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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buy to keep
2003-11-1
주식투자는 크게 두 가지 접근법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장 수급 흐름에 집중하는 기술적 분석과 기업 내재가치(intrinsic value) 평가를 기반으로 투자하는 가치투자입니다. 워렌 버핏은 그의 스승인 벤자민 그래함 교수와 함께 가치투자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사람입니다. 버핏은 매년 빌 게이츠와 함께 세계 최고의 부자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고 기부 측면에서도 빌 게이츠와 함께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는 존경받는 투자자 중 한 명입니다.
이 글은 워렌 버핏 투자를 적절히 나누어서 명쾌하게 풀어낸 책, "The Warren Buffett Way" (Wiley & Sons, Inc. 1995)의 내용을 중심으로 그의 투자 철학을 요약한 것입니다. 워렌 버핏의 투자 철학에 관해서 간단하게 소개한 다음, 기업의 질적분석(qualitative analysis)을 정리해 보고 밸류에이션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투자와 투기 (Investment vs Speculation)
버핏의 스승인 벤 그래함 교수는 컬럼비아 대학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이자 워렌 버핏을 키워낸 인물로 최초로 주식투자를 미시적 관점에서 심층 분석한 사람입니다. 그는 학부 졸업 후 월 스트릿에서 오랫동안 채권투자와 주식투자를 직접 했던 사람이고, 대공황과 주식시장 붕괴(stock market crash)를 이겨내고 꾸준히 시장 수익율보다 높은 수익율을 기록해 온 투자회사를 직접 경영했던, 학문과 현장 경험 모두를 두루 겸비한 사람입니다.
그는 투자(investment)와 투기(speculation)의 차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이것을 엄밀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가 정의한 투자는 이렇습니다.
"투자행위란, 철저한 분석을 기반으로 원금의 안전성과 적정한 수익을 약속하는 것이다."[1]
[1] Benjamin Graham. Investment versus Speculation. The Intelligent Investor (revised edition), HarperCollins Publishers Inc., 2003. p.18.
"An investment operation is one which, upon thorough analysis promising safety of principal and an adequate return."
투자는 투자하려는 회사의 사업상의 특징과 재무적인 건전성을 철저하게 분석을 한 다음에 행하는 것이고 또한 원금 보존을 위해 치밀하게 안전장치를 구축한 다음에 하는 것이며 적정한 수익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뒤집으면, 자신이 투자하려는 기업이 무엇을 하는 기업인지, 재무적으로 얼마나 건실한지를 전혀 알아보지 않고, 또 원금 보존의 강렬한 의지는 별로 없으면서, 막연히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투기입니다. 주변의 주식'투자자' 중에 진정한 의미에서 투자자에 가까운 사람이 많은지 아니면 투기자에 가까운 사람이 많은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그러므로 가치투자란 어쩌면 동어반복일 수도 있습니다. 투자는 기본적으로 다 가치투자여야 합니다. 가치투자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인 의미의 투자가 이미 투자 본래의 의미를 넘어서 투기까지 아우르게 된 현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다. 사업체를 사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식투자라고 하면 오르기 전에 사서 떨어지기 전에 판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기술적분석은 이런 투자 방식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개별 주식 또는 주식시장 전체의 흐름과 수급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런 투자 방식은, 물론 그렇게 해서 큰 돈을 번 사람도 있기는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대단히 피곤합니다. 시장의 흐름을 예측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논외로 하더라도 항상 주가 흐름을 살펴야 하고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는지 지켜 봐야 합니다. 게다가 수급을 예측하고 이용하겠다는 것은 다른 투자자들의 심리를 읽어야 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겠습니까?
내가 전체의 일부분인데 전체를 읽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가격 변화의 타이밍을 맞춰서 돈을 벌겠다는 것은 그 근거도 희박할 뿐만 아니라 투자자를 쉽게 투기적인 성향으로 내몰기 때문에 더욱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가격이 오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벳팅을 합니다. 가격이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거의 공황상태가 됩니다. '내일의 전략'을 얘기하며 하루하루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노심초사하고 올라도 불안, 내려도 불안해 합니다. 날마다 떠도는 얘기들만 들으며 이리저리 몰려 다니다가 원금마저 잃게 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더욱 투기적인 장으로 빠져들며, 최종적으로 매우 좋지 않은 상태로 주식시장에서 떠나게 됩니다. 타이밍을 맞춰서 사고 팔겠다는 식의 접근은 필연적으로 주식을 일종의 도박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투자자는 타이밍에 집중해서는 안됩니다. 가격에 집중해야 합니다. 가격이 내가 계산한 것보다 낮으면 구입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투기가 아닌, 투자를 통해서 부를 쌓고자 한다면 주식을 복권이나 컴퓨터 상의 숫자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모든 주식 뒤에는 '회사'라는 실체가 놓여 있습니다. 주식은 회사 자산에 대한 청구권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회사가 청산되더라도 주주 몫을 청구할 수 있는 증서입니다. 주식은 종이 조각이 아닙니다. 회사의 순자산이라는 실물이 뒤에 놓여 있습니다.
주식투자는 공개된 기업이 아닌 사적인 기업에 투자하는 것처럼 해야 합니다. 주식시장이란 것이 없어도 그 회사 주식을 사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서 그렇다라는 대답이 나올 때 그 회사 주식을 구입해야 합니다. 주식투자는 '사업체를 사는 것처럼 할 때' 성공할 수 있다는 게 버핏과 그래함의 메씨지입니다.
어떤 비즈니스의 주식이 왜 장부가의 몇 배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될까요? 그 비즈니스가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 때문에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그 주식을 순자산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언제든지 다시 팔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순자산가치 이상을 지불하고도 그 주식을 다시 사 줄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다른 사람'에는 바로 나 자신도 포함됩니다. 어떤 이유로 '다른 사람'들이 회사를 불안하게 생각하는 순간 몇 배로 부풀려졌던 가치는 삽시간에 공중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그 '가치'는 비즈니스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생각한다'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믿음이 사라지면 가치도 없어집니다. 그런 방식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은 항상 주가에 신경 쓸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구입한 이유가 오직 다른 사람들이 그 주식을 좋게 생각해 줄 것이라는 점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주식 투자는 기업 공개가 되어 있지 않은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것과 똑같아야 합니다. 친구가 운영하고 있는 사업에 동업자로 참여하는 것과 똑같아야 합니다. 투자하려는 회사가 오랫동안 일관된 영업 성적을 보여왔는지, 경영진은 합리적이고 주주이익을 중시하는지, 그 비즈니스가 속한 산업이 어떤 특성을 갖는지를 바탕으로 적절한 가격을 계산하고, 그 가격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지분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오면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조금 있다가 팔아 버릴 종이 조각이나 컴퓨터 상의 숫자를 사는 것이 아닙니다. 사업체를 사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변덕스런 의견에 의거해서 가치를 매기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비즈니스가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에 근거해서 가치를 매기고 지분 참여를 하는 것입니다.
