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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7-30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Free Software Foundation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하죠?

Free Software Foundation이 중요한 이유는 GNU 프로젝트를 더 심화시킨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GNU 프로젝트는 12년 전에 시작된 것으로 완전한 기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무료인 유닉스 호환 운영체계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당시로는 무척 힘든 프로젝트로 보여졌습니다. 그런 것을 기대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실제로 하기엔 너무 큰 일처럼 보여서 아무도 손을 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한 번 해보자고 결심하고 혼자 시작했습니다. 얼마 뒤 함께 할 사람들이 모였고 당시 사용가능한 무료 소프트웨어 컴포넌트에 어떤 것이 있는지를 봤죠. X-Windows와 TeX 같은 텍스트 포매터가 눈에 띄더군요. 우린 버클리 네트워킹 유틸리티 같은 것을 무료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추진하면서 자체적으로도 많은 무료 컴포넌트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GNU C 컴파일러, GNU Emacs, GNU Linker, GNU C library 같은 것이 있습니다.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인데 공개된 소프트웨어가 없는 경우 모두 손수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점이 중요하다는 겁니까?

완전한 무료 운영체계라는 아이디어 덕분에 컴퓨터를 무료 소프트웨어만으로도 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가 그런 목표를 향해 노력했던 것은...... 이것 참, 얘기가 거꾸로 되고 있군요. 목표보다 수단을 먼저 물어보니까 그렇죠. 수단을 먼저 얘기하다 보면 전체 그림을 명확하게 그릴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먼저 프로젝트의 지향점에 대해서 얘기해 주시죠.

한마디로 이겁니다. '프리 소프트웨어란 뭐고, 왜 그것이 중요하냐', 이것을 물어봐야죠.

좋습니다. 프리 소프트웨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하죠?

프리 소프트웨어는 자유의 문제입니다. 단지 무료로 배포된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프리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어떤 형태든 자유를 갖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프로그램을 실행할 자유, 프로그램을 자신에게 맞게 수정할 수 있는 자유. 소스코드를 보면서 말이죠. 그리고 자신에게 불필요한 부분을 바꿀 수 있는 자유. 자기가 갖고 있는 프로그램을 주변에 복사해 줌으로써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자유, 또 프로그램에 새로운 기능을 첨가해서 배포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자유롭게 새로운 기능을 활용하거나 그것을 기반으로 더 나은 것을 만들 수 있게 하는 자유.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자발적인 협조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시민정신이 고양되는 하나의 수단이죠.

 

모든 사회는 그런 선의가 없으면 제대로 지탱될 수 없습니다. 선의외에는 다른 어떤 대안도 없어요. 그것을 대체할 수 있다는 착각 하에 시도되었던 많은 대안들이 다 실패했지 않습니까? 중앙 기구를 통해 사람들이 공동작업에 참여하도록 제어하자는 식은 실패했습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이기심을 극대화해서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하다 보면 전체적으로 조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시도. 그것도 제대로 되지는 않았죠. 전혀 돈벌이가 되지 않는데도 기꺼이 참여하는 동료애가 있기에 세상이 잘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일을 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고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얘기해 주는 것입니다. 컴퓨터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자기가 알고 있는 사용법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컴퓨터 사용자 간에 소프트웨어를 함께 나누는 것은 가장 자연스런 형태의 협력입니다. 1980 년대 초에 그렇게 될 때만 컴퓨터를 통해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굳혔습니다. 그 때만 해도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는 소유자가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나눠 줄 수 없었습니다. 어떤 식으로 동작하는지 제대로 배울 수도 없었습니다. 수정을 하거나 개선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그렇게 쓴다는 것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당시 어떻게 해서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일까요?

