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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vs Formalization

2001-7-21

조직 문화란?

모든 조직이 그 구성원이나 설립자/보스에 상관없이 조직 자체가 하나의 성격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조직 구성원이 바뀌더라도 '그곳에서 일이 이뤄지는 방식'은 똑같이 유지됩니다.

 

우리가 작은 모임에 참가할 때를 생각해 봅시다. 처음 그 모임에 참여하면서 이른바 분위기라는 것을 파악하려 합니다. 누가 의사결정을 주도하는지, 어떤 식으로 의사결정이 되어 가는지, 자유스러운 분위기인지, 아니면 조금은 딱딱한지 등, 그 조직 특유의 성격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추려고 합니다.

 

이렇게 조직 구성원들 간에 공유되는 공통의 의미체계를 조직 문화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이런 식이다입니다. 그렇다면 조직 문화가 왜 조직행동에 있어서 중요할까요? 조직 문화는 그 조직 고유의 판단 기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옳고 이것은 아니다, 이런 행동은 좋게 평가되지만 이런 행동은 금기시된다의 형태로 각 구성원의 행동을 규정하고 또 만들어 가기 때문입니다.

 

 

조직 문화는 다음과 같은 7 가지 특징을 기준으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1. 혁신과 위험에 대한 태도(Innovation and risk taking): 그 조직이 얼마나 혁신에 대해 관대한가입니다. 어떤 회사에서는 실패하더라도 무엇인가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떤 조직은 기존의 룰에서 벗어난 행동을 엄격히 금합니다. 3M같은 회사가 전자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군대나 공무원 조직이 후자입니다.

 

2. 디테일에의 관심(Attention to detail) : 어떤 조직은 업무의 내용을 세세하게 파악하고 엄밀하게 수행하는 것을 권장하는 분위기인 반면, 어떤 조직은 큰 방향만 잡아 주고 나머지는 각 개인에 맡깁니다. 양념이나 조리 온도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는 식당같은 곳이 디테일에 엄격한 곳의 예입니다.

 

 3. 성과 지향(Outcome orientation) : 어떤 기술을 사용했느냐,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일처리를 했느냐보다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곳이 있는 반면 일 처리 과정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곳이 있습니다.

 

 4. 인재에 대한 관심(People orientation) : 경영진이 무엇인가를 판단할 때 직원을 얼마나 고려하는가입니다. 직원을 그저 왔다가 사라지는 존재로 취급하는 곳이 있는 반면 직원 한 명 한 명의 성장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조직이 있습니다.

 

 5. 팀 지향성(Team orientaion) : 어떤 조직은 팀웍을 무척 중시합니다. 모든 조직은 다 팀웍을 중시하지만 특히 더 그런 곳이 있습니다. 업무를 팀 차원에서 세분하고 조직화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6. 공격성(Aggressiveness): 어떤 조직은 구성원이 매우 경쟁적이고 공격적인데 반해 어떤 조직은 느슨하고 여유가 있습니다.

 

 7. 안정성(Stability) : 조직에서 수행하는 활동이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더 촛점을 맞추고 있느냐 아니면 성장에 관심을 맞추고 있느냐입니다. 잘 경영되고 있는 대기업은 신입 사원에게 기존의 방식을 교육시켜서 빨리 기존 방식대로 일이 진행되는 것을 요구합니다. 신생 벤쳐 기업은 각 멤버에게 많은 책임을 맡기면서 각자 알아서 일을 개척하고 방법을 찾아내길 원합니다.

 

이상의 일곱 가지 특징은 정도의 문제입니다. 우리 조직은 1 번의 경우 이러이러 하고, 2 번의 경우 이러이러 하고,... 식으로 정리해 보면 우리 조직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나 느낌이 드러납니다. 조직 구성원은 그런 것이 어우러진, 이른바 분위기에 맞게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조직문화입니다.

 

조직 문화는 기술적 용어(descriptive term)입니다. 조직 문화는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닙니다. 문화를 두고 좋다 나쁘다 할 수 없습니다. 반면 직업 만족도는 평가가 개입된 용어입니다. 묘사된 조직 문화가 구성원의 맘에 든다, 안든다 차원으로 넘어가면서 직업 만족도가 됩니다.

 

큰 조직은 지배적인 문화(dominant culture)가 있으면서 하부에 소규모의 조직문화가 발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배적 문화는 조직 구성원 다수에 의해 공유되는 핵심 가치(core value)를 표방하고 있는 문화입니다. 하부 문화(subculture)는 핵심 가치 외에 하부 단위 특유의 경험과 일처리 방식등이 가미된 것입니다. 같은 삼성전자라고 하더라도 판매 부서의 분위기와 연구 개발 부서의 분위기는 천양지차입니다.