버핏은 주식 시장이 10년 정도 문을 닫았다가 연다고 해도 자신의 투자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까지 얘기를 했습니다. 시장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는 '현재'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느냐 정도의 의미만 있을 뿐입니다. 개별 주식을 사는 것과 주식 시장 전체를 전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리고 가치투자는 다른 사람의 의견과 예측, 즉 시장 전망에 기반해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므로 주식 시장의 흐름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알고 보면 시장 흐름을 전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주식 시장은 일면 기업 가치의 객관적인 평가의 장이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욕망과 공포의 소용돌이입니다. 그 많은 투자자의 심리적 상태, 그것도 극단적인 탐욕과 공포가 몰아치고 있는 것을 '예측'하고 '분석'하겠다는 시도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불행히도 주식시장은 비즈니스의 펀더멘틀이 반영되는 측면보다 벳팅한 사람들의 일시적 감정 상태의 반영인 경우가 훨씬 많고, 사람들이 일단 탐욕이나 공포감에 압도되고 나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나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고 팔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공포에 절어있다면 아무리 훌륭하게 운영되고 있는 비즈니스도 형편없이 낮게 평가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근거없는 탐욕에 불타오르면 껍데기밖에 없는 회사도 높은 가치가 있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런 '가치'는 오직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잠시 일치할 동안만 존재하는 가치입니다.
매일매일의 주가는 들여다 볼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감정의 기복에 소중한 나의 재산을 걸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봐야 할 부분은, 그런 요동치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펀더멘틀이 튼튼한 회사는 결국 적절하게 평가되는 시기가 온다는 사실입니다. 그래함 교수는 주식시장이 단기적으로는 인기투표장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체중계라는 비유를 했습니다.
벤자민 그래함 교수는 주식 가격에 두 가지 성격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하나는 투자적 성격(investment characteristic)이고 다른 하나는 투기적 성격(speculative characteristic)입니다. 전자는 기업의 비즈니스적 가치입니다. 후자는 투자자의 탐욕과 공포의 결과물입니다. 투자자의 탐욕과 공포는 주가를 투자적 성격과 상관없이 극단적으로 치솟게 만들거나 극단적으로 폭락하게 만듭니다.
투자자의 감정상태에 의해 형성된 투기적 가격은 하루하루 '투자자'를 기분좋게 만들기도 하고 공포감에 흔들리게도 만들지만 투자자들이 어떤 감정 상태에 있든 사실 그 기업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꾸준히 비즈니스를 해 나가고 있을 뿐입니다. 인기투표를 어떻게 하고 있든 회사의 비즈니스는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진행되어 나갑니다. 그리고 비즈니스만 제대로 되어 나간다면 결국 제대로 평가되는 시점이 옵니다.
진정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주식가격의 투자적 성격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 주식이 다른 투자자의 탐욕과 공포에 의해 엉터리로 평가될 때 그것을 이용해야 합니다. 최소한 그들의 의견에 휘둘려서는 안됩니다. 그래함 교수는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평가된 가격 이상의 주가는 상장되기 위한 요금 정도로 생각하라고 조언합니다. 철저하게 장부 가치와 영업 성적에 기반해서 투자를 하고 시장이 이를 적절하게 평가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과하게 평가할 때 이를 이용하면 됩니다.
벤자민 그래함 교수는 주식 시장의 이런 특성을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 "Mr.Market"이라는 비유를 들었습니다. 주식 투자를 "미스터 마켓"이라는 친구와 함께 손잡고 사업을 하는 것으로 상상해 보세요. 그런데 "미스터 마켓"은 정서가 불안합니다. 조울증 환자입니다. 어느 날은 극단적인 낙관론에 휩싸여서 모든 것을 밝게 전망하다가 어느 날은 최악의 비관론자가 되어서 내일은 없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주식 투자를 한다는 것은 이런 미스터 마켓과 동업을 하는 것입니다. 비즈니스는 늘 그대로 진행되고 있는데 어느 날 미스터 마켓은 극단적으로 활기에 넘칩니다. 그는 사업이 한없이 잘 될 것으로 낙관하기 때문에 아무리 높은 가격을 불러도 지분을 내놓지 않습니다. 또 매우 비싼 값에 내 지분을 사겠다고 덤빕니다. 반대로 미스터 마켓이 우울한 모드에 접어들면 그는 모든 것을 비관합니다. 갖고 있는 모든 지분을 헐값에 팔아 버리려 합니다. 내일은 없는 것처럼 모든 것을 내던지려고 합니다.