제가 MIT에 간 게 1971 년입니다. 소프트웨어를 나눠쓰는 사람들과 어울렸습니다. 그 커뮤니티는 컴퓨터의 초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다양한 영역의 컴퓨터 사이언스 학과 사람들과 컴퓨터 회사 직원들도 포함된 그룹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자기가 만든 것을 커뮤니티 내 모든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걸 더욱 개선하는 형태였습니다. MIT에 있는 동안 사용한 소프트웨어는 모두 이 커뮤니티로부터 비롯된 것들이었습니다. 그것이 무료니 뭐니 하는 문제는 관심도 없었죠. 그냥 누군가 필요하다고 하면 아무 생각 없이 줬으니까요.

그것은 혹시 연구과정의 일부분이었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글쎄요. 하지만 모든 소프트웨어가 다 연구와 관련된 것은 아니었어요. 어떤 것은 더 실용적인 목적의 소프트웨어였죠. 우리는 서로 시간을 나눠써야 했으니까.

당시 MIT에 같이 있던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리챠드 그린블랫, 제프 루빈이 시스템 개발의 주도적 인물이었습니다. 데이브 문, 나중엔 가이 스틸 같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MIT 사람들이죠. 그 외에도 스탠포드나 카네기멜론 쪽에서 온 사람들도 조금 있었습니다.

당시 MIT에서 개발하던 것은 특정 주제나 목표가 있던 것이었나요?

아뇨. 전혀 아닙니다. 컴퓨터 사용자는 누구나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했고 우리는 그 모든 것을 개발했습니다.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는 사실이 문제점의 일부 원인이 되었습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군요. 언제 얘기를 하는거죠? 그리고 무슨 문제가 있었다는 것입니까?

제가 얘기하는 것은 그 전까지와 달리 더 이상 소프트웨어를 나눠쓰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생겼던 것같기 때문이죠.

한번은 카네기멜론에서 온 한 학생이 자기가 만든 텍스트 포매팅 프로그램을 커뮤니티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고 소프트웨어 회사에 팔겠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회사는 자기 것을 지키는데 굉장히 집착하던 회사였구요. 그리고 정말 짜증나게도 소프트웨어 안에 시한폭탄을 넣어 두었죠. 당시 우리 멤버 중 한 명이, 왜 우리가 쓰는 소프트웨어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더이상 동작하지 않는지를 알아내려고 몇 시간이나 디버깅을 했습니다. 그렇게 고생한 끝에 몰래 넣어둔 시한폭탄 버그를 발견하고는 정말 화가 머리 끝까지 나버렸습니다. 소프트웨어 공유 커뮤니티에 속한 사람의 시각으로는 사용자가 소프트웨어를 사용 못 하게 하려고 넣어둔 부분은 모두 다 치사하게 숨겨놓은 버그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아무도 이 학생에게 제재를 가하거나 징계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유혹에 빠져들게 되었죠. 몇년 뒤 그 친구는 자기가 만든 소프트웨어가 널리 쓰이지 못하게 된 것이 자신의 판단착오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공개하고 함께 나누었다면 훨씬 더 광범위하게 쓰였을 거라면서요. 훨씬 더 인기를 끌고,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소프트웨어가 됐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당연합니다.

그 친구 이름을 공개해 주시죠.

그건 얘기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내가 말하는 요점은 그 친구가 누구냐, 이런 것이 아니에요! 누구나 그런 유혹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구요.

그 때가 언제였습니까?

