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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이 곧 마케팅이다

2005-2-14

 

대부분의 제품은 판매량에 주기성이 있습니다. 시간에 따라 제품 판매량이 단계적으로 변합니다. 이것을 제품수명주기(Product Life Cycle)라고 합니다. 

제품 수명 주기(Product Life Cycle; PLC)

제품수명주기의 그래프입니다.

 

 

 

거의 모든 제품은 위와 같이 도입(Introduction)->성장(growth)->성숙(maturity)->쇠퇴(decline)의 네 단계를 거치며 성숙단계에 제품판매총량이 최고점에 이릅니다. 역으로, 제품판매총량이 최고점에 이른 뒤 하락하기 시작하면 성숙단계가 끝나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도입단계는 혁신자(innovator)와 선각수용자(early adoptor)가 구입하는 단계입니다.

성장단계는 전기다수(early majority), 성숙단계는 후기다수(late majority)가 구입하는 단계입니다.

그리고 도입단계와 성장단계 사이에는 캐즘(chasm)이라는 깊은 간격이 있어서 많은 테크널러지 제품이 이 단계를 건너지 못 하고 소멸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볼륨 상으로 전기다수와 후기다수를 합하면 약 70%에 이르고 (혁신자 + 선각수용자) 합한 부분이 15%, 그리고 최후수용자(laggard) 역시 15% 정도를 차지하므로 누적 수용자 비율을 바탕으로 한 신제품의 확산곡선 역시 위 곡선과 유사하게 S 자형 곡선입니다. 즉, 판매총량뿐만 아니라 수용자 숫자 역시 도입단계에서는 완만하게 상승하다가 성장단계에서 빠른 속도로 늘어 나고 다시 성숙단계에서는 증가 속도가 완만해지는 것입니다.

 

제품수명주기는 기술발전이 빠르고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갈수록 단축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현실적으로는 각 단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단계별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기업 현장에서 어떤 제품이 제품수명주기의 어디쯤 와 있는가를 구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물론 판매량 증가속도가 가장 쉬운 지표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도입단계에 판매량이 완만하게 상승하다가 성장단계에는 급상승하고 이것은 성숙단계에서 정점을 이룬 뒤 하강합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경쟁자의 숫자를 세 보는 것입니다. 도입단계와 성숙단계에는 소수의 플레이어가 활동하는 경우가 많고 성장단계에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참여하며 경쟁자 숫자가 급속히 늘어 납니다.

 

 

 

 

전통적인 단계별 전략

 

그렇다면 단계 별로 어떤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지, 각 단계마다 어떤 점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아 봅시다.

 

도입(introduction) 단계에서는 일단 이런 제품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게 중요합니다. 혁신자나 선각수용자들을 대상으로 시험판을 제공하고 프로모션을 하며 많은 광고를 하는 단계입니다.

 

성장(growth) 단계에서는 신규진입하는 경쟁자가 급증하고 있으므로 우리 제품의 우수성을 부각하고 새로운 세그멘트(segment)를 발굴, 공략하는 브랜드 확장(brand extension) 전략을 구사하는 단계입니다. 또는 제품의 모양이나 컬러 등에 변화를 주어서 시장점유율을 넓힙니다. 성장단계에서 시장점유율(market share)을 가급적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성숙(maturity)단계에서는 대개 경쟁양상이 세 개 전후의 소수 메이져 플레이어로 수렴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원가경쟁력 확보가 중요합니다. 도입과 성장 단계는 마케터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단계이지만 성숙 단계에서는 파이낸스 파트와 오퍼레이션 파트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성숙 단계에서도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하기는 하지만 완만한 속도로 늘어 나며 대체로 시장은 과점(oligopoly) 양상으로 바뀝니다. 이 단계에서는 제품 특징이 대동소이해지므로 브랜드 충성도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많은 광고비를 지출하기도 합니다.

 

쇠퇴(decline) 단계에서는 추가 투자 없이 그 제품으로부터 거둘 수 있는 모든 수확을 다 얻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입니다. 제품과 관련된 투자와 지출은 점차 줄이면서 가격 인하 등을 통해 모든 수확을 다 얻어 내는 것입니다. 이것을 "harvesting strategy"라 합니다. 또는 제품판매량이 줄어 들고 있더라도 몇 가지 방법을 이용해서 다시 제품에 활력을 불어 넣는 리쥬버네이트(rejuvenate) 전략을 쓸 수도 있습니다. 리쥬버네이트 전략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1. 제품의 새로운 용도를 찾는다: 나일론은 낙하산과 로프 제작을 위해 발명되었지만 이후 스타킹과 섬유 소재로 용도가 확장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2. 새로운 사용자를 찾는다: 존슨&존슨 베이비 파우더나 로션 등은 유아용품으로써 쇠퇴기에 접어든 이후에도 저자극성 화장품을 찾는 여성으로 고객을 넓혀 가며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3. 새로운 채널(channel)을 찾는다: 특수한 예입니다만, '불량식품'으로 일컬어지는 어릴 때 먹던 과자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채널의 등장으로 새로운 활력을 찾기도 했습니다.

