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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 경쟁(Imperfect Competition)

독점시장이나 완전경쟁시장은 현실적으로 찾아 보기 쉽지 않습니다. 독점에 가까운 시장은 많이 있지만 완전한 독점은 매우 드뭅니다. 완전경쟁시장 역시 여러 가정을 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현실적으로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대개의 경우 현실은 완전경쟁시장과 독점시장 사이의 그 어느 지점 쯤에 해당한다 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독점과 완전경쟁을 공부하는 이유는 양 끝을 알면 그 중간 형태를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독점과 완전경쟁의 중간에 있는 것을 불완전 경쟁(Imperfect competition)이라 하고, 여기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과점(Oligopoly)입니다. 시장을 소수의 공급자가 지배하고 있으며 이들이 파는 제품이 거의 비슷한 경우입니다. 오펙(OPEC)이 좌우하는 원유시장이나 콜라시장이 과점시장입니다.

 

 

다른 하나는 독점적경쟁(Monopolistic competition)입니다. 이름처럼 독점적이면서 경쟁적인 시장입니다. 시장 내에 매우 많은 공급자가 있다는 점은 경쟁시장과 유사하지만 개별 공급자가 제공하는 제품들은 약간씩 차이가 있어서 각기 독점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형태입니다. 음반시장을 생각해 봅시다. 매우 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어서 완전경쟁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각 아티스트는 팬을 갖고 있어서 독점적인 가격결정능력을 갖습니다. 과점시장은 진입장벽이 두텁지만 독점적경쟁시장은 진입 퇴출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카르텔, 담합(Cartel, Collusion)

시장 내에 소수의 회사만 존재하는 과점시장에서는,

 1. 소수의 회사들이 각자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냐,

 2. 서로 협조해서 이익을 추구할 것이냐

라는 선택의 문제가 생깁니다.

 

소수의 회사만 경쟁을 하더라도 경쟁을 하다보면 가격은 한계생산비 수준까지 떨어집니다. 어떤 동네에 식당이 두 개 있습니다. 두 가게가 서로 앙숙 관계에 있어서 심하게 경쟁을 하면 음식값이 음식 재료비 수준까지 떨어집니다. 반면 두 식당 주인이 매우 친한 경우, 서로 말을 맞춰서 '찌게는 얼마를 받고 분식은 얼마를 받자.'며 약속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두 식당은 한 덩어리로 움직이므로 시장 내에 오직 하나의 공급자만 존재하는 독점시장과 같아집니다. 두 식당이 말을 맞춰서 가격을 올리면 시장내 수요는 줄면서 독점적 이익은 늘어납니다.

 

이렇게 과점 시장내의 공급자들이 얼마나 생산할 것인가 또는 얼마를 받을 것인가를 합의하는 행위를 담합(Collusion)이라 합니다. 담합 행위를 하며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공급자들을 묶어서 카르텔(Cartel)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시장내에 소수의 공급자가 존재하는 경우 항상 담합을 해서 독점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늘 그렇게 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 식당이 음식값을 내리면 즉시 자기 식당으로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파는 제품은 대동소이하므로) 과점시장의 공급자는 항상 가격을 낮추자는 유혹을 받습니다. 즉 카르텔은 매우 깨지기 쉽습니다. 자기 이익 추구와 합의에 의한 독점적 이익 추구 사이에서 계속 갈등하는 것입니다.

 

가격경쟁이 아닌 생산량의 경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펙에서 감산 합의를 했다 하더라도 자기만 몰래 생산량을 늘려서 팔면 당장 이익이 들어 옵니다. 이런 이익의 유혹 때문에 카르텔이 쉽게 깨질 수 있습니다.

가격 효과 대 산출 효과(Price Effect vs Output Effect)

과점시장에서 한 기업이 생산을 늘리면 가격은 한계비용보다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익이 늘어납니다. 반면 생산을 늘린다는 것은 시장내 공급이 증가한다는 것이고 이는 곧 가격 하락을 가져 옵니다. 첫 번째의 효과를 "The output effect," 산출 효과라 합니다. 과점 기업이 생산을 늘리려는 유인요소입니다. 두 번째 것을 "The price effect," 가격 효과라 합니다. 한없이 생산을 늘리지는 못하게 하는 요소입니다.

 

결국 과점 기업은 산출 효과와 가격 효과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멈출 것입니다.