 

그 다음으로 조직 문화가 강하냐 약하냐의 문제를 생각해 봅시다. 강한 문화는 직원들의 행동에 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문화입니다. 강력한 조직 문화가 있는 곳은 이직율이 낮다는 것이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core value)를 받아들이고 조직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우 이직율이 매우 낮아집니다. 이 경우 직원들은 '삼성 직원이라면 이러이러 해야지', '경찰관이라면 마땅히 이렇게 행동 해야지'라는 나름의 기준을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경향이 더욱 강합니다. '이러이러 해야지'에 해당하는 것이 그 조직의 핵심가치입니다. 그렇게 강력한 소속감과 충성심을 불러일으키는 조직일수록 강한 문화를 갖고 있는 조직입니다. 

 

조직 문화가 아주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각 구성원의 행동을 상당히 일관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특별하게 명문화된 규칙이 없이도 '여기서는 이래야 되'가 직원들의 행동을 규정하고 유지합니다. 조직 문화는 공식적인 규정을 대체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culture vs formalization)

 

공식화(formalization) 정도가 높은 조직은 직원들의 행동이 일관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예측 가능합니다. 점심시간 1 시부터 2 시, 근무 중 절대 자리 이탈 금지, 사적인 전화 금지 식으로 엄격한 규정이 정해져 있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공식적인 규정이 없어도, '아무도 1시 이전에는 자리를 안 뜬다', '아무도 회사에서 사적인 전화를 하지 않는다'는 분위기인 경우도 그런 행동을 하려 하지 않습니다. 조직 문화의 힘입니다. 강력한 조직문화는 엄격한 규정/규칙과 똑같은 효과를 내는 다른 방법입니다.

 

공식적인 규정과 조직문화 중 어떤 쪽이 더 큰 의미를 가질까요? 수많은 시행착오와 데이타로 뒷받침된 표준화된 규정을 만들어서 시행하면 상당한 수준의 일관성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표준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맥도날드입니다. 맥도날드는 서비스 산업에서 표준화가 매우 곤란하다는 통념에 도전, 전세계 어디서나 일관된 품질의 햄버거를 신속하게 만들어낼 수 있도록 거의 모든 단계를 표준화, 매뉴얼화해서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공식적인 규정에 의한 조직의 운용은 갈수록 그 의미가 줄어들어가고 있습니다. 기업 활동이 점점 더 복잡해져가고 있고 시장의 변화가 너무도 빨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급변하는 외부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요구되는 것은 다름아닌 적응 능력입니다. 적응을 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조직이 필수입니다. 유연성을 위해서는 공식적인 규정은 희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야말로 조직의 핵심가치를 구현하는 한도내에서 많은 재량권이 주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공식적인 규정이 여전히 의미를 갖기는 하겠지만 갈수록 조직 문화의 중요성이 더해갈 수밖에 없습니다.[1]

 

이것은 한 사람의 관리자가 맡는 직원의 수가 많아져 가고 있다는 점(widened span of control), 조직 구조가 수평화되어 간다는 점, 팀제가 활성화된다는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1] Thomas J. Peters, Robert H. Waterman Jr.. The importance of culture. In search of excellence, Warner Books, 1982. pp.103-105.

조직 문화는 어떤 기능을 할까

조직 문화는 어떤 역할을 할까요? 교과서적인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조직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알게 해줍니다. 조직문화는 구성원들간에 '공유'되는 의미체계라고 했습니다.

 2. 조직 구성원에게 소속감을 제공합니다. 아이덴티티를 제공합니다.

 3. 조직 구성원 개인의 이익을 너머, 조직 전체에 몰입할 수 있는 충성심 같은 것을 만들어 냅니다.

 4. 조직 구성원들에게 무엇이 바람직한 행동인지를 알게 합니다. 조직 구성원의 행동과 태도를 규정하고 다듬어 나갑니다.

 

조직 문화가 항상 바람직한 기능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직 전체에 큰 변화가 필요한 경우에는 조직 문화가 강력할수록 변화가 곤란합니다. 일본 기업에 과감한 구조조정을 위해 외국의 CEO가 부임한 경우 이 사람이 추진하는 일련의 개혁에 대해 직원들은 냉소할 수 있습니다. '저 사람이 우리 일본을 몰라서 저러는 거야. 우리 회사는 항상 이런 식으로 해왔어.' 이렇게 조직문화가 변화의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조직 문화가 너무 강력하면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이 지나치게 유사해져서 새롭고 참신한 생각이 설 땅을 잃어버립니니다.