1980 년 부근이었던 것 같아요. 일이 년 정도 서로 소프트웨어를 주고 받았죠. 우린 1960 년대 이래로 쭉 사용되었던 PDP -10s나 유사 관련 기종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80 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전혀 다른 종류의 컴퓨터가 등장했습니다. 우리가 쓰던 것은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해놨던 것들(프리 소프트웨어)이 갑자기 쓸모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당시 등장한 현대적 컴퓨터에서는 동작하지 않았으니까요. 1980 년대 초, 새로 나온 빠른 속도를 갖춘 현대적 컴퓨터를 활용하려면 무조건 소프트웨어를 구입해야만 하는 상황이 갑자기 닥쳤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블랙박스였어요. 사용자의 자유는 말살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덤덤하게 이런 상황을 받아들였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삶의 질이라는 문제에 매달려 왔기 때문입니다. 커뮤니티의 정신같은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그렇습니다. 나는 컴퓨터와 관련된 기술을 사랑합니다. 프로그래밍을 즐기죠. 하지만 그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상황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이른바 해커 윤리(Hacker Ethics)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어떤 면에서는 그렇죠. 해커 윤리는... 우선, 해커가 뭐하는 사람인지에 대해서 설명해야 할 것 같군요. 1971 년, 내가 MIT AI(Aritificial Intelligence) Lab에 스탭으로 가게 되었을 때만 해도 운영체계 시스템을 만들고 있던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해커"라고 불렀습니다. 우린 어떤 법규도 어긴 적이 없었습니다. 최소한 해킹하는 것을 댓가로 금전적인 보상을 받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그 자체를 즐겼어요. 해커 윤리라는 말의 의미는 해커 커뮤니티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윤리적인 기준에 비추어 옳은 일인가 그릇된 일인가를 뜻했습니다. 해커 커뮤니티의 공통된 의견은  '지식-정보는 그것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리소스는 낭비되지 않고 잘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컴퓨터가 무척 드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컴퓨터가 매초 30만 개 이상의 인스트럭션을 처리해 낼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습니다. 우리가 그 능력을 쓰고 있든 아니든 말이죠. 따라서 아무도 처리 능력을 쓰고 있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낭비되고 있는 것입니다. 시스템 관리자가,

 

"당신들은 컴퓨터를 쓸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사용하면 안됩니다."

 

라고 얘기하는 것은 사용을 공인받은 사람 중에 아무도 컴퓨터를 쓰지 않고 있으면 곧바로 그 기계가 낭비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매일 아침 몇 시간씩이나 낭비되는 것이죠. 우리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봤어요. 누군가 써야 할 필요가 있으면 언제든지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런 형태의 꽉 막힌 관료주의를 정말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여기 컴퓨터가 있다. 이것은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이 자리에 있게 된것이다. 인간 지식을 발전시키고, 건설적이고 유용한 일을 -그것이 어떤 일이든간에- 해내기 위해 여기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반인도 자유롭게 컴퓨터를 사용하게 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봤습니다. 프로그래밍도 배우고 기타 상업적 활동과는 다른 어떤 종류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The last M.I.T. Hacker

그렇다면 1980 년대 초에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말씀하신 "블랙 박스" 소프트웨어가 나타나고나서 말입니다.

블랙박스 형태의 소프트웨어의 출현은 중요합니다.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해킹을 배울 수가 없게 되었으니까요. 예전에는 진짜 운영체계를 진짜로 개선해 나가면서 해킹을 배웠었는데 그것이 불가능해집니다. 1980 년대에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한 뒤 졸업한 친구들 중에 진짜 프로그램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친구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들은 그저 장난감을 집적거렸던 것뿐이죠. 모든 진정한 프로그램은 은밀하게 거래되었으니까요. 그들은 한 번도 사용자들이 정말로 사용하는 기능을 만들어 낸 경험이 없었습니다.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실전 경험이었는데 말이죠.

그때가 AI Lab을 그만두던 당시입니까?

AI Lab을 그만두기는 했지만 그것은 이 문제가 생기기 훨씬 이전이었습니다. 왜 그만두었는지를 얘기하다 보면 이야기 순서가 엉켜버리니까 조금 있다가 어떻게 해서 GNU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밝히면서 같이 얘기하겠습니다. 당시 서로 협동하면서 발전해 나가는 사회 시스템을 이른바 해적질로 몰아세우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 역시 그런 흐름에 동참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했으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었겠죠. 하지만 돈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뭔가 더 중요한 것을 위해 나아가야만 했어요.

