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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SBS "생활의 달인"에 대한 생각

이명헌 2020. 7. 4. 14:16

2009-8-24

 

생활의 달인이라는 SBS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가끔 보게 됩니다.
참 좋은 프로그램인 거 같습니다.

 


혹자는 다루는 내용이 대개 단순노동이다, 이렇게 얘기하기도 합니다.
단순노동이라는 표현 속에는 뭔가 창조적이지 않다,

또는 경제적으로 얘기해서 부가가치가 높지 않다는 식의 시각도 깔려 있는 거 같습니다.

 

전 생각이 좀 다릅니다.
저는 그 프로그램에 나온 분들을 보며 큰 감동을 받은 적이 많습니다.

 

우선, 그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지는 자기 일을 정말 사랑하는 분들의 모습이 많은 깨침을 주기 때문입니다.
출연자들은 대체로 짧게는 10년, 길게는 30-40년 가까이 한 분야에 종사한 그야말로 자기 분야의 달인들입니다.

그리고 이 분들이 일을 할 때의 표정이나 일을 마치고 귀가할 때의 표정에는 행복함이 넘쳐 보입니다.

물론 방송은 거의 연출과 허구가 많겠지만 그런 점 감안하고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요즘처럼 스피디한 시대에도 묵묵히 자기 분야를 오랜 시간 파고 들면 어떤 아름다운 경지에 이를 수 있고,

또 행복해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트랜드에 민감하고 조금이라도 더 좋아 보이는 게 있으면 갈아 타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여겨지는 요즘의 세태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곳곳엔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분들이 많다는 것.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우리 사회의 진면목입니다.

 

 

또 하나 생각하게 되는 점은, 출연자들 대부분이 문자 그대로 단순한 일을 반복하기만 해서 달인이 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단순해 보이는 일이지만 자세히 보면 더 쉽게 더 빠르고 아름답고 그리고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달인의 치열한 고민이 있습니다. 많은 연구와 새로운 시도 끝에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는 성취감 그리고 그것을 체화할 정도까지 훈련을 통해 익힌 뒤에 느끼는 쾌감.

이런 점들이 달인들의 행복한 표정의 또 다른 비밀이 아닌가 합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것, 그리고 어떤 분야든 연구하고 발전시킬 소지는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생활의 달인을 통해 배우고 느낍니다.

달인의 실력을 보여줄 때 항상 대비시키는 부분이 일반적인 방법으로 일을 하는 다른 사람들입니다.

달인들은 그 일을 할 때 모두 다 법칙처럼 따르는 일반적인 방법을 거부하고 자기만의 더 좋은 방법을 찾아 나선 사람들입니다.

문제의식 없이 그냥 주어진 대로 가르쳐 준 대로 해서는 절대로 남다른 퍼포먼스를 낼 수 없다는 것을 달인들은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특정 업무에서의 달인들은 대체로 관련된 다른 업무에서도 출중한 실력을 보여 준다는 점입니다. 한 가지 일에서 어떤 경지를 이루면 다른 일을 바라 보는 차원도 달라지나 봅니다. 그

래서인지 대체로 달인들은 그 사업장의 대표인 경우가 많고 회사의 모든 업무를 다 두루 꿰고 있습니다.

작은 수공업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큰 기업을 경영하더라도 전문가적 소양과 함께 제너럴리스트적인 면모를 함께 갖춰야 한다는 시사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해라, 그래야 큰 성공을 할 수 있다'란 얘기가 있지요.
한편으론, '세상에 어떻게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있냐,

자기 적성에 맞는 일로 먹고 사는 사람 몇이나 되겠느냐' 이런 말도 있습니다.
둘 다 일리가 있는 얘기인 거 같습니다.

 

저는 생활의 달인을 보면서 이 둘이 꼭 상반되는 얘기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출연자 중에는 라면을 너무나 사랑해서 라면 맛의 달인이 된 분처럼 자신이 원래부터 좋아하던 것을 직업으로 삼아 높은 경지에 이른 분도 있습니다만 처음부터 자기 일을 사랑해서 시작한 것이 아닌 사람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달인들은 대부분 자기 일에 만족하는 것처럼 보였고 행복해 보였고 무엇보다 재미를 느끼는 거 같았습니다. 

어쩌면 자기가 좋아하고 재미를 느끼는 일이란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닐 수 있는 것입니다.

잘 하기 때문에 재미있고 좋아할 수 있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시험하고 그것이 실력으로 바뀌어 가는 것을 확인하는 성취감을 통해 처음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던 일도 아주 사랑하는 일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냐'라고 손쉽게 단정하기 이전에

그 일을 진짜 열심히 해보았는지 또 남다르게 뛰어난 수준에 이르기 위해 연구해 보고 시도해 보았는지를

더 치열하게 물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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