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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적경쟁시장의 특징

독점적경쟁시장은 어떤 시장일까요? 독점적경쟁시장의 대표적 예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책이나 음반 시장입니다. 책을 생각해 봅시다. 서점에 나가보면 정말 많은 책들이 나와 있습니다. 언뜻 보면 조금만 이윤이 남아도 누구나 뛰어 드는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책의 경우는 저자가 '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정 작가의 팬은 다른 소설가의 소설은 사지 않더라도 그 작가의 신간은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구입하려 합니다. 이 경우 그 작가는 자신의 책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마켓 파워를 갖습니다. 그의 소설과 다른 소설은 같은 범주에 들지만 다른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독점시장처럼 제품이 차별화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소설 시장이 닫혀 있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누구든지 소설을 팔아서 이윤을 남기고 싶은 사람은 진입할 수 있습니다. 완전경쟁시장과 같습니다.

 

이처럼 책 시장은 완전경쟁시장적인 특징도 갖고 독점적 성격도 있는 시장인 것입니다.

독점적경쟁시장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습니다.

 

 (1) 제품이 다르다.(product differentiation)

공급자별로 제품이 다릅니다. 공급자는 일정 수준의 독점적 영향력을 갖습니다. 마켓파워를 갖습니다. "price taker"가 아닌 "price setter"가 될 수 있습니다. 독점적경쟁시장이 독점시장과 유사한 점입니다.

 

 (2) 진입장벽이 없다.(free entry)

이윤이 있다면 누구나 진입할 수 있습니다. 독점시장처럼 진입장벽이 있지 않습니다. 시장 내에는 다수의 공급자가 존재합니다. 독점적경쟁시장이 완전경쟁시장과 유사한 점입니다.

 

이처럼 독점적경쟁시장은 독점시장과 완전경쟁시장의 특징을 동시에 나타내면서 소수의 공급자만이 활동하는 과점시장과는 또 다른, 독특한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차별화된 제품 사이의 경쟁

독점적경쟁시장에 존재하는 제품들은 차별화된 제품입니다. 책이나 음반은 큰 범주에서는 같은 종류이지만 개별 제품은 많은 차이를 갖습니다. 공급자는 마켓 파워를 갖게 되고, 이는 곧 독점시장처럼 가격을 올리면 수요가 줄고 가격을 내리면 수요가 느는, 우하향하는 수요곡선을 나타내게 됩니다. 이것은 단기(short run)일 때의 얘기입니다.

 

책 시장에서 이윤이 난다는 것이 알려지면 틀림없이 그 이윤을 노리고 새로운 공급자가 진입합니다. 독점적경쟁시장에서는 진입장벽이 없다고 했습니다. 공급이 늘어나면 기존 공급자에게 돌아가는 이윤은 줄어듭니다. 점차 별로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공급자가 생깁니다. 이들은 서서히 도태되고 퇴출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장기(long run)에는 시장 내 공급자 모두 경제적 이윤이 0인 상태, 즉 완전경쟁시장과 같은 상태로 균형이 이뤄집니다.

 

그래프를 봅시다.

수요곡선은 우하향하고 있습니다. 가격을 올리면 수요가 줄고 가격을 내리면 수요가 늘기 때문입니다. 이윤극대화가 되는 MR=MC 점에서의 가격이 평균총비용(ATC)보다 더 높기 때문에 "profit" 만큼의 이윤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독점시장과 매우 유사합니다.

 

그러다가 새로운 공급자가 독점적경쟁시장에 들어오면 개별 공급자는 점차 수요가 줄어드는 것에 직면합니다. 위 그래프처럼 ATC가 가격보다 더 높아지는 상황에 처하는 공급자가 생깁니다. 그 공급자는 생산할수록 손실을 봅니다. 결국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첫 번째 그래프처럼 이윤이 남으면 새로운 공급자가 뛰어 들고, 두 번째 그래프처럼 손실을 보고 떠나는 공급자가 생기면서, 결국 장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균형을 이룹니다.

 

MR=MC 점에서의 가격이 ATC와 똑같아지는, 흡사 완전경쟁시장처럼 경제적 이윤(economic profit)이 0인 상태에서 균형을 이룹니다.

 

독점적경쟁시장의 균형이 완전경쟁시장과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 봅시다. 둘 다 가격이 평균총비용과 같은 점에서 결정이 됩니다만(P = ATC), 완전경쟁시장의 경우는 [가격=한계비용=한계수입]인데 반해, 독점적경쟁시장은 한계생산비(MC)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됩니다.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완전경쟁시장의 장기균형 그래프를 비교하면서 생각해 봅시다.

 

완전경쟁시장에서는 가격과 한계수입이 한계비용과 똑같기 때문에 한 개를 더 만들어 팔아도 추가적으로 들어올 이윤이 없습니다. 한 개 더 만드는 데 들인 비용(한계비용)이 가격과 똑같기 때문입니다. 반면 독점적경쟁시장에서 활동하는 공급자는 경제적 이윤은 0이지만, 한계비용은 가격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한 개를 더 팔면 그만큼 이윤이 늘어나기 때문에 계속해서 판촉을 합니다.

