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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at is better than free

2005-3-8

 

2004년도 버크셔 해써웨이(Berkshire Hathaway) 사업보고서가 며칠 전에 공개되었습니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버핏이 직접 쓴 Chairman's letter에 어떤 이야기들이 담길 지 전세계 투자자, 펀드매니져, 애널리스트, 비즈니스 관련 저널리스트들이 큰 관심을 가졌고, 올해도 변함없이 훌륭한 투자철학과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담고 있는 서한을 공개했습니다. 이 글은 버핏의 2004 회계연도 의장서한 내용 중 보험업에 관한 내용을 정리 논평한 것입니다.

 

2004년 의장 서한은 버크셔 해써웨이 공식 홈페이지에 있구요, 꼭 한 번 읽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같이 링크된 포츈 지 기고문도 달러화 약세와 경상수지 적자에 관해서 아주 재미있게 잘 설명한 글입니다. 스톡옵션의 비용처리에 관해서 기고한 글의 링크도 참고해 보세요. 스톡옵션의 비용처리에 얽힌 정치적 다툼에는 상당한 역사가 있고, 버핏은 그 한 축의 중심 인물이었습니다.

 

의장 서한의 첫 페이지에는 항상 과거 40여년 동안 버크셔의 장부가치 증가율과 S&P 500 지수 증가율을 비교한 표를 싣고 있습니다. 2004년에는 S&P 500 지수가 10.9% 상승한 데 반해 버크셔의 장부가치는 10.5% 증가에 그쳐서 지수 대비 -0.4%의 성적입니다. 주의할 점은, S&P 500 지수는 배당을 재투자한 것을 가정하고 있고 세전(pre-tax) 수익율이지만 버크셔 장부가치 증가율은 세후(after-tax) 수익율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버크셔의 내재가치(instrinsic value)는 장부가치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합니다.

 

1965년부터 2004년까지 S&P 500은 연평균 10.4%씩 커져 왔습니다. 버크셔의 장부가치는 연평균 21.9%씩 커져 왔습니다. 차이는 연 11.5%입니다. 별로 크지 않은 것 같지만, 복리(compound interest)의 마술이 작용하면 1%의 차이도 오랜 시간이 흐르면 거대한 차이로 이어집니다. 예컨데, 1965년에 두 친구 중 한 사람은 버크셔에 1000만 원을 투자했고, 다른 한 친구는 S&P 500 인덱스 펀드에 1000만 원을 투자했다면, 2004년 현재 버크셔에 투자한 사람은 약 275억 원을 갖고 있게 되고, S&P 500에 투자한 사람은 약 5억 2000만 원을 갖게 됩니다.  그러면 버크셔의 메인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는 보험업에 관해 버핏이 한 얘기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 봅시다.

버핏과 가이코(GEICO; Government Employees Insurance Company)

버핏이 처음 "GEICO"("가이코")라는 보험회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스승인 벤자민 그래함이 지분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Who's who" 책을 통해 알고 나서였습니다. 당시 콜롬비아아 대학교 경영대학원 학생이던 그는 도대체 가이코가 어떤 회사이기에 자신의 영웅 벤자민 그래함이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GEICO 로고

 

1951년 어느 토요일. 그는 워싱턴 행 기차에 몸을 싣고 무작정 가이코 본사로 찾아 갑니다. 토요일이라서 문은 잠겨 있습니다. 버핏은 닫혀 있는 문을 두드렸고 마침 건물에 있던 경비원에게 직원은 아무도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어리둥절한 경비원은 6 층에 누가 있는 것 같다며 버핏을 안내해 줍니다. 거기서 만난 사람이 훗날 가이코의 CEO가 되는 당시 재무 담당 부사장 로리머 데이빗슨(Lorimer Davidson)이었습니다. 버핏은 데이빗슨에게 가이코에 관해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고 그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이 당돌한 청년에 큰 흥미를 느끼며 4시간에 걸쳐 가이코와 보험업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해 줍니다.

