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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3-26
한 개인이 특정 그룹내에서 특정한 역할과 지위를 부여받으면 행동 양상이나 태도가 아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다루는 것이 그룹 구조입니다.
그룹 구조(group structure)
그룹 내에는 개인 행동 양상과 퍼포먼스에 영향을 주는 독특한 구조가 있습니다.
공식적인 리더쉽, 역할, 규범, 지위, 그룹의 크기, 구성 등이 그룹 구조를 이룹니다.
공식적인 리더쉽(Formal Leadership)
공식적인 리더십이 개인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리더십(leadership) 문서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역할(Roles)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주어진 역할에 순응합니다. 스탠포드 대학 심리학 교수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가 행한 감옥 실험(Stanford prison experiment)이 이를 극적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실험은, 심리 테스트에서 '정상' 범주에 든 18명의 자원한 학생들을 죄수와 교도관으로 나누어서 역할을 맡게 한 것입니다. 어느 쪽이 죄수가 되고 어느 쪽이 교도관이 되느냐는 동전을 던져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룰 없이, 교도관들에게 알아서 죄수들을 통제하고 질서를 유지하라고만 했습니다. 죄수 역을 맡은 학생들은 식사나 운동을 할 때만 외출이 허용되었으며 매일 인원 점검을 당하는 등 진짜 죄수처럼 다루어 졌습니다. 교도관 역을 맡은 학생들은 8시간씩 3교대로 근무하며 죄수들을 통제했습니다.
2주일로 계획되었던 실험은 6일만에 중단해야만 했습니다. 죄수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너무도 죄수와 같이 되어서 터무니 없는 명령에도 복종하면서 병적인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교도관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죄수들에게 변기를 손으로 닦게 시켰습니다. 밤 늦은 시간에는 화장실도 못 가게 하며 감방 안에 있는 통으로 해결하게 하는 등 심하게 학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죄수 역을 맡은 학생들은 폭동을 일으키기도 하고 공황상태에 빠져서 울음을 터뜨리는 등 상황이 아주 나빠져 갔습니다. 교도관 역을 맡은 학생들은 '죄수'들을 실제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하며 더욱 엄격한 명령과 통제를 가했습니다. 급기야 실험 5일째에 이르렀을 때는 어느 누구도 이것이 실험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 하고 실제 감옥에 갖힌 죄수처럼 생각하고 실제 교도관처럼 행동하게 되었습니다.
이 실험에서 드러난 것처럼, 조직 구성원은 주어진 역할에 아주 빠르게 적응하며 역할에 맞다고 생각하는 행동과 사고방식을 갖게 됩니다. 실험에 들어 가기 전에 행한 그 어떤 심리 테스트에서도 교도관 역을 맡은 학생들이 비인간적으로 바뀌어 갈 것이라는 단서가 없었습니다. 누가 죄수를 할 것인지 교도관을 할 것인지도 무작위로 결정된 것이었음에도, 며칠 만에 모든 학생들은 각자의 역할에 너무도 적합해 보이는 태도와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교도관 역을 맡은 학생 중 일부는 자신이 갖고 있는 권력을 집행하는 것을 즐기는 듯한 면까지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개인의 성격적 특성을 뛰어 넘어, 역할은 역할에 '어울린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하도록 하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 이라크전에서 미군들이 보여 준 포로 학대 행위 역시 이런 선상에 있습니다.
역할에는 몇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이들이 동시에 작용해서 위와 같은 태도와 행동의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역할 정체성(role identity)
역할이 갖고 있는 독특한 행동과 태도를 역할 정체성이라고 합니다. 노조 직원이 경영진에 참여하게 되면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이전과 판이하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던 사람이 관료가 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역할 정체성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사람도 역할에 따라 전혀 다른 행동과 태도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역할 인식(role perception)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역할 인식입니다. 사람들은 '부서장이라면 어떠 해야 한다,' '경찰이라면 어떠해야 한다,' '의사라면 어떠해야 한다.' 등의 역할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미디어를 통해서 본 것, 주변 사람을 보며 알게 된 것 등이 역할 인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역할 기대(role expectaitons)
역할 인식과 반대로, 다른 사람이 그 역할을 맡은 사람에게서 기대하는 바가 있습니다. 그것이 역할 기대입니다. 사람들은 어떤 역할에 대해 전형화된 모습, 스테레오타입(role stereotype)을 갖고 있고 기대합니다. '은행 직원이라면 이러할 것이다,' '부서원이라면 이러할 것이다,' '부서장이라면 이러할 것이다.' 등의 예상하는 바를 갖고 있습니다.
그룹 내 구성원 간의 역할 기대는 일종의 심리적 계약(psychological contract)을 형성합니다. 모든 것이 다 명문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암묵적으로 서로에게 갖고 있는 역할 기대가 그룹 구성원의 행동과 태도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조직문화(organizational culture)를 참고하세요.
역할 충돌(role conflict)
병행하기 힘든 역할 기대가 동시에 나타날 때 역할 충돌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회사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 충돌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할 충돌은 인지적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야기합니다. 부조화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게 합니다.
