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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01

 

요즘 버크셔의 chairman's letter를 읽고 있습니다. 모아 놓으면 한 권의 책이나 다름 없고 어떤 비즈니스 서적보다도 훌륭한 글입니다. 버크셔는 현재 제국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많은 기업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버핏의 chairman's letter에는 매년 비즈니스를 사들일 때마다 그 비즈니스가 어떤 경제학을 갖고 있고, 경영진은 어떠하며, 어떤 비전이 있다는 내용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다양한 사업체에 대해 깊게 배울 수 있습니다. 버크셔의 메인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는 보험업과 재보험, 초콜릿 판매 같은 소매업, 은행, 미디어 회사, 다국적 소비재 회사 등의 수익모델과 그 비즈니스에서 어떤 요소가 핵심적인지 쉽고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Source: cnbc.com

 

대표적인 것 몇 편을 들자면,

 

  • 1979년도: ROE, not EPS / "investor's misery index"
  • 1980년도: 좋은 회사를 장기 보유하는 경우 배당을 하든 하지 않든 상관없다 / GEICO에서 보여지는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
  • 1981년도: 인플레이션과 투자자의 관계 / 투자목적 유가증권이 경영권 인수보다 유리한 점 
  • 1983년도: 1달러 전제 / M&A에 관한 심층 분석 / bargain을 구입하는 대신 훌륭한 비즈니스를 적정가에 구입하는 것이 더 좋은 이유
  • 1987년도: "Permanent Holdings" / "Mr.Market" / 경영권 인수가 투자 목적 유가증권보다 유리한 점
  • 1988년도: 효율적시장가설(Efficient Market Theory; EMT)에 대한 비판: 모든 정보는 주가에 즉시 반영되므로 기업분석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 ---> 게임을 하는 상대가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임하겠다는 것은 고마운 일/ 차익거래(arbitrage)
  • 1989년도: "institutional imperative"의 무서움 / 제로 쿠폰 채권(zero coupon bond)
  • 1990년도: "look-through" earnings
  • 1991년도: 미디어 비즈니스의 위협 요소 및 밸류에이션에의 영향 / "franchise"와 "business"의 차이
  • 1992년도: 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어떻게 계산하는가, DCF법의 위험성을 줄이는 두 가지 방법.
  • 1993년도: "베타"와 "리스크"에 대한 비판(코카콜라와 질레트를 보라!) / 기업지배구조와 이사회의 역할
  • 1994년도: 장부가치와 내재가치의 차이
  • 1996년도: 내재가치와 시장가치의 관계
  • 1997년도: 시장의 출렁거림을 어떻게 볼 것인가
  • 1999년도: 정작 버크셔는 왜 자사주매입을 안 하는가?

 

글 중간 중간에 좋은 경구와 유머 감각 넘치는 구절이 많아서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읽어볼 수 있습니다. 특히 비즈니스 스쿨에서 가르치는 여러 가지 내용들이 실제 현장과 어떻게 다른 지를 설명한 부분은 생각해 볼 부분이 많습니다. 재무관리에서 다루는 리스크, 베타, 효율적시장가설, 포트폴리오 이론 등의 한계와 역설적인 면들을 설명한 부분은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효율적시장가설을 맹신하는 학파에서는 버핏을 5 시그마 이벤트(5 sigma event)로 일컬으며 극도로 운이 좋은 예외적 현상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효율적시장가설은 모든 정보는 즉시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주가는 무작위적으로만 움직일 뿐, 저평가되거나 고평가 될 수 없다는 가정을 하고 있습니다. 내부 정보를 알고 있거나 운이 좋은 사람만 시장 수익율을 능가할 수 있는 것이지, 그 어떤 사람도 지속적으로 시장 수익율을 이길 수는 없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버핏은 30여 년의 결과로 그 주장을 허탈하게 만들었습니다. 일부 EMT 맹신 학자들은 도저히 버핏의 성적을 설명할 길이 없어서, 처음에는 버핏이 내부 정보를 먼저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다가 별로 설득력이 없자 통계적 특이 현상으로 몰아갔습니다. 5 시그마 이벤트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버핏의 글을 읽어보면 도리어 정반대의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 완전히 비현실적인 가정을 하고 있고 또한 어떤 부분에서는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버핏은 이해하기 쉬운 우화를 통해서 우리 사고의 맹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기 때문에 쉽게 와닿으면서도 크게 깨닫게 하는 면이 강합니다. 이론의 완결성을 위해 계속해서 복잡한 이론을 갖다 붙이는 것을 단순한 우화로 깨는 것을 보면서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것의 중요성을 느낍니다.

버핏의 회사 버크셔가 보유하고 있는 2002년 당시 투자 목적 유가증권 포트폴리오입니다.