 

기업인수합병(M&A)에 있어서 조직 문화의 이질감이 중요한 실패 요인이라는 것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많은 M&A가 조직 문화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했습니다. 또 여전히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은 채 비효율적으로 굴러가고 있습니다. 재경부가 출범할 때 재무부 출신이냐 경제기획원 출신이냐는 얘기가 나온 것이 예입니다. M&A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가 조직문화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이냐입니다.

조직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어 가는가

조직 문화는 창립자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현대는 정주영 風이고, 삼성이 이병철 風입니다. 그 기업이나 조직을 일으켜 세운 사람의 성격과 성품이 조직 전체에 조직 문화의 형태로 관철됩니다. 창업자가 공격적인 조직은 조직 문화도 공격적입니다. 창업자가 모험을 좋아하는 조직은 조직 문화도 새로운 시도에 대해 관대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조직문화가 유지되어 갈까요?

첫째, 선발 과정 자체가 조직 문화 유지에 기여합니다. 어떤 직원을 선발할 때 지원자가 필요한 지식, 기술, 일처리 능력등을 가졌는가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런 지원자는 다수입니다. 여러 명의 지원자 중에 최종적으로 누구를 선발할 것인가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저 사람이 우리 조직에 잘 동화될 수 있을까'입니다. 우리가 중요시하는 점들을 똑같이 받아들이고 우리 조직 분위기에 잘 적응할 수 있겠는가를 중시합니다. 선발 과정에서 이미 조직문화를 거스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배제됩니다. 조직문화는 일관되게 유지되어 나갑니다.

 

개인의 조직 행동에는 유전을 비롯한 선천적인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처음 선발 과정에서 조직에 맞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짐 콜린스(Jim Collins)의 명저, "Good to great"에도 어떤 사람을 선발하느냐가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데 있어서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기술이나 지식과는 다르게, 가치와 직업 윤리 등은 거의 바꾸기가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와 조금 '다른' 인재인 것 같기는 하지만 현재 그 인재의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니까 일단 채용하자, 함께 지내다보면 동화되겠지.'라는 생각은 예상외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처음 버스에 태울 때부터 제대로 선별해서 태워야 합니다.[2]

 

둘째, 경영진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하나의 규범을 만들어 냅니다. 부장이 정장에 깔끔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옷차림을 중시하면 부서 직원들 역시 그렇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행동이 승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가, 부하 직원에게 얼마나 많은 재량권을 주는가 등도 모두 보고 배웁니다.

 

셋째, 새로 들어온 직원들은 사회화(socialization) 과정을 거치며 조직에 적응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조직문화의 일관성이 유지됩니다. 사회화란 조직 구성원이 조직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특히 새 직원이 처음 그 조직에 들어왔을 때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기업에 입사하면 몇 박 몇 일로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신참은 이 조직이 이런 분위기구나, 이런 것은 받아 들여지고 이런 것은 안되는구나라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사회화가 일어납니다. 사회화는 크게 3단계에 걸쳐서 일어납니다.

 

 1. prearrival stage: 어떤 조직에 들어가기 전에 받는 훈련과 교육을 통해 그 조직에 맞는 것들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특정 회사에 들어가려는 사람은 학교의 관련 학과에서 그 직업에서 요구되는 지식과 기술, 태도를 배우며 앞으로 이런 일을 하게 되는구나라는 기대를 키웁니다.

 

 2. encounter stage: 그 사람이 실제 조직내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직접 겪는 단계입니다. 그동안 가져왔던 기대와 현실 사이의 차이점을 보게 됩니다. 갖고 있던 기대와 현실이 비슷하다면 기존의 생각들을 더욱 더 확신합니다. 많은 차이가 있다면 기존의 생각을 버리고 그 조직에 맞게 적응해 나갑니다. 혹은 괴리가 너무 심하다고 느낀 사람은 이 단계에서 조직의 구성원이 되는 것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기대와 현실 사이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느끼는 단계입니다.