 

버핏은 스승 투자철학의 실제 사례를 파악하기 위해 가이코를 알아 보다가 가이코라는 회사 자체에 더 강렬하게 매혹됩니다. 데이빗슨의 설명을 들은 버핏은 지금까지 관심을 가졌던 어떤 주식보다도 가이코에 더 깊게 빠져듭니다. 가이코는 당시 보편적인 방식이던 보험 판매원을 완전히 없애고 소비자에게 우편을 통해 직접 보험을 파는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었습니다. 소비자에게 보험을 직판함으로써 판관비를 대폭 낮출 수 있었고 낮은 비용을 바탕으로 낮은 보험료를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가이코는 손해율이 가장 낮은 집단인 공무원을 대상으로만 영업을 함으로써 더욱 강력한 이익창출 능력을 갖춥니다. 낮은 영업비용과 포커스를 분명히 한 자신만의 시장, 그렇게 창출된 가치를 고객과 함께 나누는 훌륭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었습니다. 버핏은 가이코의 사업 모델에 매료되어 주식을 약간 구입하고, 그 다음 해에 수십 퍼센트의 수익을 얻고 팝니다.

 

그로부터 약 20여 년 후, 가이코는 포커스를 잃고 추락하고 있었습니다. 데이빗슨에서 다른 사람으로 경영진이 바뀐 뒤 다른 보험회사들처럼 사고 위험이 높은 그룹에게까지 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며 출혈 경쟁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몇 년 뒤 회사는 큰 적자를 기록하고 주가는 폭락합니다. 파산 일보 직전에 이릅니다. 새로 선출된 경영진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버핏에게 투자를 요청합니다. 파산설이 파다하던 바로 그 때 버핏은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이며 투자를 단행합니다. 그가 새 CEO에게 원한 것은 가이코 특유의 저비용구조를 유지하면서 손해율이 낮은 그룹만을 대상으로 합리적인 보험료를 받는 본래 모델로 되돌아 가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고객이탈을 감수하며 보험료를 비용에 맞게 책정한 가이코는 서서히 살아 나기 시작했고 재기에 성공합니다. 그로부터 다시 20여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1995년, 버핏은 나머지 지분도 100% 사 들여서 완전한 버크셔의 자회사로 만듭니다. 버크셔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가이코 주식은 이미 수익율이 5,000%에 이른 상태였습니다.

"float"

버핏이 보험회사를 사들인 가장 큰 이유는 'float' 때문입니다. 'float'이란 보험회사 소유는 아닌데 일시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돈을 뜻합니다. 보험회사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보험료(premium)를 먼저 받고, 사고에 따른 보험금은 나중에 지급하며 그 시기는 확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즉, 현금을 먼저 받아서 보관하고 있다가, 몇 년이 될 지 모르지만 사고가 났을 때 지급을 하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보험회사가 현금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보험회사는 그 현금을 운용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합니다. 보통의 보험회사들은 보험 영업에서 약간 적자가 나고 이를 투자에서 얻은 이익으로 메꾸는 형태로 이윤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만약 보험영업에서 손해를 보지 않거나, 심지어 이익이 나면 어떻게 될까요? 현금을 받아서 보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댓가를 받는 놀라운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마치 은행이 예금을 받으면서 이자를 받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가이코가 바로 그런 회사였습니다. 비차익이 나는 회사였던 것입니다. 가이코의 낮은 손해율과 저비용구조는 보험영업에서 흑자를 보게 만들었고, 버핏은 그렇게 댓가를 받으며 보관하고 있는 현금인 float을 이용해서 주식투자를 합니다. 보험회사를 그야말로 최상의 투자 수단(investment vehicle)으로 활용한 것입니다.

보통재(commodity)

문제는, 보험업에 사실상 진입장벽이 없어서 치열한 가격경쟁이 벌어질 수 있고, 손해율을 감안하지 않은 가격 책정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낮은 보험료를 받았는데 나중에 큰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사고가 생기면 'float'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많은 보험회사들은 앞으로 큰 손실이 될 수도 있음에도 당장의 보험료 수입을 위해 계속해서 계약을 유치하며 일을 키워 나갔습니다.

 

어떤 비즈니스가 되었든 가격경쟁이 벌어지는 비즈니스 이상으로 힘든 게 없습니다. 제품 간 차이가 거의 없어서 소비자가 가장 싼 것을 구입하는 종류의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는 항상 압박감 속에 영업을 해야 하며 거의 마진이 없는 장사를 하게 됩니다. 보험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한 보통재를 팔아야 하는 산업에서 그렇다면 어떻게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구축하고 차별화를 할 수 있을까요? 버핏은 버크셔의 자회사인 NICO와 GEICO의 예를 들어서 이 점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통재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낮은 비용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저가정책을 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말한 GEICO가 그런 회사입니다. 가이코는 다른 보험회사들이 모두 보험 판매원을 통해 보험 상품을 판매하던 당시, 중간단계를 완전히 없애고 직접 고객에게 상품을 팔았습니다. 대신, 줄어든 비용만큼을 낮은 보험료의 형태로 고객에게 돌려 준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했던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저비용 구조가 가능한 독자적인 사업모델이 있는 경우 보통재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오랫동안 발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다음, NICO(National Indemnity Company)의 경우를 봅시다. NICO는 많이 알려진 보험회사도 아니고 비용구조가 훌륭한 회사도 아님에도 38년간 훌륭한 성적을 기록해 오며 꾸준히 가치가 커져 왔습니다. 버핏은 그 이유를 보험업계에서 거의 찾아 보기 힘든 경영진의 마인드에서 찾았습니다.

