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투자론

워렌 버펫이 본 주식시장 (1999년 Fortune 기고문 번역)

이명헌의 경영과 투자 2020. 5. 22. 00:03

2004-11-2

 

워렌 버핏은 투자를 할 때 시장전망을 거의 완전히 무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에게 주식시장은 협상을 통해 어떤 회사를 100% 살 때보다 더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곳으로써만 의미가 있기 때문에 개별 비즈니스의 펀더멘틀이 좋고 가격만 매력적이라면 주식시장이 어떤 상태이든 거시경제가 어떤 상황이든 거의 상관하지 않습니다.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가 아니라 정말 좋은 비즈니스를 소유하겠다는 목적으로 지분을 사는 것입니다.

 

그런 버핏이, 아주 드물게 주식시장 전체에 대해 전망 비슷한 것을 한 글이 있습니다. 포츈 1999년 11월 22일자에 실린 "Mr. Buffett on the stock market"이란 글입니다. 이 기사는 같은 해 10월에 버핏의 친구들에게 행한 강연과 그 해 7월에 있었던 비즈니스 리더를 대상으로 한 강연 내용을 요약해서 버핏의 리뷰를 거친 뒤 기사화된 것입니다. 시장 전망이나 거시적인 변수 등에 대해 거의 무시하다시피 하는 버핏이 그래도 중요시하는 지표는 어떤 것이 있는지 가늠케 해 주는 소중한 글입니다. 이른바 "버핏 지수"라는 것이 이 글을 통해 알려지게 됩니다.

 

참고로 이 글이 닷컴 버블이 절정이던 1999년 말에 나왔다는 사실을 감안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전체 번역입니다.

 

 

 

Mr. Buffett On The Stock Market

요즘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너무 과한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그 얘기를 하다 보면 결국 주식시장 일반에 관한 얘기를 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그 주제는 제가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본론에 들어 가기 전에 한 가지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비록 제가 주식시장의 레벨에 대해서 얘기를 하게 되더라도 주식시장이 이후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를 예견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버크셔에서 우리는 거의 전적으로 개별 회사의 밸류에이션에만 집중하며 아주 제한적인 수준에서만 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살펴 볼 뿐입니다. 그것도 시장 전체가 다음 주나 다음 달, 또는 다음 해에 어떻게 될 것인가 같은 것과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그런 류의 생각은 우리는 결코 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시장은, 때때로 아주 오랜 기간 동안 가치와 상관없이 움직입니다. 하지만 조만간, 가치에 영향받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제가 드릴 얘기는 -만약 제 얘기가 옳은 것이라면- 미국 주식보유자들이 장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결과의 의미에 관한 것입니다.

 

먼저 "투자"라는 것을 정의하는 것에서 출발해 봅시다. 투자의 정의는 단순합니다만 종종 잊혀지곤 합니다. 투자는 미래에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 현재의 돈을 배치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더 많은 돈은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제 더 많은 돈입니다.

 

자, 그러면 과거를 들여다 본다는 측면에서 지금으로부터 34년 전에 주식시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 났는지 한 번 봅시다. 여기서 우리는 풍성했던 시기와 빈약했던 시기에 관해 전형적인 대칭성을 보게 될 것입니다.

 

DJIA (Dow Jones Industrial Avergage)
1964년 12월 31일: 874.12
1981년 12월 31일: 875.00

 

저는 장기 투자자고 무척 인내심이 많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위 결과는 제 생각에도 그다지 크게 움직인 것 같지 않습니다. 이번엔 위와 정반대인 주요 팩트를 하나 볼까요? 같은 17년 동안 미국의 GDP(미국 내에서 이뤄진 비즈니스 총합)는 거의 네 배나 늘었습니다. 370%의 상승율입니다. 또 다른 지표를 볼까요? 같은 17년 동안 포츈 500 기업(물론 여러 종류의 기업들이 섞여 있습니다.)의 매출액은 6배 이상 커졌습니다.