................................Cost......... Market 

-------------------------------------------------------------
American Express Company ..... $ 1,470 ..... $ 5,359 ( 264 % )
The Coca-Cola Company ........ $ 1,299 ......$ 8,768 ( 575 % )
The Gillette Company...........$ 600 ........$ 2,915 ( 385 % )
H&R Block, Inc.................$ 255 ........$ 643 ( 152 % )
M&T Bank.......................$ 103 ........$ 532 ( 417 % )
Moody's Corporation............$ 499 ........$ 991 ( 98.6 % )
The Washington Post Company ...$ 11 .........$ 1,275 ( 11490 % )
Wells Fargo & Company .........$ 306 ........$ 2,497 ( 716 % )
Others ........................$ 4,621 ......$ 5,383 ( 16.49 % )
---------------------------------------------------------------

Total Common Stocks ...........$ 9,164 ..... $28,363
(dollars in millions)




수익율이 100-200% 전후인 것은 매수한 지 2-3년 이상이 안 된 것들이고, 코카콜라나 워싱턴 포스트, 질레트 같은 것은 작게는 4-5년 많게는 20년이 넘은 것입니다. 위 목록에서 GEICO는 빠져있는데 버크셔가 GEICO의 100%를 소유한 뒤 투자 주식 목록에서 빠지게 되었습니다. GEICO의 경우도 인수합병 전까지 약 5,000% 넘는 수익율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저런 결과를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효율적시장가설(강형이든 준강형이든)을 믿는 이상 블랙 먼데이 이상으로 설명하기 힘든 결과입니다. 워싱턴 포스트 수익율을 봅시다. 11,490%입니다. 무려 백 배 이상 올랐습니다. 버핏이 워싱턴 포스트를 구입할 때 주가가 전년도 EPS보다도 작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습니다. 버핏은 그 가격을 ridiculous라고 표현했습니다. 그게 주식시장의 folly입니다.

 


2004/3/1,13:22 , 이명헌


1995년 포트폴리오를 보겠습니다.

   Shares    Company                                    Cost      Market 
 ----------  -------                                  --------   --------
                                                     (dollars in millions)
 49,456,900  American Express Company ......  $1,392.7   $2,046.3 (46.9%)
 20,000,000  Capital Cities/ABC, Inc. .......  345.0    2,467.5 (615%)
100,000,000  The Coca-Cola Company ........... 1,298.9    7,425.0 (471%)
 12,502,500  Federal Home Loan Mortgage Corp. 
                ("Freddie Mac") .............. 260.1    1,044.0 (301%)
 34,250,000  GEICO Corp. ..................... 45.7    2,393.2 (5137%)
 48,000,000  The Gillette Company ............ 600.0    2,502.0 (317%)
  6,791,218  Wells Fargo & Company ........... 423.7    1,466.9 (246%)
             Others ..........................  1,379.0    2,655.4 (92.56%)

"Others"는 현금대신 잠시 보유하려고 매수한 차익거래 주식이 대부분이어서 다른 것보다 수익율이 높지 않습니다만 계속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수익율은 경이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1993년에 구입했는데 1995년 결산시 벌써 저런 수익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위 2002년 자료에서 본 것처럼 이것은 9 년 보유 후 264%의 수익율에 이릅니다. 십 년, 이십 년 이상 보유한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어떻게 구입한 회사가 예외없이 저렇게 수백 퍼센트에서 수천 퍼센트까지 뛰어오르는지 놀랍습니다.


버핏은 벤자민 그래함 교수의 제자인데, 훌륭한 제자가 그렇듯 스승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더욱 훌륭한 것을 창조해냅니다.

그래함 교수는 헐값(bargain)을 찾았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주식으로 재산을 거의 잃어버렸고, 그 자신이 대공황 시기의 마켓 크래시(market crash)를 겪으며 투자회사를 운영했었기 때문에 주식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S&P 500 기업 전체를 조사해서 자신이 생각한 안전성의 기준이 충족되는 회사들을 선별했습니다. 시가총액이 유동자산에서 부채총액을 뺀 값보다 더 작은 회사, 최근 3 년 간의 평균 주당순이익으로 계산한 PER가 얼마 이하, 지난 몇 년간 계속 배당을 했던 회사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바탕으로 리스트를 추려 냅니다. 그 모든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기업이 있고 이들은 투자 위험이 크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런 식의 분석은 벤자민 그래함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방식이었습니다.

그는 주식 시장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분석하고 수집했습니다. 주식시장이 얼마나 엉뚱할 수 있는지, 한 회사의 주가가 어떻게 수십 년에 걸쳐 폭등과 폭락을 기록하는지 실제 사례를 보여주면서 margin of safety를 강조했습니다.

버핏은 스승 그래함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투자를 시작하는데, 버크셔(Berkshire Hathaway)라는 섬유 회사를 재무적 기준으로 저평가라는 생각에서 산 뒤에 오래 동안 고생합니다. 모든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버크셔의 섬유 사업을 살려내지 못하면서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보통의 비즈니스를 싼 가격에 구입하는 것보다 훌륭한 비즈니스를 적절한 가격에 구입하는 것이 훨씬 더 좋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그래함이 철저하게 정량적분석(quantitative analysis)에 의거해서 잃지 않는 투자에 집중했다면, 버핏은 스승의 안전마진(margin of safety) 개념을 바탕으로 하되, 기업의 가치는 내재가치에 있지 결코 장부가치나 성장에 있지 않다는 것을 간파합니다. 가격결정능력이 있는 프랜챠이즈 비즈니스와 수십 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경쟁 우위를 갖고 있는 회사를 적정가에 사는 것이 보통의 회사를 헐 값에 사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버핏은 그래함 스쿨에서 출발하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를 구축합니다.

