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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

이명헌 2020. 7. 11. 13:16

 

2000-11-13

 

레드 제플린이 마지막 앨범을 내고 공식 해체를 한 지 수십 년이 흘렀습니다. 공식 앨범을 10장만 내고 해체되었고 이 열 장은 북렛이 담긴 박스 씨디로도 묶여져 나오기도 했구요. 해체된 지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하드락과 헤비메틀 음악의 근간을 만들어 낸 밴드로 평가되는 레드 제플린, 이 글을 통해 그들의 음악을 뮤지션 관점에서 조망해 보고 왜 아직까지 레드 제플린이 하드롹의 최고봉으로 여겨지는지 얘기해볼까 합니다.

수퍼밴드 레드 제플린 그리고 사운드 메이킹

레드 제플린을 얘기할 때 수퍼그룹, 수퍼밴드라는 단어가 따라 다닙니다.

수퍼그룹은 멤버 모두가 매우 지명도가 높은 스타 플레이어로 이뤄진 밴드입니다. 레드 제플린이나 딥퍼플, 후기 블랙 쌔버쓰, Mr.Big 등을 수퍼그룹이라고들 합니다. 이들은 대체로 아주 오랜 시간 락 씬에 머물러서 멤버 모두 유명해져 버린 경우이거나, 멤버 한 명 한 명이 여러 밴드의 리더로 활동하다가 모여 팀을 만든 경우가 많습니다. 레드 제플린은 전자에 해당됩니다. 비틀즈처럼요.

 

레드 제플린을 얘기할 때 자주 비교하는 밴드가 딥 퍼플입니다. 기네스 북에 '세상에서 제일 요란한 밴드'로 기재되었던 팀으로 레드 제플린과 달리 기수로 나뉘어질 만큼 멤버 교체가 잦았습니다. 

 

레드 제플린이 딥 퍼플과 크게 달랐던 부분은 무엇보다 사운드였습니다. 각 멤버의 연주력 비교는 사실 의미가 없는 게, 두 팀 모두 최고의 연주 실력을 갖춘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고 각자 전혀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안 페이스의 드럼이 정교한 스네어 연주와 하이햇 심벌 터치를 살뜰하게 보여주는 다소 여성적인 것이었다면 죤 본햄은 재즈적 느낌을 가미한 3연음, 6연음을 기관총처럼 울려대는 남성적인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스타일이 달랐기 때문에 비교는 곤란합니다. 그런데 사운드에 있어서 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딥 퍼플 스투디오 음반은 뭔가 빠진 듯 녹음되었습니다.

 

딥 퍼플의 경우는 "Live in Tokyo" 같은 라이브 앨범쪽이 스투디오 버전보다 훨씬 더 다이내믹하고 꽉 찬 사운드일 정도인데, 멤버들의 연주력이 스투디오 앨범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 한 것 같습니다. 반면 레드 제플린은 탁월한 스투디오 사운드 메이킹이 동시대의 프로그래시브락 밴드 이상입니다. 이것은 제플린의 앨범을 지미 페이지가 프로듀싱했다는 데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의 그림자가 너무나 커서일까요? 그의 프로듀서로서의 뛰어남은 잘 언급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레드 제플린 데뷔 앨범을 잘 들어보면 1960년대 말의 싸운드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수준입니다. 멀티 채널로 현란하게 믹싱해 놓은 요즘의 모던 락 음반보다 더 각 파트의 소리가 세련되게 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끈적끈적한 블루스 느낌이 짙게 풍기면서도 묵중한 공간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사운드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지미 페이지였습니다. 그는 레드 제플린에 참여하기 전, 그러니까 야드버즈에 제프 벡과 같이 있기 전에 이미 유명한 스투디오 세션맨으로 활동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영국에서 발매되는 음반의 수 십 퍼센트가 그의 손을 거쳐갔던 영국의 대표적 스투디오 뮤지션이었습니다. 컨츄리에서 블루스, 스탠다드, 락앤롤 등, 다양한 쟝르의 음반에 참여했기 때문에 스투디오 앨범 레코딩에 있어서 이미 나름의 확실한 觀을 갖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점이 레드 제플린과 딥 퍼플을 갈라 놓게 됩니다.

하드락 밴드이면서도 탁월한 스투디오 앨범을 만들어 낸 레드 제플린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You shook me"의 끈적끈적한 블루스 사운드와 "Good times Bad times"의 강렬한 하드락 사운드는 지미 페이지가 없었다면 만들어질 수 없었습니다. 같은 곡을 딥 퍼플 식으로 녹음했다면 어땠을까요?

 

물론, 연주 측면에서도 레드 제플린은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입니다. 존 본햄은 라이브에서 드럼을 무대 맨 앞에 두고 연주했던 경력이 있을 정도로 거대한 존재감을 가진 드러머였고, 로버트 플랜트는 수많은 뛰어난 보컬리스트들을 옆에서 지켜 본 지미 페이지조차 라이브 스테이지를 보자 마자 반했을 정도로 시대를 앞서간 보컬 실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지미 페이지는 말할 것도 없구요.