이런 미스터 마켓과 동업을 한다면 언제 지분을 사고 언제 지분을 팔아야 할까요? 그가 모든 것을 낙관하며 탐욕에 불타오를 때 그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가 터무니없이 비관하고 있을 때 헐값에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또 다시 낙관론에 휩싸여 비싼 값을 주며 지분을 되사고자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당수의 주식투자자는 반대로 행동합니다. 미스터 마켓이 의기양양하며 모든 것을 긍정할 때 주식시장에 달려들며, 그가 풀이 죽어있으면 주식시장을 외면합니다.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왜 앞으로 큰 이익을 줄 좋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는 거들떠 보지 않다가 자기에게 별로 이익을 못 줄 때는 그렇게 안달을 할까요? 주가가 대폭락을 하고 암담한 전망이 시장 전체를 짓누를 때를 생각해 보세요. 아무도 주식 '따위는' 거들떠 보지 않습니다. 반면에 주가가 급등하고 너도나도 주식을 한다고 달려들면 하루라도 빨리 주식을 사지 못 해서 안절부절합니다. 버핏의 표현에 따르면, "You pay a very high price in the stock market for a cheery consensus."입니다. 모두 다 기분 좋게 미래를 긍정하는 것을 사기 위해 비싼 값을 치루는 것입니다. 좋은 시장 컨센서스를 사기 위해 매우 비싸게 구입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투자하고자 하는 사업체에 대해 분석이 끝났다면, 즉 어느 정도가 구입할 만한 가격이라는 분석이 되어있다면 암울한 시장이야말로 원하던 주식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것은 너무도 명쾌한 이야기이고 쉬운 이야기지만 자기 재산이 걸리고 나면 정말로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예컨데 적정가가 1만 원으로 생각되는데 현재 주가가 5천 원인 주식을 1억 원어치 구입했습니다. 그 회사의 주가가 5천 원에서 3천 원으로 떨어져서 평가액이 6천만 원이 되었을 때도 '좋은 기회군..'이라며 더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대개 이걸 던져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안절부절합니다. 투자자가 된다는 것은 그런 감정적인, 기질적인 부분을 극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이 주식 투자자와 주식 투기자를 구분짓는 요소입니다. 처음부터, 구입할 당시보다 주가가 더 떨어졌을 때도 '물타기'가 아닌 강한 확신을 갖고 더 구입을 할 수 있을 정도인 회사를 구입해야 합니다. 그 정도의 가치평가가 된 다음에 지분을 사는 것입니다.
버핏은 이상할 정도로 시장 흐름에 무심했습니다. 그가 워싱턴 포스트지에 투자를 할 때 주당 27달러에 구입을 했습니다. 몇 달 뒤 주가는 23달러로 떨어졌습니다. 버핏은 처음 구입한 것의 3배를 더 사들였습니다. 가격이 계속 더 떨어져서 20달러선까지 이르자 버핏은 그 때까지 구입한 양의 2배를 더 사들였습니다.[3] 이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고, 자신의 평가에 확신이 없다면 또한 심리적으로 굳건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철저하게 비즈니스의 특성에 기반해서 투자를 하기 때문에 폭락이 주식 구입의 절호의 기회입니다. 버핏이 당시 줏어 담듯 사 들인 워싱턴포스트 지분은 결국 15,000%가 넘는 수익율을 기록하게 됩니다. 1,500%가 아닙니다. 15,000%입니다.
행동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 내며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Daniel Kahneman, Amos Tversky 씨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똑같은 크기의 돈이라도 그것을 얻을 때보다 잃을 때 두 배로 강렬하게 받아 들인다고 합니다. 천만 원을 벌 때의 기쁨과 천만 원을 잃었을 때의 고통을 비교하면 후자 쪽이 두 배나 더 큰 폭의 고통을 줍니다. 또한, 투자자의 상당수가 오로지 다른 사람들이 그 주식을 어떻게 생각한다는 점에만 의거해서 투자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투자가가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고 가격이 폭락하면 거의 공황상태가 됩니다. 그런 점들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처음 투자할 때부터 그 회사가 어느 정도의 가격이면 적정하다는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근거해서 설정된 가치가 아닌, 비즈니스의 실제 성적을 기반으로 분석해서 가치를 매기고 있어야 바깥의 의견에 휩쓸리지 않고, 나아가 그들의 감정적 격변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3] Roger Lowenstein. "Return of the native." Buffett: The making of an American capitalist, Random House, Inc., 1995. p.152.
note) Post shares had split four-for-one.
이런 기질적인 부분, 심리적인 부분을 갖추는 것이 주식 투자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버핏의 스승인 벤 그래함 교수는 강조했습니다. 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손꼽히는 뉴튼도 당대에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커다란 손실을 기록하고 그 앞에서 주식 얘기를 전혀 못 꺼내게 했습니다. 똑똑함이 투자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 뉴튼 같은 인물이 투자에 실패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다른 사람이 팔기 때문에 두려워서 판다는 식으로 해서는 레밍이 될 뿐 진정한 투자자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런 심리적인 부분을 마스터하는 것이 투자 성공을 좌우합니다.
버핏에게는 일반적인 의미의 주식 시장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As far as I am concerned," he says, "the stock market doesn't exist. It is there only as a reference to see if anybody is offering to do anything foolish."
버핏에게 주식시장은 누가 또 어떤 바보 같은 제안을 하는가를 들여다 보는 정도의 의미만 있을 뿐입니다.
버핏이 투자에서 중요시하는 지표
이제 워렌 버핏이 주식을 선택할 때 재무적으로 어떤 식으로 선택하는지 알아봅시다.
비즈니스적 관점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그는 세 가지 특징에 주목합니다.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비즈니스(Simple and Understandable)
주식투자는 종이 조각이나 복권을 사는 것이 아니고 지분을 구입하고 동업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버핏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비즈니스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버핏은 기술주에 전혀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신기술 출현에 의해 단 번에 흔들릴 수 있는 기술주대신, 수익 모델이 명확하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와 유사한 사업을 해보았거나 이전에 투자를 했던 기업과 비슷한 성격이 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직접 그 계통 일을 해봤기 때문에 그 쪽 비즈니스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어떤 기회와 위협이 있는지 장기적 전망이 어떠한지를 잘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circle of competence'를 벗어나는 사업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 바닥'을 잘 아는 사업에만 투자했습니다.
일관된 영업 성적을 기록해 온 오래된 회사(Consistent operating history)
단기적으로는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더라도 버핏은 역사가 짧은 회사에는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기업은, 훌륭한 기업이든 그렇지 않든, 아주 큰 위기를 맞이합니다. 이런 위기를 넘겨가며, 세월의 시험을 이겨내며 오랫동안 활동해 온 기업에는 많은 축적된 노하우와 자산이 있습니다. 현재 아무리 매력적으로 보이는 회사가 있더라도 그 회사 역시 반드시 위기는 찾아오고, 역사가 없는 회사라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 낼 지 또는 해결해 낼 수 있기는 한 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불확실합니다. 오래 된 회사이면서 영업 성적이 큰 기복없이 발전해 온 회사여야 합니다. 경기순환에 따라 매출이 왔다갔다 하는 회사가 아닌, 일관된 영업 성적을 기록해 온 회사가 좋습니다. 버핏은 가급적이면 경기민감주(cyclical)에 속하는 회사는 피했습니다.