 


2004/3/1,14:10 , 쿠사나기


효율적시장가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버핏은 30 년 동안 30번의 동전 던지기에서 30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왔을 뿐이다(-_-;;;)라고 말한다지요.

 


2004/3/7,21:40 , jaguar


2003년 5월에 재밌는 기사가 있네요. 내공이 느껴지는 말입니다.


"공식은 잊고 직감을 믿어라"
전설적인 가치 투자가이자 버크셔해더웨이의 최고경영자(CEO)인 워렌 버핏의 성공 비결이 이처럼 간단하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파이낸셜타임즈(FT)는 버핏의 성공 비결이 복잡한 재무 공식이 아닌 "상식과 신뢰"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실제로 버핏은 10일전 기자회견을 통해 월마트의 유통 사업부인 맥레인을 15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하는데 몇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말했다. "우리는 말그대로 악수를 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나는 말했다. 실사따위는 필요없다고."


지난 3일 주주총회에서 버핏은 기본적인 재무 논리를 따져 묻는 질문에 대해 "찰리(찰리 멍거 버크셔 해더웨이 부회장)와 나는 자본비용이 얼마인지에 대해 정확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 못하며 솔직히 그 개념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본비용이라는 것이 나에게 논리적으로 와닿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멍거도 최근 경영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M;Capital Asset Pricing Model)"에 대해서 "완전히 미친 정신적 기능 장애"라고 쏘아붙였다. CAPM은 시장의 체계적 위험에 대한 개별 주식의 민감도인 베타와 시장전체의 기대수익률을 이용해 적정 주가를 산출하는 모형이다. 멍거는 또한 "컨설턴트들이 그렇게 놀라운 판단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컨설팅회사가 아니라 버크셔해더웨이를 소유하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버핏의 이같은 발언은 놀랄만한 것은 아니다. 그는 공개적으로 복잡한 재무 공식과 학술적인 논리들을 "보통사람들을 겁먹게 하는 것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해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컨설턴트 등 전문가들이 버핏이나 멍거의 주장에 반박하지 안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MIT의 금융학 교수이자 "기업 재무 원칙(Principles of Corporate Finance)"의 공동 저자인 스튜어트 마이어스는 이와 관련, "버핏과 멍거가 복잡한 재무 공식들을 비판하기 위해 전체 재무 원칙에 대한 경멸을 과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숭배와 잘못된 정확성에 대한 집착 등이 위험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며 "소수점까지 정확하게 계산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맥킨지컨설팅의 기업 재무 전문가인 팀 콜러는 "우리도 접근 방식을 단순화하고 있다"며 "베타나 부채의 영향 등을 감안하는 공식들이 부정확한 경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4/3/8,6:47 , 이명헌


jaguar님,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CAPM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이론답게 이론 자체로는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만 이론 전개의 전제들을 보면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것 같습니다. 학자들도 그 점을 의식했고, 이후 CAPM을 증권시장에 적용한 실증연구에서도 이론의 한계를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버핏은 보통의 흔한 회사와 코카콜라가 베타 값이 똑같다고 해서 어떻게 같은 리스크를 갖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기업의 질적인 부분은 무시하고 과거 가격 움직임에 기반해서 계산한 통계치만 갖고 투자 리스크를 판단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론과 현실의 차이에 대해서 버핏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학자들은 거칠게라도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보다 비현실적인 가정 하에 우아하게 틀린 이론 쪽을 더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오리지널한 연구도 그런데, 그에 바탕을 둔 파생 연구와 검증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론적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현실 설명을 전혀 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왜곡하는 쪽으로 가서는 곤란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jaguar님 옮겨주신 글처럼, 버핏이 어떤 회사를 살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고, 어떤 회사의 경우에는 현재 현금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도 점검하지 않고 샀다고 합니다. 하지만 버핏이 그랬다고 해서 일반 투자자도 그렇게 했다가는 낭패를 당하겠죠. ^^;

버핏은 어릴 때부터 수학의 영재로 꼽혔다 합니다. 지금도 컴퓨터는 온라인 브릿지 게임을 하는 데만 사용할 뿐 거의 모든 계산은 암산과 수기로 처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여러 경제 미디어의 온라인 버전, valueline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검색 엔진도 애용한다고 합니다.)