지미 페이지와 리프(Riff)

지미 페이지의 플레이를 얘기할 때 그의 리프 만들기를 자주 얘기하게 됩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많은 락 기타리스트들이 등장했다 사라졌지만 리프 만들기에 있어서 만큼은 지미 페이지, 브라이언 메이(Queen), 에드워드 밴 해일런(Van Halen), 폴 길버트(RacerX, Mr.Big), 제이크.이.리(Ozzy Osbourne Band, Badlands), 컬트 코베인(Nirvana), 제임스 햇필드(Metallica) 같은 몇 명의 뮤지션만 떠오릅니다.  대개 화려한 기타 솔로에 열광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기타리스트가 진정한 창조성을 갖고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리프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를 봐야 합니다. 작곡 능력과 연주력 그리고 감각과 리듬감이 잘 조화되어야 훌륭한 리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프야말로 사운드의 거침과 함께 하드락을 정의해 주는 핵심 요소입니다. 이른바 하드락의 시초, 원조로 보는 비틀즈의 곡, "Helter Skelter"나 크림의 "Sunshine of your love"가 바로 강렬하면서도 집약된 반복 패턴인 리프를 최초로 전면에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하드락의 시초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하드락 리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먼저 대위법으로 만들어진 단음 위주 리프가 있습니다. "Physical graffiti" 앨범 수록곡 "The rover"나 4집의 "Black dog"에서 들어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코드를 먼저 만들고 음을 추출 해내는 식의 접근이 아니고 선율을 먼저 떠올린 뒤 코드로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리프입니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기타의 4-6번줄 위주로 이뤄진 코드 기반의 리프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헤비 메틀 음악의 리프가 여기에 속합니다. 만들기는 쉬운 대신 유니크하게 만들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지미 페이지는 양쪽 모두에서 탁월했습니다. 많은 세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타 톤을 갖고 있었구요, 특히 오버드라이브시킨 톤을 여러 종류로 뽑아내는 데 탁월했습니다. 특유의 감각적인 리듬 커팅을 가미한 지미 페이지의 리프는 하드락/헤비메틀 리프의 교과서라 할 수 있습니다.

 

데뷔 앨범의 "Good times Bad times"를 한 번 들어보세요. 드럼의 후속타가 맞물려있는 쉼표 사용과 쓸어내리듯 이어지는 리프는 90년대 잉위 맘스틴의 클래시컬 락이나 익스트림의 펑크 메틀에서도 들어볼 수 있는 형태입니다.

 

레드 제플린은 하드락 밴드임에도 자체적으로 사운드 메이킹을 했고 또 그 사운드가 정말로 탁월한 것이었다는 점, 개성적이고 재미있는 다양한 리프를 통해 곡의 색깔을 하나하나 다르게 물들일 수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앨범마다 새로운 느낌을 줍니다.

 

로버트 플랜트의 보컬, 블루스에 파워를 가미하다 

로버트 플랜트의 보컬을 얘기하기 전에 대표적 하드락 보컬리스트들을 대략 살펴 볼까요? 

 

 1. 로버트 플랜트: Led Zeppelin

 2. 로니 제임스 디오: Elf - Rainbow - Black Sabbath - Dio

 3. 이안 길런: Deep Purple

 4. 데이빗 커버데일: Deep Purple - Whitesnake

 5. 오지 오스본: Black Sabbath - Ozzy Osbourne Band

 6. 그래함 보넷: Rainbow - Al Catrazz - Michael Schenker Group - Impelliteri

 

많은 뛰어난 락 보컬리스트들이 있지만 여섯 명을 꼽아 본 것은 각자 특유의 스타일을 대표하기 때문입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위 보컬리스트 중 네 명이 리치 블랙모어라는 기타리스트가 이끌던 딥 퍼플과 레인보우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마치 오지 오스본이 오지 오스본 밴드를 통해 랜디 로즈(Randy Rhoads), 제이크 E. 리(Jake E. Lee), 잭 와일드(Jack Wyld) 같은 뛰어난 기타리스트들을 발굴하고 성장시켰던 것처럼 리치 블랙모어는 좋은 보컬리스트를 볼 줄 아는 선구안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로버트 플랜트는 기교적인 보컬에서 출발해서 테크닉을 넘어선 경지에 이른 사람입니다.
로니 제임스 디오(Ronnie James Dio)는 하드락 보컬에 있어서 파워란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준 사람입니다.  이언 길런은 디오와는 또다른 의미에서의 파워를 보여주며 하드락 보컬의 교과서와 같은 전형을 보여주었습니다. 데이빗 커버데일과 오지오스본은 톤의 미학을 알게 해 준 사람입니다. 그레함 보넷은 하드락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헤비메틀에 맞는 보컬이 어떤 것인지 보여 줬고 특히 힘찬 팔세토 발성의 모범을 보여주었습니다.

