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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가 최고다 

2005-1-29

 

"포지셔닝(positioning)"은 소비자의 인식 속에 우리 브랜드를 위치시키는 것입니다. '인식'이라는 부분에 주의하세요. 실제로 어떠한가는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한에서만 의미있을 뿐입니다. 실상이 어떠하든 소비자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브랜드의 성패가 갈립니다.

 

포지셔닝은, 정의에 따르자면 우선 소비자의 인식에 들어 가고 난 뒤의 이야기입니다. 고려상표군(consideration set)에도 들지 못 한 상태에서 포지셔닝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고려상표군에 들어 가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어떤 영역의 최초 브랜드가 되는 것입니다. 콜라는 코카콜라, 햄버거는 맥도날드, 가치투자의 벤자민 그래이험...

 

대부분, 어떤 영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선도자 브랜드인 경우가 많습니다. 선도자가 되거나, 특정 영역의 최초가 되는 것은 소비자의 인식 속에 강하게 각인되는 첩경이자 소비자의 높은 선호도를 장기간 즐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선도자가 있는 영역에는 아예 들어갈 수 없는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햄버거에는 맥도널드도 있지만 버거킹도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포지셔닝이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포지셔닝은 소비자의 인식 상의 위치를 잡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입니다. 브랜드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특성을 기준으로 좌표축 상에서 상대적으로 위치합니다. 맛이라는 디멘젼에서는 버거킹이 더 높은 쪽에 위치하고 가격이라는 디멘젼에서는 맥도널드가 더 낮은 쪽에 위치합니다. 선도자에 의해 특정 영역이 장악되었다 하더라도, 선도자와 다른 좌표에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다면 후발 진입도 충분히 가능하고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는 것입니다. 탑 3 브랜드 안에 들어갈 수 있고, 경쟁이 거의 없는 우리 브랜드만의 영역을 차지할 수 있으면 됩니다. 그래서 포지셔닝이 중요합니다.

 

포지셔닝이라는 개념은,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한 Al Ries, Jack Trout 씨가 쓴 "Positioning: The battle for your mind"란 책을 통해서 널리 알려집니다. 저자들은 그 두 권의 책을 통해서 이미 다른 브랜드에 의해 장악된 곳에 뛰어 들어서 품질이나 다른 요소로 경쟁하려 드는 것은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는 주장을 합니다. 가급적 최초가 될 수 있는 곳으로 리소스를 집중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입니다. 더 나은 어떤 것을 만들려 하기보다 최초가 될 수 있는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 성공의 요체라는 겁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이미 정보의 홍수 속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부가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커다란 광고비를 쏟아 붓는 것은 큰 효과가 없습니다. 단순하고 쉽게 인식되는 확실한 '한 방'을 중심으로 자기 브랜드만의 위치를 잡아 나가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포지셔닝의 핵심은 차별화에 있습니다. 소비자의 인식 속의 특정 위치를 점유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인식할 수 있는 차이점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물론 그 차이를 통해 점유한 위치가 가급적 수익성이 높은 곳이면 더욱 좋습니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인식 상의 어디에 위치하는가를 간편하게 시각화한 툴이 인식지도(perceptual map)입니다. 인식지도를 하나 보고 이야기를 진행해 나갑시다.

 

인식 지도(perceptual map)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 등을 통해서 소비자가 제품의 어떤 속성(attribute)을 중요시하는지를 파악한 다음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주요 요소로 나눕니다. 이것을 요소분석(factor analysis)라 하며, 요소분석을 통해 나타난 주요 요소를 가로축, 세로축으로 놓고 각 브랜드별 위치를 시각화한 것이 인식지도입니다. 위에 나온 인식지도는 내구성과 디자인이라는 요소를 기준으로 매핑을 한 것입니다.

 

인식지도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우리와 직접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브랜드가 어떤 것인지, 또 아직 니즈가 충족되지 않은 잠재적인 영역이 어디인지 등입니다. 경쟁 브랜드가 없는 영역은 잠재적인 시장이 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경제성이 없어서 아무도 뛰어 들지 않은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소비자의 인식 상의 어디에 포지셔닝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나면 마케팅믹스를 그 위치에 맞게 일관되게 구성함으로써 우리가 노리는 목표시장을 타케팅할 수 있는 것입니다.

포지셔닝 전략

그렇다면 포지셔닝의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포지셔닝의 핵심은 차별화라고 했습니다. 가장 확실한 차별화는 선도자가 되어서 최초로 시장에 들어 서는 것입니다.