그런데도 다우지수는 거의 제자리입니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투자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 중 첫째 요소를 살펴 봅시다. 그것은 바로 금리입니다. 금리는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처럼 재무적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미칩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그만큼 밑으로 잡아 당기는 힘이 커집니다. 그 이유는 투자자가 어떤 종류의 투자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익율이 국채 등에서 얻을 수 있는 무위험수익율(risk-free rate)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다른 모든 투자안의 가격은 아래 쪽으로 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대수익율이 국채 금리에 맞는 수준까지 하락합니다. 반대로, 국채 금리가 떨어지면, 다른 모든 투자안의 가격을 밀어 올립니다. 기본적인 전제는 이렇습니다. 투자자가 내일 1달러를 받기 위해 오늘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가는 오직 리스크가 없는 금리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리스크-프리 금리가 1 베이시스 포인트(0.01%) 움직일 때마다 모든 투자의 가치 역시 그에 따라 움직입니다. 이런 현상은 채권에서 잘 관찰됩니다. 채권의 가치는 일반적으로 금리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주식이나 부동산 또는 농장이나 기타 투자에서는 다른 중요한 변수들이 계속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금리의 영향은 보통 직접적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의 영향은, 마치 중력처럼 항상 작용하고 있습니다.

 

1964년에서 1981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장기 국채 금리는 1964년 말 4%를 약간 넘는 수준에서 1981년 말 15%까지 엄청나게 오릅니다. 그와 같은 금리 상승은 다른 투자를 위에서 짓누르는 거대한 힘으로 작용했습니다. 위의 다우지수에서 본 것처럼 주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바로 그것이, 즉, 금리라는 중력이 세 배나 커졌다는 사실이, 경제는 엄청나게 성장했는데 주식시장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의 주된 이유입니다.

 

그런데 1980년대 들어서 상황은 정반대로 바뀝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폴 볼커(Paul Volcker)였다는 사실과 그가 얼마나 인기가 없었는지 기억하시죠? 인기는 없었지만 폴 볼커가 행한 영웅적 조치들은 금리 트랜드를 정반대로 바꾸어 놓았고 상당히 눈부신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1981년 11월 16일에 발행된 이율 14%의 30년 만기 미국 국채에 1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이후 쿠폰도 모두 재투자했다고 합시다. 즉, 매번 이자를 받을 때마다 같은 채권을 더 구입한 것입니다. 1998년 말에 이르면 국채는 5%에 팔리고 있었으며 여러분은 8,181,219달러를 갖게 되었고, 그동안 연 13% 이상의 수익을 얻었을 것입니다.

 

그 13%의 연수익율은 다른 많은 '17년 동안의 주식 수익율'보다 좋은 것입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17년 단위 주식 수익율보다 좋은 결과입니다. 아주 놀라운 결과입니다. 다른 것도 아닌 채권이라는 지루한 투자로부터 얻은 것으로는.

금리의 힘은 또한 주식 가격을 밀어 올리는 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비록 앞으로 다룰 요소들이 부가적으로 더욱 주가를 밀어 올렸습니다만.

 

그러면 같은 17년 동안 주식이 어땠는지를 봅시다. 만약 여러분이 1981년 12월 15일에 주식에 100만 달러를 투자하고 모든 배당을 재투자했다면 1998년 12월 31일 여러분은 19,720,112달러를 손에 쥐게 됩니다. 연수익율로 하면 19%입니다.

 

1981년부터 17년 동안의 주식 수익율은 역사상 어떤 시점보다도 높은 것입니다. 심지어, 대공황의 바닥인 1932년 7월 8일, 다우지수가 41.22일 때 구입해서 17년 동안 보유한 것보다도 훨씬 큽니다.

 

 

이 17년 동안 주식 가격에 영향을 미친 두 번째 요소는 세후 기업이익(after-tax corporate profits)입니다. 위 챠트는 GDP 대비 세후 기업이익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챠트는 매년 GDP의 어느 정도를 미국 기업 주주가 가져가는가를 얘기하는 것입니다. 챠트는 1929년에서 시작되어 있습니다.

 

저는 1929년을 무척 좋아합니다. 제 삶이 시작된 게 그 해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당시 주식 세일즈맨이었고, 이후 대공황이 닥친 뒤, 가을입니다만, 누구에게도 연락을 하지 못 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식 때문에 망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후에는 계속 집에 머물렀고, 또 그 때는 텔레비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1929년 12월 30일에 '착상'되었고 그로부터 9달 뒤인 1930년 8월 30일에 태어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대공황에 대해 일종의 애틋한 느낌을 갖고 있습니다.