 

로버트 플랜트의 보컬은 초기(1집-4집)와 그 이후 시기 그리고 솔로 활동 시절로 확실하게 구분됩니다. 시기별로 창법은 물론이고 음색마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레드 제플린을 얘기할 때 우리 나라 락 팬들은 주로 초기 네 장의 앨범만을, 특히 stairway to heaven, Rock 'n' Roll이 들어있는 4집만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아서 플랜트의 보컬은 미성(微聖)이다는 식의 얘기를 종종하는데요. 김종서의 음성이 로버트 플랜트와 비슷하다느니 하는 얘기가 그런 것입니다.

 

로버트 플랜트는 미성의 소유자가 아닙니다.

락 보컬리스트의 꿈을 안고 목소리를 연마하는 사람들이 왕왕 제플린의 "Rock 'n' Roll" 보컬을 흉내내면서 로버트 플랜트를 추종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데뷔 앨범의 블루스 넘버, "Dazed And Confused"를 한 번 들어 보세요. 그 곡은 지미 페이지가 야드버즈(Yardbirds) 시절부터 연주했던 곡으로, 훗날 라이브에서 단골 레파토리로 연주하기도 했고, 폴 길버트(Paul Gilbert)와 빌리 쉬핸(Billy Sheehan)으로 이뤄졌던 수퍼밴드 Mr. Big을 비롯한 여러 헤비메틀 밴드들이 라이브 스테이지에서 종종 들려 주기도 했던 명곡입니다만, 그 곡을 들어 보면 로버트 플랜트가 데뷔 앨범을 내던 당시 이미 완성된 굵직한 음성을 갖고 있었음을, 특히 [2 옥타브 시]에서부터 [3 옥타브 도, 레] 음역을 아주 굵은 톤으로 처리해 내는 높은 기교를 갖고 있던 보컬리스트였음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로버트 플랜트의 하이톤은 그런 허스키한 바탕위에서 가늘게 뽑아낸 톤입니다. 그 점을 놓치고 가늘게 부르려고 노력하기만 해서는 듣는 사람에게 불안함과 불편함을 안겨줄 뿐입니다. 로버트 플랜트는 노래하던 중 스피커를 찢었다는 일화를 갖고 있을 만큼 거대한 성량을 자랑하던 보컬리스트였고 우리 나라 판소리 명창의 음성처럼 잘 다듬어진 진한 허스키의 바탕 위에서 여러 가지 다채로운 소리를 뽑아내었던 보컬리스트였습니다.

 

이런 플랜트의 진면목은 중후반기 음반 이후에 더욱 두드러집니다. 9번째 앨범 "In through the outdoor"에 실려 있던 한없이 사람을 가라 앉게 만드는 블루스 명곡, "I'm going to crawl"을 들어 보세요. 로버트 플랜트가 단순히 미성의 기교적인 보컬을 들려준 사람이 아닌, 매력적인 중저음의 바탕을 갖고 있는 보컬리스트라는 것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곡은 테크닉을 넘어선 테크닉, 즉, 뒤집히고 흔들리는 음정을 그대로 레코딩한 한 차원 높은 보컬을 보여준 명곡이기도 합니다. 흔들리는 음정까지도 곡에 맞게 활용함으로써 감동을 줬던 곡입니다. 제프 벡이 얘기한, '테크닉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테크닉이 궁극의 테크닉이다'라는 말이 생각나는 노래입니다. 로버트 플랜트의 기교적인 하이톤 테크닉은 실은 허스키한 중저음의 바탕에서 만들어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그토록 안정적이고 다채롭게 변형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묵중하고 깊은 사운드, Triplets, 격정과 독창성의 드러머 존 본햄 (John Bonham) 

 

보컬리스트에 있어서 음색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좋은 음색을 갖고 있는 것은 커다란 특혜입니다. 특별한 기교가 없어도 또 탁월한 음감이 없더라도 오로지 좋은 음색 하나만 있으면 그 즉시 존재감 있는 보컬리스트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거든요.

 

사람마다 음성이 조금씩이나마 차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듣는 즉시 확 드러나는 개성적인 음색을 갖고 있는 보컬리스트가 그다지 많지는 않다는 점은 자신만의 목소리를 갖는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가 잘 보여줍니다. 음성이 그러한데 하물며 소리의 차이가 거의 없는 은 어떨까요? 드럼에서 존재감 있는 자신만의 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프레이즈의 독창성을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자그대로 북 소리, 터치의 다름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자신만의 드럼 소리를 가진 드문 드러머로, 하드롹 쪽에는 죤 본햄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크림의 진져베이커, 사망한 코지 파월, 딥 퍼플의 이안 페이스, 메탈리카의 라스 울리히 정도가 생각납니다. 존 본햄은 분명한 자기만의 드럼 소리를 갖고 있었습니다. 드럼을 느슨하게 튜닝해서 울림이 깊으면서도 무거운 싸운드를 만들어 냈습니다. 셋팅은 단순했습니다. 기본적인 스네어 드럼과 베이스 드럼, 그리고 심벌 외에 탐탐 하나와 2개의 플로어 탐뿐이었습니다.

