입니다. 2112 앨범의 가사를 살펴 보겠습니다.
첫 곡, "Overture-The temple of Syrinx"는 2112년 황폐한 지구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로 말하자면 배경설정에 해당합니다.
때는 2112년.
Megadon 市는 개개인의 창조성과 개성이 극도로 억압된 곳입니다.
은하계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이곳은 태양연합(Solar federation)에 강제적으로 속해있습니다.
시링스 사원(The temple of Syrinx)의 사제들은 신격화된 컴퓨터를 지키며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고,
자신들이 만든 세계가 완벽한 세계라며 개개인을 억압합니다.
보컬리스트 게디 리는 히스테릭한 음성으로 "The temple of Syrinx" 를 통해 사제들의 강압적 지배를 묘사합니다.
We've taken care of everything 우린 모든 것을 관장해왔다.
The words you hear the songs you sing 너희들이 듣는 말, 너희들이 부르는 노래.
The pictures that give pleasure to you eyes. 그리고 너희 눈을 즐겁게 해주는 그림까지.
It's one for all and all for one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해, 한 사람은 모두를 위해.
We work together common sons 우린 함께 해 나가는거야, 우린 한 형제.
Never need to wonder how or why. 과정도 알 필요 없고 이유도 알 것 없다.
We are the Priests, of the Temples of Syrinx 우리는 시링스 사원의 사제들.
Our great computers fill the hallowed halls. 위대한 컴퓨터가 거대한 전당을 채우고 있지.
We are the Priests, of the Temples of Syrinx 우리는 시링스 사원이 사제들.
All the gifts of life are held within our walls. 삶이 줄 수 있는 모든 선물은 다 우리 성곽 안에 있어.
그러던 어느 날.
자주 찾던 폭포수 뒤에 있는 동굴 속에서 주인공은 우연챦게 뿌옅게 먼지가 앉은 이상한 물건 하나를 발견합니다.
그 물건은 기타였습니다.
두 번째 곡 "Discovery"는 주인공이 기타를 주워 들고 놀라와하는 모습을 그립니다. 주인공은 6개의 줄이 달린 이 이상한 물건이 무엇일까 궁금해 하며 건드려 보다가 그 물건에서 울려 퍼지는 선율에 감동합니다. 그 음악은 사제들이 들려줬던 음악과는 너무나 다른 아름다운 음악이었습니다.
What can this strange device be? 이 이상한 물건은 뭘까?
When I touch it, it gives forth a sound 건드리면 소리가 나는데...
It's got wires that vibrate and give music 떨리는 줄이 있고, 음악이 흘러나온다.
What can this thing be that I found? 내가 찾은 이 물건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See how it sings like a sad heart 이 물건이 슬픈 마음을 노래하는 것을 지켜보라.
And joyously screams out its pain 고통을 즐겁게 절규하는 것도.
Sounds that build high like a mountain 산처럼 높게 구축된 사운드나,
Or notes that fall gently like rain. . . . 비처럼 부드럽게 떨어지는 음들을...
기타를 튕기며 아름다운 화음에 반한 주인공.
그는 이 놀라운 발견을 알리기 위해 시링스 사원으로 사제들을 찾아 갑니다.
틀림없이 칭찬을 들을 것이라 믿으면서.
사제를 만난 주인공은 그 물건을 소개합니다. 곡명 "Presentation" 주인공은 사제들에게 프리젠테이션을 합니다.
I know it's most unusual 이렇게 찾아뵙는 것이 무례하다는 것은 잘 압니다만,
To come before you so
But I've found an ancient miracle 제가 고대의 기적을 하나 발견한 것 같습니다.
I thought that you should know 사제님께서도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Listen to my music 이 음악을 들어 보십시오.
And hear what it can do 이 물건이 들려 주는 소리를 들어 보십시오.
There's something here as strong as life 생명과도 같이 강렬한 어떤 것이 느껴집니다.
I know that it will reach you . 사제님께서도 느껴지시죠?
"Presentation" 곡의 재미있는 점은 보컬리스트이자 베이시스트인 게디 리가 2개의 음색을 나눠 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사제에게 아뢰는 얘기는 중저음으로 부르는 반면 사제의 반응은 신경질적인 하이톤으로 나눠 부릅니다.
처음 중저음의 주저주저하는 음색은 사제의 눈치를 보며 기타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주인공의 소심한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이 놀라운 물건이 2112년의 황폐한 지구에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줄 거라 확신하며 사제 앞에서 연주를 해 보입니다.
연주를 마치고 올려다 본 사제의 얼굴은 싸늘한 무표정.
잠시 뒤 '아버지'격인 Father Brown은 기타를 짓밟아 부셔버립니다.
공포에 질린 주인공에게 그는 차갑게 내뱉습니다.
Yes we know 우리도 알아.
it's nothing new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지.
it's just a waste of time 그냥 시간 낭비일 뿐이야.