 

챠트에서 볼 수 있듯, GDP 대비 기업이익 비율은 1929년에 정점에 이르고 이후 줄곧 하락합니다. 챠트의 왼편은 생략되어 있습니다. 생략된 부분에는 주가 대폭락뿐만 아니라 전시의 붐(boom) -초과이익에 대한 과세로 진정되었던- 과 전후의 또 한 차례의 붐이 있을 것입니다. 한편, GDP 대비 기업이익 비율은 1951년부터 4%에서 6.5% 범위로 주저 앉습니다.

1981년까지, 그런 경향은 계속되고 밴드의 하방을 향해 갑니다. 그러다가 1982년 3.5%까지 추락합니다. 그러므로 그 시점에 투자자는 두 가지 강한 악재를 보게 되었습니다. 평균 이하의 기업이익 그리고 고공행진하는 금리.

 

그리고 언제나 그래왔듯이, 투자자는 과거에 어떠했다는 것을 미래로 투사합니다. 투자자의 버릴 수 없는 습관이죠. 전면 유리로 보는 게 아니라 백미러로 보는 것입니다. 뒤돌아 보면서 관찰한 사실들은 당시 투자자들을 무척 암울하게 만들었습니다. 금리는 계속 오를 것처럼 보였고 이익은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였으니까요. 그 결과가 바로 17년 전과 거의 같은 수준에 머문 다우지수였습니다. GDP는 5배 이상 커졌는데도.

 

그러면 '1982년 이후 17년' 동안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한 가지 달랐던 점은 앞 17년과 같은 GDP 성장율은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기간의 GDP는 3배 이하의 증가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금리는 계속 하락하기 시작했고, 볼커 효과가 사라진 뒤, 기업 이익은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점진적으로 증가한 게 아니고 실제적 힘을 바탕으로 증가합니다. 챠트를 통해 이 기간 동안의 기업이익 트랜드를 볼 수 있는데요, 1990년대 후반까지 GDP 대비 기업이익 비율이 6%에 이를 정도로 계속 커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6%는 '정상적인' 밴드의 상부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1998년 장기 국채 금리는 5%까지 내려오게 되죠.

 

투자자에게 중요한 이 두 가지 펀더멘틀에서의 드라마틱한 변화가 두 번째 17년 동안 다우가 875에서 9181로 10배 이상 상승한 것을 상당 부분 - 모두는 아니라도- 설명해 줍니다. 여기에는 물론, 시장 심리도 작용합니다. 일단 불 마켓이 자리잡고, 어떤 시스템을 통해 투자를 하든 누구나 돈을 버는 수준에 이르자, 사람들이 게임에 몰려 듭니다. 금리나 기업이익 때문이 아니라 주식을 하지 않으면 손해인 것처럼 보인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에 몰린 것입니다. 사람들은 시장을 움직이는 펀더멘틀 요소 위에 '잔치에서 소외될 수는 없다'는 심리를 중첩합니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이들 '투자자'는 종소리가 울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학습합니다. 이 경우의 종소리는 아침 9시 30분, 뉴욕 증권시장의 개장을 알리는 종소리입니다. 종소리가 들리면 음식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런 매일매일의 강화를 통해 사람들은 '나를 부자로 만들어 주고 싶어 하는 신이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기에 이릅니다.

 

현 시점에 당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움직였는지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장미빛 전망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페인 웨버와 갤럽에서 7월에 내놓은 써베이에 따르면 초보 투자자들은(투자를 한 지 5년 이하인 사람) 다가 올 10년 동안의 기대수익율이 22.6%라 합니다. 심지어 20년 이상 투자한 사람들도 12.9%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그 12.9%보다 훨씬 못 미치는 정도만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자 합니다. 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에 대해 고찰해 보겠습니다. 오늘날, 투자자가 앞으로 10년, 17년 또는 20년 이상 좋은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일이 일어나야만 합니다. 마지막 한 가지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 얘기하기로 하고 우선 두 가지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금리가 더 떨어져야만 한다

국채 금리가 현재는 6%입니다만, 만약 3%까지 떨어진다면, 이 요소 한 가지만으로도 주식의 가치는 두 배 가까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여러분이 정말로 금리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심지어 일본처럼 1%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곳으로 달려 가세요. 채권 옵션으로.

