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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컨텐트 + 테크널러지 = 인포웨어

2000-12-24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Open Source Software)를 얘기하는 사람이라면 과연 리눅스가 윈도우즈의 권좌를 빼앗을 가능성이 있는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인터넷의 미래, 조금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월드와이드웹의 미래에 리눅스나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Source: oreilly.com,  Tim O'Reilly

 

 

웹은 우리가 컴퓨터를 이용하는 방식,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하는 방식을 바꾸어 가고 있습니다. 윈도우즈의 대항마로서의 오픈 소스가 아닌 '웹과 관련된 오픈 소스의 역할'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오픈 소스 커뮤니티의 발전의 매우 중요한 의미를 전망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전망을 보다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우선 퍼스널 컴퓨터가 처음 등장하던 시절의 얘기와 함께 인터넷의 초기 역사도 같이 얘기해 볼까 합니다. 그 다음, 오픈 소스 비즈니스를 통해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가에 대해 얘기해 보고, 마지막으로 웹이 오픈 소스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탐구해 보면서 오픈 소스의 미래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하드웨어 시대의 개막

1970년대 후반의 컴퓨터 산업은 하드웨어가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문자 그대로 컴퓨터 회사였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젊었을 때 디지틀(Digital) 社나 휼렛-팩커드(HP), 데이타 제너럴(Data General) 社 등과 사업을 했습니다. 컴퓨터 산업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고자 한다면 반드시 두 가지를 같이 해야만 했습니다. 두 가지란 새로운 하드웨어 아키텍쳐와 새로운 운영체제입니다. 혹시 "The Soul of a New Machine"이란 것을 읽어 본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컴퓨터 산업 초기 개척자 중 하나였던 데이타 제너럴에서 새로운 컴퓨터의 디자인에 관해 설명한 책입니다. 데이타 제너럴과 비슷한 상황에서는 누구나 새로운 하드웨어를 디자인하는 것이 업계의 선두에 서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물론 그 때도 소프트웨어쪽으로만 집중하던 회사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은 여러 형태로 하드웨어 회사에 얽매인 위성회사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80년대 후반, 대단히 혁명적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 사건은 그 뒤 수 년 동안 큰 영향을 미칩니다. IBM이 자사의 퍼스널 컴퓨터 아키텍쳐를 공개하기로 한 결정입니다. IBM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누구나 IBM처럼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일단 IBM이 피씨의 아키텍쳐를 공개하고 나자 모든 것이 변합니다. 컴퓨터 시장이 다양한 방식으로 활짝 펼쳐집니다. 더 이상 각자 새로운 하드웨어를 발명하기 위해 똑같은 작업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업계 표준에 준하는 부품을 조립해서 각자 자신만의 피씨를 만들어 파는 수많은 사업가들이(차고에서 출발한) 출현합니다. 이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한 현상입니다. 그런 경쟁의 와중에 서서히 새로운 거인들이 나타났습니다. 컴팩이나 델, 게이트웨이2000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델(Dell)은 아주 흥미로운 회사였습니다. 마이클 델이 겨우 대학생일 때 시작했던 이 회사는 그가 머물던 기숙사에서 시작한 회사입니다. 컴퓨터 시장이 얼마나 진입장벽이 낮아졌는지를 아주 극명하게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습니다.

 

변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제 더 이상 하드웨어 회사만을 해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드웨어 회사 주변을 떠도는 회사가 아니더라도 컴퓨터 산업 내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예를 들면, 밋치 케이포(Mitch Kapor) 씨는 로터스(Lotus)를 시작하기 전 심리치료사가 될 것인지 자신의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대한 관심을 사업적으로 발전시켜 볼 것인지를 두고 고민했습니다. 그가 어떤 길을 선택했는지는 다들 잘 알 것입니다. 그는 "로터스 1-2-3(Lotus 1-2-3)"를 만들어 내서 피씨 혁명의 제2 막을 걷어 올립니다. "로터스 1-2-3"는 최초의 킬러 애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이었습니다.

 

 

빌 게이츠는 당시 아웃사이더였고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결국 소프트웨어 산업은 그가 지배하게 되지만요.

 

현재 우리는 그 당시와 같은 전환점에 서있습니다. IBM PC의 공개된 하드웨어 표준은 단지 컴퓨터 하드웨어 시장만을 변화시킨 것이 아니었습니다. 소프트웨어라는 새로운 시장을 혁명적으로 창출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의 오픈 소스 표준이 새로운 차원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냅니다. 여기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란 웹브라우져나 이메일 클라이언트가 아닙니다.