버핏과 협상을 해 본 사람들은 그의 빠른 계산 능력과 단순한 산수를 파워풀하게 사용하는 능력에 많이 놀란다고 하는데요. 독자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핵심 위주로 단순화하는 능력에 있어 최고가 아닌가 합니다. 그가 재무제표도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고 투자를 결정해도 성공하는 수준이 되기 전까지는 많은 축적된 학습이 있었습니다. 버핏은 회사에서 돌아오면 혼자 자기 방에 들어가서 몇 시간이고 사업보고서를 읽는 일을 수십 년간 해왔었습니다. 그의 'letter'에서 잘 보여지듯 버핏은 회계에 관해서 최고 수준의 지식과 분석력을 갖고 있습니다. GAAP의 문제점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격을 하고 대안까지 제시할 정도의 수준입니다. 그러므로 현재 그가 에 의해 투자결정을 하는 것의 바탕에는 수십 년간 분석해 온 사업보고서에서 비롯된 지식과 실제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체득한 경험과 노하우, 탁월한 회계 분석 능력, 선천적인 숫자 감각이 깔려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어제 버핏의 2003년도 사업보고서와 의장 서한이 발표되고 나서 미국의 포츈 지나 우리 나라의 머니투데이를 비롯한 유수 언론이 톱 기사로 다루고 있더군요. 우리 나라 언론의 기사를 읽어 보니까 한 사람이 쓴 기사를 약간씩 첨언해서 다시 싣고 있던데 그 중 '월가의 투자자' 부분은 오류입니다. 버핏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누군가 자기에게 월 스트릿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보면 한 쪽 손으로는 코를 막고 다른 한 쪽 손으로 저 쪽을 가리킨다고 했습니다. 그가 살로먼 브러더스(Salomon Brothers)의 위기를 해결하러 가기 전까지 버핏은 월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도 뉴욕이 아닌 변방이랄 수 있는 네브라스카 오마하에 거주하면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버핏이나 그래함이나 월 스트릿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말을 신봉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버핏에 대한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리는 것 같습니다. 주식투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버핏을 세계적인 부자, 월 스트릿의 거물로 오해를 합니다. 버핏은 월 스트릿과 거의 관계가 없습니다.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버핏을 지극히 보수적인 투자만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버핏은 오직 한 가지 원칙에 의해 움직여 왔습니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이면 한다입니다. 그가 테크널러지 회사에 손을 대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리스키해서가 아니고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IT 회사들에게서 durable한 특성을 찾아내지 못했고, 자신이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많아서였다고 합니다. 버핏은 웰스 파고 은행이 부도 일보 직전일 때 큰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고, 버크셔의 핵심 자회사인 GEICO의 경우도 회사가 무너진다는 얘기가 팽배할 때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리스크가 높은 투자는 피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 리스크인지를 정확히 볼 수만 있다면 과감하게 행동했습니다. 버핏은 파생 상품에 부정적이지만 그건 파생 상품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가 언젠가 파생상품에 손을 댈 때, 그와 얘기를 나눈 월 가의 펀드 매니져는 버핏이 실무적인 것까지 너무나 자세히 알고 있다는 것에 놀랬다고 합니다. 차익거래를 할 때도 아비트라지 전문가가 버핏의 해박한 지식에 놀랐다고 합니다. 그가 파생상품이나 단기적 차익을 노리는 거래를 하지 않는 이유는 주식이 너무도 쉽기 때문에라고 밝혔습니다. 

어제 발표된 서한을 대략 읽어보니까 외환에도 손을 댔고 정크 본드(junk bond)도 투자를 했는데요. 그렇게 버핏은 필요한 것이고 내가 이해하는 것이면 한다는 식으로 행동해 왔습니다. 

 

버핏의 스승인 Graham and Dodd이 저술한 "Security Analysis" 개정판을 샀습니다. 1940년에 나온 재개정판입니다.

 

벤자민 그래함과 데이비드 닷의 증권 분석(Security Analysis)

 


이 책과 함께 버핏에게 회사를 판 "Helzberg Diamonds"의 CEO였던 Barnett Helzberg, Jr.가 쓴 "What I learned before I sold to Warren Buffett"이란 책을 사보았습니다.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버핏에게 회사를 팔고 난 어떤 사람은 창문을 열고 "워렌 버핏이 내 회사를 샀다!"라고 외치고 싶었다 합니다. 버핏이 회사를 구입했다는 것은 그 비즈니스가 정말로 좋은 비즈니스라는 최고의 증명인 셈이니까요 이 책에서도 버핏을 뉴욕에서 우연히 만났다가 회사를 팔게 된 과정과 그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이었는지를 간단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버핏은 기업을 살 때 투자은행을 거의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서한에서도 테네시 비즈니스 스쿨의 학생이 건네 준 책을 통해 구입할 회사를 찾아낸 일화를 싣고 있는 것처럼요.

 


2004/5/4,8:35 , Jeanie


엊그제 신문에, 워렌 버핏이 '한국주식은 시가총액이 너무 적어 사지 않는다.'라는 기사가 실렸더군요. 번역을 제대로 한 건가 싶어요. 아주 애매한 표현이죠? :) 진심이 뭘까요?

 


2004/5/4,9:15 , 쿠사나기


투자하기엔 단위가 너무나 작다는 이야기같아요. 고층빌딩 임대사업자가 인형뽑기기계 몇대를 구입해서 얼마의 수익을 올릴까 생각하는 것은 시간낭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인 듯 합니다.