 

 3. metamorphosis stage: 마지막으로 그 조직의 규범과 행동 양식, 핵심 가치에 자신을 맞추어 가는 변화 과정입니다. 이 때 어떻게 하면 새로운 구성원이 빨리 조직에 적응할 수 있는가에 관한 방법상의 선택의 문제가 있습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다음과 같은 방식이 기존의 태도, 습관을 벗어나 조직에 빨리 적응할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1) 특별한 오리엔테이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 경우.(formal > informal)

  (2) 집단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collective > individual)

  (3) 기간을 확실히 정해서 교육하는 경우, 즉 2 주간의 교육과정을 마친 후 바로 현업에 투입된다는 식.(fixed > variable)

  (4) 순차적으로 교육. 오늘은 과장이, 내일은 부장이, 모레는.. 는 식.(serial > random)

  (5) 특정한 점을 북돋우는 것보다 어떤 점들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형태로.(divesture > investiture)

 

새로 들어온 구성원이 기존 조직의 규범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느끼며 동료와 상사들에게 우리 편으로 받아들여지는 그 때, 또 일에 자신감을 갖게 되고 조직 전체가 공식, 비공식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게 될 때, 완전한 변화(metamorphosis)가 일어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2] Jim Collins. First Who ... Then What. Good to Great, HarperCollins Publishers Inc., 2001. p.51.
"Nucor illustrates a key point. In determining "the right people," the good-to-great companies placed greater weight on character attributes than on specific educational background, practical skills, specialized knowledge, or work experience. Not that specific knowledge or skills are unimportant, but they viewed these traits as more teachable (or at least learnable), whereas they believed dimensions like character, work ethic, basic intelligence, dedication to fulfilling commitments, and values are more ingrained."

조직 문화, 이렇게 배우게 된다

조직 문화가 조직 구성원에게 파급되어 가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거꾸로 다음과 같은 방법을 이용하여 조직 문화를 조성하고 파급시킬 수 있습니다.

1. 전설(stories)

조직 문화 형성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조직의 창립자입니다. 어느 조직이나, 그 조직을 처음 만든 사람을 주인공으로한 다소 과장 섞인 전설이 있습니다. 그 전설은 보통 사람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파격을 담고 있거나 무일푼에서 시작해서 세계적 거부가 되기까지 류의 얘기들이 많습니다.

 

소프트방크의 창립자 손정의 씨의 이야기를 봅시다. 그가 회사를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그는 허름한 창고에 아르바이트생 3명을 앉혀놓고 사과박스 위에 올라 서서 "우리 회사의 내년 매출은 몇 조에 이를 것이며...."라고 했습니다. 오백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주면서 조선소도 없이 거대한 선박 수주를 따냈다는 정주영 회장의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이와 같은 전설적인 이야기들이 여기저기 회자되면서 조직 특유의 성격을 만들어 냅니다. 

 

 

꼭 창립자와 관계되는 얘기가 아니더라도 몇 년도에 전체 직원의 20%을 정리해고한 적이 있다든지, 어느 날 갑자기 판매 부서 직원이 기획 부서로 옮겨갔다든지, 어떤 임원이 무슨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실패했지만 시도를 높게 평가해서 큰 문제없이 넘어갔다 등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단순한 화제거리에 그치지 않고 조직의 현재 모습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2. 의례, 의식(rituals)

어느 조직이나 그 조직 특유의 의식이나 의례가 있습니다. 보험 회사의 경우 매년 판매왕을 뽑는 행사를 합니다. 그런 행사나 의식들은 조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와 조직이 어떤 면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조직의 핵심가치를 깊숙히 자리 잡게 하려면 이와 같은 독특한 조직 특유의 의례나 행사를 주기적으로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3. 물질적 상징(material symbols)

평사원 사무실은 에어컨도 부족하고 비좁은 데 반해 임원들은 넓은 방에 호화롭게 꾸며 놓은 곳에서 근무한다면 어떻겠습니까? 물질적 상징은 백 마디 말보다 빠르게 조직 특유의 분위기를 깨닫게 합니다.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제공하는 고급 차량을 마다하고 소형차를 직접 운전하고 다니는 CEO가 있다면 직원들은 조직이 어떤 성향을 갖겠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져스가 낡을대로 낡은 책상과 의자를 버리지 않고 오래 동안 사용해 온 것은 자신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직원들의 생각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4. 은어(language)

어떤 조직내에서만 쓰이는 독특한 약어나 은어가 있습니다. 그 은어를 알아 듣는 사람들끼리는 우리 편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소속감을 높입니다. 죽어가는 공룡 기업 IBM을 살리기 위해 부임했던 "turnaround artist" 루 거스너는 IBM에서만 통용되는 언어를 완전히 새로 익혀야만 했습니다. "big iron"이 메인 프레임 컴퓨터를 가리키는 말이라든지, "hypo"가 'high-potential employee'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 등을 배워야 했습니다. 이렇게 특정 조직내에서만 통용되는 독특하게 발달된 언어가 조직 문화 조성에 기여합니다. 그 은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때쯤이면 조직 구성원이 조직 문화를 거의 내면화한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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