인포웨어(Infoware): 인포메이션 애플리케이션 시대

제 친구 중 한 명은 '아마존 닷컴을 통해서 책이나 씨디를 사기 위해 컴퓨터를 구입할까?'라고 묻습니다. '인터넷'을 쓰기 위해서도 아니고, '웹'을 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아마존'을 사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바로 그것이 '킬러 애플리케이션'의 정의입니다. 컴퓨터를 사야할 이유가 되는 어떤 것.

 

흥미로운 것은 이제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생산성을 늘려주는 애플리케이션도 아니고, 웹도 아니고, 하나의 웹 싸이트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일단 웹 싸이트를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른바 "인포메이션 애플리케이션(Information Application)"이라는 전혀 새로운 것이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인포웨어(Infoware)라 부릅니다.

 

'인포메이션 애플리케이션'은 전통적인 컴퓨팅 모델에서 다룰 수 없는 작업을 컴퓨터를 통해 수행하는 데 사용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여러분이 수백만 권의 도서 데이타베이스를 검색하려면 도서관의 사서에게 얘기를 해야 했습니다. 복잡한 검색어 구문을 아는 사람이 사서뿐이었습니다. 책을 사고 싶다면 서점에 가야만 했습니다. 그 서점에 있는 한정된 선택 대안 속에서 구입할 책을 골라야만 했습니다.

 

이제는 특별한 교육 없이도 누구나 온라인 상에서 수백만 권의 책을 검색합니다. 또 직접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인포메이션 애플리케이션 덕분에 컴퓨터를 통해 더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합니다. 웹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반적인 언어와 그림으로 이뤄진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배워야만 이해할 수 있는 작은 버튼 등은 없습니다.

 

인포웨어가 수행하는 액션은 아주 단순합니다.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사거나 팔고, 몇 가지 사항을 입력하고, 그리고 개개인 별로 맞춤화된 답변을 듣는 것입니다. 이런 액션은 하이퍼텍스트 링크에 붙여진 CGI 스크립트를 사용합니다. 최근에는 다른 새로운 방식도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만.

 

CGI는 웹 써버가 외부의 어떤 프로그램을 호출하고, 거기서 산출한 결과를 웹페이지 형태로 보여주는 방식을 규정한 것입니다. CGI 프로그램은 아주 단순한 계산을 수행하는 작은 스크립트일 수도 있고, 엄청난 기능을 갖춘 백엔드(Back-end) 데이타베이스 서버로의 연결을 담당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엄청난 것이 연결되어 있다 하더라도 사용자가 마주하는 인터페이스는 전통적인 소프트웨어의 까다로움과 다릅니다. 인터페이스는 그저 여러 장의 웹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웹 페이지는 프로그래머가 만든 것이 아니고 작가나 디자이너, 편집 전문가가 공동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인포메이션 인터페이스는 대단히 다이내믹함을 특징으로 합니다. 아마존 닷컴의 책 목록은 매 시간 업데잇되는 판매량에 기초해서 만들어집니다. 방문객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몇 마디 의견을 덧붙일 수 있고 순위를 매길 수도 있습니다. 그 결과 소비자의 구매를 도와주는 풍부한 정보로 가득찬 의사결정 지원 인터페이스가 만들어집니다. 사용자의 의견과 순위가 그 핵심 역할을 합니다.

 

온라인 증권 거래를 돕기 위해 디자인된 싸이트의 경우 현재 주가가 즉시 업데잇되는것 뿐 아니라 관련 뉴스라든지 내부 정보, 애널리스트의 추천 종목, 또는 개인투자자들 간의 토론방을 통해 유익한 도움을 줍니다. 따라서 전형적인 인포메이션 인터페이스는 손수 작성된 문서와 프로그램이 만들어 낸 데이타, 그리고 특별한 애플리케이션 써버(전자상거래 백엔드, 이메일, 채팅, 토론)로의 링크를 한 데 통합해서 섞어 놓은 것이라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인포메이션 인터페이스는 일반적인 소프트웨어로 처리하는 반복적 작업에 사용하기에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 해야만 하는 작업이나 매번 다른 방식으로 처리해야 하는 작업에서는 탁월한 장점을 보여 줍니다. 특히 다양한 정보에 기초해서 무엇인가 선택해야 하는 경우에 아주 훌륭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합니다. 아마존 닷컴에서 책이나 씨디를 구입하거나 E*Trade에서 주식 거래를 하는 경우 실제 구매 과정은 그야말로 사소한 과정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결정을 내리기까지 제공되는 정보가 얼마나 양질이냐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인포메이션 애플리케이션의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가 웹을 움직인다

이런 모든 것이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한가지 명백한 사실을 얘기하겠습니다. 웹을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테크널러지는 거의 다 오픈 소스입니다.

