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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텍스트에 인터넷을 합쳤다
1999-11-8
월드와이드웹을 발명한 사람으로 불리워 지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반인들에게 웹을 발명한 사람으로 알려지는 것에는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만 사생활에는 영향이 없는 정도였으면 좋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유명해질수록 사생활을 침해 당할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그렇게 불리워 지는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 HTTP, HTML, URLs 등을 모두 당신이 발명했다는 면에서 보면 적절한 것 같습니다만.
네,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코딩을 하고 스펙을 완성하고, 클라이언트와 서버 간에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가를 문서화한 것은 저였으니까요.
기존에 존재하던 다른 프로토콜들로부터 영감을 얻기도 하셨을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상당한 영향을 받았죠. 디자인 자체를 위해서도 참조를 많이 했고 또 HTTP가 NNTP나 MAIL 프로토콜처럼 보일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도 잘 살펴 보았습니다. 가능하면 기존에 존재하는 기술이나 지식을 잘 활용하는 방향으로 개발했습니다. HTML도 마찬가지지요. HTML도 SGML에 기반을 두고 만들었습니다. 하이퍼텍스트에 관한한 유일한 포맷이 SGML입니다.
사실상 인터넷이라는 기반 위에 별개의 층을 하나 더 추가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글쎄요. 새롭게 도입한 것들 중 제일 중요한 아이디어는 URI(Universal Resource Identifier, 또는 URL(Universal Resource Locator), UDI(Universal Document Identifier))입니다. URI는 어떤 곳에 있는 어떤 형태의 정보든 확인자(identifier)를 붙일 수 있게 해서 언제든지 쉽게 찾을 수 있고 또 URI 자체를 보존할 수도 있게 한 것이라고 봅니다. 바로 거기서 웹의 보편성(universality)의 단초를 찾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URI 말씀을 하셨는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죠. URI가 무엇입니까? 지금은 URL로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만.
간단히 얘기하면 http:// 한다음, 문서의 이름을 붙여 둔 것이죠. 종종 웹 주소라고 불리기도 하는 것 같은데 요즘엔 모든 상품이나 광고 등에서도 손쉽게 찾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어떤 종류의 정보가 웹 상의 어디에 있는가를 나타내주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1993년자 와이어드 매거진(Wired Magazine)을 보면 'W3'에 관한 짧은 기사가 있습니다. 당시 새로운 아이디어로 소개된 그 기사에 "팀 버너스 리는 더 많은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가 보편화되면 될수록 더욱 많은 정보가 웹에 올라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씌어 있습니다. 당시에 이미 웹의 가능성을 느끼고 계셨나요?
93년쯤이라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성장하다가 멈출지 어떨지 당시로는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실제 웹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당시에도 언제든지 정체 상태로 접어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웹의 성장에 대해서 적어도 1993년 정도가 되기 전에는 확실하게 자신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즘 이미 웹의 성장에 대해 상당한 확신을 갖고 계신 것 같았는데요?
물론 그 때 당시에도 웹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느낌은 갖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웹이 조각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었지요.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거대한 주도권 쟁탈전의 가능성이 있었던 것입니다. 어떤 새로운 기술의 출현으로 웹이 갈래갈래 쪼개져버릴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웹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던 사람들은 누구나 호환성이라는 문제에 대해 확신하지 못 하고 있었고 결국 웹은 조각나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비슷한 예를 하나 들자면, 지금은 텔리비젼이나 PC, 또는 PDA 같은 것이 일종의 압력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다른 크기의 스크린을 갖고 있어요. 그렇다고 그들 각각이 따로따로 다른 웹을 갖게 될까요? 바로 이것이 매우 중요한 전제조건이 되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정보를 얻기 위해 어떤 장치를 사용하든 정보 자체는 동일해야 하는 것입니다.
World Wide Web Consortium (W3C)을 통해 웹의 방향을 설정하고 조정하는 일을 하고 계신데 사람들이 이를 별로 달가워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같습니다. 당신이 해온 것처럼 웹의 본질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면 웹이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만약 요즘 볼 수 있는 것처럼 단순한 형태의 URL을 쓸 수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예를 들어, URL이 나온 다음 그 밑에 "단, 어떤 소프트웨어를 써야만 합니다." 내지는 "우리 회사 정보를 알고 싶으면 특정 하드웨어를 써서 보아야 합니다.'라는 식이라면 어떻겠습니까? URL은 그 자체로 충분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어딘가로 링크해 놓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죠. W3C 등을 통해 적절히 제어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모든 웹 주소 밑에는 특정 운영체제에 특정 하드웨어를 사용해서 방문해 주세요 식의 글귀가 따라 붙게 되었을 것입니다.
아마 웹이 여러 갈래로 갈라질 큰 조짐이 보인 것도 93년, 94년 정도였던것 같습니다. 당시 모든 웹 브라우져가 각자 자신만의 HTML을 추가하려고 했지요. 실제 추가하기도 했구요. 그 결과 웹 사이트 방문객이 제대로 정보를 볼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큰 혼란이 초래되었습니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였고 지금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 W3C에서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1993년, 94년경에 이미 여러 비젼이 와이어드 매거진을 통해 제시되었는데요. 이를 테면, 이전의 어떤 방식으로도 가능하지 못했던 인터액티브한 미디어로써의 웹의 역할 같은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또 다른 아이디어로는 일반인들이 웹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전자 민주주의를 이루어 낼 수 있을 것도 있었지요. 요즘의 웹은 '회사 이름.COM'으로 대표되는 것 같습니다. 벤쳐 캐피털리스트에게 한 몫 잡을 기회를 준다는 것 말입니다. 일종의 도박 같은 분위기입니다. 당신은 책에서 웹이 아직 덜 되었다고 애기했는데, 요즘처럼 한 몫 챙기자는 분위기로부터 웹이 살아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신이 얘기한 높은 수준의 이상적 비젼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높은 수준의 이상... 그런 것은 큰 관계가 없구요. 오히려 웹은 일종의 재미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 저것 가지고 놀 수도 있고 또 창조성을 발휘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웹입니다. 오프라인으로 작업해서 그냥 웹 페이지 형태로 바꾸어 놓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 생각에는 제가 최초 인식하고 있던 것보다는 조금 더 필요한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웹을 위해 여러 가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깔끔하고 직관적인 에디터가 필요하다 정도의 바램만 갖고 있었는데요. 이제는 공동 작업을 위한 좋은 접근 통제(access control)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부 구조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인 것도 문제입니다. 웹 상의 보안을 위한 암호기술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구요. 물론 현재도 여러 사람이 웹을 통해 대화를 할 수는 있습니다만 누가 그 대화에 참여하는지는 여전히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질문이 참 재미있네요. 그 질문을 들으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요즘 분위기는 하루 정도 투자해서 펄 스크립트와 몇 가지 것들을 조합해서 웹 사이트를 만든 다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고 큰 돈을 번다는 식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앞으로 십 년 또는 이십 년 이후의 웹을 근본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아무런 기여를 할 수 없습니다. 저는 가급적 회사가 크든 작든 먼 미래를 보고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그렇구요. 웹에는 해결해야 할 큰 문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루만에 만들어 내는 무엇 이상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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