GDP 대비 기업이익이 커져야만 한다

어떤 사람이 뉴욕에는 뉴욕 사람보다 변호사 숫자가 더 많다는 얘기를 했다 합니다. 그 사람은 어쩌면 기업이익이 GDP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믿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구성요소가 그 총합보다 영원히 더 커질 수 있기를 기대하다가는 수학적 난관에 봉착하게 됩니다. 제 생각으로는 GDP 대비 기업이익이 6% 이상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을 기대하는 것도 대단히 낙관적인 생각입니다. 그 비율을 낮추는 요소 중 하나는 경쟁입니다. 경쟁 요소는 계속해서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공공정책 요소입니다. 만약 기업 쪽이 계속해서 미국 경제라는 파이를 점점 더 많이 차지한다면 다른 그룹에서는 점점 더 작은 파이만 갖게 됩니다. 그건 당연히 정치적인 문제를 불러 일으킵니다. 제 생각으로는 큰 폭으로 파이를 다시 나눠 갖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가정을 한다고 할 때 어떤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GDP가 연평균 5% 성장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3%는 실질 성장율입니다. 아주 훌륭한 성적이죠. 2%는 인플레이션입니다. 만약 GDP가 5% 성장하고, 금리로부터 얻는 이점이 없다면 주식 총가치는 그다지 많이 늘지 않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물론 배당으로부터 약간의 수익을 부가적으로 얻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주가 수준에서 전체수익율 중 배당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과거와 비교할 수준이 못 됩니다. 또한 회사가 자사주매입을 해서 주당순이익을 늘리는 데 주력하는 것을 통해 수익율을 올리는 것도 기대하기 힘듭니다. 그 부분을 상쇄하는 효과는 회사들이 계속해서 신주를 발행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차적인 신주발행뿐만 아니라 스탁옵션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제가 가정했던 것처럼 5% GDP 성장율은 여러분의 수익율을 제한하는 요소가 되는 것입니다. 즉, 미국 기업들의 이익이 5%만 성장하고 있는데 계속해서 기업가치가 연 12% 씩 증가하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피할 수 없는 사실은, 자산의 가치란 -그게 어떤 성격을 갖고 있든- 장기적으로 그것이 벌어들이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자, 물론 여러분은 위와 다른 경우를 얘기하며 반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게 공정한 거죠. 하지만 그 주장의 가정을 얘기해 주십시오. 만약 누군가 미국 투자자가 주식을 통해 연 12%의 수익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얘기한다면 저는 이런 얘기를 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그건 GDP가 연 10%씩 성장하고, 여기에 배당수익율이 2% 더해지고, 그리고 금리는 계속 현재 상태로 유지될 것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라구요. 또는 이들 핵심변수들을 다른 방식으로 재조합할 수는 있을 겁니다. 어쨌든 팅커벨 방식은 통하지 않을 겁니다. 그걸 믿으신다면 박수를 한 번 쳐보세요.

 

위 사실 외에, 미래 수익은 항상 현재의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 역시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주식시장에 넣어 둔 돈으로부터 얼마나 얻을 수 있을 것인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1998년 포츈 500 기업과 관련된 두 가지 숫자를 한 번 봅시다. 포츈 500 기업은 공개된 미국기업 시가총액의 75%를 차지하므로, 이 숫자는 사실 주식회사 미국에 대한 숫자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FORTUNE 500
1998 순이익: 334,335,000,000달러
1999년 3월 15일 시가총액: 9,907,233,000,000달러

 

위 두 숫자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기 전에 한 가지, 위 순이익 숫자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1998년의 순이익은 한 가지 특별이익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FORD사가 Associates를 스핀오프하면서 보고한 16억 달러의 장부가치 증가가 포함된 것입니다. 또한, 포츈 500 선정이 늘 그래왔듯, 시장가치를 알 수 없는 State Farm 같은 몇 개의 상호회사(mutual companies)의 어닝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요한 기업 비용 요소 중 하나인 스탁옵션 비용이 이익에서 차감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위 순이익 숫자는 경제적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하고 있어서 사실은 더해졌어야 할 상각액만큼 줄어든 부분도 있을 겁니다. 이런 몇 가지 사항들을 제외한다면, 올해 3월 15일 현재, 투자자들은 3340억 달러의 순이익을 위해서 10조 달러라는 엄청난 가격을 지불한 게 됩니다.

