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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배우는가

1999-10-11

학습(Learning)

대부분의 행동은 학습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조직내에서 개인의 행동을 제대로 예측하기 위해서는 학습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학습이란 경험의 결과로 행동의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그냥 끄덕끄덕은 학습이 아닙니다. 행동이 바뀌어야 학습입니다.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느냐는 심리학의 "행동주의" 쪽에서 깊이 연구를 했습니다.[1] 행동주의 이론을 다른 말로 학습 이론이라고도 합니다.

 

[1] 여기서부터 쓴 학습 이론 관련 내용은 콜롬비아 대학 심리학과 Walter Mischel 교수가 쓴 Introduction to personality(5th Edition)의 Chapter 11, "Behavioral Conceptions"를 참고했습니다.

행동주의와 학습 이론

심리학의 행동주의는 인간의 동기나 욕구를 과학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했습니다. 행동주의의 대표적인 심리학자인 스키너(B.F.Skinner)는 인간의 동기에 집중하는 것이 순환논리의 오류에 빠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이가 왜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가 -> 소변을 가리지 못할 동기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왜 손을 자주 씻는가 -> 손을 자주 씻을 동기가 있기 때문이다 식으로 모든 행동은 그 뒤에 '동기'를 갖다 붙일 수가 있습니다.

 

 

스키너는 심리학을 그런 모호한 영역에서 끄집어내어 보다 과학적인 체계를 갖추게 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동기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어떤 외부환경(조건, 상황)이 어떤 행동을 일으키는가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극에 해당하는 외부환경을 독립변수로, 그 자극에 의해 야기된 행동을 종속변수로 보고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를 객관적이고 측정가능하게 정량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컨데, 손을 자주 씻는 아이가 아빠에게 깨끗한 아이로 보여지고 싶다는 욕구에서 그런 것이라고 가정을 했다면 아빠가 칭찬을 몇 번 할 때 아이가 손을 몇 번 씻는지 정확하게 그 횟수를 세서 분석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심리적 문제는 행동으로 환원되며, 행동으로 파악될 수 없는 심리적 문제는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스키너를 비롯한 행동주의자들은 동물 실험을 많이 했습니다. 특정한 상황에 동물을 집어넣어서 외부 자극을 어떻게 변경시키면 쥐가 어떤 행동을 보이더라는 식으로 연구를 했습니다. 인간 역시 자극에 따라 반응하고, 우리는 그 중간 과정에 대해 과학적으로 알기 힘들므로 원인과 결과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행동주의자에게 심리학은 행동과학이었습니다.
다른 학파에서 중요시하는 인간의 동기는 단지 외부 환경의 변화를 다르게 표현한 것에 불과합니다. 이런 행동주의는 인간을 실험 동물이나 로봇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측면에서 강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다른 학파에서는 행동주의자들을 영화나 책등에서 종종 그려지는 대중을 통제하는 데 협조하는 과학자의 모습이라고 보았습니다. 비록 그런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행동주의는 신화와 비과학적 추론의 영역에 있던 심리학에 자연과학적인 정량적 분석을 도입하면서 이후 심리학 연구 방법론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인간의 학습에 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줍니다.

 

행동주의는 담배를 많이 피는 사람이 금연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체중과다인 사람이 살을 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과 같은 구체적인 문제점에 대해서 어떻게 그 사람이 담배를 피지 않는 행동을 배울 수 있게 할 것인가, 어떻게 그 사람이 식습관에 변화를 주는 행동을 하게 할 것인가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외부자극이 어떤 순서로 어떻게 가해질 때, 그리고 자극에 따라 행동한 뒤 어떤 보상과 강화가 주어질 때 그런 행동들이 줄어든다, 늘어난다는 것을 분석했습니다.

초기 행동주의(Dollard and Miller's Behavioral conceptions)

초기 행동주의자들은, 뒤이어 등장할 스키너처럼 이전 심리학 연구 방식을 전면적으로 부인하지는 않고 일단 프로이트식의 정신역학(psychodynamic) 개념 자체는 적극적으로 지지했습니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해석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측면에서 대단히 취약하다는 점을 의식했습니다. 이들은 프로이트의 주장을 객관적 실험으로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쥐를 비롯한 동물 실험을 이용해서 이론의 검증을 시도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크게 네 가지 요소가 학습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습니다. 네 가지 요소는,

 

 (1) 드라이브(drive; 동기유발)

 (2) 큐(cue; 자극)

 (3) 반응(response; 행동이나 사고)

 (4) 강화(reinforcement; 보상).