 


2004/5/4,10:20 , 이명헌


버핏의 영향력은 이제 앨런 그린스펀 못지 않은 것 같습니다. 버크셔의 사업보고서가 발표되거나 애뉴얼 미팅이 끝나고 나면 나온 얘기들을 블룸버그나 로이터를 비롯한 유수 미디어에서 톱 뉴스로 뽑아 내네요. 버크셔의 사업보고서가 공식적으로 발송되는 게 30만 부 정도 된다고 하죠. 웹을 통해 접근하는 숫자까지 하면 전세계에 걸쳐 수백만 명 이상이 정기적으로 읽는 것 같습니다. 피터 린치는 농담 삼아 버크셔 사업보고서는 세계에서 가장 구독료가 비싼 잡지라는 비유를 하기도 했습니다. 구독료 1억,  버크셔 클래스 A 주가는 현재 1주당 1억 원이 넘습니다. (2020년 현재 3억 8000만 원이 넘습니다.) 웹이 보편화되기 전만 해도 순전히 버크셔 사업보고서를 읽기 위해서 버크셔 주식을 구입하는 사람도 있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사업보고서가 웹에 공개된 이후부터는 자본가들의 우드스탁 페스티발인 버크셔 애뉴얼 미팅의 참가료가 300만 원이라는 얘기가 나왔구요. 클래스 B 주가가 주당 300만 원이 넘습니다. 올해부터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주주가 아닌 사람도 약간의 입장료를 내면 참석할 수 있게 바뀌었더군요. 애뉴얼 미팅에 참석하려고 클래스 B 주식을 사는 사람도 많고 그 중에는 비행기 값으로 또 몇 백만 원 이상 지출하며 참석하는 사람도 꽤 있다고 합니다.

올해 애뉴얼 미팅에서 버핏이 한 얘기의 요지는 먼저, 미국 무역적자 누적 때문에 미국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는데요. 버핏은 무역적자 해소책으로, 외국 제품을 수입할 수 있는 권리를 티켓으로 만들어서 수출한 양에 비례해서 발급하자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습니다. 수출 100만 달러를 하면 100만 달러어치 수입권을 줘서 수출한 만큼만 수입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티켓은 자체 유통시장을 만들어서 거래하면 어떠냐고 했습니다. 어쨌거나, 버핏은 지난 해부터 달러 가치 하락에 대비해서 외환 보유 비중을 늘렸는데 그 때 기준으로 이미 유로화 대비 14% 정도 달러 가치가 하락한 상태라 합니다. 유로를 보유했다면 14% 환차익을 얻은 것이죠.

버핏은 또 파생상품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워렌 버핏도 수 년 전에 보유했던 회사인 Freddie Mac의 회계 스캔들을 얘기하면서, 프래디 맥이 훌륭한 이사진과 미 의회에 의한 공인, 프래디 맥을 추적하는 수십 명의 월 스트릿 애널리스트가 있음에도 파생상품에서 입은 큰 손실을 커버하기 위해 6조 원의 어닝을 다르게 발표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대부분의 CEO들이 파생상품에 대해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이게 앞으로 거대한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이외에도 구글 IPO 문서에서 밝힌 long-term view에 대해서 따로 칭찬한 부분도 화제가 되었구요. IPO는 대부분 비싼 값으로 구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는 구글 주식을 구입할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구글 개발자들이 어닝을 smoothing하지 않겠다는 점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번 애뉴얼 미팅에서도 여러 차례 구글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구글의 사업보고서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는군요. 그렇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서도 'durable'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할 정도의 기준을 갖고 있는 버핏이 구글을 살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조금 무리일 것 같습니다. 구글 IPO 계획 문서를 읽어 보니까 long-term이라는 단어가 정말 많이 나오더군요. 테크 섹터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자세입니다. 버핏의 강한 영향이 느껴졌습니다.

버핏이 우리 나라 주식이 싸지만 구입할 생각이 없다고 한 것은 시가총액의 문제도 있지만 그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할 만한 회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시가총액에 대해서 버핏은 이렇게 밝혔습니다.

 

"What we'd really like to find is something that's five, 10 or $20 billion."

 

우리 돈으로 5조-20조 원 이상의 회사를 사고 싶다는 건데요. 그 정도가 되어야 버크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03년 현재 버크셔는 현금만 30조 원 넘게 들고 있습니다. 쿠사나기님 말씀처럼 인형뽑기 기계를 사서는 기별도 안 갈 규모입니다. 우리 나라 기업의 경우, 삼성전자가 시가총액 약 100조 원(주당 60만 원 가정) 정도 되구요. 나머지 블루칩 중 몇 개가 5조-20조 원 안팎입니다. 국민은행이 약 15조 원, SK 텔레콤이 15조 원 정도, 현대차가 11조 원, LG전자 약 10조 원, 신한금융지주 약 8조 원, 우리금융지주 6조 원, .. 버핏이 구입하고 싶어 하는 정도에 드는 회사는 다 합쳐도 20여 개가 안 될 것 같군요. 그 중에 'durable'한 회사는 그야말로........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서도 확신을 못하는 사람의 기준을 넘을 만한 회사가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정크본드, 외환은 물론이고 중국 기업도 구입을 했을 정도로 자기가 이해할 수만 있으면 무엇이든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우리 나라 회사도 구입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사실 궁금하기도 합니다. 버핏이 우리 나라 회사를 산다면 어떤 회사를 살 지 정말 알고 싶네요.