장기적 전망이 밝은 회사(Favorable long-term prospects)
비즈니스적 특징에서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회사는 크게 둘로 나뉩니다. 프랜챠이즈와 보통재 회사입니다. 버핏이 말하는 프랜챠이즈란 소비자가 반드시 필요로 하면서 대체재가 없는 것(no close substitute), 그러면서 가격이나 기타 규제를 받지 않는(not regulated) 비즈니스를 의미합니다.
고객의 새로운 니즈를 창출하고자 하는 제품이 아닌, 이미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고 또 욕구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회사이면서 독점적 성격을 갖는 회사를 뜻하는 것이 프랜챠이즈입니다. 코카콜라를 생각해 보세요. 사람들은 이미 코카콜라를 요구합니다. 더우면 콜라를 마시고 싶어합니다. 그러면서 대체재가 드뭅니다. 또한 특별히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이런 회사가 프랜챠이즈입니다. 이와 반대인 것이 보통재입니다. 보통재는 많은 경쟁자가 있으며, 이들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대동소이하고, 때로는 정부 규제를 받습니다. 그러면 프랜챠이즈와 보통재를 구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가격을 부과할 능력이 있느냐.'입니다. 자기 회사가 가격을 결정할 힘이 있으면 그 비즈니스는 프랜챠이즈입니다. 때문에 프랜챠이즈는 수요가 늘든 줄든,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든 어떻든 가격을 조절해가며 좋은 마진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비즈니스는 상당히 드뭅니다.
버핏은 프랜챠이즈야말로 장기적으로 전망이 밝은 기업이라고 봤습니다. 이들의 가격결정능력은 대부분의 풍파를 무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프랜챠이즈는 경영진이 실수를 하더라도 그 비즈니스 자체가 위협을 받지 않는다는 크나 큰 강점을 갖습니다. 코카콜라에 능력이 떨어지는 경영자가 왔다고 해서 코카콜라가 망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경영진이 바뀜에 따라, 경기변동에 따라 극심하게 성적이 변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프랜챠이즈는 앞으로 오랜 시간동안 어떤 큰 변화가 오더라도 일정한 수준의 영업 성적을 지속적으로 내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전망이 밝은 회사입니다.
그런데 프랜챠이즈는 참 찾기가 힘듭니다. 프랜챠이즈는 또한 지속적이지 않고 언젠가는 경쟁을 맞이해야 합니다. 버핏은 강한 프랜챠이즈도 결국에는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등에 의해 '약한 프랜챠이즈'가 되고, 이는 다시 '강한 비지니스'가 된다고 얘기합니다. 가장 좋은 것 순서대로 하면 이렇습니다.
프랜챠이즈 - 약한 프랜챠이즈 - 강한 비즈니스 - 보통재
구입해서 오래 보유할 만한 회사는 아주 소수입니다. 탁월한 비즈니스는 몇몇에 불과하며, 여기에 속하는 회사를 좋은 가격에 구입해서 보유하는 게 핵심입니다. 가격결정능력이 있는 프랜챠이즈가 그런 회사입니다.
경영진 평가
버핏은 경영자가 어떤 사람인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와 함께 일을 한 경영자는 수십 년 이상 회사에 머물면서 버핏과 함께 성공을 나누었습니다. 그만큼 사람을 보는 눈이 탁월하고 일단 함께 일을 하기로 한 경영자에게 전권을 주며 전폭적으로 신뢰하였습니다. 버핏은 경영자를 판단할 때 다음의 세 가지 기준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합리성(Rationality)
경영진의 합리성이란 다름 아닌 자본을 어떻게 할당하느냐에서 표현됩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출발 후 급격한 성장을 합니다. 성장율이 너무도 높아서 큰 부채를 끌어 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성숙 상황을 맞이하고 실제 투자할 수 있는 부문보다 훨씬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는 단계가 옵니다. 바로 이 단계에서 경영진의 합리성이 표현됩니다.
비즈니스는 이미 성숙단계에 들어서서 큰 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또 평균 이하의 수익율만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동안 축적된 또 현재 벌어들이고 있는 현금이 상당히 있는 경우 경영자가 택하는 길은 셋 중의 하나입니다.
(1) 이 문제를 외면하고 여전히 기존의 평균 이하의 수익율만을 기록하는 곳에 재투자한다.
(2) 성장성 있는 회사를 산다.
(3) 주주에게 부를 환원한다.
버핏은 이 지점에서 경영자가 합리적이냐 아니냐를 판단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계속 그런 식으로 하다가는 회사에 현금만 쌓일 뿐 제대로 투자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집니다. 적대적 M&A의 위협에 노출됩니다. 경영진은 자리를 보존하기 힘듭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경영자는 두 번째 방법을 택합니다. 성장성 있는 회사를 삽니다. 하지만 버핏은 이렇게 성장기업을 구입하는 것에 부정적입니다. 성장성 때문에 구입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고평가되어 비싼 값을 지불하고 사야하며, 새로운 비즈니스를 끌어들이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실수를 할 리스크를 높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영자는 남아 도는 현금을 잘 모르는 이른바 성장기업을 구입하는 데 마구 지출합니다. 커져가는 회사의 외형을 보면서 자신이 능력있는 경영자라고 착각합니다.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대신 사상누각 같은 외형 확장에 쏟아 붓습니다. 그 결과가 대체로 어떻다는 것은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잘 알 것입니다.
