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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9-20

방치된 정보비대칭은 시장실패로 이어진다

정보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과 자본시장(Capital Market)의 구성

국가경제에 있어 저축이라는 재정적 자원을 자본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과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이 잘 이뤄지면 많은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냅니다. 부를 축적해 나갈 수 있습니다. 반면 재정적 자원배분에 실패하면 그 경제는 나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자본주의는 그 자원배분을 '보이지 않는 손'인 시장의 힘(market force)에 의존했고, 공산주의는 중앙집권적 계획과 통제에 의존했습니다.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가능케 했는가는 역사가 증명을 했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저축과 사업 아이디어의 맷칭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고,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중개인(Intermediaries)이 필요합니다. 문제란,

 

첫째, 기업가(entrepreneurs)쪽이 투자자 및 재원제공자(saver)보다 사업에 대해 훨씬 더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둘째, 기업가는 투자가들에게 좋은 정보만을 제공하려는 유인이 있습니다. 사업이 실제보다 더 잘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서 투자를 끌어오고 싶어합니다. 기업가가 제공하는 정보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레몬의 문제(Lemons Problem)와 시장실패

투자자와 기업가 사이의 정보불균형은 레몬의 문제를 야기해서 결국 자본시장 기능을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레몬의 문제란 정보불균형에 의한 시장실패를 의미합니다.

 

중고차 시장을 생각해 봅시다. 중고차는 차의 원소유자가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중고차를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은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그 차가 사실은 어디가 결함이 있는지 큰 사고가 났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정보비대칭이 대단히 심합니다. 따라서 중고차를 구입하려는 사람은 평균적으로 반-반 정도 좋은 차와 나쁜 차가 있다는 가정하에 차를 선택하고 가격을 흥정합니다. 이는 정말로 괜챦은 차를 중고차 시장에 내놓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습니다. 가격대가 '통상 반 정도는 문제가 있는 차다'라는 것을 전제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기 차가 정말로 괜챦은 차인 경우, 중고차 시장에서 제 값을 받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고 중고차 시장외의 다른 루트를 찾습니다. 이것은 다시, 중고차 시장에서 괜챦은 차는 적어지고 문제가 있는 차가 점점 더 많아지게 만듭니다. 그래샴의 법칙처럼 나쁜 차가 좋은 차를 구축(crowd out)합니다. 중고차 시장에 문제가 많은 차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더더욱 가격이 부적절하게 형성됩니다. 좋은 차가 나올 가능성은 더욱 줄어듭니다. 마침내 소비자는 중고차 시장 자체를 버립니다. 이런 것을 레몬의 문제(lemons problem)라고 합니다. 이렇게 정보비대칭에 의해 초래된 시장실패를 역선택(reverse selection)의 문제라고 합니다.

중개인의 역할

마찬가지 방식으로, 자본시장도 정보비대칭이 심한 경우 좋은 비즈니스 아이디어들은 자꾸 줄어들고 별로 가치 없는 아이디어들만 투자를 유혹하는 시장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상태를 방치하면 자본시장 자체가 무력해집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마치 중고차 시장에서 자동차 전문가가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정보불균형을 줄여주며 합리적인 차 가격을 산정해주는 것처럼, 자본시장에서도 여러 형태의 중개인이 정보비대칭을 줄여주며 효과적인 자본시장을 만듭니다.

 

위 그림처럼 재무중개인(Financial Intermediary)은 개개인들로부터 투자액을 모아서 여러 비즈니스 기회들을 정밀 분석하고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를 결정합니다. 여기에 속하는 것이 벤쳐 캐피틀, 은행, 뮤추얼 펀드 등입니다. 정보중개인(Information Intermediary)은 여러 비즈니스 기회를 분석해서 투자가들에게 실제 그 비즈니스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여기에 속하는 것은 회계법인, 재무분석가, 채권평가 에이젼시, 경제신문 등입니다.

이렇게 두 종류의 중개인에 의해 정보불균형이 줄어들며, 투자자가 좋은 투자 기회와 나쁜 투자 기회를 선별할 수 있게 됩니다. 정보비대칭 때문에 자본시장 자체가 무너지는 것을 막습니다.

 

이 때, 정보를 판단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재무제표(financial statements), 재무보고서입니다. 재무중개인도 재무제표에 의거해서 투자 결정을 내리고 정보중개인은 재무제표가 정말로 믿을 만한 것인지 검증하고 또 여러 각도에서 분석해서 투자가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레몬은 중고 시장에 있는,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엉망인 물건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주주가치 극대화와 대리인 문제

재무관리는 기술적으로는 기업 자금의 조달과 관리 및 집행에 관련된 내용을 다룹니다만 최근에는 재무학의 기초과목으로써 자본 및 화폐의 시장구조 전반을 탐색하는 부문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이 국민경제의 주요 주체로 단순히 주주의 富를 극대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실체를 너머 사회적 책임까지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재무관리에서 다루는 자본 비용의 균형과 투자, 금융 이론들은 기업의 기술적 자금 관리 이상의 내용을 포괄합니다. 기업의 역할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기초적 분석을 함에 있어 기업 재무관리의 목표는 주주가치의 극대화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주주 자본주의(stockholder's capitalism)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s capitalism)라는 두 주장이 맞서 있습니다만 재무적 의사결정에 있어 기업의 목표는 일차적으로 주주의 富를 증대하는 데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큰 무리가 없습니다.