이러한 두 효과는 과점시장의 크기가 과점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과점시장에 상대적으로 많은 기업이 활동하는 경우, 이 기업이 시장 가격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줄어듭니다. 가격 효과는 줄고 산출 효과는 그대로입니다. 우리가 조금 더 생산한다고 해서 가격이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생산을 계속해서 늘리면 공급과잉에 의해 가격이 하락합니다. 그 결과 가격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과점기업의 수가 매우 많아지면 사실상 가격 효과가 사라집니다. 시장 가격이 하나의 주어진 값이 됩니다. 완전경쟁시장과 똑같아집니다. 가격은 계속 하락해서 한계 생산비 수준까지 떨어질 것입니다.

 

극소수의 기업만 활동하는 과점시장은 생산을 늘리면 즉시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가격 효과가 강하게 나타납니다. 함부로 생산량을 늘리지 못합니다. 반도체 시장을 생각해 보세요.

게임 이론(Game Theory)과 죄수의 딜레마

시장 내에 2-3개 정도의 소수의 플레이어만 활동하는 경우 이들이 담합을 해서 카르텔을 형성하고 하나의 독점기업처럼 행동하는 경우 독점적 이익을 많이 거둬갈 수 있는 데 그렇게 잘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정부가 명시적인 카르텔 형성을 놔두고 보지 않기 때문이고(반독점법) 또한 독점이익의 배분을 모두가 만족하게 한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죄수의 딜레마'(The prisoners' dilemma)가 작용하기 때문에 카르텔은 쉽게 깨집니다.

 

죄수의 딜레마를 설명하는 이론을 게임 이론(The game theory)이라 합니다. 게임이론은 '협력하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줌에도 불구하고 결국 협력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담합해서 독점 이익을 취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카르텔은 깨지기 쉽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론입니다.

 

게임 이론은 전략적상황(strategic situation)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설명합니다. 전략적상황은 판단을 내릴 때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를 고려해야만 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게임이론은 게임에 참여하는 'player,' 이들의 'strategy,' 그리고 그 전략을 택했을 때의 결과인 'payoff'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통해서 이해해 봅시다.

 

어떤 감옥에 함께 죄를 저지른 a,b가 잡혀 들어 왔습니다. 이들을 심문하는 검사는 다음과 같이 얘기를 합니다.

 

"당신 친구는 범행을 부인하고 당신만 자백한 경우 석방시켜 주겠다.
하지만 당신은 범행을 부인하고 당신 친구만 자백하는 경우에는 20년 형을 구형한다"

 

이 때 둘 다 범행을 부인하면 두 명 모두 1년 형을 받고, 둘 다 자백을 하면 두 명 모두 8년 형을 받는다 합시다.

이 게임의 player는 죄수 a,b입니다. strategy는 '부인' 또는 '자백'입니다. payoff는 구형량입니다.

 

 

게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가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이 게임은 어떤 결론이 나게 될까요?

 

 

죄수 a의 입장:


b가 부인을 한다면: 나는 자백을 하면 석방, 부인을 하면 1년을 구형받는다.
b가 자백을 한다면: 나도 자백을 하면 8년, 부인을 하면 20년을 구형받는다.
"따라서 나는 b가 자백을 하든 부인을 하든 자백을 하는 쪽이 유리하다."

 

죄수 b의 경우도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둘 다 부인하면 두 명 모두 1년 형을 받을 수 있음에도, 둘 다 자백을 해서 8년형을 구형받는 쪽으로 균형이 이뤄집니다.

이것을 죄수의 딜레마라 합니다.

 

이 때, '상대방의 결정에 상관없이 내쪽에 유리한 전략'을 우월전략(dominant strategy)이라 합니다.

위의 경우, 상대방이 부인을 하든 자백을 하든 내 쪽에서는 자백을 하는 것이 우월전략입니다.

 

이 게임은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 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둘이서 미리 협의할 수 있다면 함께 부인하자고 결탁할 것입니다. 또, 게임은 단 한 판으로 끝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같은 게임이 반복되면, '눈치 껏' 둘 다 부인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게임이론은 과점시장을 이해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과점시장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 행동이 달라지는 전략적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방식으로 이란은 이라크가 생산량을 늘리는 경우든 줄이는 경우든 생산량을 늘리는 쪽이 이익이 되고, 이라크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둘이 함께 생산을 줄이면 이익이 됨에도 불구하고 생산을 늘리는 쪽으로 균형이 이뤄집니다.