버핏은 회사에 현금이 쌓여갈 때 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길은 부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부를 환원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배당을 늘리는 것입니다. 배당을 받은 주주는 그 돈을 높은 수익율을 갖는 다른 투자처에 투자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당이 높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그만큼 기업이 현금을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배당이 주주에게 의미가 있으려면, 그 배당을 주주가 재투자했을 때의 수익율이 배당을 하지 않고 기업이 재투자했을 때의 수익율보다 높아야만 합니다. 이 점을 잘 판단해야 합니다. 배당이 시장에 주주 이익 중시 시그널을 보내서 주가를 올리는가, 역으로 성장할 기회에 투자할 자금을 줄여서 시장가치를 낮추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과 연구가 있습니다. 여기서 그 논란에 대해 다루기는 힘듭니다만 배당이 양면성이 있다는 점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주주에게 부를 환원하는 방법은 자사주매입입니다. 버핏은 이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만약 어떤 회사의 내재가치가 10만 원이고 현재 주가가 5만 원인데 회사가 자기 주식을 다시 사들이면, 회사로서는 5만원을 지출해서 10만원의 가치를 추가하는 것이므로 간접적으로 보이지만 주주에게 이익이 됩니다. 또한 자사주매입은 시장에 주주 이익을 중시한다는 시그널을 보내기 때문에 대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자사주매입은 주주에게 두 배의 이익을 안겨 줍니다. 회사의 가치도 높이고 주가 상승도 이끌어 냅니다. 물론, 내재가치가 현재 주가보다 더 높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내재가치 이상으로 주가가 올랐을 때 자사주를 사들이며 '주주중시 경영' 운운하는 경우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고가에 처분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합니다.
정직성(Candor)
경영자는 공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적을 부풀릴 수도 있고 실패를 성공으로 위장할 수 있습니다. 버핏은 실패한 것도 있는 그대로 발표하는 경영자를 오히려 더 신뢰했습니다. 실패를 경제 탓, 산업 탓으로 돌리며 은폐하려는 경영자보다 어떤 위협요소 때문에 실패를 했지만 어떻게 대처할 생각이라고 솔직하게 밝히는 경영진을 선호했습니다. 기업회계기준 뒤에 숨어 교묘하게 실패를 위장하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성공과 실패를 보고하는 경영자를 택했습니다. 회계처리기준을 몇 년이 멀다하고 바꿔가며 영업성적을 '화장'하는 회사는 오래 갈 수 없습니다.
제도적 강제(Institutional Imperative)
다른 경영자를 아무 생각없이 따라하는 것이 제도적 압박입니다. 버핏은 한 대학의 강연에서 주가가 15배나 뛰어올랐는데도 그 기간동안 망한 37개의 투자은행 목록을 보여주며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월 가에서 가장 머리가 좋고 가장 열심히 일하며 성공하고자 하는 강렬할 욕망을 갖고 혼신의 힘을 다한 사람들에 의해서 운영된 회사들입니다. 그런데 왜 망했을까요? 그 이유는 '아무 생각없이 다른 동료들을 따라한 것(mindless imitation of their peer)' 때문입니다."라고 얘기했습니다.
업계의 다른 회사가 다들 그렇게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필요성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지 않고 그냥 따라하는 것을 버핏은 아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닷컴 붐이 일고 경쟁사가 인터넷 사업체를 대규모로 사들인다고 해서 우리 회사도 일단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없이 따라하는 경영진은 문제가 있습니다. 신규투자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고 왜 그 투자가 필요한지 정말 지금 필요한지에 대해 독자적으로 사고하고 결론을 내야 하는데, 다른 데서도 다 그렇게 하고 이것은 관행이라는 말만 하며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영진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경영진에 의해 경영되는 회사는 장기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습니다.
9.11 테러 같은 아무도 예상 못할 대형 사고만 없으면 올해 순이익은 어느 정도가 될 것이다라는 식의 추정(pro forma)을 하는 게 보험업계의 관례입니다. 이처럼 다른 회사도 그렇게 발표하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해도 된다는 식으로 하는 것을 버핏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보험회사라면 예측하기 힘든 대형사고는 비즈니스의 일부입니다. 다른 회사들이 특별한 사건인 양 취급하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하는 태도가 바로 제도적 강제입니다.
버핏의 스승인 그래함 교수는 경영자의 특성 같은 기업의 질적인 특성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평가에 크게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함은 정량화될 수 있는 변수에만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버핏은 경영자에 매우 큰 비중을 둡니다. 그가 자신을 "85%는 벤자민 그래함이고 15%는 필립 피셔"라고 밝힌 데서 알 수 있듯이 버핏은 경영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기업가치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인 투자자가 버핏처럼 경영자와 직접 얘기를 나눠 보고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대신 사업보고서의 영업보고서나 이사의 경영진단 의견서, CEO의 인터뷰 등을 통해 경영자의 특성을 알 수 있습니다. CEO가 전년도에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를 보고 올해 실제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비교하면 경영진의 정직성과 외부 환경 변화를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 자본을 어떻게 재할당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버핏은 항상 CEO와 회사를 함께 인수합니다. 그는 [탁월한 경영자 - 괜챦은 사업모델]과 [괜챦은 경영자 - 탁월한 사업모델]이 있다면 전자를 택한다고 했습니다. 그 정도로 경영자를 중시했습니다. 버핏은 인수할 회사의 CEO와 단 몇 분의 전화통화만으로 그 사람이 'our type of manager'라고 확신했다고 밝힐 정도로 최고 수준의 판단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오너처럼 생각하는', '돈 때문에 일을 할 필요는 없는' 매니져를 선호했으며, 자신이 존경할 만한 요소가 있는 경영자만을 택합니다. 일반적인 투자자는 버핏처럼 CEO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한계가 크다는 생각보다는 단 몇 분의 전화통화로 그 사람이 훌륭한 매니져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각을 기르는 데 주력하는 게 좋습니다. 공개된 정보와 인터뷰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판단을 하는 데 크게 부족하지 않습니다. 버크셔의 자회사 CEO 중에는 몇 년 동안 버핏을 전혀 만나지 않거나, 일 년 내내 몇 통의 전화통화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비즈니스는 변함없이 훌륭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훌륭한 경영자를 볼 줄 아는 안목입니다.
재무적 평가
재무적 평가에서도 버핏의 독자적인 사고방식이 강렬하게 빛을 냅니다. 버핏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기업의 장부가치가 아닙니다. 장부가치는 투자 위험을 판단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기업의 진정한 가치와는 전혀 상관이 없을 수 있습니다. 기업의 가치는 미래에 얼마나 많은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느냐이고 재무적 평가 역시 이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ROE(투자수익율; Return On Equity)를 읽어야지 EPS만 읽어서는 안된다
EPS(주당순이익)는 주식 가격을 평가할 때 널리 쓰이는 지표입니다. 그리고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도 매우 중요하게 취급됩니다. 하지만 버핏에 의하면 주당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얼마 늘었다고 얘기하며 자랑스럽게 발표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합니다. 왜일까요?