그게 뭐죠?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죠. 나는 실력있는 운영체계 개발자였고, 최소한 세태를 바꿔보고자 하는 시도를 해 볼 능력 정도는 갖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것이 확실했습니다. 무료로 배포되는 또 다른 운영체계를 만들어내면 기술적으로 앞선 것이든 아니든 사회 전체적으로 봐서는 하나의 진보라고 확신했습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들을 제공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었지만 운영체계를 완성해내기만 하면 사람들이 갖지 못한 자유를 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과 서로 협동하도록 하는 것. 이 두 가지를 우리는 가장 중요한 목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구체적인 행동계획으로 체계화된 것은 언제죠?

1983 년, 새로운 운영체계를 하나 만들자고 결심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유닉스 호환 운영체계여야 한다고 생각했구요.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유닉스는 여러 플랫폼으로 포팅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포팅 가능 여부가 주된 목표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이 프로젝트가 몇 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특정 컴퓨터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새 낡고 뒤쳐진 운영체계가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유닉스 호환 운영체계를 만들어내면 많은 사용자들이 그동안 이뤄 놓은 것들을 포기하지 않고도 새 운영체계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닉스상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은 것이 있다면 새로 나올 유닉스 호환 운영체계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전체적인 디자인을 마친 다음 맞닥뜨린 제일 큰 문제가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 것인가였습니다. 어떤 것과 호환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해커들이 항상 따르는 전통이 있습니다. 재귀적인 약자(recursive acronym)를 쓰는 것이죠. 저 역시 그런 전통에 따라 "GNU"를 골랐습니다. "GNU"는 GNU's Not Unixs를 뜻합니다.

재귀적인 앨거리듬이 갖고 있는 이미지는 어떤 것이죠?

재귀적인 애크러님입니다.

재귀적인 애크러님요? 그것이 왜 해커들에게 의미를 갖습니까?

해커는 재귀적인 것을 사랑합니다.

어떻게요?

어떻게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하하..

오리가 왜 물을 사랑하죠? 
재귀적인 것은, 일종의 역설적인 것을 뜻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왜 그렇죠?

재귀적인 것이 뭔지 모르세요?

조금 설명해 주시죠.

재귀적인 것은 스스로를 참조하는 것(self-reference)입니다. 뭔가를 정의할 때 정의할 자신을 활용해서 정의하는 것이죠.

해커들은 왜 그런 것을 좋아합니까?

자기 자신을 활용해서 스스로를 정의하는 것은 역설적이니까요. 그리고 그런 방식 자체가 실제로 의미를 갖습니다. 일반적인 통념은 무엇인가를 정의한다는 것은 그 정의 대상을 활용하지 않고 정의하는 것을 뜻합니다.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의할 대상 자체를 활용해서 스스로를 정의하는 방식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거든요.

그런 점에서 영감을 얻어 이름을 지으신 거군요.

네. 재귀적인 약자를 쓰는 전통에서 영향을 받은거죠. 우리가 "GNU 는 GNU's Not Unix를 의미합니다."라고 얘기할 때, 정의 대상 그 자체를 활용하면서도 스스로를 완벽하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GNU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어디에 살고 계셨어요?

프로젝트 구상을 하고 있던 때도 여전히 MIT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만 둬야만 했는데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소유권 있는 제품으로 바꿔서 여러 회사에 라이센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그 소프트웨어들을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만 거기서 초래되는 법적인 문제까지 감당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만두었습니다. AI Lab을 그만둔 뒤에도 컴퓨터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고마운 일이었죠.

다행이었군요. 뭘 염두에 두고 그렇게 해주었다고 생각합니까?

잘 모르겠어요. 옛 정을 생각해서? 내가 만든 소프트웨어 중 몇몇을 잘 쓰고 있고 또 만족해 하고 있기 때문에? 두 가지 다일지도 모르죠.

 

 

GNU 프로젝트를 현실화하던 당시에는 예상치 못했던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약 40 여년 뒤에는 전체적인 그림이 어떻게 바뀌게 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GNU 프로젝트 측면에서 봤을 때.