 

 

인터넷 그 자체를 한번 볼까요? TCP/IP 네트웍 프로토콜, DNS(Domain Name System) 같은 핵심 하부구조는 오픈 소스 방식을 통해 개발되었습니다.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중 가장 핵심적인 것 하나를 들 때 대표적으로 얘기하는 BIND(Berkeley Internet Name Daemon)는 DNS를 운용되게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오픈 소스로 개발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웹 브라우징은 개별 회사의 제품으로 이뤄지고 있지만(넷스케잎 네비게이터,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 익스플로러) 그 둘 모두 팀 버너스-리가 최초 개발했던 오픈 소스 방식의 웹과 '오픈'된 프로토콜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Netcraft web server survey에 따르면, 현재 웹에 올라와 있는 웹 싸이트의 60% 이상이 오픈 소스 웹 써버인 아파치(Apache)에 의해 운용되고 있습니다. 웹 기반의 다이내믹 컨텐트의 대부분이 오픈 소스 스크립팅 언어인 펄(Perl), 파이썬(Python), 그리고 티클(Tcl)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런 명백한 사실도 전체 이야기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질문을 해 봅시다.

 

"왜 특정 회사의 테크널러지가 아닌 '웹'이 미래의 네트웍화된 인포메이션 애플리케이션의 기반이 될 것인가?"

 

사실 온라인 멀티 미디어의 엄청난 힘을 일찌감치 인식했던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1994년, 웹이 막 뜨려고 할 때 마이크로소프트는 엔칼타(Encarta) 같은 씨디롬 백과사전, 씨네매니아(Cinemania) 같은 영화 정보를 내놓으며 웹보다 훨씬 전에 온라인 하이퍼링크 문서를 풍성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가미해서 내놓았습니다. 심지어 온라인 네트웍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조차 마이크로소프트는 일찌감치 깨닫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네트웍(MSN)을 통해 펼치려 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젼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았던 것입니다. 출판업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툴을 이용해서 제작해야만 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의해 확인을 받아야 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돈을 내야만 자신들의 컨텐츠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웹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모두 무료였습니다. 여러 가지 웹 문서를 만들고 다이내믹 컨텐트를 제작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들은 오픈되어 있었고, 단순했고, 잘 문서화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테크널러지와 인터넷 특유의 정서가 다른 사람의 웹 싸이트에서 어떤 것을 카피해 오는 것을 허용했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기능을 구현해 놓은 HTML 페이지는 손쉽게 저장되고 베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다이내믹 컨텐트를 만들어 내는 CGI 역시 베끼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전통의 컴퓨터 언어인 C 언어가 속도 면에서 더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펄이 CGI 세계의 지배자로 올라섰습니다. 펄로의 접근은 늘 열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펄을 이용해서 막강한 메이져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내는 것 역시 가능합니다만 아마츄어들이 특정 작업을 위해 소규모의 스크립트를 만드는 데도 펄은 제격이었습니다. 웹 개발자들은 펄 스크립트를 가득 모아 놓은 창고형 웹 싸이트를 통해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펄이 컴파일드 언어가 아니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웹 페이지에 사용된 스크립트는 누구나 볼 수 있고, 베낄 수 있고, 변형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HTML + CGI + Perl]을 이용해서 손쉽게 웹 싸이트가 복제될 수 있었다는 것은, 이제 바햐흐로 강력한 애플리케이션을 프로그래머가 아닌 사람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오픈 소스 커뮤니티는 사실 HTML을 오픈 소스 테크널러지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픈 소스 쪽 사람들은 보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지향적이고, 특히 GNU GPL(General Public License) 같은 오픈 소스 라이센스에 의거해서 배포되는 소프트웨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HTML을 소스 코드로 여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번 상상해 보세요. 모자이크나 넷스케잎 브라우져가 "소스 보기"(View Source)라는 메뉴를 포함하지 않았는데도 웹이 오늘날과 같은 발전 과정을 거칠 수 있었을까요? 사람들은 HTML 페이지를 통째로 베껴 왔습니다. 그렇게 가져온 다른 사람의 페이지를 기반으로 자신의 페이지를 만들어서 네트웍을 통한 나눔의 장에 뛰어들 수 있었습니다. HTML은 오픈 혁명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입니다. 누구나 HTML 인터페이스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제가 하는 얘기가 오픈 소스의 엄밀한 정의 주변을 빙빙 돌고 있다는 것을 아마 눈치 챘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라이센스가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실제 사람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가입니다. 사람들이 실제 서로 공유합니까? 사람들이 실제 서로 카피합니까? 웹의 성공은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누구나 HTML 소스를 손쉽게 카피할 수 있었다는 점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HTML이나 Perl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가 소프트웨어 시장으로의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은 확실합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써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것입니다. 심지어 그것을 바탕으로 각자 자신만의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무료로 말입니다. 소스 코드는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되어 있습니다. 누군가가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새롭게 추가할 부분이 있다고 느낀다면, 덧붙이고, 빼고,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바꾼 소프트웨어를 다시 커뮤니티로 배포하고 그것은 또 다시 빠르게 퍼져 나갑니다.