버핏이 지금까지 매수한 기업을 보면 초기에는 금융업과 소비재 영역에 국한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회사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정 산업에 대한 호불호 없이 훌륭한 기업이면 어떤 산업에 속해 있든 매수하기 때문이겠죠. 그래도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은행과 보험, 재보험, 신용평가 회사 등의 파이넨셜 섹터입니다. 두 말할 나위 없는 버크셔의 핵심 자회사인 GEICO나 Berkshire Hathaway Reinsureance Division, General Re, Wells Fargo & Company, Moody's Corp., M&T Bank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버핏이 보험업을 좋아하는 것은 원래 확률과 통계에 무척 친숙하기 때문이라 하구요. 지금도 거의 모든 자회사의 핵심적인 숫자를 대부분 외우고 있을 정도로 버핏은 숫자에 관해 천재라 합니다.

그밖에 코카콜라나 질레트, 구두 회사, 쵸컬릿 회사, 보석 회사 같은 소비재 회사가 있고, 가구 리테일러, 비행 시뮬레이터 만드는 회사, 비행기 대여 회사, 신문, 병원 경영 회사, 광고 회사, 세무 서비스 회사, 아이스크림 체인 등 다양한 산업에 속한 회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 비즈니스가 경제학이 괜챦고, 탁월한 경영자가 있다면 어떤 기업이든 인수를 생각합니다. 요즘은 주식시장을 통해 일부를 사는 것보다 가급적이면 협상을 통해 100%를 인수하는 쪽을 선호한다는군요.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되어 있는 회사를 찾기가 힘들기도 하고 또 세금 문제 때문에 그렇답니다.

버핏이 소유한 기업들은  하나 같이 회사 역사가 재미있습니다.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거의 맨손으로 시작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훌륭한 회사를 일구어 낸 이야기가 많습니다. 버핏은 자신이 존경할 만한 면이 있는 경영자가 있는 기업만 샀고 그 경영자들은 대부분 밑 바닥에서 출발해 최고의 위치에 올라 선 Main Street의 전설적 인물들입니다.  버크셔는 비즈니스의 올스타 팀입니다.

 


2004/5/14,23:54 , 홍지호


예전에 서울대 경영동아리 멤버 출신들이 버핏의 가치투자를 한국증시에서 실현시키겠다고 벨류엔코라는 회사를 차리고 100억여원 가까운 투자금을 모았었다는데 지금쯤 어떤 상황인지 궁금하네요.

 


2004/5/15,13:33 , 이명헌


VIP투자자문이라는 투자자문사를 만들어서 활동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치투자에 대한 관심을 가장 크게 불러 일으킨 책이라고 하는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이라는 책을 내놓기도 했구요. 가치투자에 대해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고, 특히 우리 나라 기업 사례를 통해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더 내용이 와닿는 좋은 책입니다.

 


2004/11/5,11:2 , 이명헌


워렌 버핏의 2003년도 연봉은 보너스나 스탁옵션 등이 전혀 없이 10만 달러입니다. 버핏은 포츈 500 기업 CEO 중 자신이 가장 연봉이 작을 거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었죠. 실제 버핏의 연봉은 2003년 기준 포츈 500개 기업 중 491위입니다. 10만 달러면 우리 돈으로 대략 1억 원 조금 넘는 돈인데 미국 물가와 생활수준을 감안해 보면 우리 나라에서 5000-6000만 원 정도 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계 2위 부자의 연봉치고는 너무나 작습니다. 버크셔를 단순한 보험회사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보험업계 CEO 연봉 중앙값이 40억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단순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죠. 수십 년 된 낡은 차를 직접 운전하고, 역시 수십 년 된 집에서 평범한 동네 어르신처럼 살면서 햄버거로 점심을 떼우곤 합니다. 자신의 회사이기도 한 코카콜라에서 나온 체리 코크를 즐겨 마시구요.

버핏의 부는 거의 대부분 버크셔 주식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고, 지금까지 단 한 주도 팔지 않았습니다. 재산이 수십 조 원이지만 극히 조용하고 평범한 삶을 살며 자신의 일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참 멋진 분입니다.

 


2005/11/14,10:44 , 이명헌


버핏이 우리 나라 회사에 약 1000억 원을 투자했다는 기사가 월스트릿저널에 실렸네요. 작년 애뉴얼 미팅 때 한국 주식은 싸기는 하지만 아직 살 생각은 없다고 했었는데요.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조용히 사들이는 것이겠죠.