 

중요한 요소인데 종종 무시되는 다음의 사실을 잊지 마세요. 투자자 전체로 보면, 소유하고 있는 비즈니스가 버는 것 이상을 가져 갈 수는 없습니다. 물론, 여러분이나 나나 서로 점점 더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고 살 수는 있습니다. 포츈 500 기업이 하나의 회사고, 여러분 각자가 그 일부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 경우, 각자 소유한 것을 계속 가격을 올려가며 서로서로 사고 팔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중 어떤 사람은 옆 사람보다 조금 더 똑똑해서,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게임에서 벗어난 돈은 하나도 없습니다. 돈을 번 사람은 돈을 잃은 사람이 투입한 돈을 가져간 것일 뿐입니다. 그룹 전체로 보면 전혀 달라진 게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룹의 운명은 여전히 이익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 소유주 전체가 최종적으로(현재로부터 청산할 때까지) 가져갈 수 있는 것의 절대적 크기는 비즈니스가 그 기간 동안 벌어들이는 것 한도내에서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과 제가 이 방에서만 서로 각자의 소유지분을 거래한다면 거래비용이 들지 않을 것입니다.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일정 부분을 떼어가는 브로커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투자자들은 앉은 자리를 바꿔 앉는 습관이 있고 또한 거기에 대해 조언을 들으려 합니다. 그리고 거기엔 비용이 소요됩니다. 아주 큰 비용이 소요됩니다. 그 때 지출되는 비용은, 저는 이것을 마찰비용(frictional costs)라고 부릅니다만,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시장조성자가 챙기는 스프레드도 있고, 12b-1 요금, 운용수수료, 보호수수료, 랩 수수료, 심지어 경제지를 구독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도 해당됩니다. 이런 비용들을 무시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부동산에 투자를 한다면 수익율을 계산할 때 관계되는 관리 비용을 고려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다 감안할 것입니다. 똑같은 방식으로 주식투자자 역시 자신의 수익율을 계산할 때 관계되는 마찰비용을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비용이 얼마나 될까요? 제가 추산해 보기로는 미국 주식투자자는 연 1000억 달러 이상을 여기에 쓰고 있습니다. 단지 앉은 자리를 바꾸고, 자리를 바꿔야 하는지 어떤지 조언을 듣기 위해 연 1300억 달러(!)나 쓰고 있는 것입니다. 그 중 1000억 달러 정도가 아마 포츈 500 기업과 관계될 것입니다. 바꿔 얘기하자면, 투자자들은 포츈 500 기업이 벌어들인 것의 1/3을 다양한 종류의 의자 바꿔 앉기와 의자 바꿔 앉기 관련 '조언자'들에게 날려 버리는 것입니다. 포츈 500 기업의 1998년 순이익은 3340억 달러니까요. 그러므로 그런 의자 바꿔 앉기가 끝나고 나면, 포츈 500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10조를 투자해서 2500억 달러 이하만 얻는 게 됩니다. 제가 보기에 그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이 얘기를 듣고 있는 여러분은 아마 제가 추산한 1000억 달러가 그런 '조언자'들에게 간다는 게 정말일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겁니다. 그들이 어떤 식으로 여러분에게 요금을 부담시킬까요? 한 번 계산해 봅시다. 먼저 커미션, 시장조성 비용, 상장에 소요되는 비용 등의 거래비용에서 시작해 봅시다. 중복을 제외하고도 올해에만 적어도 3500억 주가 미국 주식시장에서 거래될 것입니다. 그리고 주식 한 주당 거래 양측에서 부담하는 거래비용은 평균 6센트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것을 모두 합하면 420억 달러입니다.