 

존 본햄은 단순히 소리만 탁월했던 게 아닙니다. 프레이즈의 독창성도 월등했습니다. 놀라운 프레이즈가 존재감 큰 소리에 실려나왔다는 것이 굉장한 것입니다. 이런 표현이 참 우습지만, 존 본햄은 정말 기본이 충실한 드러머였습니다. 기본적인 4연음을 쳐도 확실히 살아 튀는 느낌을 줍니다. 탁탁 튀는 다이내믹한 느낌을 주면서도 소리에 무게가 있었습니다. 혹자는 그의 큰 몸집 때문에 소리가 묵중하다고도 합니다만.

 

죤 본햄의 드럼은 드럼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을 스네어 드럼 소리부터 무척 깊습니다. 무거우면서도 둔하지는 않은 깊은 소리입니다. 하이햇 심벌 소리마저 확실히 다릅니다. "Stairway to heaven"을 들어보면 평범한 8 비트 리듬이 어떻게 이렇게 다른 소리로 들릴 수 있는지 신비롭습니다. 하이햇을 강약 강약(down-up down-up)으로 짚어가면서 묵중하게 8비트를 만들어 냅니다. Paiste 심벌 특유의 울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라이드 심벌 역시 깊다는 표현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존 본햄의 크래쉬 심벌 소리는 우리 나라의 종 소리를 연상케 합니다.

 

존 본햄 싸운드는 깊으면서도 둔하지 않다는 점과 팽팽하다는 점으로 특징지워 질 수 있습니다. 싸운드가 팽팽한 것은 하이햇 심벌 소리를 길게 끌어갈 수 있는 데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같은 8 비트라도 긴장감이 있습니다. 비트 뒷부분이 강한 하이햇 심벌 싸운드와 살아 뛰는 듯한 스네어 드럼. 이렇게 드럼으로 긴장감을 조성할 수 있는 드러머는 죤 본햄이 유일합니다. 잘 치는 드러머나 뛰어난 드러머는 여럿 지목할 수 있겠지만 긴장감을 주는 팽팽한 드럼은 오직 죤 본햄뿐입니다.

 

"Stairway to heaven"의 경우 드럼이 등장한 뒤부터 드럼이 싸운드 전체를 팽팽한 줄로 묶어서 끄는 듯한 느낌입니다. 천둥 같은 머쉰건 타법이야 익히 알려진 대로입니다. 10집 "Coda" 앨범의 "Bonzo's montreux"를 들어 보면 죤 본햄 특유의 무너뜨리는듯 엄습하는 4연음과 6연음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이 정도 파워를 느끼게 해 주는 드러머는 카마인 어피스 정도뿐입니다. 

 

존 본햄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얘기되는 탐과 베이스 드럼을 조합한 Triplets(3연음)을 비롯한 대표적인 연주법 시연을 잠깐 볼까요?

 

 

로버트 플랜트의 바이브레이션을 배제한, 꽉 조이는 느낌의 보컬과 지미 페이지의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코드 진행, 여기에 죤 본햄의 팽팽한 드럼이 섞이면서 레드 제플린은 전무후무한 긴장감 어린 싸운드를 창조해 냅니다. 요란한 밴드도 많고 힘에 넘치는 밴드도 많습니다. 하지만 곡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밴드는 오직 레드 제플린과 에어로스미쓰뿐인 것 같습니다. 펍 대디와 지미페이지가 근자에 다시 리메이크 했던 곡, "Kashmir" 같은 긴장감 어린 곡을 만들고 연주해 낼 밴드가 다시 나올 수 있을까요?

 

우아한 비틀즈가 있다면, 팽팽한 레드 제플린이 있습니다.

이것은 깨뜨리기 힘든 색깔입니다.

 

레드제플린의 앨범을 간단하게 리뷰해보겠습니다.


Led Zeppelin I

 

이 음반은 전체적으로 블루스를 바탕으로 하면서 헤비한 리프를 내세워서 파워를 추구했던, 아직까지는 야드버즈의 자취가 느껴지는 앨범입니다. 그래서인지 앨범 수록곡 상당수가 블루스 곡이기기도 합니다.("You shook me"나 "I can't quit you babe")

 

하지만 뒤이어 쏟아져 나올 하드락의 원형격인 곡 역시 함께 담겨 있는데요. 강렬한 리프와 하이톤의 보컬, 달려나가는 느낌을 주는 드럼 등을 통해 하드롹의 전형을 제시했던 "Communication breakdown"이 그렇습니다. 앨범의 첫 곡인 "Good times Bad times"는 공격적인 하드락과 블루스의 중간 쯤에 서 있었기에 더 독특해진 경우입니다. 국내에서는 "Babe, I'm going to leave you" 라는 서정적인 발라드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Led Zeppelin II