We have no need for ancient ways 우리는 고대의 방식이 전혀 필요없다.
Our world is doing fine. 우리 세계는 그 자체로 족해.
Another toy that helped destroy 그 물건은 또 하나의
the elder race of man 고대 인류를 멸망케한 장난감.
Forget about your silly whim 너의 어리석은 호들갑은 집어치워라!
it doesn't fit the plan ! 그건 계획에 맞지도 않아!
소심한 주인공은 한번 더 용기를 냅니다.
I can't believe you're saying 말씀하신 것은 좀 믿기 힘듭니다.
These things just can't be true 진실과 다릅니다.
Our world could use this beauty 우리 세계는 이 아름다운 물건을 이용할 수 있을 거에요.
Just think what we might do 우리가 이 물건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안 될까요?
Listen to my music 이 음악을 들어 보세요.
And hear what it can do 이 물건이 내는 소리를 들어 보세요.
There's something here as strong as life 생명과도 같이 강렬한 어떤 것이 있습니다.
I know that it will reach you 사제님도 느끼시죠?
그 말이 끝나자마자 사제의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Don't annoy us further ! 우릴 더이상 귀챦게 하지 마라!
We have our work to do 우린 할 일이 있다.
Just think about the average 너도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하면 되!
What use have they for you ! 그딴 것이 너에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냐?
다음 곡 "Oracle : The Dream",
주인공은 꿈을 꿉니다.
꿈 속에서 그는 태양연합과 동시대에 만들어진 창조성과 개성이 넘치는 다른 행성의 모습을 봅니다.
그 곳은 아름다운 예술과 문화가 융성하게 꽃 피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너무도 생생했던 그 꿈. 그것은 일종의 신탁(oracle)이었습니다.
그 다음곡 "Soliloquy",
주인공은 동굴 내에 며칠 동안 숨어 지내면서 더이상 사제 치하의 공허한 삶을 계속할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그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기로 결심합니다.
The sleep is still in my eyes 내 눈에는 여전히 잠이 걸려 있고,
The dream is still in my head 내 머리 속엔 그 꿈이 돌아다닌다.
I heave a sigh, and sadly smile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고, 슬프게 웃어도 보면서.
And lie a while in bed. . . 나는 침대에 잠시 누워있다.
I wish that it might come to pass 그 꿈이 실현될 수 있다면...
Not fade like all my dreams. 꿈으로 그냥 끝나지 말았으면..
그리고 행성 간 전쟁이 다시 발발합니다.
끝 곡 "Grand Finale"의 혼란스런 요란함을 마지막으로, "태양연합에 속한 행성들은 주목하라, 이곳은 우리가 접수한다"(Attention all planets of the Solar Federation: We have assumed control)는 강렬한 메씨지와 함께 싸이드 A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곡 "2112"는 막을 내립니다.
이처럼 꽉 짜인 스토리에 상징적인 가사를 담고 있는 실험성 짙은 곡이 힘차고 묵중한 싸운드에 실려 있는 것이 바로 러쉬의 음악입니다.
러쉬의 음악은, 플레이 측면에서도 최고의 실력파들답게 모든 파트가 명인의 경지를 보여 줍니다. 엘렉스 라이프슨의 기타는 펜타토닉 스케일 기반의 정통적 솔로를 들려주고 있습니다만, 러쉬 특유의 변화무쌍한 코드 진행은 저음 현 2-3개 위주의 리듬 지향적 리프와는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보컬리스트 겸 베이씨스트 게디리의 베이스는 확실한 존재감이 있는 톤 메이킹도 독보적이고 16비트 속주가 섞인 라인을 오로지 핑거 베이스로만 해 내면서 보컬까지 소화해 냅니다. 게디 리는 뮤지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닐 피어트의 드럼 플레이는 하드롹 드러머 중 가장 화려한 테크닉을 갖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에 걸맞게 "2112" 앨범에서도 현란합니다. 하드롹 드러머들이 그다지 잘 활용하지 않는 다채로운 하이햇 심벌 테크닉은 러쉬 음악의 우주적인 느낌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퍼커션과 카우벨 등 여러 가지 타악기를 혼용하며 만들어 내는 복잡한 필인 역시 닐의 연주를 단순히 하드롹의 범주에 둘 수 없게 합니다. 닐의 리듬이 주는 느낌은 오히려 EL&P의 칼 파머나 Yes의 빌 브루포드 같은 프로그래시브롹 드럼에 더 가까운 편입니다만, 절제된 패턴을 기반으로 상당히 무거운 느낌의 스네어/탐 터취를 갖고 있다는 점은 또 하드롹 드럼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베이시스트 게디 리가 라이브에서 "드럼의 교수"라고 소개한 것이 아마도 닐 피어트를 묘사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인 듯합니다.
간단하게 러쉬 초기 최고의 앨범인 "2112" 소개를 마칩니다.
하드락에 관심이 있는 분은 꼭 한 번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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