 

드라이브는 강한 자극입니다. 가장 원초적인 드라이브에는 배고픔이나 갈증, 성욕, 고통 등이 있습니다. 원초적 드라이브는 선천적인 것으로 다른 동기유발의 가장 일차적인 원인이 됩니다. 선천적인 드라이브는 직접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보다 간접적인 방식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드라이브에 의해 조성된 긴장을 해소하고자 합니다. 배가 고프면 음식물을 찾습니다. 고통을 주는 물체나 상황을 본능적으로 피하려 합니다.

 

드라이브 중에는 선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학습된 드라이브(learned drives)도 있습니다. 학습된 드라이브는 선천적 드라이브에 기초해서 보다 정교한 형태로 형성되어 나갑니다. 쥐를 어두운 방에 넣어서 전기자극을 주고 다시 밝은 방으로 꺼내서 편안하게 해주는 일을 반복하면, 나중에는 전기자극 없는 어두운 방에서도 움츠려들고 그 방에 들어가기를 거부합니다. 고통이라는 선천적 드라이브가 어두움이라는 학습된 드라이브로 변환되었습니다.

 

드라이브가 반응을 일으키는 일차적 요인이라면 큐(cue)는 그 반응이 언제, 어떻게, 어디서 일어날지를 결정합니다. 쥐가 들어있는 방의 조명을 갑자기 어둡게 하면 그것이 큐로 작용해서 쥐의 반응을 야기합니다. 큐에는 시각적, 후각적, 청각적인 것들이 있습니다.

 

드라이브와 큐에 의해 야기되는 반응(response)은 계층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계층은 학습에 의해 순위가 바뀝니다. 강한 자극이 반복, 학습되면 그 자극에 대한 반응이 순위의 위로 올라 옵니다.

 

강화(reinforcement)는 특정 반응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경향을 크게 해주는 이벤트입니다. 드라이브를 줄여주고 해소하는 이벤트가 강화입니다. 프로이트의 쾌락원칙(Pleasure Principle)처럼 모든 개체는 드라이브에 의해 야기된 긴장을 해소해서 평형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드라이브와 큐에 의해 반응을 했는데 그것이 전혀 강화되지 못하면, 즉 반응에 의해 드라이브가 해소되지 않으면 그 반응은 서서히 소멸(extinction)의 과정을 거칩니다. 반면 특정 반응이 드라이브를 해소한다는 것을 학습하고 나면 반응을 반복적으로 합니다. 그것이 강화입니다.

 

그러면 학습 이론 중 많이 알려진 고전적 조건화부터 공부해 봅시다.

고전적 조건화(Classical conditioning; 조건반응 학습; Learned Anxiety)

잘 알려진 파블로프의 실험입니다. 개에게 밥을 줄 때 종소리를 함께 들려주면 침 흘리는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종소리가 침분비를 유발한다는 것을 밝힌 실험입니다. 고전적 조건화에서 사용하는 개념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1. 무조건자극(unconditioned stimulus): 학습없이 자연적으로 반응을 일으키는 자극.

 2. 무조건반응(unconditioned response): 무조건자극에 의해 학습없이 야기되는 반응.

 3. 조건자극(conditioned stimulus): 원래는 중립적 자극이었으나 학습자가 무조건자극과 연계한 것.

 4. 조건반응(conditioned response): 조건자극에 대한 학습된 반응으로, 이전에는 무조건자극에 의해서만 야기되었으나 학습 이후 조건자극에 대해서도 야기되는 반응.

 

고전적 조건화

 

개는 음식물의 냄새를 맡으면 침을 흘립니다. 음식물의 냄새는 무조건자극입니다. 침을 흘리는 것은 무조건자극에 의해 야기되는 무조건반응입니다. 무조건반응은 본능적인 것으로 학습없이 나타납니다. 개에게 밥을 줄 때 들려주는 종소리는 직접적으로 침분비와 관계가 없는 중립적자극(neutral stimulus)입니다. 중립적자극이 학습에 의해서 무조건자극과 연계되고, 곧 조건자극이 됩니다. 원래는 침분비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종소리만 듣고도 침을 흘리게 됩니다. 종소리를 듣고 침을 흘리는 것을 학습한 것입니다. 중립적자극인 종소리가 학습에 의해 조건자극이 되어서 조건반응을 야기합니다.