얼마 전에는 달러 가치 하락에 대비해서 외환에 투자한 것 일부를 매도해서 손실을 확정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버핏은 미국 경상수지 적자 누적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것이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고 버크셔 보유 회사가 대부분 미국 회사이기 때문에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헷징 차원에서, 그리고 어느 정도는 수익을 목표로 달러가 아닌 외환에 큰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이 투자를 통해 2002-2004년 동안 약 3조 원의 환차익을 얻었구요. 그러다가 미국 금리가 급등하면서 달러 가치도 동반 상승했고 금리에 의한 효과가 경상수지 적자에 의한 효과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인지 이번에 외환 보유 비중을 일부 줄이면서 약 1조 원의 손실을 확정지은 것입니다.

버핏은 평소에 'I'm not a macro guy.'라는 얘기를 자주 했었고 투자 판단을 할 때 거시경제 지표는 거의 완전히 무시한다는 말을 자주 했었는데 일반 기업에 대한 투자는 모르겠지만 외환은 거시 지표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2005/11/16,14:11 , man

 

tuck 학생들이 워렌 버펫 만나러 갔다온 이야기(warren buffett trip 2005) 중에 한국 이야기가 잠깐 등장하네요.

Q: In your letters you speak frequently of the importance of not over-complicating things. What are your secrets to keeping your life simple?

A: When making investments, pretend in life you have a punch-card with only 20 boxes, and every time you make an investment you punch a slot. It will discipline you to only make investments you have extreme confidence in. Big money is made by obvious things. If using a discount rate of 8% vs. 10% is going to make or break an investment idea, it's probably not a good idea.

Back in 1951 Moody's published thick handbooks by industry of every stock in circulation. I went through all of them, thousands of pages, motivated by the hope that a great idea was just on the next page. I found companies like National American Insurance and Western Insurance Securities Company that nobody was paying attention to that were trading for far less than their intrinsic values. Last year we found a steel company on the Korean Stock Exchange that had no analyst coverage, no research, but was the most profitable steel company in the world.

 

글의 내용으로 보아하니 철강회사쪽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은데... 큰 회사나 유명한 것 빼고, 그 중에서 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_^;


 

2006/7/21,6:5 , 이명헌


"세계 2위 부자가 세계 1위 부자에게 거의 전재산을 기증하다."

 

이렇게 표현하면 버핏 말대로 우스개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워렌버핏이 보유하고 있는 버크셔 해써웨이의 주식의 85% 그러니까 시가 약 370억 달러를 빌 게이츠의 재단에 기부하기로 한 충격적인 발표 이후 버핏에 대해서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위 인터뷰에 보면 버크셔 자회사 CEO들이 자신보다 더 자기 비즈니스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전권을 위임한 것처럼, 친구 빌 게이츠가 기부와 자선에 있어서 자신보다 훨씬 더 잘 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에게 기부를 한다고 얘기했네요.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매우 합리적이고 유니크한 어떤 것을 만들어 내는 데 정말 뛰어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오직 버크셔만 가능한 M&A 모델(경영자와 함께 인수해서 전권을 주고, 100% 인수한 기업은 거의 팔지 않는 것...), 시가총액 약 140조 원의 회사를 열댓 명의 본사 직원만 데리고 경영하고 있는 점 등, 독점적인 회사를 좋아하고 경쟁우위와 경쟁에 관해서 깊은 사고를 많이 한 버핏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유니크한 것을 창조해 내는 데 뛰어난 것 같습니다.


2007/10/20,22:44 , rev2080


궁금한 게 있는데요

워렌버핏은 적정주가와 장부가치간에 관계가 있다고 생각할까요?


2007/10/28,18:15 , 이명헌


rev2080 님. 버핏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장부가치 역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얘기해서 어떤 가게를 인수하려고 할 때, 그 가게의 입지라든지, 브랜드 인지도라든지, 또는 기타 눈에 보이지 않는 수익창출능력도 물론 가게의 값을 평가하는 데 중요하겠지만 매장의 크기, 갖고 있는 장비, 인테리어, 또는 가게 명의로 된 예금 이런 것도 당연히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입니다. 버핏은 내재가치를 장부가치보다 중시했지만, 버핏이 밝힌 것처럼 내재가치보다 훨씬 확실하게 계산할 수 있는 장부가치 역시 기업을 밸류에이션하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가늠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008/1/24,13:37 , 료가


장부가치라는 것은 어찌보면 내재가치를 구하기 위한 한 요소가 아닐까요?

내재가치가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흐름의 일부라면 현재의 장부가치 역시 미래에 투자자가 받는 시점의 가치를 현재가치로 할인해주어야 합니다.

물론 장부가치 역시 할인율 이상으로 상승한다면 높은 가치를 지닐 수 있겠지만 장부가치가 할인율 이하로 가치가 상승한다면 내재가치에 비해 의미가 떨어질 것 같습니다.

확실하게 틀리기보다는 불확실하지만 맞는 것을 선택한다는 케인즈의 말을 인용한 버핏이 단지 확실하게 계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장부가치를 중요한 고려사항에 넣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1989년 연차보고서에서도 그와 관련한 언급을 했습니다.