 

생산량의 측면에서도 완전경쟁시장은 효율생산규모(Efficient scale; 평균총비용이 최소가 되는 생산량) 점에서 기업의 이윤극대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시장 전체의 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되는 상태로 균형이 이뤄집니다. 반면, 독점적경쟁시장의 장기 균형 그래프를 보면 MR=MC가 되는 이윤극대화점이 ATC곡선의 가장 낮은 점이 아닌, 보다 왼쪽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의 생산량과 ATC가 가장 낮은 점에서의 생산량의 차이가 유휴설비(excess capacity)입니다. 평균총생산비를 더 낮출 수 있을 만큼 생산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균형은 그보다 낮은 생산량에서 이뤄집니다.

이렇게, 장기균형이 P = ATC인 점에서 이뤄진다는 것은 완전경쟁시장과 유사하지만 독점적경쟁시장의 균형은 대단히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독점적경쟁시장은 독점시장의 특징(제품 차별화, 공급자의 마켓파워)과 완전경쟁시장의 특징(진입퇴출자유, 다수의 공급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독특한 시장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광고의 경제학

많은 공급자들이 광고를 합니다. 독점적경쟁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경우 광고를 선호할까요, 아닐까요? 광고로 지출되는 비용은 과연 사회 전체적으로 봐서 낭비요인일까요? 아니면 시장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일까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광고를 어떻게 보느냐입니다.

 

1. 광고란 제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2. 광고는 신호발송(signaling)역할을 하는 것이다.

 

두 가지 관점 중 어떤 쪽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광고의 의미도 달라집니다. 광고가 구체적 제품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독점적경쟁시장에서 광고가 심해질 수밖에 없고, 또 그것이 훨씬 더 효율적인 시장을 만들어 준다고 얘기합니다. 제품에 관한 구체적 정보가 많이 제공되는 것은 그만큼 수요자가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제품은 차별화되어 있기 때문에 제품 정보가 더 많이 제공될수록 더 효율적 시장이 됩니다.

 

 

반면, 광고를 시그널링하는 기능으로 보는 측에서는 다른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시그널링은 정보비대칭이 심한 시장에서 공급자가 자신의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택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얘기합니다.

내가 만든 제품이 분명히 품질이나 서비스면에서 다른 제품들보다 월등한 경우, 나는 다양하게 많은 광고를 할 수 있습니다. 광고를 통해 내 제품을 구입해서 사용한 사람은 틀림없이 내 제품의 우수성 때문에 반복구매(repeat purchase)를 할 것이기 때문에 처음에 투자한 큰 광고비가 장기적으로 보상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 제품이 다른 제품에 비해 별로 뛰어나지 못한 경우에는 큰 투자가 필요한 광고는 하지 못할 것입니다. 광고비로 많은 돈을 들여서 고객을 끌어오더라도 고객이 내 제품이 그저 그런 것이라는 것을 알고 반복구매를 하지 않는다면 막대한 광고비만 날리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도 바로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떤 제품이 매우 값비싼 광고(TV 광고 같은)를 하고 있다면 이렇게 생각합니다.

"품질에 자신이 있으니까 TV 광고까지 하겠지..."
"뭔가 있으니까 대형 매장을 열었겠지..."

 

즉, 광고가 제품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담고 있지 않더라도 충분히 광고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것은 값비싼 광고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우수한 품질을 시그널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제품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별로 담고 있지는 않지만 틀림없이 제작비는 많이 들었음직한(유명 연예인을 출연시키는 등의) 광고를 하는 것입니다.

 

관련해서 브랜드 역시 그 기능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효율적 시장을 만들어주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 별 도움이 안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브랜드가 소비자로 하여금 차이가 없는 제품을 차이가 있는 것처럼 인식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좋은 제품이 단지 브랜드가 없다는 이유로 선택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브랜드가 정보비대칭이 극심한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 하나의 유용한 수단이 된다면 그것은 시장에 도움이 됩니다. 브랜드를 관리한다는 것 역시 광고처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공급자는 브랜드를 만들고 관리하기 위해 들인 돈을 손해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품질 관리에 엄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브랜드는 정보비대칭을 줄여주면서 보다 더 효율적인, 합리적인 시장이 형성되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광고가 바람직한 것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의 관건은 광고나 브랜드를 단순히 제품에 관한 구체적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판매비용(selling cost)로 보느냐, 아니면 정보비대칭을 낮춰주는 것으로 보느냐입니다. 전자의 입장에서는(조순,정운찬 경제학) 이러한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불필요한 비용으로 보고 있는데 반해, 후자의 입장(Mankiw)에서는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도와서 보다 완전경쟁시장에 가깝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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