 

오픈 소스의 출현 이후, 이제 개발자들은(최소한 초기에는) 돈벌이를 놓고 경쟁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합니다. 대신 개발자들은 '실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실험을 돈 문제를 떠나 자유롭게 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말을 많이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는 당신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것이다."

 

개발 방식이 분산화된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새로운 기능은 사용자들에 의해 첨가되며 오픈 소스 프로그램은 그렇게 진화해 나갑니다. 사실, 이러한 진화의 힘은 소프트웨어 시장을 자연이 의도한대로 운용되게 합니다. 환경에 가장 적합하지 않은 어떤 생물이 인공적인 장치에 의존해서 생존하던 현상이 바로 기존에 존재하던 진입장벽이나 번들링 거래 같은 것입니다. 오픈 소스는 그런 것들을 걷어 내면서 소프트웨어 시장을 진정한 적자생존의 시장으로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역사 얘기로 너무 길어졌습니다. 제가 긴 서두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현 시대의 흥미로운 애플리케이션은 거의 다 실제 웹 싸이트라는 사실입니다. 종래의 데스크탑 스타일의 애플리케이션이 아닙니다. 아마존이나 야후!, 이베이 같은 웹 싸이트가 새로운 컴퓨터의 기능을 가능케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기능은 모두 전통적인 데스크탑 애플리케이션에서 전혀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현재 우리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컴퓨터 산업에서 웹 기반의 인포웨어 중심의 컴퓨터 산업으로 권력이 이양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마치 80년대 초에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컴퓨터 산업의 주도권이 넘어가는 것처럼요. 예전과 같은 패턴이 계속된다면 현재의 웹을 이루는 오픈 스탠다드가 새로운 사업을 건설하는 기초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 또한 얘기하고자 합니다.

오픈 소스 전략

이제 두 번째 주제로 옮겨가 봅시다. 여기서는 웹이 오픈 소스 커뮤니티가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전략적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탐구해 볼 것입니다. 그 점을 알아 보기 위해 실제 오픈 소스 쪽에서 누가 돈을 벌고 있는지를 얘기해 보고 퍼스널 컴퓨터 산업 초기의 모습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확실히, 하드웨어 쪽에는 잘 나가는 회사가 아주 많습니다. 신생 회사뿐 아니라 기존의 회사들도 시장 자체가 크게 팽창한 덕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듯 시장을 주도하는 파워는 IBM에서 마이크로소프트로 권력이동이 일어났습니다. 컴퓨터 산업에 속하는 회사라면 누구나 마이크로소프트를 두려워 합니다. IBM을 두려워 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 교훈은 몇몇 회사들이 개척한 아주 독특한 틈새시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회사들은 자사 고유의 제품이 아닌 보통재 제품을 취급하는 회사에게는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회사들입니다.

 

마이클 델의 경우, 그가 최근에 내놓은 책을 통해 델의 역사에 있어서 전환점이 되었던 흥미진진한 순간을 밝히고 있습니다. 다른 모든 하드웨어 회사들이 생각하고 있던 것처럼 그 역시 공개된 피씨 아키텍쳐를 바탕으로 뭔가 새로운 자사 고유의 하드웨어를 만들어 냄으로써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대한 프로젝트를 띄웠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자꾸 지지부진해지다 결국 프로젝트를 포기하게 됩니다. 최후에 델이 느낀 것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세운 목표가 새로운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이어서는 안 되겠더라는 점이었습니다. 사실상 보통재가 된 피씨 하드웨어 회사에게 필요한 것은 판매 - 마케팅 - 제품 유통상의 경쟁력이란 사실을 인식한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레드 햇(Red Hat)의 밥 영(Bob Young)에 의해 누차 강조된 부분입니다. 그는 레드 햇이 보통재(commodity) 소프트웨어 제품을 배포하고 브랜딩하는 회사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는 낡은 룰을 버리고 새로운 규칙을 받아들인 사람 중 한 명입니다. 레드 햇이 리눅스 배포 업체들 간의 경쟁에서 승자가 되느냐 아니냐 또는 다음 번 월 스트릿 자금이 쏟아 부어질 대상이 되느냐 아니냐는 요점이 아닙니다. 레드 햇은 마이클 델이 피씨 하드웨어 사업의 규칙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낚아챈 것처럼 소프트웨어 사업 역시 룰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공개된 플랫폼을 바탕으로 폐쇄적 제품을 만들어 낸 회사가 훨씬 더 많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변천 과정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회사로 마이크로소프트외에 하나 더 있다면 당연히 인텔일 것입니다. 인텔은 공개된 아키텍쳐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피씨에 자사 고유의 프로세서 칩을 장착되게 함으로써 큰 돈을 벌었습니다. 피씨 혁명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크게 성공했다는 사실이 인터넷 시대에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한 번 더 생각해 보세요.