어떤 회사가 올해 주당순이익이 작년보다 10% 늘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내년에는 10%만큼 늘어난 자기자본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주당순이익이 올해보다 더 커집니다. 그렇지 못했다면 그것은 보통 경영을 잘못한 것이 아닙니다. 늘어난 그 이익잉여금은 은행에 예치해 두어도 이자가 붙기 때문입니다. 그 이자도 내년 EPS의 일부입니다.
EPS가 전년에 비해 늘었다는 사실만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10명이서 1억씩 투자해서 어떤 회사를 세웠습니다. 편의상 한 주의 액면가가 1억인 주식 10주를 각자 보유했다고 합시다. 그 회사가 올해 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면 투자수익율 ROE는 1억/10억 = 10%입니다. 주당순이익은 1억/10 = 1000만원입니다. 이 회사는 내년에는 11억의 자기자본으로 시작합니다. (자기자본 = 자본금 + 이익잉여금 + 자본조정) 그런데 내년에도 1억의 순이익을 내었습니다. 그 회사의 주당순이익은 여전히 1억/10 = 1000만원입니다. 작년과 주당순이익이 똑같으므로 경영을 크게 잘못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올해에는 10억으로 사업을 한 것이고 내년에는 11억으로 사업을 한 것이므로 퇴보한 것입니다. 이 경우 투자수익율을 계산해 보면 올해는 10%인데 반해, 내년에는 1억/11억 = 약 9%입니다. 물론 배당은 없었다는 전제입니다. 만약 순이익 1억 원을 모두 다 배당했다면 내년에 1억 원의 순이익을 냈어도 ROE는 1억/10억 = 10%입니다.
EPS가 전년도보다 얼마 늘었다 아니다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이익을 내었다면 그 이익이 재투자가 되어 더 큰 이익을 기록해야 합니다. 투자할 곳이 없다면 배당으로 주주에게 되돌려 줘야 합니다.
그러므로, EPS가 아닌 ROE를 읽어야 합니다. ROE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거나 최소한 유지되고 있어야 합니다. 버핏의 얘기입니다.
The primary test of managerial economics performance is the achievement of a high earnings rate on equity capital employed (without undue leverage, accounting gimmickry, etc.) and not the achievement of consistent gains of earning per share."
버핏은 가급적 추가적인 차입없이 ROE가 늘어나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부채를 늘리면 ROE는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기업은 부채 없이도 ROE를 계속 늘려갈 수 있는 기업입니다. 버핏의 얘기입니다.
"Good business or investment decisions will produce quite satisfactory economic results with no aid from leverage."
또한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기업은 경기하강시 큰 타격을 받을 리스크를 갖습니다. 물론 부채비율은 그 비즈니스의 현금흐름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수준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레버리지를 크게 늘려서 ROE를 키우는 기업은 주의해서 보아야 합니다.
버핏은 복리의 마술을 즐겨 이야기 하는데 ROE를 읽는 것은 전년도 이익이 재투자 되어 같은 수익율(이상)을 나타내주기를 바라는 것이므로 기업이 복리식으로 성장하는 것을 바라는 것입니다.
오너어닝(Owner Earnings)
버핏이 기업을 밸류에이션 할 때 사용한 지표가 바로 "오너어닝"이라는 숫자입니다. 현금흐름(cash flow)은 보통 세후순익에 감가상각(depreciation) 등의 실제 현금유출은 없는 비용을 합쳐서 계산할 수 있습니다만 이것은 자본적지출(capital expenditure)을 감안하지 않은 것입니다. 모든 비즈니스는 현재의 경쟁상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있습니다. 새로운 설비를 도입하거나 기존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이 있습니다. 현재의 경쟁상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즉 미래에 장기간에 걸쳐 현금흐름을 창출해 주는 자본재를 구축하기 위해 지출되는 비용을 자본적지출이라고 합니다. 주주에게 진정한 의미가 있는 현금흐름은 자본적지출을 차감해야 알 수 있습니다. 자본적지출과 이에 따라 요구되는 부가적인 운전자본을 차감한 이익을 버핏은 "오너어닝"이라고 명명했으며, 기업의 가치는 미래 오너어닝을 현재가치로 할인해서 계산합니다.
Owner earnings - a company's net income plus depreciation, depletion, and amortization, less the amount of capital expenditures and any additional working capital that might be needed.
그런데 자본적지출은 사업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비즈니스는 성격상 현재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자본적지출이 필요한데 반해 다른 비즈니스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높은 ROE를 기록할 수 있다면 부가적인 자본적지출은 더욱 큰 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이므로 바람직합니다만 ROE는 높지 않은데 계속해서 큰 자본적지출이 필요한 경우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오너어닝 계산을 위한 자본적지출은 현금흐름표의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과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의 "취득/자본적지출"을 이용해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대체로 감가상각비와 자본적지출이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버핏이 EBITDA를 매우 비판적으로 본 이유가 거의 모든 비즈니스에서 감가상각은 '실제' 비용이고, 이를 보충하기 위한 적절한 자본적지출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경쟁사가 대규모 자본 투자를 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는데 그대로 있다가는 시장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감가상각된 자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롭게 업그레이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버핏은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정말로 의미가 있는 숫자를 원하기 때문에 자본적지출을 고려하지 않은 EBITDA에 비판적인 것입니다.
이익 마진(Profit margin)
같은 업종에서도 마진율이 높은 기업이 좋은 기업입니다. 마진율을 업계 평균과 비교해서 특별히 높은 기업은 높게 평가해야 합니다. 버핏은 그 자신이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자에 따라 비용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The really good manager does not wake up in the morining and say, 'This is the day I'm going to cut costs' any more than he wakes up and decides to practice breathing.
재미있는 표현이죠? '오늘부터 비용절감에 나서겠다'라고 발표하는 것은 '오늘부터 숨쉬기를 시행하겠다'는 것과 똑같습니다. 대규모의 비용절감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기업은 벌써 큰 문제가 있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상시적으로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야 하고 이것은 숨쉬기와 같이 자연스러운 일이어야 합니다. 그런 것을 무슨 특별 프로젝트로 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얼마나 방만하게 경영하고 있었는가를 반증할 뿐입니다.