 

그 다음 비용으로 넘어가 볼까요? 랩 어카운트에 투자하고 있는 소규모 투자자에게 부과되는 상당한 수수료, 대규모 투자자들이 지불하는 관리 수수료, 그리고 주식형 뮤츄얼 펀드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막대한 비용도 있습니다. 주식형 뮤츄얼 펀드 자산은 현재 약 3조5000억 달러에 이르므로, 관리 수수료, 세일즈 비용, 12b-1 요금, 기타 일반 운영비용 등이 연 1% 정도 된다고 볼 때, 연 350억 달러가 됩니다.

 

지금까지 얘기한 비용에는 커미션이나 선물/옵션 수수료, 기타 다양한 연금과 관계되는 수수료, 또는 여러 '조언자'들이 생각해 낸 무수한 비용들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요약하자면, 포츈 500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마찰비용이 1000억 달러 -포츈 500 시가총액의 1%입니다- 라는 것은 제 생각엔 충분히 설득력 있는 수치일 뿐 아니라 오히려 상당히 낮게 잡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주 끔찍한 크기입니다. 언젠가 어떤 만화에서 한 논평가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에 모두 다 만족해 하고 있어서 오늘 주식시장에서는 거래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 일이 실제 일어난다면, 투자자는 매년 1300억 달러를 절약하는 셈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주식시장에 대해 얘기한 것을 요약해 보겠습니다.

제 생각에, 다가 올 17년 동안 주식투자를 하면서 지난 17년에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입니다- 필적할 만한 수익을 기록할 수 있는 경우를 설득력있게 제시하기는 매우 힘듭니다. 저에게 가장 가능성 있는 수익율을 얘기해 보라고 한다면 평가손익과 배당수익을 다 합쳤을 때, 투자자 전체가 거둘 수 있는 수익은 -다시 강조합니다만 투자자 '전체'입니다- 금리가 일정하고 2%의 인플레이션과 마찰비용을 감안했을 때, 6% 정도입니다. 명목상수익 6%에서 인플레이션 2%를 제하면(인플레이션이 얼마가 되든 제해야 합니다.) 실질 수익율은 4%입니다. 그리고 4%가 틀린 숫자일지라도 그보다 클 확률과 작을 확률은 비슷할 것입니다.

 

이제 처음에 했던 얘기로 되돌아 가봅시다.

저는 앞으로의 시장에서 상당한 이익을 얻으려면 세 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첫째, 금리가 떨어져야 한다, 둘째, GDP 대비 기업이익 비율이 극적으로 커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세 번째 요소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는 다른 투자자 전체가 지지부진하더라도 나만은 승자가 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 낙관주의자가 계실 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정보혁명(저는 정보혁명을 전폭적으로 믿습니다.)의 초입에 서 있는 시기에는 이런 유혹이 특별히 강렬할 것입니다. 확실하게 오를 주식을 사고, 물론 브로커가 어떤 것을 살 지 알려 줄 것이구요, 그냥 흐르는 대로 물결을 타고 가면 된다는 주장입니다.

 

글쎄요. 제 생각에는 금세기 초반에 우리 나라를 크게 변화시킨 몇 개의 산업을 다시 고찰해 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건 바로 자동차와 항공 산업입니다. 먼저 자동차 산업을 볼까요? 지금 제가 들고 있는 것은 총 70페이지에 이르는 미국 내 자동차, 트럭 제조사 목록 중 한 장입니다. 한 때는 버크셔 자동차와 오마하 자동차도 있었습니다. 저는 물론 자연스럽게 그 회사들을 눈여겨 보았습니다만. 그외에도 전화번호부 책 한 권에 이르는 자동차 회사가 있었습니다.

모두 합해 보면 적어도 2000개 이상의 자동차 회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자동차 산업에 말입니다. 여러분이 만약 자동차 산업 초기에 앞으로 이 산업이 어떤 식으로 발전되어 갈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얘기했을 겁니다.

 

"이것이 부자로 가는 길이다."