 

지금 이 글에서 주장하고 있는 내용은, 사실 독일 Wurzburg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미 밝혔던 것입니다. 에릭 레이몬드 씨가 "성당과 시장"(The Cathedral and the Bazaar)이라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에 관한 기념비적인 페이퍼를 발표한 "Linux Kongress"에서 연설할 때, 저는 앞에서 얘기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인포웨어에 관한 얘기를 했습니다. 그 때 다음과 같은 주제넘은 듯한 얘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오픈 소스는 차세대 컴퓨터 애플리케이션의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가 될 것입니다."

 

저는 FreeBSD와 리눅스, 그리고 아파취와 펄 등이 웹을 만들어 가는 데 담당했던 역할을 얘기했습니다. 오픈 소스의 역할은 그 뒤로 많은 새로운 백엔드 써비쓰들이 오픈 소스로 씌여지면서 더욱 더 확장됩니다. 예를 들면 오늘날 점점 더 많은 웹 싸이트가 써드 파티 검색엔진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Excite로부터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검색엔진은 다름 아닌 펄로 쓰여진 것입니다. AtomZ 검색 써비스나 그 외의 유사한 싸이트는 FreeBSD, 아파치 그리고 펄을 이용해서 구축된 서비스입니다. 이런 예는 여러분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들 수 있습니다. 다가 올 몇 년 동안 컴퓨터 산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굴 영역은 다른 웹싸이트로의 연결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될 것입니다. 오늘날 각자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검색엔진들 같은 모델입니다. 그것은 웹 싸이트가 하나의 소프트웨어 컴포넌트화되어 간다는 거대한 흐름의 일부입니다.

 

새로운 웹 기반의 써비쓰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오픈 소스가 더욱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는 사실 성급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는 오픈 소스가 차세대의 '인텔 인사이드'일지 모르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리눅스 커뮤니티는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와의 전쟁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습니다. 리눅스도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에 맞설 만한 데스크탑 운영체제가 되어서 데스크탑용 애플리케이션을 많이 갖추는 것만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것도 분명히 중요한 목표이고 리눅스는 그 점에 있어 잘 해 나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염려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미 차세대 컴퓨터 애플리케이션에 있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전략적으로 그리고 명확하게 잘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거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걱정입니다. 빌 게이츠가 1997년 했던 연설을 볼까요? 그는 다음과 같이 얘기했습니다.

 

"넷스케잎은 웹 서버 시장에서 우리의 최대 경쟁자가 아닙니다. 우리의 경쟁자는 아파치(Apache)입니다."

 

그 연설은 우리 오픈 소스쪽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기분좋은 소식이었습니다. 덕분에 우리의 존재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하기만 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처음에는 별로 뛰어나지 못했었지만 원점에서부터 다시 해나가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는 아파치가 명확한 목표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브 엑스(Active X)같은 기술이 HTML이나 펄/CGI를 선호하던 웹 개발자들에게 그다지 받아 들여지지 않자 그들이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처음부터 다시 하나하나 디자인해서 ASP를 비롯한 스크립팅 쪽 사람들이 보다 쉽게 채용할 수 있는 개발 환경을 내놓았습니다. 알타비스타 같은 검색엔진에 가서 확장자가 .asp인 파일과 .pl인 파일의 숫자를 한 번 비교해 보세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얼마나 매섭게 추격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 소스 커뮤니티의 핵심부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의 다른 부문 역시 공략해 들어 가고 있습니다. 익스체인지 써버(Exchange Server)는 현재 Sendmail이 지배하고 있는 시장을 정확하게 겨냥한 제품입니다. 사실 그 점 때문에 에릭 올맨(Eric Allman) 씨가 상업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그는 경쟁에 나설 총알이 필요했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익스체인지가 인터넷 메일 써버 시장을 지배하게 되더라도 SMTP가 오픈 스탠다드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믿습니까?"

