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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8

2005년 P&G의 질레트 인수합병

P&G가 질레트(Gillette)를 인수한다는 소식입니다. 굉장한 딜인데요. P&G 주식 0.975주 대 질레트 주식 1주의 비율로 주식교환의 형태로 추진한다는군요. 질레트 가격은 570억 달러이고, 이것은 오늘 종가 기준 18%의 프리미엄을 더한 주당 53.94 달러의 가격입니다. P&G 이사회의 결의에 대해 질레트의 단일 최대주주 버크셔 해써웨이를 이끌고 있는 워렌 버핏은 "It's a dream deal that will create the greatest consumer products company in the world."라고 코멘트했군요. 질레트는 남녀 면도기 부문을 비롯해서 듀라셀(Duracell) 배터리 그리고 오랄비(Oral B) 치솔과 다리미, 전기면도기 등을 생산하는 브라운(Braun) 등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1980년대의 M&A 열풍 때, 질레트 역시 기업사냥꾼들의 LBO(Leveraged Buy Out) 표적이 되었습니다. 위임장 대결까지 가서 간신히 경영권은 지켰지만 이 때 자사주매입을 약속한 것 때문에 부채가 급격히 늘었고 재무적으로 곤란해지게 되었구요. 이에 질레트 이사회는 버핏에게 6억 달러의 전환우선주(convertible preferred stock)를 발행하며 투자를 유치합니다. 버핏은 백기사(white knight) 역할을 하면서 좋은 기업이 사냥꾼들에게 넘어가서 조각나는 것을 막아 주었습니다. 1991년, 전환우선주는 보통주로 전환되었고 이후 버핏은 계속 질레트 지분을 보유해 오다가 이번 P&G의 인수합병의 결과로 1000%에 가까운 수익율(배당 재투자 포함)을 거두게 된 것입니다. 피터 린치의 표현대로라면 10루타를 친 것입니다.

 

버핏은 질레트를 코카콜라와 비슷한 기업으로 보았습니다. 강한 프랜챠이즈를 갖고 있고, 전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시장에서 60-70% 이상의 독점적인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콜라처럼 계속해서 소비해야만 하는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과 영업이익율이 높다는 것도 비슷합니다. 버핏은 매일 수염이 계속 자라는 것을 생각하면 질레트 투자는 발 뻗고 잘 수 있는 투자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질레트를 인수한 P&G도 일반 소비재에 있어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과 최고의 브랜드를 완비한 회사이기 때문에 유형자산을 크게 사용하지 않고 높은 가격을 부과하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전형적인 버핏 타입의 회사입니다. 그래서 아마 지분을 더 늘리겠다고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올해 버크셔의 사업보고서가 기대가 되는데요. 버핏은 1년 전(2004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달러 가치 하락을 예상해 왔고 이에 대한 헤징으로 많은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했습니다. 어떤 외환을 보유했든 아마 많은 환차익이 났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질레트 인수합병 건도 상당한 이익을 안겨 주었을 것 같구요. 많은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투자 기준에 부합되는 투자처가 나타나지 않으면 무리하지 않는 면이 대단하구요. 좋은 투자 기회가 없다고 해서 바보 같은 곳에 투자할 필요는 없다는 말을 했었는데 행동으로 잘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P&G는 무엇일까요? 

 

man 님의 코멘트:
2005/1/29,23:58

재미있게 되었더라구요, 질레트의 최대주주에서 이제는 P&G 의 최대주주로 자리를 옮기게 생겼더군요.(질레트 거래로 받는 게 9360만 주 거기에 몇 백만주 더 보태서 1억 주 만들려고 한다는군요. 현재 최대 주주인 바클레이 글로벌 인베스터로 3.6%(9200만주)를 보유 중이라고 하더군요.) 이번 거래로 질레트 투자에 대해서 연평균 수익률 14%(1989년이후부터)라고 하던데 거의 전설적인 수익률이 아닐 수 없네요. 이 아저씨 역시 투자의 귀재인가 봐요... 무지하게 부럽다는...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합병에 관한 man 님의 글

2005/4/9,0:13

 

세간에 화제인 진로 M&A 건에 대해서 다들 한번쯤은 들어보셨겠죠? ^_^

아시아 M&A 물건 중 최대를 자랑하는 3조 원대 매물인데요, 일단 하이트맥주가 우선 협상자 지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두산, 대한전선, 롯데칠성이 예비 협상자 명단에 올라있는 걸로 알고 있구요.

물건이 커서 재미있는 것도 있겠지만, 우리 나라 정부의 독과점에 대한 판단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라서 더더욱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몇 년 전 대선주조와 무학소주가 M&A를 하려다 독과점에 걸려서 실패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금감원인가요? 공정위인가요? 아무튼 거기서 태클을 걸기를 전국 소주 시장점유율로 놓고 보자면 문제가 없지만 두 회사가 연고지가 부산-경남이고 사실상 이 지역에서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90%에 달하는 시장을 점유해버려 다른 회사들의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독과점을 인정하면서 합병을 막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진로-하이트맥주 건은 어떨까요?