청산인이 아닌 이상 담배꽁초 방식으로 기업을 사들이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그 이유는 애초의 염가도 사실 그렇게 싼 가격이 아니라는 이유와 초기의 이점이 기업이 벌어들이는 낮은 수익에 의해 잠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버핏이 단순히 무형자산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유형자산의 가치를 낮게 평가했다기보다는 기업의 내재가치라는 것 자체가 주식을 팔고 사고의 거래에 의해 발생하는 가치가 아닌 기업이 주주의 몫으로 벌어들일 현금을 현재가치로 할인하여 환산한 개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989년의 기대이익을 기준으로한 PER 15, PBR 6인 코카콜라에 대한 투자를 철도회사 유니언 스트리트 레일웨이를 순수 운전자본의 40% 정도의 가격에 사들이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 것은 그만큼 내재가치 고유의 개념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아닐까요?

내재가치라는 틀이야 말로 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매도로 이익을 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가격을 지불하고 얻을 수 있는 고유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10년 동안 주식시장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투자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버핏의 철학이라면 경영진에게 지금 당장 매도하기를 강요할 수 없는 입장의 주주가 자산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2009/2/23,1:33 , 이명헌


최초의 공식적인 워런버핏의 전기 "The Snowball:Warren Buffett and the business of life"를 샀습니다. 출간된 지는 꽤 되었는데 차일피일하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네요.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가장 널리 알려졌던 버핏의 전기인 "Buffett:The making of an American capitalist"와는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구요, 최초로 버핏을 직접 인터뷰해가면서 쓴 책인 만큼 더 많은 흥미로운 내용들이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네요. 책도 무척 두꺼워요. 거의 1000 페이지에 이르는 하드커버에 주석만 100페이지입니다. 젊은 시절 버핏의 사진을 비롯 여러 장의 사진도 재미가 있구요. 버핏과 챨리 멍거가 80년대에 같이 찍은 사진도 있는데 버핏은 둘을 샴 쌍동이로 일컬었다고 합니다.^^

 

세계 금융의 황제로 수십년 간 추앙받다가 하루 아침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몰락(?)한 전 FRB 의장 앨런 그린스펀과의 모습, 그리고 빌게이츠 부부와 찍은 사진도 있습니다.

 

아마도 2월 말쯤엔 변함없이 버크셔의 사업보고서와 버핏의 의장 서한이 발표되겠지요. 버핏의 투자 역사에 있어 올해 만큼 큰 타격을 입고 명성에도 손상을 입은 해가 없었을 것 같기도 하구요. IT 붐이 절정에 이르던 당시에도 철저하게 굴뚝주에만 투자하며 이제 버핏도 한물 갔다는 냉소를 들었던 적도 있지만 작금의 글로벌 위기 속의 버핏의 행보는 그를 지지해오던 사람들조차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일면들이 없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래서인지 이번 의장 서한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궁금증과 기대를 갖게 하는 것 같구요.

 

잘 뭉쳐지는 눈덩이와 아주 긴 언덕.

 

그는 이것이 자신의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잘 할 수 있는 일을 장기적 시각을 갖고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단기적 시각과 눈 앞의 이익에 얽매여 있는 풍조가 팽배해져 있는 지금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만한 주제가 아닐까 싶어요.


2009/11/4,16:23 , 이명헌


Burlington Northern Santa Fe Railway라는 미국 2번째 규모의 철도회사 지분을 340억 불(한화 약 40조 원;환율 1200원 가정 시)에 인수함으로써 7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면서 버크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고 합니다.

몇 년 전 BNSF라는 철도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할 때 당시로는 너무나 뜻밖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느닷없는 철도? 100년도 넘은 켸켸묵은 산업에 수익성도 별로인 철도 산업에 왜?

 



이후 유가 폭등과 중국과의 교역 확대 등 물류 수요 증가를 보면서 철도는 영원히 자신만의 경쟁력을 가질 주요 물류수단이겠다는 점이 부각되는데요. 작년 금융위기 때 GE와 골드만삭스라는 전형적 미국 기업에 큰 벳팅을 했던 버핏의 이번 투자 결정은 다시 한 번 미국의 미래에 대한 버핏의 강한 확신을 증명해 주는 투자입니다만,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다른 것이 아닌 사양산업처럼 여겨지는 철도 산업에 했다는 것과, 버핏이 싫어하는 투자 방법 중 하나인 버크셔의 주식과의 맞교환이라는 방법도 함께 택한 것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우리 나라의 철도공사가 만성적인 적자로 힘들어 하는 것으로 아는데, 물론 공기업의 한계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기본적인 경제학이 미국의 철도와 그렇게 다른 것인지 궁금하구요. 물류 산업의 특성 상 경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는 것, 명확한 대체제(자동차)가 존재한다는 것과 대체재에 대한 경쟁우위는 유가라는 변동폭이 큰 원자재 가격에 직결되어 있다는 점도 이번 버핏의 장기적 투자의 깊은 뜻이 무엇일까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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