 

고전적 조건화 또는 조건반응 학습이 1920 년대에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된 적이 있었습니다. 실험은, 쥐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한 아이를 대상으로 아이가 쥐에 가까이 갈 때마다 매우 큰 소음을 함께 들려줘서 아이를 놀라게 한 것이었습니다. 쥐를 보여줄 때마다 큰 소음을 들려주는 것을 반복하자, 그 아이는 쥐에 대한 공포증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무 소리를 들려주지 않았음에도 쥐를 보면 움츠려들었습니다. 쥐를 무서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쥐를 관련된 다른 대상으로까지 확대-일반화해 나가면서 고양이, 털, 머리카락 등까지 무서워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이것이 고전적 조건화에 의한 학습입니다.

 

미신도 고전적 조건화에 의해 잘 설명이 됩니다. 어떤 일을 경험할 때 그 일과 전혀 관계없는 중립적자극에 몇 차례 함께 노출되면 그 중립적자극을 반응을 일으킨 자극과 연계합니다. 징크스를 생각해 봅시다. 야구선수가 면도를 하지 않고 시합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험을 몇 차례 하고 나면, 이 야구선수는 면도를 야구성적과 연관시킵니다. 실제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조작된 '미신'에 결국 쥐가 반응하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직접적인 실험이 아니더라도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고전적 조건화에 의한 학습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큰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은 이후에 차만 보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움츠려들 수 있습니다. '차'라는 중립적자극이 고통이라는 강렬한 드라이브와 연결이 되어서 조건자극이 되었습니다. 전쟁에 참가한 군인들이 겪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ost-traumatic stress syndrom)도 그렇습니다. 강렬한 자극을 겪은 사람은 그 자극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것을 보면 움츠려들고 불안해집니다. 심지어 신체적인 변화까지도 나타냅니다. 두려움을 야기하는 대상은 일반화되어서 다른 대상으로 확산되어 나갑니다. 당사자는 그것이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건자극은 무조건반응처럼 거의 반사적으로 반응을 만들어냅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더라도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땀이 납니다.

 

고전적 조건화를 비롯한 행동주의적 접근법이 기존의 프로이트 식 해석과 어떻게 다른지 잠깐 생각해 봅시다. 똑같은 신경증에 대해 프로이트는 그것이 아이 시절 억압된 강렬한 성적 충동과 공격 성향이 제대로 해소되지 못해서 보다 은밀하고 상징적인 형태로 표출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프로이트의 환자 중 말 공포증을 갖고 있는 다섯 살 내기 한스의 경우를 봅시다. 프로이트는 말이라는 짐승에 대한 두려움이 한스의 정신역동적 충돌(Psychodynamic conflicts)의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아기에 엄마를 유혹하고 싶다는 충동과 아빠 자리를 빼앗고 싶다는 충동이 억압되었고 한스는 말이라는 상징으로 자신을 위협하는 아빠를 투사했다고 해석했습니다. 신경증 환자의 증상은 모두 개인의 내적충돌의 상징적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행동주의자는 한스의 말 공포증을 단순히 상처입은 말이 피를 흘리는 것을 본 것에서 비롯된 고전적 조건화로 보았습니다. 심하게 다쳐서 피를 흘리는 말의 모습이 야기한 강렬한 공포가 한스로 하여금 말이라는 중립적자극을 공포로 연결한 것입니다. 이렇게 동일한 현상에 대해서 그것을 내적충돌의 표현이라는 복잡한 해석을 하지 않고 외부 상황에서 그 원인을 찾았습니다. 행동주의적 접근에서 보자면 프로이트식의 해석은 단순한 사실에 대해 과학적으로 검증될 수 없는 소설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고전적 조건화는 조직내의 복잡한 개인 행동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전적 조건화에 의해 학습된 행동을 드물지 않게 관찰할 수도 있습니다. a제품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실패를 해서 큰 벌칙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몇 차례 반복되면 그 사람은 이후에 a와 관련된 일은 무조건 회피하려 합니다. 실패할 위험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전의 경험에 의해 고전적 조건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a라는 중립적자극을 무작정 회피하려 합니다. 이렇게 리스크에 우호적인 조직과 기존 방식에 엄격하게 집착하는 조직은 고전적 조건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조직 구성원들을 학습시키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몇 차례의 반복적인 경험만으로도 이후 중립적자극에 대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 오퍼런트 조건화; 시행착오 학습; 도구적 학습)

