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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것보다 맨 처음이 낫다

2005-1-21

 

선점효과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일 정도로 어떤 영역에서 선도자가 되는 것은 많은 이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과연 선도자의 이점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요?

 

국내에서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The 22 Immutable Laws of Marketing"이라는 책의 상당 부분이 선점효과, 선도자의 이점을 설명하는 데 할애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주장은, 더 나은 것을 만들려 하지 말고 최초가 될 수 있는 영역으로 들어 가라는 말로 집약됩니다. 오직 인식만이 실재일 뿐 나머지는 다 환상이므로 소비자의 인식 속에 가장 먼저 자리 잡고 가장 좋은 단어를 차지할 수 있느냐 여부가 제품 성패를 가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선도자 전략에 적합한 기업?

어떤 시장이나 영역에 가장 먼저 들어 서는 것은 분명히 소비자의 인식 속에 강하게 자리잡는다는 큰 이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큰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는 불리한 점도 있습니다. 실제, 선도자가 크게 성공한 사례도 많지만 반대로 선도자가 어떤 일을 겪는지를 지켜 본 뒤에 진입해서 시장지배자가 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선도자가 되는 게 유리할까요?

 

몇 가지 요소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업의 크기와 시장의 크기입니다. 선도자가 되려면 많은 연구개발비, 브랜드 런칭 이후 투입해야 할 광고비를 감당할 수 있는 리소스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즉, 상대적으로 대기업이 선도자 전략을 쓰는 데 더 유리합니다.

 

시장의 크기 역시 영향을 미칩니다. 시장이 클수록 선도자는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효과와 학습곡선(learning curve)에서 비롯되는 강력한 원가경쟁력을 갖추는 데 유리합니다. 그러므로 시장이 클수록 선도자 전략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교과서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질문을 하나 던져 봅시다. 시장의 크기를 정말로 알 수 있을까요? 특히 새롭게 출시하는 신제품이 어느 정도의 시장규모가 될 지 예측할 수 있습니까? 디지틀 음악을 생각해 볼까요? mp3 파일을 바탕으로 한 디지틀 음악 시장이 이렇게 거대한 크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플레이어는 불과 몇 전만 해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mp3 플레이어 시장의 선도자는 중소기업이었을 것입니다.

 

우리 나라 경우를 생각해 봐도 삼성전자가 포터블 mp3 플레이어 시장에 진출한 것은 꽤 뒤늦은 시점이었습니다. 왜 삼성전자처럼 리소스가 풍부한 회사가 이렇게 거대하게 성장할 시장에 선도자로 진입하지 않았을까요? 소니(SONY)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포터블 플레이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고 레코드 회사까지 소유하고 있던 소니는 왜 뒤쳐졌을까요?

 

삼성전자나 소니를 비롯한 IT 대기업들은 시장규모가 확연히 드러난 뒤에야 시장진입을 시작했습니다. 삼성전자는 그래도 빠른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거대한 시장을 애플 컴퓨터와 아이리버 등의 선도자(엄밀한 의미에서는 둘 다 최초는 아닙니다만)에게 내어 준 것입니다. 교과서적으로는 대기업이 선도자 전략을 채택하는 데 더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대기업은 혁신에 매우 둔감합니다. 신제품이 기존의 자사 제품에 손해를 입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리스크를 안지 않아도 지금 잘 운용되고 있지 않느냐는 보수적이고 안이한 태도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초저가 화장품 프랜챠이즈가 왜 아모레퍼시픽이나 LG 생활건강 같은 대기업에서 시작되지 않고 "미샤"라는 실험적 회사의 브랜드로 시작되었는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대기업에서 설령 잠재적 시장규모에 대해 감지했다고 하더라도 자기 자식에 해를 입힐 수도 있는 저가 화장품 체인 사업을 추진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근무하다가 구글(google)로 옮겨 온 직원이 마이크로소프트 재직 당시의 경험을 얘기한 내용을 잠깐 옮겨봅니다.