퍼플 카우(purple cow), 우리 제품은 리마커블(remarkable)한가?

위와 같은 PLC 그래프에 따르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 곳은 전기다수가 구입하는 성장 단계나 후기다수가 구입하는 성숙시장인 것처럼 보입니다. 성숙 시장은 제품 구매의사가 있는 소비자 숫자가 볼륨상으로 가장 크고 또 이미 제품의 특성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안전하면서도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다른 선도자가 키워 놓은 시장에 안전하게 진입하려 합니다. 제품 성패가 불확실한데 굳이 우리가 선도자로 리스크를 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Purple Cow: Transform Your Business By Being Remarkable의 저자 Seth Godin은 그런 생각이 통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합니다. TV 등에 많은 광고를 하고 유통망을 확보한 뒤 제품을 팔고, 거기서 거둬 들이는 이익으로 다시 광고를 강화하고 이는 다시 더 많은 판매로 쉽게 이어지는 식의 선순환은 "TV-Industrial Age" 시대가 저물어 감에 따라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TV에 나왔다는 게 별 놀랄 일이 아닌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현대의 소비자는 너무나 많은 광고, 너무나 많은 제품의 홍수 속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인지적 자원은 극히 제한되어 있는 데 반해 제품과 광고는 어느 때보다 넘치고 있습니다. 웬만한 광고나 제품으로는 소비자의 주의를 끌기 힘든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미 소비자는 충분히 지쳐있습니다. 매스 마케팅(mass marketing)은 더 이상 정답일 수 없습니다.

 

"Post-TV Age"에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제품과 광고의 홍수 속에 또 하나의 비슷한 제품을 던져 넣어 보아야 관심을 기울일 소비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걸 해결하겠다고 더욱 많은 광고비를 지출하는 것은 더 큰 실패로 이어질 뿐입니다.

 

TV 이후 시대의 성공은 혁신자와 선각수용자에 달려 있습니다. 볼륨 상으로는 전기다수, 후기다수 쪽이 높을 지 모르지만 정보과잉의 현시대에 가장 큰 가치를 갖는 소비자 집단은 다름 아닌 혁신자와 선각수용자입니다.

 

왜일까요? 제품과 광고를 무시하는 게 일상화된 정보폭주의 시대에 신제품에 관심을 기울이고 굳이 새로운 것을 찾거나 구입하는 유일한 그룹이 혁신자와 선각수용자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혁신자와 선각수용자는 전기다수, 후기다수와 달리 자신이 구입한 제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다수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즐기기까지 합니다. 다수 소비자는 이들 혁신자와 선각수용자의 구입 여부 및 이들의 구매 후기, 사용기를 통해 신제품이 구입해도 괜챦을 것이란 확신이 들고 나서야 움직입니다.[1]

 

'TV 이후 시대' 성공의 관건은 광고나 적극적 마케팅이 아닙니다. 제품이 곧 마케팅입니다. 리마커블한 제품은 혁신자와 선각수용자의 강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이들은 기꺼이 신제품을 구입합니다. 제품이 리마커블하면 혁신자와 선각수용자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이용해서 다른 소비자를 설득합니다. 다수 소비자가 TV 광고로 설득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혁신자와 선각수용자가 다수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을 만한 리마커블한 제품, 전염성 강한 아이디어를 담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제품 성공의 관건은 혁신자와 선각수용자가 찾아 나설 만큼 리마커블하냐 아니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1] Seth Godin. Getting In. Purple Cow: Transform Your Business by Being Remarkable, Portpolio, 2003. p.28.

Those early adopters create an environment where the early and late majority feel safe buying the new item. The sales that matter don't come until the left part of the curve is completely sold.

The big insight here, though, is that the vast majority of the curve ignore you. Every time. People in the early and late majority listen to their experienced peers but are going to ignore you. It is so tempting to skip the left and go for the juicy center. But that doesn't work anymore.

 

리마커블하다는 것은 그 제품을 사용해 본 사람이 다른 곳에서 특별히 얘기할 만하다는 것입니다. 아주 탁월한 디자인이거나, 아주 추악하거나, 아주 빠르거나, 아주 느리거나, 아주 비싸거나, 터무니없이 싸거나 하면 누군가에게 그 제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혁신자와 선각수용자는 신나고, 멋진 제품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경험하고 이것을 소개하는 것을 좋아하고 추구하는 그룹이기 때문입니다.

 

꽤 괜챦은 제품을 압도적인 마케팅으로 밀어 붙여서 히트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히트 상품은 제품 생산 이후의 프로모션이나 광고로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지를 결정하는 제품 디자인 단계에서 이미 판가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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