 

오픈 소스는 인터넷 표준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존재할 수 있게 한 데 보이지 않는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아파치가 HTTP 표준을 전폭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는데도 HTTP가 여전히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을까요?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와 넷스케잎 같은 특정 회사 쪽 어딘가로 흡수되었지 않았겠습니까?

 

오픈 소스 커뮤니티에 의해 제공되고 있는 부분을 공략해 들어오는 회사는 비단 마이크로소프트뿐만이 아닙니다. Allaire부터 Vignette까지. 인포웨어의 사용자 인터페이스(front end)와 후방 소프트웨어(back ends software)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펄의 위치를 노리는 소프트웨어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RealNames와 마이크로소프트 - 넷스케잎의 브라우져 기능은 DNS의 역할을 노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오픈 소스 쪽에서도 아파치 프로젝트를 위한 자바 써블렛 코드나 Zope 같은 파이썬 기반의 웹 개발 환경이 있습니다만.)

 

이렇게 인터넷 표준에 관한 중요한 전장이 여기저기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데스크탑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우리는 현재의 표준만을 주시해서는 안됩니다. 공개된 인터넷 표준을 특정 회사 소유의 소프트웨어로 뒤집어 버리려는 세력은 단지 소프트웨어 판매 회사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포웨어 자체가 폐쇄화 된다?

가장 큰 위협은, 인터넷 소프트웨어를 특정 회사가 소유하는 것을 막고 공개된 상태로 계속 유지되게 하는데 성공하더라도 웹에서 새롭게 만들어질 애플리케이션 즉, 위에서 말한 인포웨어 그 자체가 새로운 폐쇄층을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마존이나 다른 웹 싸이트를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받아 들이고 다음 세대는 인포웨어가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곰곰히 생각해 보면 여기에는 몇 가지 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아마존이나 야후!가 계속해서 프리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면 이들은 우리의 잠재적 우군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회사가 리눅스/오픈 소스 커뮤니티에 속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점이 장기적인 악영향을 초래할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오픈 소스 쪽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미래의 컴퓨터 애플리케이션이 하나의 웹 싸이트가 된다면 오픈 소스 커뮤니티가 지켜오고 있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가 별 다른 의미없는 것으로 한 켠에 밀려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용자가 웹-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시간당 사용 형태가 됩니다. 개발자는 소프트웨어를 따로 배포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어떤 회사가 인터넷의 오픈 소스 아키텍쳐를 기반으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멋지고 재미있는 심지어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폐쇄적인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자랑스럽게 지켜 오고 있는 오픈 소스 라이센스가 그들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웹 회사들이 오픈 소스 운동에 악영향을 줄 어떤 의도를 갖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너무 많은 돈이 걸린 게임이 되기 전에 이 문제에 대해 잘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좋은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나중에 고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얘기한 컴퓨터 역사의 초기로 되돌아 가봅시다. 공개된 피씨 하드웨어 표준 위에서 결국 우리는 폐쇄된 소프트웨어 표준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층위가 생기는 이행기에는 공개성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그러한 이행기에 놓여 있습니다. 이행기를 지나 새롭게 펼쳐질 층위 중 중요한 것이 바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기업체 컴퓨터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할 하이-레벨 프로토콜(High-level protocol)입니다.

 

가장 낮은 레벨에는 TCP/IP 등의 프로토콜이 있고 그 위에는 중간 레벨의 프로토콜인 HTTP가 있습니다. 그 위에, 이제 xml을 기반으로 한 데이타 교환 프로토콜들이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데이브 와이너(Dave Winer)의  XML-RPC 같은 것이 앞으로 출연할 기술의 전조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을 리눅스 커뮤니티의 리더들보다 마이크로소프트 쪽이 더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좋지 않은 조짐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들이 SOAP이라 부르는 새로운 프로토콜에 이미 이런 부분을 포함시켜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문제는 '누가 이들 프로토콜을 지배하게 될 것인가,' 그리고 '웹싸이트-웹싸이트', '웹싸이트-소비자' 사이의 연결을 담당하는 프로토콜의 강자들이 언제쯤 '나도 피씨 시대의 마이크로소프트 처럼 될 수 있는것 아냐?'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입니다.

 

하나 작은 예를 들어 봅시다. 우리 오라일리는 온라인 서점에게 우리가 출판한 책의 정보가 담긴 온라인 카탈로그를 제공해야만 합니다. 우리 회사의 웹마스터는 그 때문에 반스앤노블 닷컴이나 아마존 닷컴, borders.com 등의 여러 서점과 접촉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모두 약간씩 다른 포맷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웹마스터는 이들 서점이 동일한 표준을 사용하도록 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합의에 실패한다면 우선 어떤 포맷으로 만들어야 할까요?