 

반복게임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죄수의 딜레마에서 형량을 년 단위가 아니라 월 단위로 하고 2년마다 똑같은 게임을 반복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매년 자기가 택한 전략의 결과를 확인하고 그 다음해에는 그 때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다시 게임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Robert Axelrod라는 교수가 이 게임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습니다.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여러 가지 전략을 테스트했습니다. 실험 결과, 반복게임 후에 가장 낮은 구형량을 얻어낸 전략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었습니다. 반복게임에서는 상대방이 부인을 하면 다음 번에는 나도 부인을 하고 상대방이 자백을 하면 다음 번에는 나도 자백을 하는 전략이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아주 의미심장한 결론입니다. 맨큐 책에는 이렇게 평하고 있습니다.

 

"The prisoners' dilemma tournament suggests that this may be a good rule of thumb for playing some of the games of life."

 

과점시장의 종류 및 경제적 효과

과점시장은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파는 제품이 거의 비슷한 경우입니다. 이런 것을 동질적과점(homogenous oligopoly; pure oligopoly)이라 합니다. 파는 제품이 조금씩 달라서 각자 자기 제품에 독점적 영향력을 어느정도 행사할 수 있는 시장을 차별적과점(differentiated oligopoly)이라 합니다.

 

파는 제품이 유사한 동질적 과점의 경우, 가격 경쟁은 힘들 것입니다. 한 쪽이 조금만 가격을 낮추어도 거의 모든 시장 수요를 끌어갈 수 있고(제품 차이가 없으므로), 상대방도 즉시 가격을 따라 내리게 됩니다. 가격은 계속 하락해서 한계생산비 수준까지 떨어집니다. 완전경쟁시장화됩니다.(이것을 "Bertrand Competition"이라 합니다.) 그래서 동질적과점시장에서는 가격으로 경쟁하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생산량을 갖고 경쟁을 합니다. 이것을 설명해 주는 이론이 꾸르노 모형(Courno Model)입니다.

 

차별적과점은 가격 경쟁을 합니다. 이를 설명하는 이론이 굴절수요곡선(kinked demand curve)입니다. 그런데 과점 시장에서 가격경쟁을 하는 경우 가격은 매우 안정적일 수 있습니다. 가격을 낮추면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지만 경쟁기업도 가격을 낮추어서 결국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가격을 올리는 경우 상대방이 함께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경우 나만 큰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점기업은 가격이나 생산량에 큰 변화를 주기가 어려워집니다.

 

마지막으로 조순, 정운찬 경제학 책에 나온 과점시장의 경제적효과 중에서 한 부분을 생각해 봅시다.과점 시장은 독점과 완전 경쟁의 중간적인 성격을 갖습니다. 담합이 이뤄지는 경우 독점시장처럼 자중손실(dead weight loss)이 나타나고, 가격은 한계생산비보다 높습니다.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과점시장은 주로 비가격경쟁(광고 등)이 잘 나타납니다. 상품 차이가 크게 없기 때문에 제품 이미지 개선을 위해 막대한 물량의 광고비가 투입됩니다. 이것은 사회후생적으로 낭비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독점기업이 진입장벽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불필요한 지출을 하는 게 문제가 되는 것과 같습니다.

 

과점시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파악하기 복잡한 시장입니다. 시장내 플레이어들이 서로의 반응을 봐가며 행동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복잡성이 초래됩니다. 또 '어디까지가 과점인가.' 하는 문제도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휴대폰 회사가 세 개인 경우가 과점인지 아닌지, 다섯 개는 과점인지 아닌지, 애매한 문제입니다.

 

과점시장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콜라시장은 코카콜라와 펩시가 양분합니다. 과자는 롯데, 오리온, 해태 정도입니다. 이 외에도 아주 많은 과점의 사례가 있습니다. 신문은 어떻습니까? 신문 값은 과점가격일까요? 신문사에서 받는 광고비도 과점가격일까요? 미리 담합을 했을까요? 항공기는?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이 눈치 껏 운임을 맞추고 있습니까? 휘발유를 생각해 보세요. 한 회사가 기름값을 낮추었을 때 어떤 일이 생깁니까? 한 회사가 기름값을 올리면 어떤 일이 일어나나요? 그런 게 미리 협의된 것일까요, 아닐까요? 너무나 많은 과점과 관계되는 예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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