 

"Whole lotta love"라는 하드롹의 교과서가 첫 곡으로 실려 있던 앨범입니다. "Heartbreaker", "Living Loving"같은 곡이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Whole lotta love"처럼 강렬한 리프를 반복하며 곡을 전개해 나가는 형식이 바로 헤비메틀입니다. 이 곡을 들어보면 왜 제플린을 하드롹의 아버지라고 일컫는지 알 수 있습니다. 70년대 초반에 이미 80-90년대 헤비메틀 음악의 전개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두 번째 곡 "What is and what should never be"는 텅 빈 공간감을 자아내는 존 본햄의 재즈적 심벌웍이 좋습니다.

 

"The lemmon song"에 뒤이어 나오는 곡은 많은 인기를 누렸던, 지금도 누리고 있는 "Thank you"입니다.

아름다운 어쿠스틱 기타와 존 폴 죤스의 오르간 플레이가 잘 어울리는 곡입니다. 하드락 밴드임에도 블루스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서정적 감성을 함께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 곡 "Heartbreaker"는 "Whole lotta love"처럼 헤비메틀의 교과서와 같은 곡입니다. 이 곡의 기타 솔로는 지미 페이지의 실수까지 그대로 레코딩 되어 있습니다. 지미 페이지는 레코딩 하던 순간의 에너지를 그대로 살리고 싶어서 그대로 레코딩했다고 밝혔습니다. 팝적인 "Living Loving Maid"에 이은 "Ramble on"에서는 봄바람처럼 상큼한 보컬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 곡 전반부에 나오는 강하게 뮤트한 존 본햄의 드럼은 그가 단순히 힘찬 드럼만을 연주하던 드러머가 아닌 매우 감각적인 연주를 곡에 맞게 플레이했던 뮤지션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합니다.

 

그 다음 곡, "Moby Dick". 존 본햄의 아들 제이슨 본햄도 리메이크했던 곡입니다. 모비딕은 드럼의 강약과 터치, 극적인 전개와 울림의 깊이 그리고 더블 베이스 드럼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탐과 베이스 드럼이 합쳐지면 어떤 필인이 만들어 질 수 있는지 등, 롹 드러머가 배워야 할 모든 것들을 담고 있는 명곡입니다. 이 곡에서 존 본햄이 핸드 드럼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존은 "진정한 북소리는 손으로 칠 때 나는 소리다"라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연주 자체도 최고이고 드럼 연주로 소설 "모비딕"을 연상시키는 놀라운 전개 능력과 리듬 만들기도 놓칠 수 없는 부분입니다.

Led Zeppelin III

 

발라드 같은 노래가 많아서 하드 코어 제플린 팬들의 외면을 받기도 했던 음반입니다. Side A에 실려 있는 "Immigrant Song"에서 로버트 플랜트가 보여준 바이킹의 출정을 알리는 듯한 보컬 멜로디와 이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지미 페이지의 리프는 단순한 코드에서도 이런 음악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뒤이어 나오는 "Celebration day", 존 폴 존스의 16 비트 베이스 라인과 존 본햄의 격정적인 드럼의 조화가 일품인 곡입니다. '엄마 ! 밴드에 참여하게 되어서 너무 행복해요!' 라고 외치는 로버트 플랜트의 보컬은 기교의 끝을 달립니다.

 

"Since I've been loving you"는 제플린 블루스의 결정판격인 곡입니다. 도입부의 드럼 연주는 이렇게 깊은 스네어 싸운드는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하이햇 심벌을 짚어가는 소리와 스네어 드럼 소리, 여기에 간간히 왼손 롤을 섞어서 도저히 카피할래야 카피할 수 없는 연주가 됩니다. 이것을 그냥 슬로우 락 리듬으로 쳐 봐야 원곡의 맛이 안납니다. 존 본햄처럼 곡을 끌어 가는 긴장감을 도저히 조성할 수 없습니다. 탐 소리는 또 얼마나 깊고도 깊습니까? 그래서 존 본햄의 연주는 카피 불가능의 영역으로 들어 서는 것입니다. "Since I've been loving you"를 어떤 무명 밴드가 연주한 버전이 출반된 적이 있습니다. 그 앨범을 들었을 때, 분명히 같은 음을 똑같이 연주하는데도 제플린 곡에서 느껴진 팽팽한 긴장감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더군요. 연주 그 자체로는 완벽하게 원곡입니다만 곡이 주는 느낌은 전혀 다릅니다. 아무리 악보대로 카피해도 곡의 느낌을 살릴 수 없는 밴드로 레드 제플린과 에어로스미쓰를 꼽는 이유가 그런 부분입니다. 악보 그 이상의 뭔가가 있습니다. 그루브라고 표현해야 할 지..