내가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겠죠. 컴퓨터 회사들이 운영체계 개발을 위해 돈을 기부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회사들에게도 이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유닉스와 똑같은 대체 운영체계가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면 더 이상 큰 비용을 써가며 상용 유닉스를 라이센스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수백만 달러 이상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중 아주 일부만이라도 내가 얘기한 형태로 기부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왜 벌써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요?

글쎄요. 일종의 보수주의? 명확한 숫자로 파악되지 않는 것을 신념을 갖고 밀고 나가지는 못하기 때문에? 뭐 이유야 어떻든 말씀하신대로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내가 친구들과 함께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를 만든 것입니다. 실제로 유용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나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상당 수준의 기금이 마련되었으니까요. 무료 소프트웨어를 팔아서 기금을 마련한 셈이죠.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 수 있습니까?

표면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일 것입니다. 현실 세계에서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단순한 경제 모델로는 무료 소프트웨어를 팔아서 기금을 마련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죠. 이런 얘길 들었습니다. 내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딱 한 카피만 팔고서 누구나 자유롭게 그것을 되 팔 수 있게 한다면 그 소프트웨어 한 개는 여기저기 널리 퍼져나갈 것 아니냐, 그러면 더 이상 팔리지 않는 것 아니냐구요. 그건 지나친 과장입니다. 뭔가에 대해 반드시 돈을 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면 절대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한참 잘못 생각한 것입니다. 보세요. 청취자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는 여러 개의 라디오 방송국이 있지 않습니까? 청취자들은 전혀 돈을 낼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방송국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1985 년, 우리는 Free Software Foundation(이하 FSF)을 설립했습니다. FSF에 무료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기부를 하면 세금공제 혜택을 받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소프트웨어를 나눠 쓸 수 있는 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우리에게 기부하기는 했지만 기금의 대부분은 소프트웨어를 판매한 것으로부터 조성되었습니다. 원래는 마그네틱 테잎에 담아서 팔았습니다. 지금은 씨디롬에 담겨서 배포 되고 있지만. 매년 수천 명의 사용자들이 씨디롬을 구입하고 있습니다.

그 씨디롬에는 뭐가 담겨 있습니까?

무료 소프트웨어가 아주 많이 들어 있죠. 그 씨디는 구입하는 것이지만 구입 후에는 자유롭게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free"는 가격면에서 무료라는 것을 의미하는것이 아니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자유"를 의미합니다.

그 말은 구입한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를 변형시키거나 기타 변경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인데요. 왜 사람들이 그렇게 변경시킨 것을 되팔지 않았을까요?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되팔았습니다. GNU 소프트웨어를 담은 씨디롬을 배포하고 판매 하는 곳이 여러 곳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배포를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FSF에서 굳이 구입을 하려고 했습니다. 자기가 낸 돈이 "프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쪽으로 지원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프리 소프트웨어 커뮤니티가 자리를 잡는 데 있어서 그렇게 하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가격은 어느 정도로 책정했었습니까?

소스코드가 담겨있는 씨디의 경우 지금은 두 장으로 배포되고 있는데, 개인이 구입하면 60 달러이고 기업체에서 구입하게 되면 240 달러입니다.

프리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의 최근 정황을 얘기해 주실 수 있습니까?

여러 장의 씨디롬에 많은 소프트웨어가 담겨서 배포될 것입니다. 이제 완전한 운영체계가 담겨서 배포되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 생각했던 목표는 달성한 셈입니다.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우린 어떤 소프트웨어 컴포넌트가 없는가를 살폈습니다. 3 년 전쯤엔 거의 모든 필수 컴포넌트는 다 만들어졌습니다. 딱 하나 운영체계 커널(kernel)만 없었습니다. 커널은 가장 필수적인 컴포넌트였죠.