행동주의의 대표적인 학자 Skinner에 의해 주창되어서 매우 큰 반향을 일으킨 학습 이론입니다. 오퍼런트(operant)란 자발적으로 분출되는 반응입니다. 인간을 비롯한 생물은 여러 가지 자발적인 행동을 합니다. 울거나 주변의 물건을 건드립니다. 뛰어 다닙니다. 자발적 행동 오퍼런트는 그 행동에 의해 야기된 결과에 따라 더 자주 그런 행동을 하는 쪽으로 발전해 나가거나 소멸됩니다. 아이가 밤에 심하게 울었습니다. 엄마는 아이에 관심을 갖고 무엇 때문에 불편한지 살펴봅니다. 아이는 '운다'는 오퍼런트가 엄마의 관심을 가져온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는 행동을 강화(reinforcement)합니다. 다음에도 엄마에게 원하는 것이 있으면 우는 행동을 합니다.

 

(그림 출처: Papalia. Human Development, McGraw-Hill, 1998.)

자발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인 오퍼런트가 우호적인 결과를 낳으면 이후 강화되어 더욱 반복적으로 특정 행동을 한다는 것이 오퍼런트 조건화입니다. 고전적 조건화는 중립적자극(종소리)이 조건화(밥을 줄 때 종소리를 들려준다)에 의해 조건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학습된다는 것인데 반해, 오퍼런트 조건화는 개체 자신이 어떤 자발적인 행동들을 해 본 다음 그 결과에 따라 행동을 더욱 강화해 나가는 것입니다.

 

직원이 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상사의 눈에 띄었습니다. 그 일이 승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직원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야근을 하려 합니다. 자신의 행동의 결과에 의해 강화가 되면서 야근을 하는 행동을 더욱 자주하도록 학습한 것입니다.

 

오퍼런트 조건화는 어떤 행동을 어떻게 강화하면 더 빨리 학습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담배를 끊고자 하는 사람에게 담배를 피지 않는 것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또는 어떻게 보상을 줄 것인가 또는 어떻게 벌칙을 가해야만 담배를 끊는 행동을 빨리 학습할 지를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특정 행동에 점차 가깝게 행동하도록 바꾸어 나가는 방법을 행동조형(Shaping)이라고 합니다.

행동조형(Shaping)

행동조형에는 크게 네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긍정적강화(positive reinforcement)는 잘한 것을 칭찬해주는 것입니다.

 2. 부정적강화(negative reinforcement)는 바람직한 행동을 하지 않을 때 보상을 철회하는 것입니다.

 3. 처벌(punishment)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 징계/벌칙을 가하는 것입니다. (부정적 강화와는 다릅니다.)

 4. 소멸(extinction)은 행동이 일어나게끔 하는 강화요인을 없애서 스스로 사그러들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조작적 조건화 연구자들은 위와 같은 방법을 얼마나 자주, 어떤 순서로 행하느냐가 학습의 속도나 지속성을 좌우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지속적인 강화는 특정 행동을 배우는 속도를 늘립니다. 담배를 피지 않으면 보상을 주는 것을 계속해서 시행하면 더 빨리 담배를 끊습니다. 이와 다르게, 간헐적 강화는 특정 행동의 지속성을 크게 늘려줍니다. 강화를 하지 않았을 때도 특정행동을 계속하게 하려면 강화를 간헐적으로 해야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재미있는 예를 들어봅시다.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쩌다 한 번씩 잭팟이 터지는 경우, 이것이 간헐적인 강화가 되어서 더욱 도박에 열을 올리게 됩니다. 지속적으로 강화가 되고 있는 것보다 간헐적으로 강화가 되는 경우 특정 행동을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더욱 커집니다. 엄마의 관심을 끌기 위해 징징거리는 아이에게 이따금씩 그런 행동에 관심을 보이면 아이는 보채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합니다. 이전에 가끔씩 관심을 기울인 경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때 더욱 맹렬하게 보챕니다. 간헐적인 강화는 특정 행동을 더욱 지속적으로 하게 합니다.

 

연구 결과 위의 네가지 방법 중 강화(긍정적 강화이든 부정적 강화이든) 쪽이 처벌이나 소멸보다 더 행동 학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점도 시사적입니다. 특정 행동을 하게 하고 싶다면 그 행동을 했을 때 적절한 보상을 주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보상을 철회하는 것이 벌을 내리거나 관심을 아예 기울이지 않아서 스스로 소멸되도록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입니다.