선도자 전략

어떤 영역의 최초의 플레이어가 되면 소비자의 인식에 확실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영역 자체를 대표하게 됩니다. 콜라는 코카콜라, 면도기는 질레트, 이런 식으로 깊게 인식됩니다. 최초가 되면 특별한 광고 없이도 가장 쉽게 인지도를 넓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이유 없이도 선호도가 올라 간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선도자는 또한 수성에도 아주 유리합니다. 일차적으로 인지도와 선호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경쟁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축적된 경험과 진입장벽으로 후발주자를 쉽게 물리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구축된 경우 부담없이 가격경쟁을 벌일 수도 있고,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공급망에 압력을 넣을 수도 있습니다. 성곽 안에서 전투를 하는 것과 성곽을 뚫고 들어 가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좋은 전략은 최초가 되는 것입니다. 더 좋은 것을 만들어서 경쟁하기보다는 최초가 될 수 있는 곳으로 들어 서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차별화를 통한 포지셔닝

이미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마켓리더가 있는 곳에 후발주자로 진입하려면 자신만의 영역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고유의 영역을 가지려면 차별화를 해야 하고, 시장세분화 전략 글에서 살펴 본 것처럼 몇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시장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에 의한 차별화

인구특성적으로 시장을 세분화하는 것이 가장 쉽고 또 상당히 효과적이어서 종종 활용됩니다. '남성' 미용실, '여성' 한의원, 축구화 전문 회사처럼 특정 사용자만을 타겟으로 차별화를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선도자가 큰 점유율을 갖고 있더라도 전문성을 갖추는 경우 나름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사용양태에 의한 차별화

특정한 상황에서만 사용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우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심야' 영화관, '아침' 과일처럼 같은 소비자에게 같은 제품을 팔더라도 특정 사용양태에 집중해서 자기 영역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4P 중 "Product"과 "Place"에 의한 차별화

제품에 독특한 속성이 있다면 당연히 이를 바탕으로 차별화를 할 수 있습니다. '김치' 냉장고가 대표적입니다. 마찬가지로 특정 채널을 통해서만 유통하는 것도 차별화 방법입니다. 백화점을 통해서만 판매하는 의류 브랜드, 약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치약을 생각해 보세요. 물론 마케팅믹스가 내부적 일관성을 갖고 있어야 함은 당연합니다.

가격을 통한 차별화

4P 중 가격(Price)을 차별화 요소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제품 속성이 복잡해서 소비자에게 우리 브랜드의 우수성을 전달하는 게 곤란한 경우 고가정책을 채택함으로써 특정 영역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품질의 우수성을 가격을 통해 판단하는 경향이 있고, 가격은 거의 모든 경우에 구매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므로 무척 효과적입니다. 저가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컨데, '가장 싼 곳'이라는 인식을 얻고, 이를 지탱할 수 있는 원가경쟁력만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자기만의 시장을 지키고 있을 수 있습니다.

경쟁자를 리포지셔닝

강력한 경쟁 브랜드가 있는 경우, 경쟁 브랜드를 다른 위치로 옮기려는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유명한 타이레놀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타이레놀은, '혹시 위장장애, 위궤양, 천식, 알러지, 철결핍성 빈혈 등이 있다면 아스피린을 드시기 전에 의사와 상의하십시오.'라는 광고를 통해서 아스피린을 부담없이 복용할 수 있는 좋은 진통제의 위치에서 위궤양이나 천식 등이 있는 사람은 복용하기 곤란한 브랜드로 위치를 옮겨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타이레놀을 포지셔닝시켰습니다. 그럼으로써 진통제 시장을 특정 경우에는 조심해야 할 '아스피린'과 그럴 때도 복용할 수 있는 '타이레놀'로 인식시켰습니다.

시장세분화와 포지셔닝

지금까지 살펴 본 것처럼 포지셔닝은 시장세분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포지셔닝은 시장세분화를 소비자의 인식이라는 場으로 끌어 온 개념으로 보면 됩니다. 우리가 차지해야 할 시장이 외부에 별도로 존재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인식이라는 한정된 공간이고 그 안에서 다른 브랜드와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를 생각한 게 포지셔닝입니다. 시장세분화의 무게중심이 '시장'에 있다면 포지셔닝은 '인식'과 '상대적 위치'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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