마진을 늘려 가는 것은 비용절감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가격을 인상해서 이룰 수도 있습니다.
1달러 전제(The One-Dollar Premise)
재무 분석의 마지막 기준으로 1달러 전제가 있습니다. 이것은 기업이 1달러를 유보하면 1달러만큼 시장가치를 늘려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년도에 100억을 내부유보했으면 가급적 1-2년 내에 시가가 100억 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보한 이익이 제대로 재투자되지 못한 것입니다. 버핏은 실제 이 지표를 이용해서 기업이 지난 수 년 동안 얼마나 훌륭하게 이익잉여금을 재투자했는지 평가했습니다. 이것은 배당정책과도 관계됩니다. 이익잉여금이 쌓여갈 때 이를 주주에게 배당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성장 기회를 공략하느냐는 많은 논란이 있고 또 불확실한 측면이 있습니다. 배당을 많이 한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기업이 재투자해서 더 높은 수익율을 기록할 수 있다면 내부유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투자자는 1달러 전제를 사용함으로써 이 기업이 이전 수 년동안 유보한 이익을 충분히 시장가치 창조로 이어나갔는지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1달러를 유보하면 1달러만큼 시장가치를 늘린다는 것을 몇 년 이상 달성해 왔다면 그 기업은 자본 할당을 합리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시장 분석
마지막으로 시장 분석입니다. 위의 비즈니스 분석, 재무 분석을 거쳐 훌륭한 기업을 발굴해 냈다고 하더라도 그 기업이 이미 시장에서 고평가되어 있거나 제대로 평가되고 있다면 전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찾는 것은 훌륭한 기업인데도 '투자자'들의 탐욕과 두려움에 의해 현저하게 저평가되어 있는 기업입니다.
밸류에이션(Determine the value)
기업의 가치평가는 일반적으로 크게 세가지 방법이 사용됩니다. 첫째, 청산가치(liquidation value; 장부가치)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 기업이 문을 닫는다면 얼마의 가치가 있을까라는 접근으로 기업이 창출할 미래 현금흐름을 무시하고 철저하게 장부에 기반해서 평가하는 방법입니다. 청산가치는 적절한 가치평가 방법이 아니지만 '최소한의' 안전 장치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청산 가치를 이용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 평가는 버핏의 스승인 벤 그래함의 "margin of safety"라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안전마진이 있다는 것은 시가총액이 운전자본(순유동자산;Net current asset) 이하, 또는 순자산(net asset value)의 2/3 이하인 것을 의미합니다.[4]
또 다른 기업 가치평가 방법은 계속기업적(going-concern) 접근법입니다. 기업이 현재와 같은 영업을 계속적으로 한다고 가정할 때 기업의 가치가 얼마가 될 것인가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서 밸류에이션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장가치를 이용해서 기업을 밸류에이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손쉽게 밸류에이션할 때 이 방법이 많이 사용됩니다. PER나 PBR처럼 순이익 대비, 자산 대비 현재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 낮은지 평가하고 주당순이익이나 주당순자산에 업계 평균 배수를 곱해서 현재 주가를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4] 운전자본(순유동자산;net current asset)은 일반적으로 유동자산에서 유동부채를 뺀 것을 의미합니다만 벤자민 그래함은 훨씬 더 보수적으로 생각해서 유동자산(current asset)에서 부채총액을 차감해서 판단했습니다. 즉, 유동자산(현금+현금등가물+재고자산+유가증권)에서 장단기부채 전체를 차감한 값입니다. 벤 그래함은 시가총액이 운전자본 이하라면 그 주식은 안전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래함은 이처럼 '안전마진'을 재무제표상의 명확한 숫자로 판단했지만 버핏은 이를 질적인 측면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자산가치를 기준으로만 활용한 것이 아니라 내재가치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되어 있을 때 구입한다, 즉 가급적 싸게 산다는 측면에서 스승의 가르침을 업데잇합니다. 이 부분은 벤자민 그래함의 "cigar butt approach"와 전혀 다른 버핏의 접근법과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버핏은 어떤 방법을 사용했을까요? '시장'이 탐욕과 공포의 혼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버핏은 계속기업적 관점에서 기업을 가치평가합니다. 즉, 그 기업이 창출할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해서 계산합니다.
첫째, 버핏은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채권의 쿠폰처럼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상당히 황당한 가정입니다.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어떻게 확정소득증권인 채권의 이표처럼 확실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요? 역으로 그만큼 심플하고, 확실하고, 이해가 쉽고, 장기적으로 지속적 현금흐름이 창출되는 안정적인 비즈니스만을 택한 것입니다. 그는 4-5년, 혹은 그 뒤의 현금흐름을 예측할 수 없다면 그 기업은 이미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기준만으로도 나가 떨어질 기업이 수두룩합니다. 우리나라 상장기업 중에 5년 뒤의 현금흐름을 채권의 쿠폰 정도로 생각할 만한 기업이 몇 개나 될까요?
둘째, 버핏은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율로 장기 국공채 할인율(30년 만기 미국 재무성 채권)을 사용했습니다. 이것 역시 황당한 가정입니다. 어떻게 '리스크-프리한' 국공채 할인율을 밸류에이션에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이 또한 그가 장기적으로 확실한 기업만을 택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그가 구입한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주 이해하기가 쉽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이며, 현재에나 미래에나 거의 리스크 없이 확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장해 주는 것뿐입니다. 우리는 내년에도, 그 후에도 콜라를 마시고 면도를 할 것이며 티브이를 봅니다.
버핏이 장기채 할인율을 이용한 것에 대해서 많은 비판이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리스키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일면 리스키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기업을 제외하고 일관된 현금흐름을 미래에도 보장해줄 수 있는 기업을 택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I put a heavy weight on certainty. If you do that, the whole idea of a risk factor doesn't make any sense to me. Risk comes from not knowing what you're doing.