 

가격경쟁이 일상적인 보험업은 가격을 조금만 낮춰도 훨씬 많은 계약자를 끌어 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가격인하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는 정말 힘듭니다. 게다가 보험은 앞으로 일어 날 사고가 언제 일어날지 어느 정도 규모로 일어날지가 불확실하므로 준비금을 불충분하게 적립함으로써 미래의 사태를 눈가림하고 현재의 이익을 부풀릴 수 있습니다.

 

이런 업계 관행("institutional imperatives")에 전혀 흔들리지 않고 매출액이 줄더라도 손해를 보면서까지 가격을 낮추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하기란 힘든 일입니다. NICO는 바로 그것을 수십 년 동안 지켜 왔고, 그 점 덕분에 NICO는 성공합니다. 버핏은 "Portrait of a Disciplined Underwriter"라는 제목으로 NICO의 지난 24년간의 성적표를 공개하면서 1986년에서 1999년까지의 실적을 잘 보라고 얘기합니다. 한 번 봅시다.

 

Portrait of a Disciplined Underwriter

 

1986년부터 1999년까지, 매출액이랄 수 있는 보험료수입(written premium)이 거의 1/6 이하로 줄어 들었습니다. 매출액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것을 지켜 보면서, 또 보험료를 조금만 내리면 분명히 보험료 수입이 늘어 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비용에 맞게 책정된 보험료를 십 년 넘게 고수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습니다. 버핏이 지적한 것처럼 특히 공개된 기업인 경우 그렇게 하다가는 몇 년 안에 경영진이 바뀌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버크셔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매출액을 늘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습니다. NICO의 정책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지지했습니다. 그 결과가 위 표입니다. 규모가 1/6 이하로 줄어 들면서도 손실을 보면서까지 팔지는 않겠다는 원칙을 지킨 것의 결과입니다.

 

또 하나, 규모가 급속히 줄어 드는데도 직원수가 크게 줄지 않았다는 것이 특기할 만합니다. 매출액이 줄면 직원들은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손실을 무릎쓰고라도 일을 만들어 오려는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그 손실이 미래에 일어나는 것이고 그 확률도 불확실한 것이라면 더욱 강한 유혹을 느낄 것입니다. NICO는 그 점을 방지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보험료 수입이 줄어드는 것 때문에 해고하는 일은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렇게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소박하다면 소박한 원칙을 철저히 지킴으로써, 수많은 경쟁자가 출혈 경쟁을 벌이는 살벌한 업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오랫 동안 발전해 온 것입니다. 버핏은 위 숫자가 그냥 한 번 쭉 읽기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하루하루 매출액이 줄어 드는 것을 지켜 보는 그 심정을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그 거대한 압박감 속에서도 원칙을 지켜 나간다는 것은 경영진이나 오너나 남다른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입니다.

프랜챠이즈는 아닌데

이와 같이 오직 가격으로만 경쟁하고 있고, 제품간의 차이가 거의 없는 업종은 기업으로서는 최악의 환경 중 하나입니다. 버핏은 그런 보통재 상품을 파는 회사를 아주 싫어 했습니다. 그는 보통재의 정반대인 프랜챠이즈(franchise), 즉, 자신만의 가격을 부과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를 점유한 회사를 좋아했습니다. 그런 그가 왜 보험업처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비즈니스를 메인으로 삼았을까요?

 

보험회사가 주는 'float'이 그만큼 매력적이었다는 것, 그리고 보통재를 파는 업종에서도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경우 얼마든지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NICO와 GEICO를 통해 성공을 거둔 버핏은 이후 다른 원수보험회사/재보험회사를 더 구입하며 보험업에 더욱 깊숙히 뿌리를 내립니다.

 

또 한 가지, 버핏은 확률을 좋아하고 모든 것을 확률을 바탕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보험업이 성향에 잘 맞았을 수 있습니다. 보험은 미래에 일어날 사고의 확률을 두고 게임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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