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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은 측정기준을 정립하는 것
2003-5-25
피터 드러커는 어떤 주제를 전개해 나갈 때 상식적인 통념을 깨는 것으로 시작하는 방식을 자주 활용합니다. 의사결정 역시 전제 자체를 의심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의사결정은 그 근거가 되는 팩트를 모은 뒤 합리적으로 한다라는 일반적인 주장은 틀렸다고 이야기합니다.
팩트를 먼저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Most books on decision-making tell the reader: "First find the facts." But executives who make effective decisions know that one does not start with facts. One starts with opinions.
일반적으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객관적인 팩트를 먼저 찾아라는 얘기를 합니다. 피터 드러커는 일견 당연해 보이는 이 주장을 전면 부인합니다. 의사결정은 팩트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의견에서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사고 방식이 객관적 팩트를 먼저 찾는 것에서 출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어떤 것에 대한 의견을 미리 형성한 다음 그에 맞는 팩트를 찾아서 자기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팩트를 먼저 찾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To get the facts first is impossible. There are no facts unless one has a crieterion of relevance. Events by themselves are not facts.
People inevitably start out with an opinion; to ask them to search for the facts first is even undesirable. They will simply do what everyone is far too prone to do anyhow: look for the facts that fit the conclusion they have already reached. And no one has ever failed to find the facts he is looking for.
객관적 현상과 사실 자체는 팩트가 될 수 없습니다. 팩트는 의사결정을 내릴 문제와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된 다음에 결정됩니다. 그리고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면서 이미 우리 의견이 개입합니다. 객관적인 팩트를 찾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어떤 결정을, 암묵적으로라도, 먼저 내린 다음에 거기에 맞는 사실과 증거만을 보려 합니다. 그리고 그건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이미 좋게 보기로 생각한 사람에게서는 좋은 점만 보이는 것과 비슷합니다.
의사결정은 의견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거기서 어떻게 효과적인 의사결정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탐색해야 합니다.
측정 기준, 평가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핵심
의사결정은 객관적 사실로부터 이성적인 경로를 거쳐 이뤄지기 힘듭니다.
실제 의사결정은 다음과 같이 이뤄집니다.
1. 의견이라는 가설에서 출발.
2. 현실 속에서 테스트.
3. 결과를 피드백해서 의사결정을 재수정.
그러므로 정말로 결정해야 할 것은 확정적인 결론이 아닙니다. 그 의사결정이 실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평가 기준(measurement)입니다. 모든 의사결정은 근본적으로 의견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으므로, 의사결정을 현실에서 실험하고 그것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측정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야말로 의사결정의 요체입니다.
우리가 던져볼 질문은, '그래서 무엇으로 결정했어?'가 아닙니다.
'이 의사결정을 통해서 어떤 부분이 변화되길 원하는 거야?', '
이 의사결정의 효과를 확인하려면 어떤 부분을 살펴야 하는 거야?'입니다.
The effective executive, therefore, asks: "What do we have to know to test the validity of this hypothesis?" "What would the facts have to be to make this opinion tenable?" And he makes it a habbit - in himself and in the people with whom he works - to think through and spell out what needs to be looked at, studied and tested. He insists that people who voice an opinion also take responsibility for defining what factual findings can be expected and should be looked for.
Perhaps the crucial question here is: "What is the criterion of relevance?" This, more often than not, turns on the measurement appropriate to the matter under discussion and to the decision to be reached. Whenever one analyzes the way a truly effective, a truly right, decision has been reached, one finds that a great deal of work and thought went into finding the appropriate measurement.
효과적인 경영자는 어떤 부분을 관찰해야 가설의 유효성을 판단할 수 있는지 습관적으로 묻고 또 묻습니다. 그리고 의견을 낸 사람은 그 의견이 실제로 가져 온 변화를 무엇을 통해 판단할 수 있는지를 함께 이야기해야 합니다 . 그렇게 측정 기준을 찾고 정립하는 데 집중할 때 제대로 된 의사결정이 가능합니다.
측정 기준 정립이 효과적인 의사결정의 핵심인 또 한가지 이유는 80/20 원칙이 여러 부문에서 확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의 80%를 좌우하는 핵심 20%가 어디에 있으며 이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를 정립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입니다.
재고 과다라는 문제를 생각해 봅시다. 위 내용을 따르자면, 재고 과다에 대한 의사결정은 '어떤 재고가 중요하며, 그 재고는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재고는 여러 활동의 결과적 산물이므로 재고 하나만 따로 떼어내어서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재고 전체가 골고루 비용을 야기하지 않습니다. 소수의 품목이 전체 재고 비용의 대부분을 좌우합니다. 그것이 "ABC 재고 관리 기법"입니다. 그리고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품목은 10-20%의 한정된 품목이기 때문에 이들의 재고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고와 관련된 의사결정의 핵심은 무엇이 중점 관리 대상인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 품목의 적절한 재고 수준을 어떤 기준하에 결정할 것인지입니다. 판단 기준, 평가 기준에 집중함으로써 그 기준을 만족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허용하면서 최종적으로 효과를 거둘 방법을 찾아내겠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의사결정의 요체는 측정 기준과 평가 기준을 정립하는 데 있습니다. 구체적 방법을 확정적으로 결론내리는 것이 의사결정이 아닙니다. 효과적인 의사결정은 이 결정을 통해서 어떤 지표가 개선되기를 바라는가를 특화해서 규정하는 것입니다.
의견 차이는 좋은 것이다
효과적인 의사결정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의견 불일치입니다. 많은 논의를 거친 끝에 의견이 합치되고 그것을 결론으로 하는 것이 좋은 의사결정이 아닙니다. 다양한 의견이 분분하게 쏟아져 나오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합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의견 충돌이 생기는 그 지점이 사안의 핵심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의사결정권자는 논의 과정에서 나온 의견 중 어떤 것이 좋은 의견인지 아닌지를 봐서는 안됩니다. 어느 지점에서 의견이 갈리고 왜 그 부분에서 의견차가 생기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문제의 성격을 확실하게 드러내주는 지점은 의견 차이가 나타는는 부분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려는 것입니다. 좋은 의견을 듣자는 것이 아닙니다.
2.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와야 대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정된 내용이 실제 효과가 없을 때를 대비한 차선책과 대안이 미리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의사결정은 현실에서 테스트를 하고 피드백을 통해 평가를 하는 어디까지나 가설에 지나지 않습니다. 효과가 없다고 판명되면 언제든지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이때 미리 대안을 준비하지 않은 경우 양극단을 오가며 계속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다 일을 그르칩니다. 그러므로 대안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대안은 다양한 의견을 권장하는 분위기 속에서 마련될 수 있습니다.
정말 필요한 의사결정인가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의사결정에 있어서 생각해 볼 점은 그 의사결정이 정말로 꼭 필요한 것인가입니다.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의사결정일 수도 있습니다. 의사결정은 리스크를 안는 것입니다. 리스크를 안을 것이면 확실하게 안든지 아니면 확실하게 아니어야 합니다. 결정한 것도 아니고 안한 것도 아닌 것은 최악입니다. 피터 드러커는 의사결정을 수술처럼 생각하라고 조언합니다. 수술처럼 쇼크의 위험을 안으면서 시스템에 개입하는 과정입니다. 의사결정권자는 집도의가 불필요한 수술을 가급적 피하려 하는 것처럼 불필요한 의사결정을 피해야 합니다.
그러면 언제 의사결정을 해야 할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더 나빠질 것이 분명할 때 해야 합니다.
그냥 놔두면 더 악화될 것이 분명한 문제에 대해 의사결정이라는 리스크 안고 개입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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