물론 아마존 쪽을 따라가야 할 것입니다. 아마존의 의도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할려는 게 아닙니다. 아마존도 좋은 의도를 갖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떤 회사가 거대한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되면 쉽게 권력남용의 유혹에 넘어가게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처음부터 사원들에게 짧은 머리스타일을 제안했는지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찌 되었건 일단 힘을 얻게 된 후에도 자신의 힘을 남용하지 않는 것은 큰 의지력과 목적의식, 도덕성 같은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아마존이나 야후! 같은 회사들이 조금 더 깊게 생각해서 인터넷이나 미래의 컴퓨팅에 대해 조금 더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회사들은 모두 인터넷을 창조해 낸 공개성의 최대 수혜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의 발전을 위한 오픈 소스 쪽의 책임감을 얘기할 때 이것이 특정 오픈 소스 라이센스나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의하세요. 저는 최초 대학가에서부터 비롯된 공동 작업적인 넓은 범위의 컴퓨팅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유즈넷(Usenet) 상에서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던 것이 바로 오픈 소스 운동의 진정한 출발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눔이었고, 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 점이 현재의 우리 모습을 만들어냈습니다. 상용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최초의 혁신적 애플리케이션에 불필요한 기능을 첨가해 가면서 뚱뚱하게 만들어 가고 있을때,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Microsoft BOB 라는 놀랄만한 혁신적 프로젝트에 매달리고 있을 때 (Microsoft BOB는 윈도우즈를 보다 더 사용자 친화적인 것으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로 결국 실패한 뒤,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의 '말하는 클립'의 형태로만 살아남게 된 프로젝트입니다.) 전 세계에 걸친 공동 작업을 수행한 오픈 소스 커뮤니티는 을 만들어 냈고, 이메일을 세상에 선보였으며, 오늘날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흥미진진한 것들을 창조해 냈습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종류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내는 회사들이 공개하는 습관, 나누는 습관 같은 좋은 습관을 키워 나갔으면 합니다. 아직까지는 웹 개발자들에게 이런 얘기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현재로는 리눅스 개발자들에게 이 얘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저의 메씨지는 단순합니다. 웹에 더 주의를 기울이세요. 웹이 어떻게 사용자 욕구를 바꾸어 나가고 있는지, 경쟁의 양상을 어떻게 바꾸어 가고 있는지를 잘 살펴 보세요. 여러분이 윈도우즈를 무너뜨릴 것에만 골몰한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참으로 흥미진진한 변화를 놓치는 것입니다. 저는 리눅스를 데스크탑 대체 운영체제의 하나로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리눅스는 최선의 웹 개발 플랫폼입니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모델은 있는가

위에서 오픈 소스 비즈니스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얘기한다고 했습니다. 오픈 소스로 돈을 번 사람이 누구냐는 얘기가 나올 때면 사람들은 종종 저를 가리키면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당신이야말로 오픈 소스로 제일 큰 돈을 번 사람 아닌가. 다른 사람들이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뿌리면 당신은 메뉴얼을 팔았다."

 

물론 제가 오픈 소스 덕분에 상당한 돈을 번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 전년도에는 수세(SuSE)나 레드 햇(Red Hat) 같은 리눅스 배포 회사들보다 우리 회사가 더 많은 오픈 소스 관련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레드 햇이 최근 놀라운 주가를 기록하며 상장된 것을 제외하고서도, 저는 오픈 소스로 가장 대박을 터뜨린 사람이 아닙니다.

오픈 소스로 제일 크게 돈을 번 사람은 다름 아닌,

빌 게이츠입니다.

 

 

사람들이 "오피스 97"이나 "윈도우즈 98"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지출한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Microsoft BOB를 위해서입니까? 전혀 아닙니다. 사람들은 인터넷 기능을 위해 업그레이드를 했습니다. 15-20년 동안 많은 연구원, 해커, 사용자들이 공동 작업을 통해 개발했던 바로 그 인터넷 기능을 위해 업그레이드를 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만든 당사자가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이 이익을 취하게 된 것입니다.

