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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니 제임스 디오(Ronnie James Dio)는 락 보컬리스트가 되어 보겠다고 연습을 시작했던 처음부터 높은 벽처럼 느껴진 보컬리스트입니다. 목이 틔이지 않은 상태에서 힘들지 않았던 곡이 없었지만 특히 디오가 부른 곡들은 더욱 힘들었습니다. 디오의 곡은 3 옥타브를 한참 넘기는 하이톤이 잔뜩 나오지는 않아서 처음 악보를 보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실제 불러 보면 몇 소절 못 가서 헐떡거리게 됩니다. 멜로디 라인의 주축이 2옥타브 라, 시 그리고 3옥타브 도인데 이 음들은 사실 3옥타브 레, 미, 파보다 지속적으로 내기가 더 힘들기 때문입니다. 음 자체를 못 내서 못 부르는 것이 아니라 얼마 안 가 배 힘과 폐활량이 모자라 부르지 못합니다. 어느 정도 부를 수 있게 된 뒤에도 디오처럼 파워풀하게 부르는 것은 정말 다른 리그구나 절감하게 되구요.

 

로니 제임스 디오의 트레이드마크인 "Metal Horn" , Source: Rollingstone.com

 

디오의 목소리에는 격이 있습니다. 가장 파워풀한 음색을 갖고 있으면서도 클래식의 자취도 함께 갖습니다. 디오는 리치 블랙모어처럼 중세 흑마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디오의 곡은 가사도 목소리도 중세 풍의 장엄함이 있습니다. 비슷하게 묵중하고 서사시적 분위기인데도 데쓰 메틀의 샤우팅에서 어떤 을 찾는 것이 어려운 것과 대비됩니다. 디오의 음색엔 품격이 있습니다.

 

디오가 중세, 흑마술 등과 관련된 가사를 많이 썼던 것은 어릴 때부터 팬터지 문학에 심취했던 것 때문이기도 하답니다. 아더 왕 전설 등에 깊이 빠져 있던 그는 다소 무거운 가사를 즐겨 썼고 무대에서도 중세를 연상시키는 의상과 무대장치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헤비메틀이 무거움을 연상시키게 된 데에는 블랙 사바스와 함께 디오의 기여도 적지 않았습니다.

 

 

디오가 오버그라운드로 떠오른 것은 리치 블랙모어의 솔로 앨범 프로젝트였던 "Ritch Blackmore's Rainbow" 앨범 덕분입니다. 당시 딥 퍼플의 다른 멤버들과 다소 마찰이 있던 리치 블랙모어가 로져 글로버의 소개로 만난 밴드 "Elf"와 함께 레코딩한 앨범입니다. 이 앨범은 하드 락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갖고 있는 고전 같은 음반일 것입니다. 리치 블랙모어는 이 앨범 이후 로니 제임스 디오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을 해고합니다. 무명 뮤지션과 연주를 하는 것은 콧대 높은 뮤지션의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을 것입니다. 이후 새롭게 드러머로 영입한 코지 파월(Cozy Powell)은 오래 동안 레인보우 활동을 하면서 그 자신 최고의 롹 드러머로 자리매김하게 되구요. 이 앨범에서는 "The man on the silver mountain"라는 롹 명곡과 함께 리치 블랙모어와 디오의 서정성 조합이 극대화된 몽환적인 곡 "Catch the rainbow" , 국내에서는 특히 "The temple of the kings"가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레인보우 데뷔 앨범

 

리치 블랙모어는 이후 레인보우를 문자 그대로 수퍼밴드로 바꾸기 위해 앨범을 낼 때마다 지명도 높은 뮤지션을 하나 둘 영입합니다. 그런 풍파 속에서도 로니 제임스 디오의 입지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레인보우 후기에 더 상업적인 음악을 하려는 리치 블랙모어와의 의견 차이 때문에 결국 팀에서 나가게 됩니다만은. 디오의 후임은 또 다른 의미의 파워 보컬의 대가 그래함 보넷(Graham Bonnet)입니다. 리치 블랙모어는 알려진 대로 상당히 까탈스러운 캐릭터였다고 하는데 그런 기타리스트와 장기간 호흡을 맞춰 왔다는 것은 둘 다 중세와 흑마술 같은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역시 디오의 보컬 실력이 당대 최고 수준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70년대에 그토록 많은 하드 락 밴드들이 명멸했는데도 손 꼽을 만한 보컬리스트는 몇 명 되지 않고, 디오는 항상 그 중의 최고로 얘기되는 뮤지션입니다.

 

디오는 어릴 때부터 트럼펫을 연주했다 합니다. 디오와 트럼펫은 잘 연결이 안되는 것 같은데 놀랍게도 그는 트럼펫 연주로 줄리어드 장학금까지 제의받은 경력이 있습니다. 물론 락스타가 되기 위해 거절했습니다. 디오는 트럼펫은 물론이고 섹소폰까지 연주한다고 합니다. 관악기를 다루었던 것은 보컬리스트가 되는 데에도 호흡법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합니다.