 

끝없이 계속되고 있는 망한 회사들의 시체들을 너머 이제 우리는 단 세 개의 미국 자동차 회사만 갖고 있습니다. 물론 그 세 개 역시 투자자 입장에선 아주 훌륭한 회사라고 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바로 이것이 미국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자동차 산업의 현실입니다. 물론 미국뿐만 아니라 투자자에게도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형태로- 막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때때로, 이런 이행기에는 어떤 것이 패자가 될 것인지를 파악하는 게 훨씬 쉬울 수 있습니다. 설령 여러분이 자동차의 중요성을 일찍 간파했다고 하더라도 어떤 회사가 돈을 벌게 해줄 것인가를 집어내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때도 여러분이 확실하게 선택할 수 있는 게 있었습니다. -이따금 어떤 일을 뒤집어서 생각하는 게 더 좋을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말을 공매도(short)하는 것입니다. 솔직히, 저는 당시에 버핏 패밀리가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는 기간 내내 말을 공매도하지 않은 것이 실망스럽습니다. 우린 변명의 여지가 없었을 것입니다. 네브라스카에서는 말을 빌리는 게 정말 쉬웠고 "short squeeze"를 피하는 것이 참으로 쉬운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주)

 

미국 말 총합
1900: 2100 만 마리
1998: 5 백 만 마리

 

(역자주) 숏 스퀴즈는 공매도(short)했던 주식의 주가가 크게 오르는 경우 short 포지션을 커버하기 위한 수요가 더욱 증가해서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입니다.


금세기 첫 25년 동안 자동차를 제외하고 또 하나 심대한 변화를 가져온 새로운 비즈니스가 있다면 그건 항공입니다. 항공 산업 역시 아주 전망이 밝을 것으로 여겨져서 투자자들이 군침을 흘렸습니다. 그러면 항공기 제조사는 몇 개가 있었을까요? 1919-1939년 기간 동안 약 300개의 회사가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살아 있는 회사는 아주 일부에 불과합니다. 당시에 만들어진 항공기 중에는 -우린 당시의 실리컨 벨리에 있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네브라스카 항공기와 오마하 항공기도 있었습니다. 둘 다 골수 네브라스카 주민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것들이죠.

 

항공기의 실패 사례를 볼까요? 이것이 지난 20년 동안 파산한 129개의 항공기 회사 목록입니다. 컨티넨틀사는 그 리스트에 두 번이나 들 정도로 스마트했습니다. 1992년 현재, 사실 상황이 그 때 이후로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항공 산업이 막 시작되던 때 이래로 미국내 모든 항공 회사가 번 돈을 합하면 제로입니다. 완전히 0입니다.

 

이런 점들을 바탕으로 판단해 보면, 제가 만약 1903년에 오빌 라이트가 비행기를 이륙시켰던 키티 호크에 있었다면, 그리고 충분히 앞 날을 내다볼 수 있었고 공공 정신에 충만해 있었다면 -이것은 제가 미래의 자본가들에게 빚을 지는 것이 되겠습니다만- 그를 저격했을 겁니다. 제 말은, 칼 맑스도 오빌만큼 자본가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우리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꾸어 놓았지만 동시에 미국 투자자에게 보상을 주지 못 한 다른 놀랄 만한 비즈니스들에 대해서 더 얘기를 하지는 않겠습니다. 레디오나 텔리비전 같은 게 그런 예가 될 것입니다.

 

투자의 핵심은 어떤 산업이 사회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인가 또는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 등을 평가하는 게 아닙니다. 개별 회사의 경쟁우위를 평가하고, 그 이점이 얼마나 지속적일까를 판단하는 게 투자의 핵심입니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둘레에 광범위하고 지속가능한 해자(moat)가 있을 때 투자자에게 보상을 안겨 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17년 얘기는, 엉뚱한 얘기입니다만, 17년된 메뚜기를 생각하게 합니다. 이 생물 중 어떤 종족이 2016년에 날개를 달게 되고 어떤 종이 문제점에 봉착하게 될까요? 저는 이들이, 지금보다는 투자자들이 덜 도취되어 있는 세계로 들어설 것으로 봅니다. 물론, 투자자들은 실망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처음부터 너무 높은 기대를 했기 때문입니다.

 

화가 난 상태이든 아니든, 투자자들은 그 때쯤이면 상당히 부가 늘어나 있을 겁니다.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매년 3% 씩 실질 기업이익을 늘려 가면서 천천히 전진해 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욱 좋은 것은, 이렇게 창조된 부는 미국 일반 대중에게로 흘러서, 현재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게 해줄 거라는 점입니다. 그런 세계를 나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비록 지나간 17년 동안 투자자가 익숙해 있던 것에는 미치지 못 하더라도 말이죠.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