 

기업의 목표는 주주가치의 극대화입니다. 그런데 현대적 기업은 실제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과 주주가 다른 경우가 많아서 문제가 생깁니다. 가장 큰 문제는 주주와 대리인(경영자) 사이의 이해상충, 이해충돌(conflicts of interest)의 문제입니다. 공개된 기업은 불특정 다수가 주주로 참여할 수 있고, 사적인 기업과 달리 주주가 경영자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든 경우도 많습니다. 이에 기업 내부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대리인이 자신의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행한 의사결정일지라도 주주의 바람과 경영자의 의도가 어긋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업의 주인인 주주와 대리인인 전문경영인 사이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를 주인-대리인 문제, 본인-대리인 문제, 줄여서 대리인 문제(agent problem)라 합니다.

 

대리인문제의 종류

대리인 문제에는 크게 자기자본의 대리인 문제와 부채의 대리인문제가 있습니다. 전자는 주주와 경영자 사이의 이해상충 문제이고 후자는 주주와 채권자 사이의 문제입니다. 주주는 경영에 참여하는 내부주주와 그렇지 않은 외부주주로 나뉘는데, 내부주주가 외부주주의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회사의 재원을 개인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자기자본의 대리인문제가 생깁니다.

 

이와 달리 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본을 리스크와 기대수익율이 큰 투자안에 투자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 부채의 대리인문제입니다. 공격적인 자금 운용은 주주에게 더 큰 부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이에 따른 리스크는 채권자가 더 크게 부담하게 됩니다. 이것을 富의 이전(wealth transfer) 문제라 합니다. 유한 책임만을 지는 주주는 가급적 기대수익율이 높은 투자안을 선호하여 기업의 파산위험을 증가시킵니다. 반면 채권자는 안전한 원금과 이자의 회수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위험이 낮은 투자안을 선호합니다. 주주와 채권자 사이의 이해상충의 문제가 생깁니다.

대리인비용

대리인문제는 대리인비용을 수반합니다. 주주는 내부주주 또는 전문경영인의 전횡을 막기 위해 이사회 등을 도입해서 감시하려 합니다. 감시비용입니다. 또, 정기적인 회계감사를 통해 기업의 내용을 독립적인 제 3자에 의해 확증 받고자 합니다. 확증비용입니다. 또는 전문경영인을 주주화해서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해 스톡 옵션(stock option;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스톡 옵션은 주주가치를 희석해서 주주에게 비용요소입니다. 이상이 자기자본의 대리인비용입니다.

 

채권자 역시 채권과 이자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보호조항을 삽입하거나 투자 제한 요건을 강화하려 합니다. 또는 금리를 높여 위험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자 합니다. 이는 기업의 자본 비용을 증가시킵니다. 이런 것을 부채의 대리인비용이라 합니다.

대리인문제의 원인과 해결

대리인문제는 정보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 때문에 생깁니다. 대리인은 주주들에 비해 훨씬 정확하고 풍부한 기업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주주가 생각하는 방향과 전혀 다른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도덕적해이는 정보비대칭을 이용한 대리인의 사적이익 추구입니다.

 

대리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주와 대리인 사이의 정보비대칭을 해소하거나 줄여야 합니다.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인센티브제(Incentive Scheme)의 도입입니다. 스탁 옵션(stock option)처럼 대리인의 이해관계와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하는 제도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스탁 옵션의 도입 취지는 그랬습니다만 이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량의 주식매입선택권이 부여된 경영자는 행사 시점의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단기적 시각의 경영을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계속적인 성장을 위한 의사결정이 아닌, 자신의 임기 또는 스탁 옵션 행사 시점까지의 단기적 이익을 부풀리기 위해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스탁 옵션은 정보기술 기업에서 회사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많이 도입했고 몇 차례 뉴스거리를 만들기도 했지만 논란이 많은 주제입니다. 대리인의 주주화가 정말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대리인문제의 또 다른 해결책은 감시(Monitoring)입니다. 이사회를 통해 경영자의 전횡을 막아보겠다는 취지입니다. 객관성이 높은 외부 인사를 사외인사로 영입해서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기업 집단의 경우, 사실상 이사회 멤버가 '오너' 경영자의 의지에 좌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외이사 역시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경영자의 임의적 결정을 추인해주는 역할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업 인수합병 위협은 대리인 문제를 줄이는 효과를 갖습니다.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경영자는 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려 적대적 인수합병의 위험에 노출됩니다.

대리인문제와 최적자본구조

자기자본의 대리인비용은 내부주주의 지분이 클수록 커집니다. 자기자본비율이 커지면 함께 커집니다. 내부주주의 전횡이 용이해지기 때문입니다. 부채의 대리인비용은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커집니다. 그러므로 대리인문제는 자본구조결정에 영향을 줍니다. 최적자본구조는 자기자본의 대리인비용과 부채의 대리인비용을 합한 총대리인비용이 가장 적은 구조를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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