사실 할인율이 조금만 달라져도 밸류에이션이 크게 달라지므로 이는 보다 깊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우리 나라의 실정에서 일반적인 기업을 밸류에이션할 때 할인율을 국공채 할인율로 하는 것은 사실상 곤란합니다. 대체로 적절한 가중평균자본비용(wacc)를 이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가중평균자본비용이라는 것 자체가 매우 논란이 많은 수치이기 때문에 할인율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는 여전히 불확실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밸류에이션은 경험 많은 애널리스트가 같은 데이타를 갖고 해도 전혀 다른 값을 계산할 수밖에 없는 불확실한 요소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건 지극히 당연합니다. 두 사람이 어떤 사업체를 사려고 할 때, 같은 정보를 갖고 있어도 얼마를 주고 사는 게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가능성이 큽니다. 그 비즈니스의 향후 전망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그 비즈니스의 리스크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밸류에이션의 '정답'을 찾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특히 미래현금흐름을 할인해서 계산하는 DCF 밸류에이션은 값의 편차가 매우 클 수 있습니다. DCF 밸류에이션은 그 비즈니스의 장기적 가치를 여러 가지 가정 하에 계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버핏은 이러한 DCF 법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두 가지 기준을 생각했습니다.
첫째, 철저하게 자신이 이해하는 비즈니스에만 투자합니다. 미래 현금흐름 예측의 오류를 줄이려면 자신이 잘 아는 비즈니스에 투자해야 합니다. 수익 모델이 복잡하거나 기술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비즈니스는 예측이 상대적으로 힘듭니다. 둘째, 가급적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이 확보될 수 있는 가격대에 매입합니다. DCF 법에 의한 밸류에이션 값은 편차가 크므로 안전마진이 있을 때, 즉 심하게 저평가 상태에 있을 때 구입하는 것이 밸류에이션 오류에 따른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6]
결국 버핏은 할인율에서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고 현금흐름에서 리스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별로 적정 할인율을 결정하는 것은 곤란하므로 현금흐름의 정확한 예측에 집중하고 대신 할인율은 비즈니스에 상관없이 30년 만기 미 재무성 채권 할인율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5] "The Warren Buffett Way"의 저자인 Robert G. Hagstrom은 버핏의 밸류에이션을 DCF 법을 이용해서 실례를 들고 있습니다만 실제 버핏은 DCF 법을 이용해서 확정적인 주가를 계산하는 식으로 하지 않는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그는 개략적인 값을 암산해 볼 뿐이고 이 때도 수익율의 형태로 투자안의 가치를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6] Warren E. Buffett. Shareholder Letter. 1992.
매력적인 가격에 사서 계속 보유한다
밸류에이션을 한 가격을 현재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과 비교합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일단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이 있어야 합니다. 미래 현금흐름이나 성장율은 물론 철저하게 선별했기 때문에 상당한 확실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예측치에 불과합니다. DCF법의 근간이 되는 고든의 고정성장 모델의 r
(할인율)과 d
(잉여현금흐름) 값이 조금만 바뀌어도 밸류에이션 값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급적 현저히 저평가된 가격에 사서 평균적인 가격에 팔더라도 큰 이익이 남는 것을 추구해야 합니다. 버핏은 좋은 기업이 고평가될 정도로 값이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낮은 가격에 사서, 장기적으로 그 기업의 실력에 맞게 평가받더라도 큰 이익이 남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버핏의 얘기입니다.
"This is the cornerstone of our investment philosophy: Never count on making a good sale. Have the purchase price be so attractive that even a mediocre sale gives good results."
[7] Warren Buffett. Letter to partners, January 18, 1963.
좋은 비즈니스가 과연 심하게 저평가된 상태일 수 있을까요? 버핏이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레밍'에 비유하며 독자적으로 사고하고 용기있게 행동하는 것을 강조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좋은 비즈니스가 저평가 상태에 있는 상황은 주식시장 전체가 극도로 침체되어 있거나 그 회사에 큰 악재가 있는 것처럼 알려졌을 때입니다. 모두 다 비관하며 주식을 외면하는 암담한 시장에서 용기있게 좋은 회사를 구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길게 보면 큰 리스크가 아닌데 아주 위험한 것처럼 보이는 것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또는 시각을 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점들을 갖추고 있어야 좋은 비즈니스가 저평가되어 있을 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정리
워렌 버펫의 투자 철학은 PER나 PBR이 낮은 주식을 사서 무작정 장기 보유하는 것이 '가치투자'인 것처럼 여겨지는 상황에서 독보적인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프랜챠이즈' 기업이 단기적인 악재나 주식시장 전체의 침체 때문에 크게 저평가되었을 때 구입해서 오랫동안 보유했습니다. 저평가된 회사를 장기보유한다는 대원칙은 유지하되, 그래함과 달리 좋은 비즈니스를 적정가에 구입하는 것이 별 볼 일 없는 'bargain'을 구입해서 계속 보유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버핏은 가격이 매입가보다 떨어졌을 때 즐거운 마음으로 더 구입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니라면 아예 처음부터 구입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대신, 모든 분석을 통해 기업 가치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면 가급적 많은 양을 구입하라고 얘기합니다. 그저 그런 회사를 수십 개 구입한다고 해서 (비체계적) 리스크가 분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포트폴리오 이론은 현장과 큰 거리가 있습니다. 어떤 회사를 100% 구입하는 것과 수십 주를 구입하는 것의 기준이 다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에게 주식시장은, 협상을 통해 회사를 100% 구입하는 경우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지분을 구입할 수 있는 場의 의미만을 갖습니다.
버핏은 일생에 주식을 딱 스무 번만 살 수 있는 것처럼 투자하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만큼 투자할 회사를 잘 선별해야 하고, 확실하다는 판단이 들면 아주 많이 구입하는 것입니다. 여러 번 계속해서 성공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신중한 판단과 과감한 행동에 의한 단 몇 번의 훌륭한 선택이 평생의 투자 성패를 가릅니다.
투자하려는 비즈니스가 어떤 비즈니스인지 전혀 모른 채 이른바 챠트분석이라는 것으로 시장을 예측해보겠다는(바꿔 얘기하자면 수백만 명의 심리를 예측해 보겠다는) 기술적분석과 달리, 굳이 주식시장을 자주 들여다 볼 필요도 없고 조용히 사업보고서를 평가하고 경영진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만 분석하면 되는 버핏식 가치투자 방법은 온갖 사술이 판을 치는 주식 투자의 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또한 궁극적으로 기업이나 투자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훌륭한 방법이자 투자 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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