 

"Tangerine" 이나 "That's the way"에서 들어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어쿠스틱 기타 역시 세 번째 앨범을 듣는 즐거움을 배가합니다. 어쿠스틱 사운드와 오버드라이브시킨 싸운드의 조화를 추구한 곡들은 지미 페이지의 의견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4집의 "Stairway to heaven"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미페이지가 로버트 플랜트에게 함께 밴드를 해보자고 제의하면서 어쿠스틱 싸운드에 하드락을 블루스에 바탕을 두고 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했답니다. "Tangerine"에서는 또한 지미 페이지의 퍼즈 기타를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매끈하면서도 신비로운 퍼즈 기타 솔로와 Am-G-D 진행의 단순하면서도 목가적인 어쿠스틱 기타 리듬의 조화는 최상입니다. 이 곡의 솔로는 락시 뮤직(Roxy Music)의 필 만자네라를 떠올리게 합니다.

 

"That's the way"는 기타 튜닝을 바꾸어서 만들어낸 어쿠스틱 리프가 이채로운 곡입니다. 로버트 플랜트의 보컬은 특유의 꽉 조이는 보컬이 중저음에서도 전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마지막 곡 "Hats off to Roy Harper"는 영국 뮤지션들에게 폭넓은 존경을 받고 있는 로이 하퍼에게 바치는 노래입니다. "The song remains the same"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지미 페이지의 바이얼린 활 주법을 들어볼 수 있는 곡입니다. 로버트 플랜트의 보컬도 이펙터를 걸어 놓아서 아주 독특합니다. 보컬에 입힌 이 효과는 나중에 Badlands 2집에서 그대로 카피되기도 했었습니다. 사실상 배드 랜즈는 레드 제플린의 90년대식 재해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Led Zeppelin IV

 

역대급 음반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4 집이 너무 대중적으로 성공해서 중후반기 명반들이 상대적으로 국내 팬들의 외면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Stairway to heaven", "Rock 'n' Roll", "Black Dog"등의 인기 곡들이 들어있던 음반으로 이 앨범에 이르러서야 비로서 당시의 평론가들이 제플린의 음악성을 제대로 인정하기 시작했으며 지미 페이지가 뉴 야드버즈(New Yardbirds)를 구상하던 당시 아이디어가 표현된 것이 이 앨범까지라 합니다.

 

첫 곡 "Black Dog"은 변박을 도입해서 카피하는 밴드들에게 당혹감을 안겨준 곡이었고 이런 변박의 도입은 훗날 "Houses of the holy" 앨범에서도 이어집니다. "Black dog"은 화이트스네이크의 곡 "Still of the night"이 표절했다라는 주장이 강하게 일기도 했습니다. 곡 구성 자체도 비슷했고 데이빗 커버데일이 지미 페이지를 굉장히 존경하고 있다는 얘기를 자주 했기 때문에 그런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데이빗 커버데일은 지미 페이지와 함께 "Coverdale/Page" 앨범을 함께 내기도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존경하던 뮤지션과 함께 음반을 내는 꿈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레드 제플린 4 집 앨범은 흡사 비틀즈의 음반처럼 한 곡 한 곡이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다채로운 음반이면서 또한 일관된 레드제플린 風이 느껴지는 수작입니다. 두 번째 곡 "Rock and Roll"은 너무 잘 알려진 곡입니다. 네 번째 곡 "Stairway to heaven"은 설명이 필요 없는 롹 대표곡입니다. "Four sticks"에서는 로버트 플랜트의 기교적인 보컬을 즐겨보세요. 이런 기교적인 보컬은 중기 음반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Going to California"는 정말 아름다운 곡으로, 잔잔한 지미 페이지의 아르페지오에 얹힌 플랜트의 뱉어내는 듯한 보컬 멜로디 그리고 그 위를 흐르는 존 폴 존스의 만돌린 연주가 일품입니다. 최근 미스터 빅의 Paul Gilbert와 함께 이 곡을 연주한 존 폴 존스의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베이씨스트이면서 건반도 아우른 탁월한 뮤지션 존 폴 존스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 명 연주입니다.

 

 

4집은 중후반기 음악의 시초가 곳곳에 비친 앨범입니다. 특히 끝 곡 "When the levee breaks"의 긴장감은 팽팽한 죤 본햄의 드럼을 잘 느껴볼 수 있는 곡입니다.

 

 

Houses of the holy

5집 "Houses of the holy"는 야한 재킷으로 유명한 앨범입니다. 벌거벗은 여자들이 바위산을 기어 올라가는 그림이 이채로운 앨범입니다. 이 앨범을 좋아하는 분이 많습니다. 곡이 무척 정돈된 느낌이어서인 것 같습니다. 현장감보다는 잘 포장된 완성품을 대하는 느낌입니다. Yes의 "Fragile" 앨범 같은 느낌입니다.