 

그렇다면 벌칙(punishment)은 왜 효과가 적을까요?

 

 1. 벌칙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그만두게 하는 효과보다 처벌만을 피하는 쪽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경향이 높습니다.

 2. 벌칙과 자신의 행위를 연관시키는 것이 아니라 벌칙을 가한 사람과 연관을 시켜서 그 사람을 미워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3. 무엇을 해야 할 지를 훈련시킬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회적학습(Social learning; 관찰적학습; 모델링)

고전적 조건화나 조작적 조건화에서와 같은 강화가 없이도, 단순히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그 행동 양상을 그대로 따라하는 형태로 학습이 이뤄진다는 것이 사회적학습입니다. 대표적 예가 역할 모델(role model)입니다. 부모님, 선생님, 동료, 선배, 연예인 등을 보고 배웁니다. 자신에게 직접 발생한 일과 결과가 아닌데도 그 결과를 보다 더 깊게 받아들여서 학습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말을 배울 때를 생각해 봅시다. 어떤 말을 정확하게 했을 때 칭찬을 해주는 것보다 그 말을 하는 다른 사람을 보고 배우는 것이 훨씬 큰 영향을 미칩니다. 모델을 보거나 모델이 행한 행동의 결과를 보고 배우는 것이 관찰적학습, 사회적학습입니다.

 

 

사회적학습은 크게 네 단계에 걸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1. Attentional processes: 끌리는 점이 있거나 또는 자기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개개인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 같은 사람을 찾는 단계입니다. 그 모델에 관심을 갖게 되는 단계입니다.

 2. Retention processes: 모델에 대한 관심이 계속 유지되는 단계입니다. 모델과 접할 기회가 적어졌을 때도 모델의 행동이 계속 기억에 남게되느냐에 모델의 영향력이 결정됩니다.

 3. Motor reproduction processes: 모델에서 관찰한 행동을 직접 해보는 단계입니다.

 4. Reinforcement processes: 해보았더니 반응이 좋다거나 적절한 보상을 얻으면 더욱 재강화가 됩니다. 더 자주 그런 행동을 합니다.

 

사회적학습은 인간의 학습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티브이의 폭력물이 실제 유사한 행동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나 거미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거미를 자유롭게 만지는 사람을 보여줌으로써 치료를 하는 등, 사회적학습은 많은 곳에서 관찰되고 또 활용되고 있습니다. 개개인별로 역할모델을 갖고 있고 그 모델이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회적학습입니다. 법의 효과도 사회적학습에 근거합니다. 범죄를 저질러보고 그 결과를 직접 겪은 다음에 배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어떻게 되더라는 것을 보면서 사회적학습이 일어납니다. 자신에게 강화요소가 없었음에도 특정 행동을 하지 않는 학습이 일어납니다.

인지학습이론

가장 근자에 등장한 학습이론으로 막스 베르트하이머가 창시한 게슈탈트 심리학에 기반을 둔 인지 학습 이론이 있습니다. 수동적으로 어떤 조건에 반응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과정을 통해서 학습이 아뤄지는 것과 달리 [감각기관 + 인지과정]이 합쳐지면서 학습이 일어난다는 이론입니다. 상황을 자발적으로 이해해서 갑자기 깨닫는 과정(아하!현상)을 통해 전체와 부분 사이의 맥락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며 학습이 이뤄집니다. 침팬치에게 직경이 다른 두 개의 파이프를 주고 바나나를 멀리 놔두어 보았습니다. 침팬치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가는 파이프를 굵은 파이프에 끼워서 길게 만든 다음 바나나를 끌어 왔습니다. 강화요인도 없고, 모방도 없었지만 통합적 이해를 통해 학습이 일어난 것입니다.[2]

 

정리하자면, 행동의 변화를 의미하는 학습에는 크게, 외부의 중립적자극이 조건반응을 일으키며 강화되는 고전적 조건화, 스스로의 자발적 행동의 결과가 강화되어 학습되는 오퍼런트 조건화, 모델을 보고 배우는 사회적학습, 전체와 부분 사이의 통합적인 관계를 통찰하는 식으로 이뤄지는 인지학습의 네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2] 나이젤 C. 벤슨, 시몬 그로브. 통찰 학습 이론 (또는 '인지 학습' 이론). 하룻밤의 지식여행: 심리학, 김영사, 2001.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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