그렇다면 현재 나와 있는 컴포넌트들을 소개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여기서 얘기하기에는 너무 길어요. GNU 게시판을 한번 찾아보시죠. 리스트가 올라와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래서, 딱 하나 없는 컴포넌트가 바로 운영체계 커널이었는데 사실 커널을 만들기 위해 예전부터 작업을 해왔습니다만 완성하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또 다른 유닉스 종류의 무료 커널이 개발되었습니다. 리눅스였습니다. 우리는 리눅스와 여타 GNU 시스템을 통합했고 그렇게 하나의 완전한 프리 운영체계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시스템을 통상 "리눅스 시스템"이라 부르고는 있지만. 전체 시스템을 커널로 구분지어 명명한 것이죠.

 

결과적으로 우리 프로젝트가 최초로 지향했던 바는 효과적으로 달성되었습니다. 이제는 프리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컴퓨터를 운용하고, 이메일을 주고받고, 문서를 편집하고, 프로그래밍을 하고, 출판을 하는 것 등이 완벽하게 가능합니다. 프리 소프트웨어만을 사용해서 말이죠. 사람들은 이제 4 년여 전에 갖고 있던 오직 하나의 좋지 않은 선택지 대신 또 다른 멋진 대안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유닉스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매킨토시나 윈도우즈 타입 피씨만 쓰던 사람들이 어떤 형태로 참여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들도 프리 운영체계를 쓸 수 있는 것인지요?

물론입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대부분의 프리 소프트웨어들은 프로그래머들에게 대단한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머들은 자신이 정말 쓰고 싶을 정도로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프로그래머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머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프리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최근 FSF는 아이콘을 기반으로한 드랙 앤 드랍 데스크탑(drag and drop desktop)을 개발하는 사람들을 고용했습니다. 또한 우리는 기존의 텍스트 에디터, GNU Emacs 등도 계속해서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워드 프로세싱을 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서입니다. 여러 에디터들을 더 마우스 친화적이고 메뉴 기반 형태로 만들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초보자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우리 시스템을 더욱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굳이 유닉스 쉘을 띄우지 않더라도 아무 지장 없이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합니다.

또 하나의 트랜드는 인터넷의 보편화인데요. 최근 몇몇 회사에서 독자적인 멀티미디어 프로토콜을 배포하며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FSF에게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보십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난 비지니스맨이 아니니까 세상을 비지니스적인 관점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냥 프리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해야 할 일이 매우 많다는 생각만을 할 뿐이죠. 올해는 어떤 일이 일어났고 내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다에는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일을 꾸준히 해나갈 뿐입니다. 꾸준하게 하다 보면 모든 것들을 다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을 정복해 보겠다는 식의 태도로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을까 입니다. 누군가를 죽이고 큰 성공을 거두는 대신 말입니다.

제 얘기는 꼭 돈과 연관된 것은 아닌데요.

압니다. 내 얘기는 '이런, 이번 달은 정말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었는데!' 식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죠.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많은 부분이 자원한 사람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각자 자기 판단에 의해 이 일을 선택했습니다. 자기가 만들고 싶은 소프트웨어를 만들 뿐입니다. 내가 몇 가지 제안할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그 사람들이 하는 일은 각자에 달렸습니다. 이번 달에 뭔가 엄청난 것이 나왔다고 해서 거기에 맞춰 우리도 무엇인가를 개발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단지 '중요한 점 중에 빠진 것은 없나요?'라고 묻고 사람들에게 그 부분을 보강하는 게 어떻느냐고 북돋아 주는 역할만을 하고 있습니다.

웹 써핑을 할 수 있는 브라우져도 있습니까?

아뇨. 하지만 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 말 쯤이면 완성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개인 홈페이지가 없나요?

아뇨. 여러 페이지를 통합하고 있는데 아직 완성시키지는 못했습니다. 그 페이지를 서비스할 서버는 마련해 놓았습니다만 아직 HTML이니 하는 것들을 완전히 작업하지 못했습니다. 그 부분은 내가 개인적으로 관여하고 있지 않습니다. 조금 천천히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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