 

이 점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프리 소프트웨어,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정말 의미를 갖게 될 소프트웨어를 개발 하는 것을 더욱 촉진시킬 사업 기회를 어떻게 창출해 낼 것인가 깊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러한 기능을 자사의 소프트웨어에 포함시켜 이득을 취한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는 이를 어떻게 커뮤니티로 되돌려 줄 것인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야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는 오픈 소스 쪽에서 개발해 놓은 소프트웨어로부터 거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큰 이익을 얻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픈 소스 커뮤니티는 폐쇄적인 회사들보다 훨씬 더 혁신에 능하기 때문에 이를 차용한 마이크로소프트는 계속해서 이익을 챙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상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들에게 던지는 메씨지는 이것입니다. 가급적이면 오픈 소스를 지원하는 노력을 아끼지 마세요. 그것은 컴퓨터 산업 그 자체를 지탱해 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여러분 회사에게도 좋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픈 소스가 없다면 곧 아이디어가 고갈될 것입니다.

 

새로운 오픈 소스 비즈니스를 들고 나올 도전적인 기업가에게도 들려줄 얘기가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역시 보통재가 되고 나면 룰이 달라집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합니다. 그 모델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다른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관해서 얘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큰 부를 축적한 사람이 있습니다. 릭 애덤스(Rick Adams)입니다. 그는 UUNet의 창립자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가 세계에서 가장 큰 유즈넷 허브(Usenet hub)인 "seismo"라는 웹싸이트를 운영하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는 또한 "B News"라는 가장 많이 쓰인 유즈넷 뉴스 소프트웨어를 만든 사람입니다. 릭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 소프트웨어를 적당히 패키징해서 팔아야겠다"

 

그가 생각한 것은,

 

"왜 사람들에게 유즈넷 뉴스를 제공하는데 매달 수백, 수천 달러의 전화비를 써야 한단 말인가."

 

였습니다. 릭은 유즈넷만을 위한 지불방식이 있어야겠다는 것을 깨닫고,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새로운 것을 발명합니다. 바로 인터넷 서비스 프로바이더(Internet Service Provider ; ISP) 비즈니스입니다. 사람들이 프리 소프트웨어와 돈 문제를 함께 생각할 때면 거의 대부분 빌 게이츠의 손바닥 위에서 노는 쪽으로 빠져듭니다. 그것은 '소프트웨어를 상자에 담아서, 배포하고, 폐쇄적인 사용자층을 구축한 다음 업그레이드 한다'라는 방식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했던 것이 바로 빌 게이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릭은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릭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최초의 인물입니다.

 

"정말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프리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번 만들어 보겠다."

 

그리고 그 비즈니스는 프리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면서 온라인을 통해 공동작업을 하는 것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아까 야후! 같은 웹 회사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애플리케이션에 해당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 말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프리 소프트웨어로 돈을 버는 방법은 대개 프리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어떤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ISP처럼 하부에 깔리는 서비스일 수도 있고 아마존이나 야후!처럼 상층에 구축된 서비스일 수도 있습니다. 웹 검색엔진처럼 비즈니스와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서비스일 수도 있습니다.

 

상황이 그렇다면, "프리 소프트웨어는 거품이다. 거기서 어떻게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가"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줄 좋은 정답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의 대답은 이미 오픈 소스를 이용해서 큰 돈을 벌어 들이고 있는 사람이 실제로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중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또한 오픈 소스 커뮤니티가 어디에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하는가를 잘 말해 주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방향이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이며 그런 애플리케이션이 소프트웨어 형태로 배포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사용되는' 형태로 존재한다면 다른 무엇보다 그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위에서 말한 점들을 잘 인식하고 계속해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도록 커뮤니티에 기여할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로, 이제 차세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데 사용할 테크널러지 쪽에 우리의 에너지를 더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전통적인 소프트웨어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운영체제를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 중의 하나입니다. 하드웨어의 발전이 중요한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 예전의 그 이행기에 하드웨어 회사들은 매우 잘 대처해 왔습니다. 하드웨어 기능에 큰 성장이 있었고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 레이어에서도 많은 성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웹을 움직이는 엔진을 절대 특정회사에 귀속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공개된 표준에 기반한 오픈 소스 커뮤니티에 속하는 웹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회사에 우리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들 회사가 폐쇄적인 길을 택하면 리눅스가 서버 전쟁이나 운영체제 전쟁에서 이겨봐야 별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전장(戰場) 자체가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픈소프트웨어가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큰 의미를 갖는 긍정적인 영향 못지 않게 웹이 폐쇄화될 경우 초래될 위험에 대해서도 잘 생각해 보세요. 오픈 소스는 컴퓨터 산업의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 나갈 엔진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미래에는 더욱 큰 영향을 미칠 엔진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참으로 흥미진진한 시대에 접어 들고 있고, 오픈 소스는, 우리가 우리의 에너지를 적절한 쪽으로 사용하기만 한다면 여러가지 혁명적 변화의 핵심 엔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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