규범(Norms)
규범이란 그룹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이러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인식을 뜻합니다. 규범은 보통 그 그룹이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기능할 것인가를 구성원들이 인식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또는 그룹에 큰 영향을 준 사건이 있었거나 그룹에 참여하기 전의 과거 경험 등에 의해 형성되기도 합니다.
규범은 그룹 내 개인의 행동과 태도에 아주 큰 영향을 주며, 규범에 순종(conform)하게 하는 강제력을 나타냅니다. 그룹 내 규범이 개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실증한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Solomon Asch 씨는, 1951년 발표한 "Effects of Group Pressure upon the Modification and Distortion of Judgement"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규범의 무서운 힘을 실증연구를 통해 밝혀 주었습니다. 실험은, 7-8명의 그룹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개의 카드를 놓고 왼편 카드에 그려진 선분과 길이가 같은 것을 오른편 카드에서 고르게 한 것입니다. 선분의 길이는 누가 봐도 명확히 구분될 수 있는 것으로, 그냥 실험을 했을 때는 2번을 고르지 않은 비율이 1% 미만이었습니다.
만약, 그룹 구성원 중 한 명에게만 알리지 않고 나머지 사람들에게 모두 3번을 고르게 했을 경우 그 한 사람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3번은 정말 답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생각하면서도 그룹 내 모든 사람이 인정하고 있는 규범에 두드러지게 반하는 것이 주는 부담감이 상당할 것입니다. 선뜻 2번이 답이라고 얘기하지 못 할 수 있습니다. 과연 그 비율이 어느 정도였을까요?
놀랍게도, 미리 알리지 않았던 사람도 "답은 3번..."이라고 얘기한 경우가 전체의 약 35%에 달했습니다. 그룹 내 규범이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큰 압박을 가하며 순종하도록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준 실험이었습니다.
지위(Status)
어느 그룹에나 구성원들이 인정하는 지위가 있고, 대부분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자 노력합니다. 특히, 구성원 개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지위와 다른 사람이 대하는 것 사이에 괴리가 크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지위라는 부분이 조직행동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것은 팀(Team)제 도입이 여러 분야에서 활발해져 감에 따라 기존에 속해 있던 그룹에서 인정받던 지위가 팀이라는 새로운 형태에서 제대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룹의 크기(Size)
몇 명 정도를 한 그룹으로 할 때 가장 퍼포먼스가 높을까요? 그룹의 크기를 생각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조사 결과, 그룹의 퍼포먼스는 개인의 퍼포먼스를 산술적으로 합한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일할 때 10 정도의 성과를 내는 사람을 여덟 사람 모아서 그룹을 구성하면 80의 퍼포먼스를 내는 게 아니라 40 정도의 퍼포먼스만 냅니다. 그룹이 커질수록 개인별 퍼포먼스는 더 줄어드는 이유는, 다른 구성원들이 하는 것을 봐가며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눈치껏 줄이려 하는 경향이 있고,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짐에 따라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임승차자(free riders)가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룹을 구성해서 업무를 맡길 때는 반드시 그룹의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개인별 퍼포먼스를 어떻게 측정하고 보상할 것인지를 별도로 규정하고 알려야 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그룹을 구성할 때는
(1)가급적 홀수로 구성해서 다수결을 하더라도 결론이 명확히 나게 하는 게 좋고
(2)5-7명 정도의 소규모 단위로 구성하는 게 좋습니다.
한편, 우리 나라 사람을 비롯한 동양 쪽은 그룹의 퍼포먼스가 개인별 퍼포먼스의 합과 거의 같거나 때로는 더욱 큰 경우가 많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우리 나라에만 독특하게 존재하는 '신명의 문화'가 대표적 예입니다. 동양의 문화가 상대적으로 더 집단적이라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을 것입니다.
그룹의 구성(Composition)
글로벌화가 보편화됨에 따라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구성원으로 이뤄진 그룹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성별이나 인종, 국적, 종교 등에서 이질적인 구성원들이 한 그룹 내에서 활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룹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가 특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부분은 이직율(turnover)입니다. 그룹내에 동일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거나 백그라운드가 비슷한 구성원이 다수일 때, 확연하게 이질적인 소수 구성원의 이직율은 크게 올라갑니다.
예를 들어, 참여한 시기가 엇비슷한 구성원이 대다수인 그룹에 뒤늦게 참여한 멤버는 오래 가지 못 하고 이직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지 같이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모종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친밀감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후발로 들어 온 사람이 그 무리에 완전히 동화되기가 무척 힘들어지는 것입니다. 동창회등에서 동기와 선후배가 어떻게 다른 느낌을 주는지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그룹을 만들어야 할까
이상의 그룹 구조를 고려할 때 이런 점을 감안하면 그룹 내 구성원들의 만족도와 그룹의 퍼포먼스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1. 그룹은 작게 만든다. (5-7명 정도)
2. 멤버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도록 해서 동질감이 형성되도록 한다.
3. 그룹에 참여하는 것을 까다롭게 해서 그룹 멤버에게 자부심과 소속감을 부여한다.
4. 그룹 간의 경쟁을 자극한다.
5. 다른 그룹과 쉽게 접촉하지 못 하도록 물리적 장벽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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