 

첫곡 "The song remains the same"은 레드 제플린이 아니면 절대 만들어 낼 수 없는 명곡입니다. 컨츄리 음악의 느낌을 자아내는 지미 페이지 특유의 코드 진행과 리듬 커팅, 절정의 기교를 보여주는 로버트 플랜트의 보컬, 무게있는 죤 본햄의 드럼이 어우러진 명곡 중 명곡입니다.

 

뒤이어 나오는 "The rain song"은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 리듬 위에 얹힌 지미페이쥐 특유의 얇은 레스폴 싸운드가 살아있는 곡으로, 곡 중반부의 멜로트론 싸운드는 바햐흐로 프로그래시브락마저 잠식해 들어가는 듯 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기타 싸운드가 예쁘면서도 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존 폴 존스의 멜로트론 싸운드와 스트링 싸운드도 여간 감동적인 것이 아닙니다. 다음 곡 "Over the hills and far away"에서도 지미페이지 장기 플레이 중 하나인 재밌는 어쿠스틱 기타 리프가 여러 겹으로 오버 더빙된것 을 즐길 수 있습니다. 리프의 독특함에 비해 보컬 멜로디는 상대적으로 평범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The crunge"는 기이한 절분 감각으로 박자를 혼동스럽게 만든 곡입니다. "Dancing days"는 싸이키델릭한 코드 진행이 독특합니다. "D'yer Mak'er"는 놀랍게도 레개 리듬의 곡입니다. 제플린과 레개, 독특한 조합이지요. "No quarter"는 프로그래시브롹으로 일컬어야 할 정도로 실험적이면서 몽환적인 곡입니다. 보컬에도 이펙트를 걸어서 그런 효과를 더욱 가중시켜 놓았습니다. 여전히 본죠의 드럼은 타이트 그 자체입니다. 싸운드가 규모 있게 레코딩되었다는 점만 제외하면 우리 나라 밴드 마그마의 음악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곡입니다. 다종다양한 싸운드 이펙트와 존 폴 존스의 건반 연주도 좋습니다.

Presence

 

프레즌스 앨범에서는 역시 첫 곡 "Achilles last stand"가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쟝자가 쟝자가 리듬이 재밌는 곡입니다. 아이언 메이든이 생각나는 곡입니다. 프레즌스 앨범은 아무래도 존 본햄의 앨범이 아닐까 할 정도로 드럼이 튀는 앨범입니다. "For your life" , "Royal Orleans"에서 들어볼 수 있는 리듬 만들기 천재 Bonzo의 감각은 "Nobody's fault but mine"에서 완결편을 보는 듯합니다. "Nobody's fault but mine"은 몇 년전에 나왔던 로버트 플랜트와 지미페이쥐의 MTV 언플러그드 앨범에서 잔잔한 블루스로 확 바뀌었던 곡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곡 "Tea for one"은 "Moby Dick"을 연상시키는 인트로로 시작해서 갑자기 블루스로 바뀌는 것이 독특합니다. 이 곡과 데뷔 앨범의 "I can't quit you babe", 3 집의 "Since I've been loving you", 그리고 9 집의 "I'm gonna crawl"이 제플린 블루스 싸운드의 대표작들입니다. 

Physical Graffiti

 

"Physical Graffiti" 앨범은 중후반기 레드제플린 음악의 대표 같은 앨범입니다. 유일한 스투디오 더블 앨범이고 디스크 1과 디스크 2는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Custard Pie"의 경쾌한 리프로 시작하는 디스크 1은 전반적으로 거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Custand Pie"는 제플린 해산 후 로버트 플랜트의 솔로 앨범 투어 중에도 간간히 들어볼 수도 있었던 곡입니다. 동시대 블랙 쌔버쓰 음악에서 들어 볼 수 있었던 무거운 리프와 달리 코드음 전체를 두루 활용한 다채로운 느낌의 하드롹 리프를 들어 볼 수 있습니다. 죤 본햄의 드럼은 쉬고 있을 때도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같은 리듬도 훨씬 더 다이내믹하게 들립니다. 아무리 악보대로 연주해 봐야 카피가 안 된다는 것은 그런 그루브를 만들어 내는 것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뒤이어 본햄의 드럼 솔로로 시작되는 독특한 단음 리프의 "The rover"에서는 로버트 플랜트의 보컬을 귀담아 들어보세요. 이 곡에서의 로버트 플랜트 목소리와 "The song remains the same", "Thank you"에서의 목소리를 비교해보세요. 각기 전혀 다른 음색입니다. 로버트 플랜트는 곡에 가장 잘 어울리는 보컬을 들려주는 것을 너머 음색마저 바꿔 가며 불러 냅니다. 그 다음 곡, "In my time of dying"은 죽음을 묘사한 곡입니다. 슬라이드 기타를 통한 몽환적 분위기 조성에 나선 지미 페이지의 연주를 천둥 같은 존 본햄의 드럼이 받쳐 줍니다. 이 곡에서는 존 본햄이 만든 독특한 리듬 패턴에 주목해보세요. 죽음에 점점 더 임박하는 것을 묘사하는 곡 후반부에 Bonzo가 터뜨리는 더블 베이스 연타와 복잡한 리듬은 존 본햄 없는 레드 제플린이 왜 불가능한지를 웅변하고 있습니다.