 

최고의 보컬리스트 반열에 오른 사람들은 자기만의 컬러가 있습니다. 디오의 컬러는 파워가 넘치는 격조있는 보컬입니다.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이 중저음의 대가로서 음색의 진가를 알게 해줬다면 디오는 하이 톤과 파워풀한 샤우팅을 바탕으로 서사시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최고입니다. 레드 제플린의 로버트 플랜트나 딥퍼플/화이트스네이크의 데이빗 커버데일의 보컬이 블루스, R&B 감성이 짙게 베어 있는 것과 대비됩니다. 곡의 스케일이 크고 웅장하다면 디오의 보컬 이상의 것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Heaven and Hell 앨범

 

레인보우를 탈퇴한 디오는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를 탈퇴한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후임 보컬리스트로 블랙 쌔버쓰에 참여합니다. 이 때 내놓은 앨범 "Heaven and Hell"은 자신의 앨범 중 최고 중 하나로 꼽고 있는 락 역사 상 명반 중 하나입니다. 확실히, 디오의 보컬은 레인보우보다는 블랙 사바스가 더 어울렸습니다. 레인보우가 락앤롤적인 경쾌함이 있었다면 블랙 쌔버쓰는 철저히 무거웠기 때문입니다. 디오의 서사시적 분위기와 토니 아이오미의 무거운 리프는 최상의 조화입니다. 블랙 사바스 활동 중 약간의 불화를 겪던 로니 제임스 디오는 함께 활동했던 드러머 비니 어피스(Vinnie Appice; 카마인 어피스 동생으로 더블 베이스를 쓰지 않는 점이 독특하며 헤비메틀 드러머 중 가장 테크니컬한 드럼을 보여주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와 함께 그룹 "Dio"를 결성합니다. 이 때 여러 기타리스트 오디션을 봤는데 그 중 한 명이 잉베이 맘스틴(Yngwie Malmsteen)이었습니다. 디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잉베이는 그래함 보넷의 Al Catrazz 밴드 쪽을 택하고 "No parole from Rock 'n' Roll" 앨범을 통해 전무후무한 속주로 롹 팬들을 경악시키게 되구요. 디오와 잉베이의 인연은 끊기지 않고 이후 Hear 'n' Aid 프로젝트도 함께 하고 Aerosmith의 명곡 "Dream On"을 함께 레코딩하기도 합니다. 

 

블랙 사바스를 나온 디오가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디오의 첫 앨범 "Holy Diver"는 기존의 서사시적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사운드로 채워 진 앨범입니다. 당시의 헤비메틀 붐 탓도 있었을 것이고 비비안 캠블이라는 기타리스트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Holy Diver" 앨범 역시 긴 디오의 음악 역사 중 최고의 음반 중 하나로 늘 꼽히고 있고, 헤비 메틀의 대표 작품을 얘기할 때 항상 언급되는 명반입니다.

 

Holy Diver

Holy Diver 앨범은 타이틀 트랙을 비롯해서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모았던 "Rainbow in the dark" 그리고 디오 보컬외엔 어떤 것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Stand up and shout" 등 명곡으로 채워진 음반이구요. 디오 후반기의 다소 탁해진 음색과 달리 절정의 탄력과 질감을 보여 준, 보컬리스트로서의 최전성기에 내놓은 음반으로 생각됩니다.

 

Hear 'n' Aid 라는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Band Aid , USA for Africa, Farm Aid 등, 뮤지션들이 자선을 목적으로 프로젝트 앨범을 내던 80년대 Aid 붐 시대에 헤비메틀 뮤지션들이 모인 기획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주관한 사람이 로니 제임스 디오였고 당시 지명도 있는 헤비메틀 뮤지션들은 거의 다 모여 레코딩했던 곡이 "(We're) Stars"라는 곡입니다. 그 곡 레코딩 하는 과정을 담은 뮤직 비디오와 함께 공식 비디오가 공개되었는데, 레코딩 장면 비디오는 당대 최고 보컬리스트들의 생 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보컬리스트들에겐 무척 의미가 컸습니다. 국내에도 라이센스 음반 형태로 출반되어서 저도 LP로 사서 갖고 있던 앨범이기도 합니다.

 



 

중저음의 클래식적인 격조와 폭, 그리고 하이톤과 샤우팅의 엄청난 파워. 디오의 보컬은 여전히 롹 보컬, 헤비메틀 보컬의 교과서로 남아 있습니다. 디오의 힘에 넘치는 거친 하이톤은 마샬 앰프를 강하게 오버드라이브시킨 기타 톤을 생각나게 합니다. 마샬 앰프를 통해 나오는 거친 기타 사운드를 넘어서는 파워를 보여준 디오는 목소리가 가장 위대한 악기라는 표현이 왜 나왔는지 증명하는 보컬리스트입니다.

 

* 로니 제임스 "디오" 패다보나는 2010년 5월 16일 위암으로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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