 

for as much as google is confident, microsoft is stubborn in its ways. they know one way to ship software and it doesn't work as well as it used to. the microsoft way, with its huge milestones and bi-annual releases (if you're lucky), just doesn't jive with the unlimited bandwidth, unlimited memory, unlimited computing power world that is quickly becoming a reality. the future of computing isn't on the desktop, it's on the network.

i remember when i was at microsoft, i'd propose trying new engineering practices: pair programming, unit-test driven development, iterative development. these ideas were shot down quickly and the response was always, "we've been developing software like this for 20 years and look at where we are. $50 billion in the bank, dominance in multiple markets... we're one of the most successful businesses in all of history. why would we change the way we make our bread and butter?"

 

과거의 화려한 성공은 새로운 성공으로 가는 것을 막는 장해물이 될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대기업에서 흔하게 관찰되는 현상입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리소스가 충분하고, 시장이 커질 것이므로 대기업이 선도자 전략에 더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선도자 전략의 이점

경험적으로, 우리는 선도자가 되는 것과 선점하는 게 큰 이점을 준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떤 시장에서 최초의 플레이어가 되면 장기간 소비자의 높은 선호도를 즐길 수 있습니다. 설령 후발주자가 품질 등에서 더욱 우수하더라도 선도자의 시장을 크게 잠식하지 못 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선점효과란 실재하는 것일까요? 하나의 마케팅적 상상력에 불과할까요?

 

연구 결과, 여전히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선점효과는 분명히 실재한다는 결과가 많이 보고되었습니다. 왜 선도자는 특별한 이점을 누릴 수 있는가. 여기에는 세 가지 정도의 효과가 작용합니다.

 

먼저, "set-size effect"입니다. set-size effect는 어떤 것에 대해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판단에 더욱 확신을 갖는 효과입니다.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후발주자에 비해 선도자에 관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됩니다. 최초 진입해서 화제가 되고, 초기 광고와 사용자의 구전 등을 통해 풍부한 정보가 제공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는 이후에 품질면에서 더 뛰어난 후발주자가 등장하더라도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선도자를 선호하게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consideration set processes"입니다. 실험에 의하면 구체적인 정보가 전혀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소비자는 가장 먼저 소개된 브랜드를 더 잘 기억하고 더 선호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개념의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는 아직 완전히 확립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도자 제품의 특성이 곧 그 영역의 기준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소비자가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도가 선도자에 의해 설정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비자는 후발주자를 선도자에 비교하지, 선도자를 후발주자에 비교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후발주자는 선도자의 카피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더욱 강하게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가급적 시장에 먼저 들어 서서 소비자의 인식 속에 깊게 자리 잡는 게 중요합니다. 선도자가 일단 어떤 단어를 차지하고 나면 후발주자가 그 영역을 공략하는 것은 매우 힘듭니다.

앤소프 매트릭스(Ansoff Matrix)와 성장기회

새로운 제품으로 신시장을 창출하거나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는 것은 기업전략(corporate strategy)과 큰 관련이 있습니다. 기업이 확장할 때 어떤 전략을 채택할 수 있는가는 앤소프 매트릭스(Ansoff Matrix)를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시장의 성격에 따라 어떤 성장 기회가 있는지를 간단하게 보여주는 툴입니다.

 

앤쏘프 매트릭스는 시장이 새로운 시장이냐 아니냐, 제품이 신개념 제품이냐 아니냐에 따라 어떤 전략을 채택해야 하는지를 행렬로 정리한 것입니다.

 

비관련다각화(Unrelated Diversification)는 전혀 존재하지 않던 제품을 도입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이와 달리 이미 존재하는 제품으로 기존의 시장에 진입하려면 엄청난 광고와 프로모션을 동반한 시장침투(Market Penetration) 전략을 써야 합니다. 또는 제품은 기존 제품이지만 전혀 다른 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습니다. 그게 시장개발(Market Development) 전략, 확장 전략입니다. 북극지방에 냉장고의 새로운 용도를 소개하며 판매하는 것이 예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존 시장에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제품개발(Product Development) 전략 또는 관련다각화(Related diversification) 전략이 있습니다. 

 

쉬운 내용이고 단순해 보입니다만 간단하게 시장의 성격에 따른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앤소프 매트릭스는 자주 활용되는 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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