 

뒤이어 나오는 "Houses of the holy"는 친숙한 멜로디와 쉬운 구성으로 인기를 모았습니다. 마지막 곡 "Kashmir"는 "Stairway to heaven", "Rock 'n' Roll", "Black dog"등과 함께 레드제플린의 대표곡으로 꼽힙니다.

팀 해체 후에 멤버 생일이라든지 기념일 등을 계기로 모일 때마다 꼭 연주하곤 합니다.

"Kashmir"는 모로코 풍의 멜로디도 신비롭지만 베이씨스트 존 폴 존스의 멜로트론 연주가 압권입니다.

이 곡은 펍 대디가 리메이크 하기도 했습니다. 고질라 싸운드 트랙으로 쓰인 곡 "Come with me"입니다.

 

디스크 2 는, 디스크 1의 거침과 대비되는 재미와 감동이 섞인 앨범입니다.

첫 곡 "In the light"에서는 장엄함과 함께 레드제플린의 곡 구성력이 돋보입니다. 파트 별로 각자 자신의 정돈된 멜로디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일종의 패턴이고, 정말 훌륭합니다. 그리고 몇 번만 듣고나도 하루 종일 멜로디가 머리 속에 떠오를 정도로 보컬 멜로디 라인이 강한 흡인력을 갖고 있습니다. 로버트 플랜트의 보컬 멜로디 라인 만들기의 뛰어남이 잘 드러난 곡 중 하나입니다. 두 번째 곡"Down by the seaside"는 파도 같은 셔플 리듬을 타고 지미 페이지의 잔뜩 에코를 먹인 기타가 윈드서핑하듯 휘젓는 곡입니다. 멜로디의 친숙함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입니다. "Night Flight"같은 곡도 로버트 플랜트가 얼마나 멜로디를 잘 만들어 내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Black country woman"은 장난기어린 보컬과 하모니카, 본햄의 묵중한 드럼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In through the outdoor

 

9집 "In through the out door" 앨범은 로버트 플랜트가 아들을 잃고 난 뒤 불거졌던 해체설을 잠재우며 등장한 앨범입니다. 바햐흐로 80년대 싸운드를 적극 채용한 앨범으로 존 폴 존스가 목소리를 제대로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이 앨범은 전작의 하드롹 싸운드와 판이하게 현대적 느낌이 가득 차 있습니다.

 

 

존 폴 존스가 멜로트론에 이어 야마하 씬써싸이져까지 전면에 등장시켜 만든 곡들이 주종을 이룹니다. 이 앨범의 명곡으로는 역시 "I'm gonna crawl"입니다. 더 이상의 블루스 보컬리스트는 없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기교를 넘어선 보컬을 보여줍니다. "All my love"는 팝적인 곡으로 많은 인기를 모았습니다. 다른 곡들에서는 로버트 플랜트가 중저음 위주로 선회한 것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이후 나오게 될 솔로 앨범 음성의 전조를 엿볼 수 있는 음반입니다.

 

 

 

10 집 "Coda" 는 편집 앨범이므로 생략합니다. 본죠의 드럼 솔로곡인 "Bonzo's Montreux"는 놓치지 마세요. 이 곡을 연주하고 있는 본죠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분출하지 못 한 어떤 열정을 느끼게 됩니다.

 

 

이상으로 제플린 여행기를 마치겠습니다. 레드 제플린 앨범 10장은 락 팬이라면 다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라이브 앨범으로는 영화 싸운드 트랙인 'The song remains the same' 앨범보다는 BBC 라이브 쪽이 싸운드 면에서 더 좋습니다.

 

레드 제플린은 하드락이란 쟝르를 만들어 낸 밴드로 일컬어지지만, 그들의 음악을 단순히 하드락으로 규정하기엔 너무나 다양하고 깊이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밴드는 앨범 한두 장 발매 후 창조성의 한계에 도달해서 기존 싸운드의 재판만을 보여주거나 인기를 위해 자신의 색채를 포기하고 최신 트랜드에 과하게 빠져 듭니다.

 

레드 제플린과 비틀즈는 많은 앨범을 내었으면서도 앨범마다 다른 느낌을 만들어내며 오직 자신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강한 개성을 일관되게 유지했습니다. 헤비메틀 밴드, 하드롹 밴드 중에 굳이 앨범을 전집으로 모을 만한 밴드는 많지 않습니다. 한두 장 들어보면 나머지는 다 비슷합니다. 레드 제플린과 비틀즈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기 컬러를 유지하면서도 앨범마다 곡마다 새로운 느낌을 줍니다. 진정한 수퍼그룹, 진정한 쟝르 창조자, 레드 제플린 소개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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