하이트맥주도 전북 지역에 하이트 주조라는 회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북 지역에서는 상당히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진 회사라고 하는데, 전국 시장점유율로 보면 1.5 % 정도의 미약한 수준이지요. 그렇게 보자면 전체 소주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진로와 하이트맥주의 합병은 공정위 예외조항에 따라 (M&A 를 할때 합병한 회사가 전체 시장의 50%를 넘게 차지하든지, 상위 3개 사의 합이 전체 시장의 75% 이상을 차지할 경우 독과점으로 인정합니다. 2위 사업자보다 1.33배 이상이 되어도 독과점이라고 하는 말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외조항을 두어서, 통상적으로 약 5% 미만의 시장점유율의 회사와 합병하는 경우는 그냥 넘어간다고 하는군요.) 합병이 가능하게 됩니다.

그런데, 과연 소주만을 시장으로 볼 것인가 하는게 지금의 화두라고 하는군요. 그러니깐 사실상 소주와 맥주가 대체제 관계에 있는데 둘 다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아야하는게 아니냐는 학계의 야야기가 있더군요. '소주를 많이 사먹으면 맥주 판매량이 준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둘 사이에 대체제 관계가 형성이 되고 그러면 하나의 시장으로 볼 수 도 있다는 입장인 것 같던데, 실제로 최근에 두 상품 간의 관계가 그렇다고 합니다.

자, 그렇게 된다면..

현재 전국 소주시장의 50% 이상을 점령한 진로와 전국 맥주 시장읠 50% 이상 차지한 하이트맥주가 합병을 하게 되면 명백한 독과점법 위반이 되게 됩니다.

정말 냉철하게 분석을 하자면 저렇게 가는게 맞을 것 같기도 한데, 그러나 예전 SK-텔레콤과 신세기 통신의 합병 건을 볼 때 정부의 결정이 꼭 분석한데로 가는 것만은 아닌지라... 과연 공정위가 이 M&A 건을 어떻게 결정할지 참 관심이 아니갈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과연 이대로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 할 수 있을까요? 

 

이명헌의 코멘트:
2005/4/11,10:55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man 님. 공정위도 어떻게 해야 할 지 난감할 것 같습니다.

워렌버핏의 전(前) 며느리가 쓴 책 "Buffettology"(최근 개정판도 나왔습니다.)에 보면 (consumer monopoly + consumer monopoly)가 최상의 인수합병 시나리오라는 얘기가있습니다. 하이트맥주도 강력한 브랜드와 가격결정능력을 가진 소비자독점에 가깝고 진로도 마찬가지이므로 상당히 괜챦은 인수합병으로 보입니다. P&G가 질레트를 인수합병한 것과 유사한 것 같구요. 소비자독점과 소비자독점이 합쳐진 것의 정반대가 (commodity+commodity)인데 많은 인수합병이 여기에 속하지요. 자기 사업에서 더 이상 비전이 없으니 비전이 없는 회사끼리라도 어쨌든 합쳐 놓으면 규모가 커지니까 조금 달라지지 않겠느냐라는 생각에서 하는 건데 대체로 좋지 않은 결과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완전히 보통재+보통재인 것은 아니지만 HP와 컴팩의 결합이 조금 그 쪽에 가까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로 인수가격에 대해서 말들이 많지요? 3조 1600억 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입니다. 진로의 영업이익이 대략 2000억 원에서 2500억 원 사이로 추정되고, 현재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서 경상이익은 의미가 없으므로 영업이익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대략 PER 15 정도의 가격으로 사는 것입니다. 독점 기업에 대한 프리미엄으로는 아주 높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이트맥주가 사기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하이트맥주의 작년 영업이익이 약 1700여 원이고, 당기순이익이 약 1100여 원, 잉여현금흐름도 대략 1000억 원-12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자체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아마 1000억 원이 안 될 것입니다. 진로가 워낙 독점적인 회사로 현금흐름이 좋기 때문에 재무적으로 아주 위험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덩치에 비해 너무 비싼 회사를 사는 것은 분명하지요. 누적이월결손금에 의한 법인세 절감 효과도 있고, 비업무용 자산 매각 등으로 현금유입도 있겠습니다만 꽤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하이트맥주의 부채비율이 100%가 넘는데, 추가 조달할 자금으로 5000억 원 정도를 얘기하더군요. 인수자금의 상당부분은 산은, 군인공제회, 교직원공제회 등에 전환사채를 발행해서 조달한다고 합니다. 전환사채의 표면이자율은 1%, 만기이자율은 3.99%, 만기는 2008년 3월이고, 전환가는 115,000원. 전환사채로 조달할 금액은 3000억 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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